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41
진취는 유호의 말에 깜짝 놀랐다. 태수가 되라는 말이 황조를 죽이라는 의미로 들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배운 것 없는 수적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아니 될 말이오! 내가 황 강하께 머리를 숙여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는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여봐라, 모두 나와 저것을 들을 쫓아내라!”
진취의 노호성에 노비들이 우르르 몰려나오자, 유호는 급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니오! 아니오! 내 유 형주의 검 중 하나인 황 강하를 어찌 노리겠소. 그저 이 사람의 의도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것이 어떠한가 하는 말이외다.”
진취는 다급히 이어진 유호의 말에 손을 들어 올려 노비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러고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 말은 혹시 유 형주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오? 그게 아니면 어찌 군을 움직인다는 말이오?”
진취가 약간 관심을 보이자 옆에 있던 한희가 나섰다.
“유 형주께서는 이처럼 급한 일이 벌어질 경우, 저희에게 군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하나 황 강하께서 저번의 일로 저희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으니, 혹여나 기회를 잃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무슨 뜻입니까? 저더러 홀로 군을 이끌고 예장을 공격하라는 말입니까?”
“홀로라니요. 아닙니다. 저희가 이끄는 병력과 이족들 몇을 합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흠, 태사자가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오. 군을 몇 합친다고 하더라도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오.”
“그것은 어디까지나 손가가 돕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태사자가 급히 수춘으로 향하였다는 소식이 있는데, 이는 분명 수춘후에게 도움을 바라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러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소. 유 형주와 수춘후는 조정을 중심으로 화친한 상태인데, 수춘후와 다툼을 벌이면 어찌 되겠소. 아니 될 것 같소.”
“그러니 우리가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진취가 인상을 찌푸리자, 유호가 주변을 슥 둘러보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이런 은밀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되었네. 그냥 어찌해야 할지만 말하게.”
“좋습니다. 여하튼 상황이 그러하니, 더 빨리 공격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춘후도 분명 저희와 싸우는 것을 마땅치 않아야 할 테니, 차라리 관리하기 어려운 곳을 비울 것입니다.”
“그럼······.”
“비어 버린 현들에 아군의 깃발을 꽂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어차피 수춘후에게는 단양이나 가까운 오회(오, 회계)가 더욱 중요할 테니, 교두보가 될 장강 근처만 지키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우회하여 움직이면······.”
“쉽게 예장을 얻을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그러니 서둘러 움직여야 합니다. 만약 예장을 얻게 되면 저희가 진 도독을 태수가 될 수 있도록 밀어 드리겠습니다.”
진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군, 좋아. 일리가 있는 말이야. 그럼 나도 다른 이들을 설득해 보겠네. 분명 황 강하께서도 군을 움직이고 싶으나 유 형주의 분노가 두려워 그러지 못한 것일 테니, 내가 대신 나서는 것이 맞겠지. 하하하하!”
진취의 호탕한 웃음에 유호와 한희도 같이 미소를 흘렸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원만하게 진행되자, 유호가 뒤에 있는 물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하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선물이 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유 형주를 위한 일이니 어찌 저희가 돕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유호가 손을 흔들어 물품을 열어 보이자, 그 안에는 온갖 비단과 한지들이 들어 있었다. 진취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힘닿는 데까지 형주의 발전을 위해 병사들을 모아 보겠소.”
세 사람은 밝게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무렵, 황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수하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아주 채씨가 돈을 뿌리는구나, 뿌려.”
“이미 다수의 도독이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아직 손이 닿지 않은 사람은 소 도독 정도입니다.”
“뭐, 산월에게는 돈을 주었나?”
“돈은 아니지만, 예장을 빼앗으면 여릉, 남성, 견성 등의 예장의 남쪽 군현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누가 보면 이미 예장을 차지한 줄 알겠어. 그럼 수춘후의 상황은 어떤가? 태사자가 쪼르르 달려간 것 보면, 그놈도 서신을 본 것 같은데. 아씨, 생각해 보니 화가 나네. 딱 봐도 몰래 보낸 것도 아니고, 태사자가 그럴 정도면 진짜 예장을 나누자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흐음, 그래. 뭐, 그딴 게 다 뭔 상관이겠는가. 말이 많이 샜군. 수춘후는 어떤가?”
“딱히 움직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예장의 각지의 호족들이 평택 근처로 움직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아마도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듯싶습니다.”
수하의 말에 황조는 머리를 긁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족들만 움직이나?”
“백성들도 따르는 것 같기는 한데, 원래 전쟁이 벌어지면 늘상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뭐,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이라면 강을 건너는 게 맞지 않나?”
“그것까지는 잘······.”
“그래? 알았다. 수적 놈들 좀 풀어서 호족들이 강을 건너는지, 아니면 건너지 않는지 확인하고. 아, 맞다. 그런다고 너무 과하게 털지는 말라고 해. 지금 이 시기에 몸 잘못 놀리면 진짜 박살 난다.”
“충!”
명령을 받은 수하가 빠르게 물러나자, 황조는 다리를 꼬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 형주의 처지가 간당간당하니까 이제 채씨가 왕 노릇을 하겠다고 내 목을 잡으려 하네. 하긴 채가 놈 생각에는 내가 좀 위험해 보이려나? 그 음흉한 유가 놈 손을 들어줄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확 그냥 잡아 버려?”
그러나 황조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읊조리듯 말했다.
“유 형주, 내가 봤을 때 유 형주가 가면 나도 곧 따라갈 것 같은데, 최대한 오래 버티쇼. 나도 아들놈들을 빼돌리거나 할 시간은 필요할 것 같으니까.”
말을 마친 황조는 그대로 생각을 이어 가며 어느 순간 잠에 빠져 들었다.
***
황조에게 쫓겨난 감녕과 800여 명의 수하는 파양호 근처에 배를 띄워 하염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도시나 마을을 지날 때마다 어마어마한 금전을 사용했기에 파양호 주변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감녕이 오기를 기다리는 판국이었다.
반대로 그저 돈만 펑펑 쓰는 감녕을 보며 그의 부하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형님, 이렇게 돈을 쓸 바에야 차라리 한곳에 몸을 의탁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손가가 태사자를 치기 위해 서진을 한다고 하니, 우리가 가담하여 태사자를 죽이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감녕은 구슬을 튕겨 심미의 머리를 정확히 맞추었다.
“아오오오오오!”
심미는 머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억울한 듯 소리쳐 항변했다.
“형님!”
“뭐, 이놈아! 니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런 거 아니야!”
찔끔, 놀란 심미가 옥구슬을 주워 슬쩍 닦은 뒤에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그렇다면 형님 생각을 말해 보슈. 어차피 형님이 하고 싶은 것은 유표나 황조 얼굴에 똥칠하는 건데, 그 일을 해 줄 수 있는 건 누구겠소.”
“누군데?”
“당연히 손가 사람들 아니겠소. 황조와는 같은 하늘을 두고 살 수 없는 그 손가가··· 어라? 아니네?”
심미는 말을 하다 멈췄다. 감녕이 대뜸 서신 하나를 던진 탓이었다.
눈을 껌벅이며 서신을 아래위로 훑던 그는 확인하듯 감녕에게 물었다.
“이게 뭡니까? 손가가 황 늙은이랑 손을 잡는다니, 미친 겁니까? 아니면 그 손권이란 놈은 손견의 자식이 아닌가?”
한심한 소리를 늘어놓는 심미에게 감녕이 다시 손가락을 튕겨서 옥구슬을 날렸다.
딱!
심미는 급히 손을 들어 올렸으나, 미처 막지 못하고 아까 맞은 곳에 다시 한번 강타당했다.
“으아아아아!”
이번에는 참기 힘든지 머리를 감싸 쥐며 눈물을 찔끔한 심미가 말했다.
“형님,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뭐가! 자꾸 헛소리할 거면 나가서 해!”
결국 심미는 울상을 지으며 감녕의 방에서 나갔다. 감녕은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면서 거울을 보고 말했다.
“흐흐, 요번에 수춘에서 가져온 귀걸이가 참 이쁘단 말이야. 목걸이도 그렇고.”
감녕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딸랑이는 패물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수춘이 물건은 참 잘 빠지게 만든단 말이야. 원술 놈이 있을 때는 그냥 무식한 놈 천지라 쓸 만한 물건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는데.”
감녕은 자신이 가진 패물들과 비교해 보며 생각했다.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곳을 망가트리는 것은 나 같은 고매한 사람이 할 일은 아니지. 암암, 무식한 놈들이나 털어 내는 것이 진정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지.”
그러나 말과 달리 감녕의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행동을 취하는 것이 더욱 이득일지 빠르게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수군이 주력인 손가에 들어가 봐야 엄청난 공적을 쌓지 않는 한 크게 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승태 측은 귀부한 손가의 어린이들뿐이다. 그들이 수병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는가.
이십 년간 수적 생활을 한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수군을 만들 수 있는 인재가 아니겠는가.
“홍홍홍, 강남을 내 손안에 넣고 수춘의 신문물들을 받아 볼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 흐으으음,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낸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네.”
그때, 누군가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감녕은 인상을 쓰며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그는 다름 아닌, 감녕, 심미와 함께 익주에서 반란을 일으킨 누발이었다.
“형님, 형님! 일이 났소, 일!”
감녕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또 뭐! 무슨 일인데!”
감녕이 성난 표정으로 휘적휘적 다가가자, 누발은 허겁지겁 죽간 하나를 꺼내었다. 그러자 감녕은 약간 혀를 차며 말했다.
“돈이 없어서 이런 것을 쓰는 거냐? 그냥 종이에 쓰지.”
“말단 놈들은 그 정도 돈도 없소. 그리고 그런 놈들이 종이를 쓰면 괜한 의심이나 받지 않겠소?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형님, 강하에서 수군 놈들이 움직이려는 것 같소.”
“벌써? 겁쟁이 황조가 이렇게 급히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 거기다가 유표의 개들도 있는데 말이야.”
“모르겠소. 그런데 그 개들도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소. 돈을 엄청 뿌린다는데, 이럴 거였으면 그냥 남아 있을 것을.”
“뭐? 이게 죽으려고······.”
감녕이 위협하듯 주먹을 들어 올리자, 누발은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그에 감녕은 웃으며 말했다.
“누가 보면 내가 때리는 줄 알겠다.”
“만날 때리지 않소. 여하튼 우리도 이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오? 작은형님은 손가 쪽을 말하던데, 형님은 무슨 생각이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우리도 준비해 둘 거 아니오. 태사자는 뭐, 배가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은데, 황조의 도독들은 다르지 않소.”
“그렇긴 하지. 그래도 도독들을 상대하는 것은 나름 할 만해. 황 늙은이가 문제지.”
“그래도 숫자가 다르지 않소. 서른 척도 안 되는 배로 몇 백 척은 족히 넘을 놈들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이오? 불화살을 쏴서 싸그리 불태우거나 다 부숴 버리지 않는 이상 말이오.”
“야, 불화살 쐈다가 장강의 수적들을 어찌 보려고 그런 말을 지껄여? 우리는 가만히 앉아 추세만 지켜볼 거다, 추세만. 이래야 우리 몸값도 올라가지.”
“어디로 의탁할지 이미 정한 것이오? 하긴 수적질로 벌 돈은 다 벌었지. 그래, 그게 어디요?”
감녕은 수춘에서 만들어진 장신구들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수춘후다, 수춘후. 그러니까 좀 기다려 봐라. 그쪽이 먼저 찾아와야 우리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