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22
전풍은 멀어지는 원담을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후, 다시 시선을 돌려 지도 위에 놓인 표식들을 움직이며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고심했다.
세 갈래로 나뉜 군대는 각기 낙양과 낭야, 여양을 점하고 있었다.
‘원상이 생각보다 전략을 잘 짜 두었군.’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원상의 군대가 조조의 발목을 잡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너무 단순화시켜두었으니 한계가 명확해.’
전풍은 자신의 인맥을 최대한 이용하여 사방에서 찔러 볼 생각이었다.
“순 사공, 한번 내 수를 받아 보시구려.”
***
군막 안에서 마등, 한수와 마주 앉은 양수는 짧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예형을 바라보았다.
예형은 자신의 목 앞에 놓인 칼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진정 나를 죽이려 했으면 이미 목이 잘렸겠지. 그럴 게 아니라면 이걸 좀 치워 주시는 게 어떻겠소?”
예형의 말에 마초가 인상을 쓰며 힘을 주려 하자, 마등이 소리쳐 말렸다.
“그만!”
“아버지, 이놈들이 감히 저희를 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찌 가만 내버려 둔단 말입니까!”
예형은 흥분하는 마초를 보며 말했다.
“딱 봐도 부모 죽일 상인데······.”
“뭐? 이놈이!”
마초가 다시 성을 내려 하자, 예형은 고개를 돌려 마등을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
“후께서 아들을 잘 가르쳐야겠습니다.”
결국 참다 못한 마초가 칼을 내지르자, 옆에 서 있던 염행이 급히 막아 세웠다.
“후께서 멈추라 하지 않았는가.”
마초는 염행을 죽을 듯 사납게 노려보았으나, 마등이 손을 내저으며 제지했다.
“조정에서 오신 분들이다. 괜히 쓸데없이 목소리 높이려면 다 나가라.”
“아버지!”
마초의 강력한 반발에 마등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했다.
“방덕! 저놈 끌고 나가!”
“네!”
방덕이 억지로 끌고 나가려 했으나, 마초는 역시 마초였다.
오히려 더욱 난리를 피우자 마등은 점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염행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마초의 복부를 걷어찼다.
“켁켁······.”
그제야 겨우 얌전해진 마초를 방덕이 쉽게 상황을 정리했다.
“이제 좀 조용해졌군. 소란을 피워 미안하네. 그나저나 자네가 말이 많은 예 정평일 것이고, 자네가 허도의 지낭이라 불리는 양 덕조겠군.”
양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예를 표하였다.
“홍농 양가의 덕조라 합니다.”
“평원의 정평이오.”
마등은 예형의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장안에서 독설로 유명한 것은 들었지만, 싹수도 없다는 것은 미처 몰랐군.”
“어차피 칼 맞아 죽을 판인데, 무슨 예의를 차리겠소.”
곧 죽어도 독설을 날리는 예형의 모습에 양수가 말리려 했으나, 마등은 피식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마등의 옆에서 흰 수염을 만지작거리는 한수 역시 그저 눈썹만 들썩거릴 뿐이었다.
둘에게서 별반 반응이 없자 예형이 도리어 어리둥절하였으나, 한수의 웃음 섞인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거, 욕 같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너무 신경 쓰지 말게. 게다가 우린 말로 떠들지 않으니까.”
마등이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짓자, 한수가 몸을 내밀며 은근하게 물었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기로 하였는가? 전풍이 제시한 것보다는 큰 것이어야겠는데?”
한수의 은근한 요구에 예형이 다시금 독설을 날렸다.
“늙은 영감이 욕심이 참 많소이다.”
좀체 나아가지 않는 이야기 전개에 한수도 약간 짜증이 났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네, 방금 내 말 못 들었나? 우린 두 번 말하지 않네. 그런데 자꾸 선을 넘는다면, 그 머리가 몸에 붙어 있기 힘들 것이네. 내 말, 알겠는가?”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양수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안항장군께서는 무엇을 원하십니까?”
“글쎄?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너는 도리어 내게 묻는구나. 지금 이게 장난처럼 보이느냐?”
“약조를 해드릴 수 없으니 그렇습니다.”
“허, 전풍이 보내온 사자들은 우리에게 자치권과 작위를 준다고 하였는데, 너희는 참으로 어리석구나!”
양수는 자꾸 시비를 거는 한수는 무시한 채 마등에게 물었다.
“원가의 약조를 믿으십니까?”
그러자 무시당했다 여긴 한수가 손가락으로 양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놈, 지금 내가 말하고 있지 않으냐!”
하지만 양수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마등과 한수 중 한 명만 설득하면 될 일. 그러면 둘은 서로 싸우게 될 일이니, 이후 자신들은 고간과 호주천만 상대하면 되는 일이었다.
“언재(彦材, 부간의 자)도 그 이야기를 하더군.”
“수성(壽成), 이런 책상물림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을 생각이더냐?”
“책상물림? 그의 아비는 홀로 성을 지키며 수만의 이민족들과 싸운 인물이며, 그의 아들은 아비의 복수를 위해 나를 섬긴 아이이다.”
마등의 말에 한수는 인상을 쓰며 따졌다.
“네놈도 반란군이 되어 양주를 약탈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뭐가 잘났다고!”
마등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양수가 대신 나섰다.
“그 문제는 이미 조정에서 사면을 받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각과 곽사와 같은 무도한 도적들을 막았으니, 그것을 탓할 일은 아닙니다.”
마등은 양수의 말에 수염을 쓸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조정에서 무엇을 양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후께서 어떠한 공을 세우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한수는 마등이 계속 거래를 하려 하자 화를 내며 일어나 나갔고, 그 뒷모습을 보며 예형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한수는 딱 칼을 뒤로 잡는 상인데······.”
한수가 나가자 양수는 마등을 바라보며 은근하게 말했다.
“마원의 후손께서 작금에 이르러 역적의 평가를 받는다면 어찌 조상을 뵐 수 있겠습니까. 하니 지금이라도 한조의 충신으로서 원가를 친다면, 그간의 과오는 모두 용서받을 것입니다.”
“그럴 것 없네. 이미 강족 어머니를 둔 모습에 조상들이 나를 부끄러워할 것이네.”
자조 섞인 그 말에 양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족과 피로 엮이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양수의 말에 마등은 솔깃하여 자연스레 앞으로 몸이 기울였다.
“작금의 한조가 어찌하여 이리되었겠습니까? 스스로 높은 줄 아는 이들이 서로 더 높은 자리를 놓고 싸우다가 이렇게 된 것입니다. 하나 후께서는 자신의 역할을 아시며, 과거의 마복군(마원)께서 죄인의 어려움을 알 듯 이족의 어려움을 아시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한조로 돌아와 천하를 위해 일하는 일입니다. 후의 능력이라면 능히 마씨의 이름이 다시 한번 빛날 것입니다.”
마등은 자신을 높이며 조상인 마원과 비교하니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전풍은 자신에게 양주 지배의 인정과 높은 작위를 내준다고 하였지만, 딱히 믿기지 않았다.
차라리 장안을 내준다고 했다면 달리 생각하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 타협은 없었다.
“더 없는가? 그렇다면 그저 마씨의 이름을 알리는 것 말고는 없지 않은가.”
“마가가 더는 변방에 돌지 않고 경내에 들어와 장군직을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순가의 문제는 경내의 군을 움직일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마 장군께서 이를 맡아야 대대로 황실과 천하를 지키는 장군이 되어 청사에 적히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마등은 마음만 놓으면 반기를 들어 올리는 양주의 호족들에 이미 질린 상태였기에 양수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줄 것이 없다고 하더니, 꽤 그릇이 풍족하군.”
양수의 옆에 있던 예형이 말했다.
“한 사람이 얻으면, 다른 한 사람은 얻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예형의 말에 마등은 순간 얼굴이 굳어져 물었다.
“지금 그 말은 나보고 다른 이의 등 뒤를 공격하라, 이 말인가?”
양수는 마등의 말에 물음을 던졌다.
“다른 이라니요? 어차피 원수 아닙니까? 한수는 후의 등을 공격하여 족인들을 죽인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과 과연 함께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마 후께서 큰 상을 받는다면, 그 상을 나누자고 하거나 질투하여 후를 죽음의 길로 몰 것입니다.”
마등은 양수와 예형의 말이 이간질임을 잘 알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여 쉽게 거부하지 못했다.
그렇게 눈을 굴리며 생각을 이어 가자, 양수가 쐐기를 박듯이 물었다.
“한수가 먼저 칼을 들게 하실 생각입니까? 지난번에 당한 일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순간, 마등은 한수가 자신의 본거지를 공격하여 가족과 족인들을 죽인 일을 떠올렸다. 그런데도 양주에서 한수가 가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으니 그를 곁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수 옆에는 염행과 같은 이가 있을 뿐 아니라 양주의 장수들 또한 하나같이 쉬운 인물은 아니네.”
양수는 마등의 답변에 웃음을 지었다. 이미 자신들 쪽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굳이 후의 손을 더럽힐 이유가 있겠습니까? 후께서는 그저 잠시 눈만 감으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한수를 벤다고 해도 양주에서 한수를 지지하는 이들은 어찌할 요량인가?”
“그 또한 후께서 길만 열어주시면 지금 장안에 와 있는 장 양무께서 후의 고충을 덜어 줄 것입니다.”
마등은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가 양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말대로 문제가 깔끔히 처리될 수 있으면 나쁘지 않을 터인데, 잘할 수 있겠는가?”
“후회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좋네. 그럼 언제 움직일 생각인가?”
양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장군께서 결정을 내린 지금 바로 시작될 것입니다. 마씨의 깃을 높게 올리고, 그 아래에 병사를 모으소서. 그리하면 모두 살 것입니다.”
의미심장한 그 말에 마등은 눈을 크게 뜨고 막사를 뛰쳐나갔다. 그러자 장(張) 깃과 가(賈) 깃이 높이 들어 올려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방덕이 마등 앞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장안에서 군을 이끌고 나온 것 같습니다. 출전하거나 퇴각을 결정해야 합니다.”
“저 많은 군이 저렇게 많이 몰려왔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냐?”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사이, 막사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양수가 마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수를 죽이겠다면 지금 결단하시지요. 그게 아니라면 지금 제 목을 치고 달려나가든 후퇴를 하시면 될 것입니다.”
마등은 부들거리면서 양수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그대들이 말하는 결정인가? 이것이 그대들이 말하는 협상이야?!”
양수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께서 저희의 청을 들어주지 않고 고간의 군에 동참하시면 관중의 병사들로만은 막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대들의 목숨을 걸고도 이리하는 것인가! 목숨이 아깝지도 않아?”
“어차피 원가가 하동에서 크게 이기면 장안, 홍농, 낙양 모두가 위험해질 뿐입니다. 저희의 목숨으로 모두가 안전해진다면, 청사에 이름 밝게 남을 것입니다.”
“이런 미친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