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37
수춘에서 발생한 내란이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진압되었다는 소식에 여장 내 분위기는 굉장히 침울해져 있었다.
그때, 한맹이 나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오. 우리가 물길을 잡고 있으니, 분명 수춘후는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와 협상을 할 것이오.”
그러자 하건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배운 분이오. 하긴 우리가 수문을 열면 수춘성 근처의 모든 농지는 그야말로 개판이 될 텐데, 협상해야지. 암.”
한맹이 손뼉을 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러는 것은 어떻겠소? 협상에 나올 신하를 사로잡고 협박하는 것이오. 아니, 수춘후가 직접 협상에 나오면 그를 처단하고 수춘성을 먹는 것이고.”
머릿속으로 행복 회로를 엄청 돌리는 한맹의 말에 하건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하긴 수춘후만 없으면 저놈들이 놀라 까무러칠 거고, 그게 아니라도 마음 여린 수춘후가 관리를 잡으면 벌벌 떨면서 우리 조건을 다 들어주겠구려! 역시 하북에서 배운 사람답소!”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기훈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를 나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한맹과 하건은 자신들의 상상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무엇을 하면 저것을 할 것이고, 저것을 하면 이렇게 된다. 마치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처럼 말하는 그들은 낙관적인 말을 서로 꺼냈다.
한편, 밖으로 나온 기훈은 엄청나게 술이 당겼다. 그냥 확 취해서 퍼질러 자고 싶지만, 기령에게 배운 습관들이 그가 일탈하는 것을 막았다.
“휴, 도적놈들과 손을 잡는 것이 아니었는데.”
계속해서 후회가 가슴속에 몰아치고, 이내 원환의 서신을 떠올리고는 이가 갈렸다.
[네놈들은 선을 넘었다.]“원가마저 나에게서 등을 돌리다니. 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크읍!”
순간, 화가 나서 기령이 원술에게 받은 장군의 인장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하남의 원가가 나를 어찌 이리 대하는가! 끝까지 원가에 지킨 나의 충의가 이리 무시당해야 할 것인가!”
크게 낙담한 기훈은 그대로 막사로 들어가 술과 여인을 찾아 광란의 밤을 보내려 했다. 그러나 결국 욕망을 세우기보다는 죄책감과 걱정에 취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기훈은 바로 수문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기훈이 군을 이끌고 떠났다는 이야기에 한맹과 하건은 놀라 그 뒤를 쫓았다.
“빌어먹을, 그놈이 수춘의 원가와 계속 접촉할 때부터 알아봐야 했는데!”
“수문의 병사들을 죽인 후, 우리를 빼고 수춘후와 협상하려는 것이 아니겠소?”
“하긴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었으니 자신도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겠지. 우리의 신기묘산한 계책을 그리 떠벌리는 것이 아니었는데!”
“맞소! 그럼 이미 수춘후에게 보낸 서신을 어찌해야 하오?”
“뭘 어떻게 하겠소? 우리가 빨리 기훈을 베어 버리고 다시 차지하든지, 아니면 그냥 원래 하려던 대로 해야 하지 않겠소. 그냥 사신 놈을 사로잡읍시다.”
두 사람이 기병을 몰고 수문 근처에 도착하였으나, 수문은 이미 기훈이 차지한 뒤였다. 기훈은 수문 위에서 이들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참으로 빨리도 오셨소이다.”
조롱하는 그 말에 하건은 한껏 분기를 내뿜으며 기훈을 욕하였다.
“야, 이 미친놈아! 내가 네놈이 막사에서 즐길 수 있게 술도 주고 여자도 줬는데, 이렇게 날 배신해?”
그러자 한맹이 깜짝 놀라 하건을 말렸다.
“그렇게 욕을 하면 아니 되오. 저놈이 욱해서 수문을 열어 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하건은 순간 놀라 자신의 입을 때리며 말했다.
“으으으, 그럼 어찌해야 하겠소?”
“잘 달래서 수문을 포기하고 내려오게 해야지 않겠소?”
“그 말이 옳소. 훈아, 네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이해······.”
“맞다. 네가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수춘을 차지하여 원가를 다시 일으키려 했다고 하던데··· 그 마음 알지, 다 알아.”
기훈은 바보 같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놈들이 어떻게 지금껏 군을 이끌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저런 놈들을 믿은 나도 미친놈이었구나.’
기훈은 허탈한 듯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네놈들은 이 수문만 가지고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
“그래! 네놈도 그것을 알기에 지금 그곳을 차지한 것 아니냐!”
기훈은 그를 비웃듯이 말했다.
“으하하!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났다!”
“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기훈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살아야겠다. 어차피 하남의 원가도 지들만 살길을 찾으려 했으니 말이다.”
기훈이 깃을 들어 올리자 병사들이 도르래를 돌려 수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건과 한맹은 깜짝 놀라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 개자식아! 으아아아!”
기훈은 혹여 두 사람이 다시 수문을 차지할까 싶어 도끼로 수문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빠가가가가각!
곧 나무로 만들어진 수문이 갈라지더니, 강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커다란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기훈은 빠르게 말에 올라 병사들에게 말했다.
“모두 흩어져라! 내 후일 다시 부를 터이니, 그때까지 몸을 숨기어라!”
“충!”
기훈의 명에 따라 병사들은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고, 기훈은 아버지가 물려준 도끼를 거세게 몰아치는 강에 던져 버렸다.
겨우겨우 몸을 피한 하건과 한맹은 터져 버린 수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먼저 정신을 차린 한맹이 허탈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제는 협상이고 뭐고, 도망가야 하지 않겠소?”
“그 말이 맞소. 내 배들이 작피에 있으니, 그것을 타고 파양이나 소호에 숨어 있다가 전 군사가 말한 손가가 일어날 때, 다시 기회를 노려 봅시다.”
“그럽시다.”
그러나 헐레벌떡 돌아온 그들을 반겨준 것은 손분과 손보의 병사들이었다.
한맹과 하건은 자신들의 막사의 이상함을 알아차릴 겨를도 없었다. 피 칠갑을 한 손분의 부곡들이 사방을 포위하며 순식간에 창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이게 무슨!”
손분은 소리치는 하건을 향하여 곧장 삼단노를 쐈고, 하건은 자신의 무예를 뽐내듯 대도를 이용하여 화살을 막아 내었다.
“흐흐흐흐, 그런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자 손분은 삼단노를 옆의 병사에게 맡기고는 도끼를 뽑아 하건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신호 삼아 손보와 함께 손가의 병사들도 공격을 개시했다.
한맹은 급히 대도를 들어 올려 반격에 나서려 했지만, 부곡들은 이런 전투는 능숙하다는 듯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공간이 생기자 하건의 병사들은 말을 내달려 그대로 밀어붙이려 했다. 하지만 창병의 뒤에 서 있던 병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노를 들어 시위를 당겼다.
결국 하건의 기병들은 속절없이 화살에 맞아 쓰러져 갔다.
분노한 하건은 말에 탄 채 그대로 손분을 밟아 버리려 했지만, 손분 또한 만만치는 않았다.
손분이 빠르게 옆으로 피하자, 하건은 대도를 내려쳤다.
탕!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대도에 박혔고, 손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끼를 휘둘러 대도를 박살 내 버렸다.
무기를 잃은 하건이 황망해 하는 사이, 손분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짧은 비도를 날렸다.
“끄어어어어아아아!”
비도가 종아리를 뚫고 말의 피부에 닿자, 놀란 말은 사납게 날뛰어 댔다. 그 바람에 하건의 다리는 더욱 엉망이 되었다.
손분은 이미 무력화된 하건을 지나치며 다른 먹잇감을 노렸다. 그 뒤로 손보가 따르며 외쳤다.
“형님, 뒤로 물러나쇼! 그러다 노병들이 쏜 화살 맞겠소!”
그러나 손분은 손보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빠르게 도끼를 휘두르며 사람이나 말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다리를 작살 냈다.
원래 기마병 사이에 보군이 들어가면 두려움에 빠져 아무것도 못 할 테지만, 손분은 마치 광전사라도 된 것같이 웃음을 띠면서 외쳤다.
“내가 바로 손가의 적자, 백양이다!”
콰직!
빠득!
그의 악마 같은 모습에 하건의 기병들이 움츠러들어 몸을 피하려다 부곡들의 창이나 화살에 맞아서 죽임을 당했다.
손보는 호위병 몇과 함께 급히 방패를 들고 손분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는 확인 사살을 하듯 완전히 숨이 끊어지지 않은 이들을 착실하게 척살해 나갔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도망친 기병을 제외하고는 하건의 병사 대부분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는 손분에게 다가간 손보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형님, 누가 보면 죽은 줄 알겠습니다.”
“에고, 죽겠다. 흐어어어어어, 온몸이 뻐근해.”
“아니,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사람이고 말이고 다 곤죽을 만드는데, 안 지치고 버텨집니까?”
“손가다운 싸움은 이런 것 아니겠냐.”
“손가다운 싸움은 무슨. 그러다 숙부도 돌 맞아서 죽지 않았습니까. 형님은 숙부만큼 잘 싸우는 것도 아닌데, 그러다가 골로 갑니다.”
“나도 사람 봐 가면서 그렇게 하는 거다. 딱 봐도 저놈들은 기마술이 거지 같으니까 달려든 거지. 근데 그 한맹이랑 하건의 목은 누가 땄냐?”
“몰라요. 아직 확인 못 했습니다.”
“왜?”
“누군지 알아야 확인을 하죠.”
“포로로 잡은 애들에게 물어보면 될 것 아니냐.”
“와서 확인하려다가 토하며 쓰러지고, 난리가 아닙니다.”
손분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뭐, 병이라도 나도냐?”
손분의 천진난만한 말에 손보가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이 만들어 낸 그 참상을 보고 토한 것 아닙니까.”
“으잉? 내가 뭘?”
“아니, 사람이고 말이고 여기저기 잘리고 내장이 삐져나와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데, 아무리 도적이라 해도 그걸 어떻게 두 눈 뜨고 봅니까?”
“흐이고, 그렇게 비위가 약해서 무슨 도적질을 하겠다고. 그런데 예상보다 사람이 적어서 다행이네. 수천이라고 해서 혹여나 군기가 바짝 서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말이야.”
그때, 멀리서 핼쑥한 안색의 포로가 손과 목이 묶인 채로 걸어오다가 순분을 보고는 사시나무 떨 듯하다 그 자리에서 픽, 쓰러졌다.
“아, 저놈은 또 왜 저래?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
승태는 한맹과 하건이 보낸 서신을 보고 있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급히 내성 위로 올랐다.
그러자 수문이 터져 물이 밀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승태는 그 자리에서 서신을 박박 찢어서 서신을 가져온 이에게 뿌렸다.
“개자식들, 거짓말을 하려면 정도껏 해야지 대놓고 날 기만하는구나. 저놈을 데려가서 참하게. 어차피 거래 따위는 할 생각도 없었다.”
승태는 혹시나 손가의 두 형제가 빠르게 적을 처단하든가, 아니면 한맹과 하건이 겁을 먹고 도망가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수문을 열어 몇 년간의 노력을 무위로 만들었다.
승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사납게 말했다.
“서 율령사를 찾아오게. 일을 맡길 것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