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35
서주에서 급히 돌아온 승태는 현재 가족들이 머무는 관내의 저택으로 향하였다.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선 승태는 혹여나 하는 마음에 커다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단아! 혜야! 경아! 연아!”
흙먼지를 온통 뒤집어쓴 승태는 얼마나 말을 급히 몰아 왔는지, 얼굴에 땟국물이 가득하고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물씬 느껴졌다.
“주공, 아기씨들과 부인들은 모두 안전하시옵니다.”
무엇에 홀린 것 같은 승태를 주변의 호병들이 진정시키려 했지만, 승태는 도리어 그들을 밀어 버렸다.
“주, 주공······.”
승태가 체력을 증진한답시고 매일 훈련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속수무책으로 밀려난 호병들은 그저 마당에 서서 멍하니 승태를 바라보았다.
“단아! 혜야! 경아! 연아!”
승태는 재차 가족의 이름을 반복해 불렀고, 그때, 마당에서 조단이 뛰어왔다.
“아버지!”
조단이 무사한 것을 본 승태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었다.
“단아, 무사했구나. 다른 가족들은 어찌 되었더냐?”
조단은 승태의 엉망진창의 모습에도 품에 꼭 안기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 아저씨와 서 형아가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해 줘서 무사히 이곳으로 왔어요.”
그제야 승태는 마음을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진 노사가 경고했음에도 나는 참으로 안일했구나. 하긴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일이 잘 풀렸으니, 가족까지 위협받을지는 몰랐지.”
안일했다. 순가의 무사뿐 아니라 관내에는 진궁과 주환도 있었다. 그렇기에 혹시나 하는 방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결과는 뼈아프게 다가왔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소중한 가족들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했을 것이다.
승태가 자신을 책망하며 눈물을 흘리려 하자, 조단이 얼굴을 닦아 주며 말했다.
“아버지 얼굴에 지지가 많아요. 저더러는 매일 씻으라 했으면서 이렇게 더러우면 어떻게 해요?”
천진난만한 조단의 말에 승태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오려 했다. 그러고는 이내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는 조단을 들어 떨어트렸다.
“아버지가 이래저래 아주 더럽구나. 내 집사람들과 경이를 보고 난 후에 씻어야겠다.”
그러자 단이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아버지. 경이는 씻은 후에 보세요. 혹여 경이가 지지 때문에 아야 하면 작은어머니가 많이 슬퍼하실 거예요.”
승태는 조단이 걱정스럽다는 듯 말하자 크게 웃음을 지었다.
“우리 단이가 벌써부터 경이를 생각하는 의젓한 형이 되었구나. 그래, 네 말이 옳다. 내 생각이 짧았구나.”
칭찬을 받은 단이는 배시시 웃으며 몸을 흔들흔들했고, 승태는 그런 단이의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같이 씻겠느냐?”
“네!”
“그래. 이보게, 단이와 같이 씻고자 하는데, 욕탕을 준비해 주시게. 그리고 향감(香鹼)을 썼으면 하는군. 혹시 안에 있는가?”
향감은 승태가 시험 삼아 만든 비누였다. 하지만 이걸 만들고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졌다.
향감에 들어가는 기름이 적지 않아 차라리 병사들에게 먹이는 것이 더 나을 판인 것이다. 그래서 결국 시험 삼아 만든 몇 개만 남겨 놓은 터였다.
승태의 주문에 허겁지겁 달려온 시비들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며 말했다.
“네. 말씀하신 대로 준비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그리 좋으냐?”
“넵! 거품 놀이하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아비가 온 것보다 거품 놀이를 할 수 있어 더 기쁜 듯싶구나.”
조단은 뜨끔했는지 혀를 쭈욱 내밀었고, 그런 조단이 귀여워 안아 들려던 승태는 자신의 꼴을 보고는 그저 웃음 지었다.
“어서 씻어야겠구나. 이 모습을 보면 네 어미도 나를 엄청 혼낼 테니 말이다.”
“네!”
***
어린 아들과 한창 거품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승태는 밖에서 여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살짝 문을 열어 밖을 살폈다.
그러자 여혜가 안으로 들어서며 짐짓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오자마자 단이만 챙기시는 거예요?”
“부인, 아니, 그것이 아니라 내 몸이 워낙 더러워진 터라······.”
“그게 아니면 뭐예요? 지금 밖에 진 노사께서 스스로 포박하고 죄를 청하고 계신 것은 아세요?”
“으응? 갑자기 진 노사께서 왜······.”
“자신의 부족한 책략으로 말미암아 주공의 가족들 안위를 위협했다고 그런 것 아니에요.”
“으음······.”
승태는 그제야 죽간에 적혀 있던 내용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 노사께서도 나이도 좀 생각하시지. 계속 곁에 계셔야 할 분이 무리하면 안 될 텐데 말이오. 후임이라고 정한 사람은 아직도 패공의 곁에 있고, 친우는 장안으로 갔는데 말이오. 이런 걸 보면, 진 노사가 어째 나를 길들이는 것 같지 않소?”
여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승태의 볼을 두 손으로 움켜잡으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몰락했는지 몰라요? 내 말 잘 들어요. 솔직히 머리 쓰기 싫어하잖아요. 그 좋아하는 물건이나 만들려면 진 노사를 잘 따르도록 해요. 그럼 모든 게 알아서 굴러갈 거니까.”
“그래도 내가······.”
여혜의 눈매가 사납게 팍 올라가자, 승태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알았소. 그나저나 어디 다친 데는 없소?”
“없어요. 나는 단이가 더 걱정이네요. 좋아하는 물건들을 하나도 못 챙겼는데 너무 담담해 보여서. 아이답지 않게 말이에요.”
승태는 거품 놀이를 하는 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내가 다시 만들어 줄 거로 생각하는 것 아니겠소? 다시 만들려면 집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더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말이오.”
“어쩌면 그게 더 좋은 것일 수도 있겠네요. 매번 이야기할 때마다 당신을 언급하는 걸 보면.”
“경이는 어떻소? 씻고 난 후에 보러 가긴 할 테지만 말이오.”
“오늘은 그러지 마세요. 이제 겨우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면 분명 칭얼거릴 테니까요.”
“그래도······.”
여혜가 다시금 인상을 찌푸리자, 승태는 깨갱 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신 연이하고 이야기나 많이 나눠요. 매번 먹는 거, 입는 것 걱정에··· 아휴, 누가 보면 애인 줄 알겠어요.”
“알아들었소. 그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승태가 웃음을 지으며 여혜의 볼에 입을 맞추자, 조단이 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마치 장풍을 쏘듯 물을 밀어내었다.
푸아아아!
물을 뒤집어쓴 승태는 다시 조단을 안아 들고 물에서 놀기 시작했다.
***
결국, 여혜에게 한 번 더 잔소리를 들은 승태는 급히 목욕을 마쳤다.
그러고는 마당에서 스스로를 포박한 채 무릎 꿇고 죄를 청하는 진궁을 볼 수 있었다. 그 옆에서는 서서와 원환 또한 승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승태는 숨을 크게 내쉬고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두 분은 잠시 별채에서 차를 좀 들고 계시지요.”
그러자 진궁이 포박 사이로 손을 들어 올렸다. 약간 우스운 모습이지만, 승태는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
“할 말이 있으십니까?”
“원 장사는 여기 있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서 율령사만 별채로 가면 될 것 같군.”
서서는 어찌할 줄을 몰라 잠시 눈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러자 시비가 다가가 그를 별채로 안내해 주었다.
이제 셋만 남은 상황에서 승태가 직접 포박을 풀어주려 하자, 진궁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되었습니다. 저도 필요하여 이렇게 한 것이니, 굳이 풀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금 있다가 옥에도 들어갈 것입니다.”
진궁의 말에 승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지천명(知天命, 오십)을 지나 이순(耳順)에 가까워져 가는 진궁이 옥에 들어가겠다는 것은 결국 골병이 들고 싶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오래 앉아 있기만 해서 성인병 걱정이 되는 참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신 것입니까? 노사께서 옥에 들어가면 골병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뭇 관리들이 웃을 것입니다. 제가 명을 잘못 내려 이 사달이 벌어졌는데, 그것으로 노사를 옥에 가두다니요.”
“그래도 주공의 식솔들을 위험에 빠트린 것은 사실이니, 벌을 받아야 함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후일 주공의 면이 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에서 감히 주공더러 허수아비라 하지 않습니까. 그러하니 이번에 엄정한 모습을 보이고 주공의 권위를 알려 줌이 맞습니다.”
“에유, 알아서 하세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화로나 이불, 음식 등은 넣어 드리겠습니다. 그것마저 거절하지는 마십쇼.”
“알겠습니다.”
“그런데 원 장사는 어째서 세워 둔 것입니까? 이런 이야기가 딱히 비밀이랄 것이 없기는 하지만, 굳이 들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승태의 물음에 진궁은 원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올리시지요.”
그러자 원환이 품에서 종이를 꺼내어 승태에게 건네었다. 승태는 그것을 받아 읽으며 무심히 말했다.
“이자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아직 죽은 것은 아니지요?”
“물론입니다. 벌을 내리실 분은 주공이니 말입니다.”
“뭐, 갑자기 제게 일을 넘기시니 좀 웃기기는 하지만, 제 가족이 위험할 뻔하였으니 제가 직접 심문하도록 하지요. 따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까?”
승태의 물음에 진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글쎄요. 심문을 통해 나오는 정보가 과연 얼마나 정확하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하여튼 여장의 그 개자식들은 어찌할 것입니까? 제가 직접 군을 이끌까요?”
“아닙니다. 굳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수문 때문에 수춘 근방의 농지를 죄다 버릴까 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누구도 그 문제 가지고 주공께 뭐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진궁의 말에 승태는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설마··· 이것 때문에 제 집을 날려 버리신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자 원환이 나서 진궁을 대변하였다.
“주공께 반기를 든 기주민들을 솎아내기 위해 그런 것이니, 혜량해 주셨으면 합니다.”
진궁의 표정을 살핀 승태는 그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으나, 진궁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술이라도 드려야 입을 여실 것입니까?”
“손이 이래서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진궁이 손을 까닥이며 도발하자, 승태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나이가 드시면서 넉살과 농이 많이 느셨습니다. 술은 제가 먹여 드리겠습니다.”
“하하, 주공의 대공자님이 워낙 귀여워야 말입니다. 놀아 주려고 오다 보면 자연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승태는 진궁의 자식 칭찬에 그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농담은 되었고, 진짜 왜 그런 것입니까? 이러면 기주민들이 장강 이북에서 정착하기 어려워질 것 같은데. 아니, 수문까지 터지면 사람들이 그냥 죽이려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진궁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병사도 보충하고, 장강 너머로 기주민을 밀어 넣으려고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주공께서 양주 전체를 직접 통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색이 양주목인데, 아직도 나누어진 양주를 다스리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