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24
조운이 피(鈹)를 들고 자신을 상대했을 때, 호거아는 진심으로 화가 나서 모든 힘을 쏟아 냈다.
그러나 조운은 되레 그 힘을 이용하여 호거아를 제풀에 지치게 했다.
호거아는 그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며 자신이 가진 신력을 어찌 써야 할지 깨달았다.
[자네가 쓰는 강(强)의 술은 많은 이들을 상대할 때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 힘이 세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으니 말이야.]호거아가 잠시 과거를 떠올리는 사이, 염행은 다시 협도를 길게 잡으며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장수를 상대할 때는 다르지. 자네가 강으로 누르기 힘든 이들이 널렸거든, 쾌(快)를 이용하는 장수나 나와 같이 유(柔)로 자네를 상대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네. 자네와 같은 힘이 없으니 머리를 쓰는 사람들이지.]호거아는 기회를 노리는 염행을 바라보며 더욱 몸을 낮추고 부러진 사슬 철곤을 짧게 잡았다.
[그런 자를 상대하는 방법은 자네의 앞까지 끌어와 자르는 것[絶]이네.]염행은 그 모습에 호거아를 비웃으며 더욱 길게 협도를 잡았다.
“네가 무슨 수법을 쓰려는지 모르지만, 거리를 뛰어넘어 이기는 방법은 없다.”
염행의 말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내용이었다.
그 말을 증명하듯 염행의 공격은 호거아를 궁지로 몰아넣듯 밀어붙여 계속 팔뚝에 상처를 만들어 냈다.
염행이 득의만만한 미소를 보이는 그때, 호거아의 왼손이 앞으로 뻗어지며 염행의 협도를 단단하게 붙잡았다.
당황한 염행이 급히 빼내려 했지만, 호거아는 도리어 강하게 잡아당겼다.
[자네 같은 이를 쉽게 농락하는 놈들이 엄청 많거든. 그래서 신력에 대해 놀라워는 하지만 얕게 보는 이들이 널렸지. 그저 무식하고 힘만 센 이는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네. 그럴수록 상대를 방심시켜 더욱 가까이 끌어들여야 하네. 그 얼빵한 얼굴로.]호거아는 끌려오는 염행의 당혹해하는 표정을 보며 사납게 웃었다. 그와 함께 오른손에 쥔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염행이 느끼기에 이런 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단기로 쟁투를 벌인다는 것은 나름의 법도가 있는 법. 하지만 이것은 그냥 폭력일 뿐이다.
호거아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곳만을 정확히 노려 두들겨 댔다.
염행은 지금껏 창에 찔리고 칼에 베여도 지른 적 없는 비명을 연신 질러 대며 바닥을 기었다.
그러는 사이, 마초가 눈을 살짝 뜨고는 그 모습을 보았다.
한순간, 염행과 마초의 눈이 마주쳤다.
“마초!”
염행이 다급하게 불렀으나, 마초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바닥에 누웠다.
호거아는 혹여 마초가 일어났나 싶어 뒤를 돌아보고는 다시 염행에게 물었다.
“쟤는 왜 불러?”
호거아가 다시금 구타를 시작하자, 결국 견디지 못한 염행이 소리를 질렀다.
“끄어어어어! 그만하시오!”
그제야 호거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게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당신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고.”
구타가 멈추자 염행은 겨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조금 전의 그 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는 호거아의 눈치를 살폈다.
“한수는 진즉 도망간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보시오.”
호거아는 허리춤에 묶인 전낭을 풀어 염행에게 던져 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으~ 쓰라려라.”
호거아는 절뚝거리며 마초의 앞에 다가가 섰다. 그러고는 마초를 훌쩍 들쳐 메더니, 어딘가로 가 버렸다.
염행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전낭을 허리에 묶었다.
***
퇴각 나팔이 길게 올리자, 홀로 몸을 뺀 한수는 슬쩍 병사들 틈에 숨어들었다. 그러고는 멀리서 마등의 막사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마씨 놈 역시 조정이랑 짜고 친 것이군.’
한수가 양수로 돌아가 마등의 본거지를 모조리 불태울 생각을 하는 그때, 멀리서 기병들 몇이 오는 것이 보였다.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한 예비대라 여겨 손을 흔들었지만, 이내 한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가후가 천천히 자신을 향하여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예비대와 함께 말이다.
“네, 네놈이 어떻게······.”
“이각과 곽사의 손에 죽지 않았냐고요? 반쯤 그리될 뻔하였지요. 강족과 호족이 수천이나 왔으니 말입니다. 그들이 조정을 난장판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은 너무 빤히 드러나는 수였습니다. 숫자가 그렇게 많은데 누가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가후가 손을 흔들자, 기병들이 기마에서 내려 한수를 붙잡았다.
“공께서 수하들에게 무엇을 내주었는지 궁금하군요. 십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을 기억해 저를 따를 정도이니 말입니다.”
“네놈들! 내가 너희를 거두고 키워 주었는데 어찌 나를 이리 대하느냐! 네놈들은 부모도 없느냐!”
가후는 장수의 말에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이리 대했으니 당신을 떠난 것이 아니겠소. 부모도 아닌 인간이 자신을 부모처럼 따르기를 바라고, 그러면서도 모욕을 일삼기나 하는데. 흠, 녹봉은······.”
가후는 병사들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 뭐, 고향에 가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구려.”
“그것이 서북의 법도다! 네놈도 서북 사람이니 알 것 아니냐! 강자가 모두를 가져가는 것!”
가후는 장수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소이다.”
가후가 미련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자 한수는 눈을 파르르 떨면서 말했다.
“그래! 마등, 마등을 내가 제거해 주겠네. 응? 자네들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가. 마등이 살아 있으면 양주는 언제나 위협적인 요소일 것이네.”
“아무렴 한 공만 하겠습니까?”
“내 족인들 모두를 조정에 보내겠네. 아니, 자네가 관중과 서북을 다스리는 것은 어떠한가? 종요 같은 겁쟁이는 어렵겠지만, 자네라면 충분히 서북의 무장을 거느리고 천하를 노려 볼 만하지 않은가. 내 족인들을 자네에게 보내겠네.”
가후가 웃음을 지으며 다가가자 한수도 마주 미소 지었다. 가후가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듯한 모습을 보이자, 한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양주 근황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어떻소? 이미 관중의 다른 제장들은 이미 현 조정에 반기를 들어 올리려 하고 있소이다. 내가 당신을 밀어 올린다면, 그들도 모두 가 공을 밀어줄 것이오.”
가후가 고민된다는 듯 수염을 쓰다듬자, 한수는 기병들을 손을 뿌리치고 가후의 발치로 기어가서 말했다.
“조정의 순가 놈이나 조조의 자식 놈들, 원소의 자식 놈들이 천하를 잡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오? 그들은 황건의 난 때 무슨 일을 했으며, 동탁과 이견(곽사, 이각)이 조정을 농락할 때 무엇했소?”
병사들은 가후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다시 한수를 잡았다. 가후는 그런 한수의 모습을 보고는 죽간과 서도를 품에서 꺼냈다.
“내 그 말을 믿기 어려우니, 나를 따를 제장들의 이름을 죽간에 적어 줄 수 있겠습니까? 연판장 정도는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수는 잠시 자신의 앞에 놓인 죽간을 바라보며 주춤거렸다. 순간, 무엇인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수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가후는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결국 또 칼을 거꾸로 들 생각이었군요. 내가 당신 같은 이를 믿고 어찌 큰일을 하겠습니까? 장수와 마가의 도움이 있으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아닙니까?”
그 말에 한수는 죽간으로 기어가 서도를 쥐어 들고는 사각거리면서 글자를 깎아 냈다.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가후는 한수가 모든 것을 다 적자 병사들을 시켜 서도와 죽간을 빼앗았다.
그런 후, 직접 한수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며 말했다.
“내 공을 풀어주는 것은 족인들이 장안으로 들어오면, 그때 하겠습니다.”
한수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가후는 밝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우선은 조정을 속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이 바로 풀려난다면 저 또한 불안한 일이고요. 또한 고간은 후일 우리의 일에 큰 방해가 될 자가 아닙니까. 지금 조정의 도움을 받으면서 처리하면 더욱 쉬운 일이 될 텐데, 그것을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한수는 가후의 입에서 저희라는 말이 나오자 큰 기쁨을 느끼며 웃음을 지었다.
가후는 한수의 어깨를 두들겨 준 후, 병사들에게 말했다.
“조심히 잘 모시게.”
“네!”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자, 한수도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예를 표하였다.
“후에 장안에서 뵙겠습니다.”
멀리 사라지는 한수를 일변한 가후는 죽간을 펼쳐 들고는 웃음 지었다.
“결국 장수에게 한 약조를 지킨 것이 아닌가.”
가후는 천천히 말을 몰았다. 그의 뒤로 예비대 몇이 따르는 가운데, 멀리서 방덕이 다가왔다.
한수가 포박되어 있는 것을 본 방덕은 가후를 발견하고는 말에서 내려 예를 표하며 말했다.
“역적 한수를 잡은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한수는 우선 장안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방덕은 눈을 굴렸다. 자신이 받은 명령은 분명 한수를 죽이라는 것이었으니, 일이 꼬인 지금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한수는 조정의 역적인데, 바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압송을 하는 것입니까?”
“제아무리 역적이라 하나 항복을 표하는 이를 함부로 참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는 후일 조정에서 죄에 따라 벌을 내릴 사항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덕은 자신에게 말을 높이는 가후의 모습에 약간 당혹스러워하였지만,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결국 방덕으로서는 딱히 무엇을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조정에서 나온 이들을 공격하고 한수를 죽일 수도 없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조정의 관리이시라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가후는 방덕의 말에 살짝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누구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이것도 인연이니, 나중에 술이라도 대접하고자 합니다.”
“남안 방가의 영명(令明)입니다.”
“아, 후의 오른팔로 알려진 방공이시구려. 노신이 참으로 영광입니다.”
방덕은 어정쩡한 웃음으로 예를 취하며 말했다.
“그럼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방덕은 안 그래도 명을 완수하지 못한 터라 빨리 돌아가 보고를 해야 하는 판에 나이 지긋한 관리가 자신을 잡으려 하자 굉장히 난감했다.
“곧 뵙지요.”
방덕조차 사라지고 병사들만 남게 되자 가후는 수염을 꼬면서 생각했다.
‘수춘후는 말이야, 참 재미있는 사람이로군. 한 번도 오지 않은 양주의 인재들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가 하면, 그 성격조차 파악하다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