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34
수춘성의 민란은 너무나 사소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건 바로 수춘의 백성들은 세금을 내지 않지만, 기주민들은 세를 낸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내용을 훑어보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었다. 원래 수춘에서 거주하던 이들은 자신들의 거주하던 땅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성을 다시 건축하기 위한 노동을 제공하였다.
이에 승태는 수춘의 성민과 백성들에게 두 해간의 면세를 포고하였다.
그 후에 들어온 기주민들은 수춘의 백성들이 일구어 놓은 땅 위에 들어온 것이니 집과 땅을 내주면서 오 년간 사 할의 세를 걷었다. 그것도 병역을 지는 이들은 삼 할로 낮추어 주는 조건으로 말이다.
이를 숙지시킨 것이 불과 한 해 전이지만, 기주민들은 내부의 선동으로 성내에서 봉기를 시작하였고, 이제 그 목표는 수춘후의 가족들이었다.
“현령! 폭도들이 지금 주공의 저택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성문으로 보낼 군수 물품을 정리하던 여대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이내 현령부 안으로 들어가 검과 갑주를 걸치고는 군병을 이끌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내가 분명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 부인께 말을 전했는데. 빌어먹을!”
여대는 말을 타고 빠르게 승태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일천이 넘는 이들이 모여 횃불과 무기를 든 채 서 있었다. 여대는 검을 들어 그들에게 외쳤다.
“물러나라! 이곳은 수춘후께서 거하는 거처이니, 네놈들이 감히 올 곳이 아니다!”
그 말에 기주민들은 분노하여 위협을 가해 오자, 여대는 그들을 향해 재차 소리쳤다.
“지금 너희가 하는 행위는 반역이니, 해산치 아니하고 계속 후의 거처로 향한다면, 네놈들을 처형하고 삼족을 멸할 것이다!”
“닥쳐라, 양주의 악덕한 놈들아! 우리 기주민들이 네놈들 같은 거렁뱅이들에게 무릎 꿇을 성싶으냐! 우리는 수춘후의 악독한 행태를 징벌하고, 기주로 돌아갈 것이다!”
여대는 그들의 말에 이를 갈았다.
“누구에게 감히! 이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
그러면서 생각했다.
‘주환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단 말인가. 후가 거하는 저택이 코앞인데 말이야!’
여대는 병사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빨리 도위를 불러와라! 성에서 난리가 났는데,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이야?”
여대가 그들을 돌파하여 저택으로 향하려는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반전하더니 기주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곧 기주민의 의용병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그만 들 하시오! 지금 하는 짓은 악적들의 간악한 술수에 의한 것이니, 부디 정신 차리시오!”
“네놈들은 자존심도 없느냐! 수춘 놈들이 우리의 피를 빨아서 잘사는 것 아니냐! 우리의 것을 다 빼앗아 수춘후도 잘사는 것이고! 수춘후의 모든 것은 우리의 것이다! 악적인 수춘후의 모든 것을 빼앗고, 가족들을 잡아들이자!”
기주민들이 그 말에 동조하며 다들 다시 승태의 저택으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몇몇 유협들이 나타나 수춘후의 저택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외쳤다.
“그곳에서 한 발만 더 다가오너라. 모두 참하겠다!”
그러자 이미 앞뒤로 포위되었다고 생각한 폭도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택으로 들어가 수춘후의 가족을 인질로 잡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선동에 폭도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이에 놀란 여대는 빠르게 말을 몰아 그들을 막아섰고, 유협과 기주 의용병들이 무기를 들고 겨눴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니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중과부적임을 느낀 고수들은 몇을 베어내고는 빠르게 그 자리에서 물러나 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성을 잃은 폭도들이 벽에 달라붙고 문을 부수면서 저택 안으로 침입했다. 그들은 집 안 곳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값진 물건을 두고 서로 싸우는 와중에 몇몇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수춘후의 가족을 찾아야 한다! 수춘후의 가족을 잡아야 하오! 그래야 우리가 무사히 밖으로 나갈 수 있소!”
그러나 그들의 말은 이성을 잃은 이들에게 들리지 않고, 원래 목적이 있던 이들만 가족들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승태의 식솔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살피는 도중 지하로 이어진 공간을 찾아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보아도 피신을 위한 비밀 통로였기 때문이다.
지하 통로의 문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이 중 한 명이 몸을 숙여 바닥을 만지며 말했다.
“수레바퀴 자국이 이미 굳은 것으로 보아 오래전에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저택 내에 세작이 있지 않았는가? 이러한 정보는 어째서 나오지 않은 것이지?”
반쯤 포기한 그들은 어디로 통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레 문을 밀었다.
끼이익.
그러자 철문이 열리며 오용과 병사 몇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용을 알아본 침입자들이 석궁과 칼을 뽑아 들려 하는 순간, 오용이 말했다.
“처리하게.”
머리와 발목까지 가리는 나무 방패를 든 병사들이 석궁 공격을 막아 내고는 짧은 칼을 꺼내 들었다. 평소 중국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글라디우스와 더 비슷한 형태의 검이었다.
병사들이 순식간에 당도하자 추격자들은 빠르게 칼을 꺼내려 했으나, 좁은 굴에서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검을 뽑지 못하고 버벅대는 사이, 병사들의 칼이 옆구리와 허벅지를 찔렀다.
정확히 동맥이 자리한 곳을 노려 깊게 찌른 병사들은 더 공격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순식간에 좁은 통로에 선혈이 낭자해졌다. 검에 찔린 추격자들은 곧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몇몇은 급히 등을 돌려 도망쳤다.
오용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진 대리도 너무하시지, 굳이 이렇게 주인님의 체면을 깎아서 이렇게 해야 하는가. 집에 들어간 물품이 얼마나 비싼지 알면 이리하지 못했을 텐데.’
오용은 진궁의 의도를 이해하기에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갱살당할 놈들을 살려 두었더니 말이야······.”
다시금 문을 닫고 커다란 목재들을 쌓아 가린 오용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게 다 네놈들의 죄악이다.”
***
잠시 뒤, 집이 전체적으로 흔들리며 안에서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기주민들은 놀라 서둘러 저택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미 사방이 포위되었음을 깨달았다.
커다란 방패를 든 병사들 뒤로 몸집이 탄탄한 병사들이 이상한 항아리들을 집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자 항아리가 깨어지며 걸쭉한 무엇인가가 흘러나왔다.
이어 화전(火箭)들이 비 오듯 쏟아지며 목재 저택을 태우고, 순식간에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이들이 밖으로 뛰쳐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궁수들의 공격에 다시 저택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화마가 점점 커져 나가는 순간, 누군가가 지하에 비밀 통로가 있다는 말을 꺼냈다. 당연히 그곳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렸다.
콰아앙!
잠시 후,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은 폭음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것을 본 주환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여대는 주환의 말에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지금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는가?”
“당연히 계획되어 있었지요. 이미 대리께서 이곳저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으니 말입니다.”
그 말을 꺼낸 주환을 바라보며 여대는 약간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을 어찌 나만 몰랐단 말인가. 그래도 내 주공께서 임명하신 수춘의 현장인데 말이야.”
“그건 현령께서 매우 호들갑을 잘 떠셔서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아, 알겠네. 이 모든 것이 다 주공을 향한 내 충성심이 뛰어난 탓 아니겠나.”
여대가 크게 콧김을 뿜으며 잘난 척을 하자, 주환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
한편, 유엽과 조단은 성루에서 집이 불타는 광경을 고스란히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님, 저들은 왜 저런 짓을 저지른 것인가요?”
“그게 다 부질없는 욕심 때문이지요.”
“아버지가 많은 것을 내주었는데도 그런단 말이에요?”
“백성들의 욕망은 끝이 없으니 말입니다.”
조단은 해탈한 듯 말하는 유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듣던, 욕심에 관한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리들은 어떠한가요?”
“유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나아가야 할 바를 배우고 깨우치는 이들입니다. 충과 효를 아니, 저들과는 다르지요.”
“그럼 어째서 유자들은 백성을 가르치지 않나요?”
유엽은 말없이 조단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유엽은 그런 조단을 보며 겨우 다섯을 넘긴 아이가 할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하긴 애당초 평범한 아이라면 불타는 집을 보며 두려워하거나 화를 냈겠지. 수춘후는 도대체 어떤 괴물을 낳은 것인가.’
그저 제집이 불살라지는 것을 담담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한발 더 나아가 원인에 대해 고찰한다는 것은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어머니께서 걱정할 것입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유엽은 조단의 뒤를 따라서 그 자리를 떴다.
***
같은 시각.
진궁은 원환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죽간을 통해 수춘후의 저택 안으로 들어간 이들이 모두 죽었음을 확인하였다.
보고가 적힌 죽간을 그대로 화로 속으로 던진 진궁은 물끄러미 원환을 바라보았다. 진궁의 앞에는 몇몇 인물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올라와 있었다.
진궁이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자 원환이 대신 설명하여 주었다.
“원가에서 감히 모반을 획책한 인물들입니다.”
진궁은 종이를 고이 접어 다시 상 위에 올려두고 원환에게 물었다.
“이런 것을 내준 것은 원가가 이번 일과 상관없다고 선을 긋고 싶은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입니까?”
“어찌 다른 생각이 있겠습니까? 그저 수춘후께서 양주와 서주를 더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도울 뿐입니다.”
진궁은 원환의 솔직한 말에 서신에 적힌 이름을 내려다보았다.
“원가의 인물들이 많소이다.”
“그만큼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기 어렵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알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리했다면 깊숙한 뿌리까지 발굴하기 어려웠지 않겠습니까? 진 대리께서 행한 일과 같이 말입니다.”
진궁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음을 흘렸다.
“하긴 내가 떠올린 것보다는 그대의 방법이 좀 덜 과격하고 더 잘 알아볼 수 있었겠군.”
“그러나 대리께서 행한 방법은 다른 이유가 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네. 이 정도 했으면 수춘현의 모든 현민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틀어박혔을 것이네. 반군 놈들은 모조리 쓸어 버려야 한다고, 어떠한 손해를 입어도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도 그런 피해를 받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될 테지.”
성내에 피신을 온 모든 현민들은 불타오르는 승태의 저택을 보며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양주인들은 두려움과 분노를, 그리고 기주민들의 가슴속에는 죄스러움이 뿌리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