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3
삼국지 : 미완의 군주 12화
조조는 오랜만에 조부로 돌아왔다. 그는 온난한 표정으로 윗자리에 앉아 아랫
자리에 승태를 앞에 두고 짧은 턱수염을 쓸어 넘기면서 물었다.
“이름을 바꾸겠다고?”
“예, 백부. 아무래도 저와 가까운 이들이 불운이 계속되니, 혹 혼사 이후에도
안 좋은 일이 다시 일어날까 걱정되어 그렇습니다.”
조조는 고개를 숙여 조안민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네 이름은 네 조부께서 직접 내린 이름이다. 그것은 알고 하는 말이더냐? 이
유 또한 알고?”
“조부께서 지어 주신 이름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조는 빤히 승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원하니 그렇게 해야지. 그동안 불운이 네게 계속 찾아온 것도
맞고 말이다. 한데 이리 늦게 찾아오면 어떡하느냐?”
조조는 자세를 바꾸어 승태를 빤히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친영(신부의 집에서 결혼식을 행함)이 코앞인데, 좀 일찍 찾아왔으면 명사들
을 모았을 것 아니냐.”
“아닙니다. 그저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단지 화를 피할 명목입니다.”
“이름을 바꾸는 게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일이더냐? 새로이 태어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인데. 내, 네가 부인을 설득해 준 덕분에 이리 마음 편히 있는데,
천하의 명사들을 못 모아 주겠느냐?”
조조는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으나, 얼굴에는 미소가 만면했다. 승태는 그 이
유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조부가 지어 주신 이름인 치(治)라는 이름은 조부를 다스려 안민을 이루라는
이름이었지. 하인도 정 부인도 알고 있는 내용인데, 조조도 내가 모를 리 없
다고 생각하겠지. 아니, 생각에서 지우길 바라지 마지않을 것이다.’
승태의 귓가에 정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먼저, 조조를 기쁘게 해 줘야 한다. 시아버님의 유산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조에게 맡기면, 그도 너를 더는 없애야 할 사람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 저는 아무런 유산이 없습니다.
― 아직 하나 남아 있다. 치아, 네 이름. 그 이름을 조조에게 바쳐라. 시아버
님이 다스리고 천하의 안정시키라는 유언까지 모두 바치면 그가 너를 거둘 것
이다. 그는 비굴한 자를 사랑하니, 너는 서주로 갈 때까지 비굴해져야 한다.
“백부, 명사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조가의 가장이신 백부가 정하면 될
일입니다.”
조조는 입꼬리를 올리며 얼굴을 고개를 숙였다.
“진정 그리 생각하느냐?”
“당연합니다. 천하의 명사들이 백부보다 시를 잘 지어내지도 못하며 천하의
식견을 따르지도 못한데, 그런 이들에게 받는 이름보다야 더욱 자랑스러울 것
입니다.”
조조는 짐짓 엄중한 표정을 지으며 승태를 바라보았다.
“어허, 명사들을 그리 칭하다니. 네, 공부를 다시 해야겠구나!”
그리 말을 하면서 조조의 입꼬리는 활짝 폈고, 승태를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
였다. 이에 기어가며 앞에 엎드렸고, 그는 직접 일어나 승태를 상 옆에 앉히
며 말했다.
“내, 너를 위한 이름이 생각났다.”
조조는 그 자리에서 무명천 위에 붓으로 건널 제(濟) 자를 적었다. 그러고는
승태에게 이를 보여 주며 물었다.
“어떠하더냐?”
이에 승태가 두 손을 올리자, 조조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름 하나 받는 것에 너무 극진한 예를 차리는구나.”
“백부께서 새로운 삶을 내려 주시는 것인데, 어찌 예를 쉽게 여기겠습니까?”
‘이게 조조가 내려 준 글씨인데 이걸 쉬이 대할까? 나도 어디 소설처럼 천하
영웅들의 사인이나 받아볼까?’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것이지.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좀 아쉬워
하겠구나. 너를 직접 안아 들고 이름을 주셨는데.”
“천하의 영웅이 되신 백부가 새로운 명(命)을 새겨 주신 것을 아신다면 자랑
스러워서 하실 겁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혹 자(字)도 바꿀 것이냐?”
조조가 넌지시 던진 물음에 승태는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정 부인의 말대로
조숭이 내려 준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싶은 것 같았다.
“새로운 이름에 맞게 승태(承泰)로 하고자 합니다.”
“받들어 편안하다, 아니면 큰 것을 받들다··· 인가? 재미있구나.”
조조는 혼자 무슨 생각을 이어 가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승태를 물렸다. 승태
도 고개를 숙이며 그 자리를 물러났다.
승태는 마당에 서서 그가 써 준 무명천을 들고서 이리저리 보았고, 가슴에 품
으며 생각했다.
“하, 심장 떨려 죽을 뻔했네! 글은 진짜 죽여주게 잘 쓰네. 익숙하지도 않던
이름 대신 자를 원래 이름으로 되찾았으니, 남는 장사인가? 어차피 조가의 승
계 문제는 나한테 별 상관이 없으니까.”
승태가 조부를 떠나기 위해 다시 걸음을 옮기려 하는 순간, 누군가 자신을 보
는 느낌이 들었다. 옆을 돌아보자, 웬 어린아이가 자신을 향하여 돌을 던지고
있었다. 속도가 엄청 빠르지는 않아서 궤적을 보고 승태는 빠르게 그것을 피
했다. 그러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 아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능한 놈!”
아이가 삿대질하고 어디로 달려갔다. 승태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욕을 하고
쫓아가려다가 이곳이 조부인 것을 생각하고 입을 닫았다.
‘뭐야, 저 미친놈은?’
승태가 그냥 마음속에 지우고 조부를 다시 나가려는 순간, 유치원생 정도 되
어 보이는 아이 한 명이 달려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종형, 죄송합니다. 형님께서는 큰 형님을 잃은 슬픔을 지우지 못해 그런 것
입니다. 이해해 주십쇼.”
승태의 눈치 센서가 작동했다. 그는 앞의 아이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해 내고
는 고개 숙인 아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식아가 그리 말하면 내 다 이해해야지.”
승태가 조식을 들어 올리자, 조식은 까르르 웃으며 좋아했다. 그런 그를 몇
번 던지듯 위아래로 비행기를 태워 줬다. 이내 내려놓자마자 그가 승태의 다
리를 잡으며 말했다.
“재미있어요! 제가 마치 매가 된 것 같습니다. 또! 또 해 주세요.”
조부 내에서 이렇게 행동해 줄 어른은 하후돈이나 조홍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두은 전쟁 준비로 바쁘니, 오랜만에 놀아 줄 사람을 만나 이렇게 조르는
것이었다.
‘애가 표현이 멋지네. 이러니 조조가 좋아한 건가?’
승태는 다시 몇 번 조식을 들었다 놓고 있는데, 한 여인이 밖으로 나와 자신
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갑자기 메스꺼운 느낌이 들었으나, 이내
승태도 예를 표했다.
“저희 애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조식은 승태의 뒤로 숨었다. 그녀와의 이야기로 그녀가 변 씨임을 파악한 승
태는 조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린아이가 놀아 달라는 것인데, 그것을 무례라고 할 수는 없지요.”
“식아야, 오너라. 오늘 할 공부가 남았다.”
조식이 자신을 약간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 승태는 과거 학원가가 힘들
어서 친구와 피씨방을 찾아간 기억이 떠올랐다. 승태는 웃으면서 조식을 엎어
들고 말했다.
“종제와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결혼하여 더 멀어지기 전에 깊이 대화하고
자 하니, 이해해 주십쇼.”
변 씨가 찬찬히 바라보았고, 승태는 그런 그녀를 향해 예를 취했다. 변 부인
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변 부인이 예를 취하고 물러나자, 승태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목을 잡은 조
식을 돌아보았다.
“오늘은 이 종형이랑 허도 구경이나 하자.”
조식은 방방거리면서 등 위에서 몸을 흔들었고,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자세를
다시 잡았다. 그러고는 그를 업은 채 마차로 향했다.
마차에 올라탄 조식은 대로 밖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솔직
히 승태도 모르는 것이 태반이라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
그러나 그런 승태를 마치 천재를 대하듯 그는 연신 대단하다며 반응을 보였
다. 승태로서는 그가 예뻐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민가를 지나 돌아오는 길, 조식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에 승태는
조식에게 물었다.
“어찌 그리 얼굴이 좋지 않으냐? 민가가 더럽거나 그래서 그런 것이냐?”
그렇다고 한다면 한바탕 꼰대스러운 이야기를 하려던 승태는 조식의 대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워서 그렇습니다. 황도 근방의 백성들이 저러할진대, 전장의 근처의
백성들은 어떠하겠습니까. 저보다 못한 삶이라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지 걱
정입니다.”
애늙은이 같은 말에 승태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말이 옳다. 황도 근처의 민가도 무거운 세금으로 자신의 꿈을 생각하지
못하는데, 전란이 일어나는 지역의 백성들은 오늘 하루의 식사가 일생의 꿈이
요, 목표일 게다.”
조식은 반짝이는 눈으로 승태의 손을 톡톡 치면서 말했다.
“종형! 저는 그래서 아버지와 같이 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도와
천하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종형은 어떻습니까?”
승태는 잠깐 생각하다가 어린아이에게까지 속이고 싶지 않아 솔직하게 말했다.
“나? 나는··· 잘 모르겠구나. 내 능력이 부족하여 주변 사람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니, 큰 뜻을 이룰 수는 없고······.”
이제까지 그저 살아남기 위해 고생하고 치욕을 감수하는 삶의 모습들이 승태
의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과거에서 느끼지 못하는 미래의 편안함
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는 미래의 친인들이 떠올라 절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저 나를 지키고, 편안함을 만들고, 내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 정
도의 목표밖에 없구나.”
그 말에 조식도 눈시울을 붉히며 승태의 손을 잡고 말했다.
“종형! 큰형님의 죽음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리고 종형이 말한 바야말로
진짜 큰 뜻입니다. 수신(修身)하지 못하면 제가(濟家)하지 못하고, 제가(濟
家)하지 못하면 치국(治國)을 할 수 없으니,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을 누가 뭐
라 하겠습니까?”
승태는 자신의 마음을 생각하여서 달래는 조식이 너무 예뻐 보였다. 그래서
조식을 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혀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이는 조
식이 잠이 들 때까지 이어졌다.
조식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을 본 승태는 그를 조심이 엎어 들고 조부 안으
로 들어왔다. 그러자 이전의 그 미친놈, 조비가 당당히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무능하고 멍청한 놈! 이제는 내 동생도 죽이려 하느냐!”
‘누가 누굴 죽이려 해? 조식을 죽이는 건 너면서.’
승태는 조비를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으나, 조비가 갑자기 칼을 꺼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조비를 발로 차 버리고 말았다. 승태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차서 멀리 날려 버렸다.
조비는 이를 갈며 울면서 승태를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저놈이 나를 죽이려 한다!”
근위병들이 조비의 말에 달려왔고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이내 승태의 모
습을 보고 칼을 집어 놓고 예를 표했다. 그러자 조비가 분기하여 호위병들에
게 고함을 쳤다.
“이놈들! 조가의 돈을 먹는 자들이! 조가의 자제가 공격당하는데, 그놈에게
예를 표해!”
근위병들이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자, 조비는 칼을 찾으려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승태는 화가 끝까지 차올라 조비의 목덜미를 잡아 올렸다.
이에 조비가 또다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고, 이 소리에 집안의 사람들이 모
두 뛰어나왔다. 조조의 모습이 보이자 그는 켁켁거리면서 죽을 것 같은 표정
을 지었다.
조조가 분노하여 무어라 말을 하려는 순간, 정 부인이 갑자기 변 부인의 뺨을
크게 후려쳤다.
“아들 교육을 어떻게 했기에 명공을 살린 공신의 손이 나가게 하는가! 그리고
같은 종형을 마치 적을 대하게 하니, 이 일을 내 깊이 새길 것이다!”
갑작스러운 정 부인의 대응에 조조와 그곳에 있는 모든 인물이 벙쪘다. 조조
도 대충 상황을 인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날이 어두워 식이를 데려온 안민이를 잘못 본 듯하구나. 호위병들은 돌아가
있으라.”
그리고 조조가 정 부인에게 다가가 속닥였다.
“부인, 너무 과한 것 아니오?”
조조의 말에 정부인이 돌아보며 째려보자, 조조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냥··· 나는 다른 이들도 보는데, 자식을 낳은 첩을 때리는 건 과한 것 같
아······.”
“가내의 일은 처인 제게 맡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하신 말을 무르시렵
니까?”
“아니네. 그럴 일이 있겠는가? 부인이 알아서 하시게. 내, 들어가지.”
조조는 꼬리를 내리는 것마냥 살며시 웃으며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는 방으로
냅다 들어가 버렸다. 정 부인은 변 부인에게 다시 말했다.
“내 비의 악행을 모두 알고 있다. 지금껏 눈을 감고 있었는데, 더는 참고 있
기가 어렵구나. 네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제대로 교육하거라.”
정 부인의 말에 변 부인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목덜미가 잡혀 있는 조비
에게 다가왔다. 이에 승태는 조비를 내려놓고 예를 취하고 물러났다.
조비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변 부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조비의 뺨을 세차
게 때렸다. 승태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았다. 조비도 처음에 맞을 때는 자신
이 맞을 줄 모르다가 맞고 나서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승태는 당연히 조비가 울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는 울지 않았다. 그 대신에
조비에게서 싸늘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변 부인의 눈에서도 분노
와 굴욕감을 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젠장··· 이건 내가 엿된 것 같은데?’
승태는 떨리는 마음에 정 부인을 보았으나, 그녀는 웃음을 짓다가 몸을 돌려
방으로 들아갔다. 변 부인은 죄를 청하며 승태의 앞에 엎드리며 말했다.
“도련님, 부디 비아를 용서해 주시지요.”
승태는 여전히 조식을 업은 채 엉거주춤 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누가 다친 것은 아니니, 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비아의 행
동이 과격하여 조금 놀랐습니다.”
조비는 맛은 볼 쓰다듬으며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 눈이 마치 지옥의 불타는
불과 같아서 피라도 뿜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승태는 그런
눈을 한 그를 후려치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생각했다.
‘내가 집안에 입김을 내뱉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가 살려면 일을 좀 해야겠
다. 조비, 네가 황제 되는 건 꼭 막는다. 절대 못 하게 할 거야. 위나라가 만
들어지지 않는 한이 있어도.’
승태는 계속 엎드려 있는 변 부인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식이를 데리고 허도 주변을 돌며 많은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식이가 참으로 어여뻐 시간을 모르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그만하시고, 식이를 방으로 데려가시지요. 밤이 차, 혹여 고뿔이 걸릴까 걱정
됩니다.”
변 부인은 승태의 말에 조심히 일어나 조식을 받아 들었다. 승태는 웃으며 말
을 이었다.
“저도 조가의 사람입니다. 이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니 식이를 재우
시지요.”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나서 조비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고, 승태는 써늘한 감
각에 몸을 한 번 떨고 나서 조부 밖으로 나섰다.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네. 올 때마다 거지 같은 일이 일어나니 말이야. 혼
인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절대 안 돌아와야지.”
승태는 조부의 대문 앞에서 옷을 한번 털어 내고는 자신의 저택으로 향했다.
***
보름 동안 진등은 사촌인 진우에게 광릉을 맡기고 직접 여포와 조조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승태와 여포의 여식의 혼사의 세부 내용을 교섭하기 위함이
었다.
정치적인 수 싸움이 보이는 듯싶었으나, 이미 진가가 조조를 지지하는 상황에
서 모든 내용은 조조가 원하는 대로 흐르는 것 같았다. 모든 사항이 정해지
자, 혼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진등이 직접 승태를 모시러 왔다.
진등은 승태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