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39
노숙은 자택에 앉아 멍하니 자신의 앞에서 연신 조잘거리는 서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보다 두 살이나 많은 서서이지만 승태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여 자신이 맡은 일에 너무도 기뻐하며 자랑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주공께서 이제 저를 믿는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영천 출신이지만 절대 순가의 사람이 아니라 주공의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주공의 곁에서 형님의 대우를 받는 부조께서는···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일이 자신을 엿 먹이는 일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서서. 노숙은 마치 같은 노예를 바라보는 동병상련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일은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오. 율령도 알지 않소. 능력이 있다고 해도, 부가 많다고 해도 사람의 무조건적인 믿음을 받아야 만들 수 있는 상황도 있을 것인데. 주공께서 말한 정당한 방법으로 그것이 가능하겠소?”
서서는 노숙의 염려에 수염을 쓸어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간(死間)을 통한 정보 수집을 말하는 것이군요.”
서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굳이 당장 사간까지 필요하겠습니까? 모든 일을 차분차분하게 한 걸음씩 시작하는 것이지요. 중용(中庸)에 이르면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낮은 곳에······.”
노숙은 중용을 빌려 말하는 서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승태는 경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진짜 서 율령사가 그리 나가면 승태는 진짜 엄청나게 짜증이 나서 일을 내줄 거야. 일에 치여 죽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서서는 기쁨에 겨운 눈을 하며 설명하고 또 논하고 있으나, 노숙은 자기 생각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서서에게 분노하게 되었다.
‘아니, 솔직히 이놈만 아니었으면 내가 승태를 만나러 갈 일도 없고, 그냥 내 선에서 수춘의 피해를 책정하여 보냈으면 될 일이잖아. 알고 보니 이놈 때문이네. 네놈 때문에 내가 어마어마한 일들을 떠맡았잖아!’
지금 노숙은 자신이 받은 일을 어떻게 나눌 지만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공무원 복지의 시작일지도 모르는 일을 온전히 떠안은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율령사는 어째서 내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이오? 이런 일은 원 장사나 진 대리께 묻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마음씨 좋은 노숙은 그대로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돌려서 말했지만, 서서는 눈치라는 것이 없었다.
“노 부조께서 주공과 가장 친한 분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일 또한 이미 알고 있는······.”
노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본디 이런 일은 홀로 임함이 맞소. 만일 내가 그대에게 조언을 주었다 하면 누가 그 정보를 신뢰하겠소. 아니 편향되지 않을 수 있겠소?”
노숙이 그대로 자리를 떠버리자, 서서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주공의 맹우이신 노 공께서도 참으로 대단하구나. 일일이 맞는 말이 아닌가. 그래, 이는 오롯이 내가 짊어질 일이다.”
***
이내 떠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온 노숙은 호롱불을 켰다. 오늘 들어온 어마어마한 양의 인사 관련 죽간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지금 있는 세액으로 어떻게든 이 일을 맞추어야 하는데······.
“미친 거지, 미친 거야. 부서 하나 더 만들면 간단한데, 왜 그걸 나한테 넘기는 건데? 경사나 서좌들도 있는데에!”
물론 노숙도 이유는 알고 있었다. 항상 붙어 다니며 승태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어찌 처리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관리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무리가 있으니, 자신에게 떠넘기는 것이었다. 거기다 일도 잘하니 어찌하겠는가.
“그때, 진 형처럼 도망가야 했어.”
그러나 이미 몸은 익숙해진 듯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죽간들을 풀어 살피고 있었다.
노숙은 양주와 서주의 지도 위에 학청의 위치와 가구들을 바탕으로 금액들을 산정해 나갔다. 그럴수록 노숙의 퀭한 눈은 더더욱 깊어졌다.
***
노숙이 반쯤 맛이 가 있는 상태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을 때, 승태는 이번에 사로잡힌 역당의 협력자들을 심문하고 있었다.
원가의 인물들은 고신을 받아 눈이 풀린 상태였는데, 승태도 자리에 앉아 그런 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어째서 그랬는지 물어보면 답해 줄 텐가?”
그러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승태에게 침을 뱉으며 말했다.
물론 침은 승태의 앞까지 닿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허벅지에 떨어졌지만, 충분히 모욕적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흐음, 원가의 장로인 원엽이구려?”
승태의 반말에 원엽이라 불린 노인이 몸을 흔들며 말했다.
“네놈은 부모도 없더냐? 어찌 노인을······!”
승태는 그의 말을 중간에 딱 잘랐다.
“맞소. 부모님들이 모두 먼저 가셨으니, 지금은 없는 것이 맞지. 그럼 그 부모 없는 놈을 제거하기 위해 가족들을 노린 것은 누구에게 배운 전략이오?”
“네 이놈!”
“하, 나름 배웠다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합니까? 그것도 고귀하신 원가분들이 말입니다.”
승태는 전풍과 나눈 서신을 던지며 말했다. 원엽은 팔다리가 묶여 있어 그것을 볼 수는 없지만, 대충 무엇이 적힌 것인지 파악하고는 웃음을 지었다.
“이미 모반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면서 어찌하여 묻는 것인가? 그냥 목을 베어 버리면 될 일을.”
승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면 제가 받은 피해는 누가 배상을 해 주겠습니다. 그것을 받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엽과 함께 끌려온 이들은 어이가 없어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우리에게 받아 내겠다는 것인가?”
“정확히는 하북의 원가와 이일을 주도한 이들에게 서신을 보낼 것입니다.”
“미친, 그것을······.”
“저는 정중하게, 정말 정중하게 요청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답에 따라 저는 다른 행동을 하겠지요.”
아마 이 서신을 받은 이들은 우습지도 않다는 듯 대할 게 빤한 내용이지만, 승태는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는 명분이 되고, 권리가 되고, 단초로서 쓰일 일이었다.
“그것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하느냐! 수춘후가 되어서도 세상을 모르니, 조가의 수치로구나!”
“원가의 어른께서 조가가 어찌 되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상관없습니다. 아, 하남 원가는 아마 선을 그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 연루된 여러분 집안의 모든 부는 가압 되어 피해를 본 이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물론 제 이름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족보에서도 모조리 붉은 선을 그어 빼 드릴 것입니다. 모든 곳에 여러분의 흔적은 없어지게 될 거란 이야기이지요. ”
“이놈이! 이이이이!”
원엽을 시작으로 모두가 날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승태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고로 남을 괴롭힐 때는 자신도 괴롭혀질 각오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이 틀어진 뒤에 뻔뻔하게 죽여 달라고 말한다면, 당한 사람 기분은 누가 책임지겠는가. 좀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들에게 제일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한참을 고민한 승태는 그들이 가진 부의 영속성과 기록의 영속성을 지워 버리기로 판단했다.
승태가 미련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비명을 지르며 모두가 말하겠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어르신들이 모든 것을 말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고통받다가 죽으시면 됩니다. 뭐, 아는 것이 있어 말해 주신다면, 한 번 고려해 보겠습니다.”
“이보게, 조제!”
“함부로 이름 부르지 마시지요. 나이 먹은 사람이라 예우를 해 줬더니, 감히 제후의 이름을 그리 부르십니까?”
승태가 일어나자 옥졸들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들을 어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최대한 오랫동안 고통받게 했으면 하는데,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털어놓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합니다.”
“그럼 그리하지요.”
승태는 걸음을 옮겨 그들의 앞에 섰다.
“그곳에서 한번 힘을 써 보시지요. 나갈 수 있다면 제가 인정해 드리죠.”
승태가 그 자리를 떠나면서 위사에게 말했다.
“저들 중 분명 뭔가 회유하려는 인간이 있을 것이네. 그럴 경우, 원하는 대로 해 주게.”
위사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승태는 웃으며 말했다.
“저들 중에 도망간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놈이 있을 테니 말이네. 부탁하지.”
위사가 예를 표하며 물러나자, 승태는 천천히 옥사를 나갔다. 옥사 밖에서 기다리던 관리들은 승태와 함께 관청으로 향했다.
그사이, 승태의 옆에 붙은 관리 하나가 고했다.
“태사 장군이 도착했습니다.”
진궁의 걱정과 달리 순순히 수춘까지 따라온 태사자의 소식에 승태는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하긴 태사자가 같은 사람이 배반하지는 않겠지.’
승태는 손가를 박살 낼 상상을 하며 영접관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육손과 태사자가 함께 앉아 있었는데, 장성한 육손을 본 승태는 꽤 기분이 오묘했다.
승태를 발견한 육손과 태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했다.
“수춘후를 뵙습니다.”
승태도 예를 취하고 자리에 앉아 태사자를 보았다. 이제 마흔 살이 다 된 태사자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본래 역사에서는 206년에 죽는 태사자이지만, 지금의 모습은 죽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관우나 장비에게서 느낀 관록이 엿보였다.
“약들은 잘 받으셨습니까?”
“잘 받아서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 약의 효능이 좋으니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덕분에 강남의 부민들과 함께 식사와 식수에 꽤 고심하고 있습니다.”
남역에서 지내면서 아무리 화식(火食)을 한다고 하여도 어찌어찌 접촉하며 생길 수 있는 기생충 걱정을 해야 했기 때문에 승태는 화타와 같이 이를 해결할 기생충 약에 크게 신경을 썼다. 그리고 그 결실이 지금의 강남의 태사자였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오는 길에 농지들이 크게 파괴된 것으로 보이는데, 괜찮으십니까?”
그 말에 승태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꽤 좋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육손은 태사자의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기주민의 일이신 것 같은데, 맞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승태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맞네. 육가의 어린아이가 벌써 이리 컸군.”
태사자는 그런 육손을 보며 말했다.
“소신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모사입니다.”
육손은 자신에 대한 칭찬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고, 그에 승태가 본론을 꺼내었다.
“제가 태사 장군을 부른 이유는 손가가 강남 이남에서 다시 전쟁을 꾸밀 생각을 한다는 정보 때문입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손가가 월지의 부족들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군을 회계와 양주 접경지로 보내고 있으니까요.”
“하여 태사 장군을 대장 삼아 단양을 시작으로 손가의 근거지인 오현을 노리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
그러자 태사자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합니다.”
승태는 눈을 크게 뜨고 태사자를 바라보았다. 거절당할 줄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승태의 놀란 표정에 육손이 나서서 말했다.
“태사 장군께서는 주공의 말에 반기를 들고자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전의 손가에서 큰 자리를 약속했음에도 거절하신 장군입니다.”
“그럼 무슨 이유요? 내가 이해가 갈 수 있게 해 주겠소?”
“태사 장군께서 지금 수춘에 오신 일만 하여도 큰 결심을 한 것입니다. 부디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승태가 인상을 쓰자, 육손이 전서를 건네었다.
여러 번을 내용을 살핀 승태는 멍하니 웃음만 흘렸다.
[강하의 지배자이신 황 장군께 손 모가 올립니다······.]내용은 태사자가 제아무리 강하다고 하나 동과 서에서 노리면 결국 장강에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승태는 형주의 관우를 잡을 때와 비슷한 모습의 기시감을 느꼈다. 그와 함께 승태는 어이없음과 복잡한 마음을 담아서 손권에 대한 비난을 내뱉었다.
“손가를 쥐새끼가 쥐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