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42
태사자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가 올린 장계에 승태는 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황조 휘하의 수군 도독들이 움직였다는 소식이 승태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 규모는 함선만 수백 척에 그를 따르는 소선이 무려 수천.
약조를 완전히 저버린 유표에 대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승태의 뒤를 따르는 서서에게 물었다.
“서 율령사는 이 서신을 봤습니까?”
“붉은 도장이 찍힌 급전이어서 보지 않았습니다.”
승태는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말했다.
“그래도 정보조직이 빠르게 정착하나 봅니다. 강하에서 보내온 서신을 벌써 받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서서는 약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적이 될 만한 이들에게 먼저 신경을 썼는데, 그래도 내밀한 정보까지 알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저 뱃사람 몇을 매수한 정도이니 말입니다.”
승태는 우뚝 걸음을 멈추고 서서를 바라보았다.
정보부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계절 하나가 바뀌지 않았으니, 두 달 남짓도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정보를 받는 범위가 일군을 넘어 강하군까지 뻗어있으니,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일을 잘못 준 것 같은데? 역사대로 감찰부를 맡으면 너무 빨리 업무파악을 할 것 같아 아무런 기반이 없는 정보업무를 던져 주었건만, 그래도 너무 잘하는데?’
승태는 잠시 자신에게 상신 된 죽간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어부들을 매수한 것이라는 것이지 않은가. 운 좋게 얻어걸린 정도겠지. 솔직히 정보원을 까는 게 쉬운 일을 아니니, 분명 곧 노 형처럼 퀭해진 얼굴을 볼 수 있겠지.’
서서의 쌩쌩한 얼굴을 본 승태는 왠지 굉장히 얄밉다는 생각이 들며 그대로 서신을 들고 진궁의 집무실로 향했다.
진궁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속관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문을 열어 주었고, 이내 진궁이 일하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진궁은 얼마 전에 옥에서 나온 사람치고는 정정해 보였는데, 승태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진궁이 입을 뗐다.
“조 장군과 장 장군을 호출해야 하는 일입니까?”
조운은 승태의 부곡인 단양병을 지휘하고 있기에 조운을 부른다는 것은 친정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또한, 장합은 기주병들을 다스리고 있으니, 단양 정벌을 시작할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승태는 이마를 긁으면서 말했다.
“조 장군은 맞는데, 장 장군은 아닐 것 같습니다. 태사 장군이 예장을 포기한 지금, 굳이 일을 벌이기에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진궁은 수염을 쓸어 넘기며 물었다.
“그럼 무슨 일이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승태는 주름이 부쩍 늘어난 진궁을 바라보았다.
‘하긴 진 노사는 지금 어떻게 해서든지 오회의 손가를 물리쳐 후방을 단단히 하고자 하시니까. 그 외의 이야기는 딱히 관심 없으시겠지.’
승태는 말없이 자신이 받은 죽간을 전하였고, 진궁은 그것을 쭉 읽어 내리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흠, 소신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을 굳이 들고 오신 이유를 말입니다.”
승태는 진궁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게 과연 아무렇지 않을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 노사, 유표가 약조를 깨부순 것입니다. 그것을 제가 그저 보고 있어야 합니까?”
진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다른 할 말은 많지만, 우선 황조의 군세를 상대할 수군은 있습니까?”
승태는 눈을 껌벅이며 진궁을 보았다.
황조의 수군을 강에서 상대할 수군?
당연히 없다. 기껏 해 봐야 손가의 두 사람이 가능이야 하겠지만, 올라온 보고에 비해 숫자가 현격히 적다. 그렇게 되면 보나 마나 필패였다.
그러자 그것 보라는 듯 진궁이 말을 이었다.
“세 가지 이유로 저는 주공께서 움직이는 것을 불허합니다. 우선 수전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 움직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둘째로 태사 장군 또한 신민들을 북상시켜 파양 일대로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그런 상황에 굳이 황조와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세 번째로 이득이 없는 전투입니다. 대체 무엇을 위한 전투입니까? 그저 유표가 약조를 깬 것에 화가 난다는 것 아닙니까?”
승태는 뭐라 할 말이 없어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래도··· 저번의 서신도 그렇고, 이것은 분명 약조를 깬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궁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만일 그들이 태사 장군을 도우러 왔다는 변명을 대면 어찌하겠습니까? 그저 무도한 손가를 벌하기 위해 움직였다고 말입니다.”
“······.”
진궁의 합리적인 추리에 승태는 다시 말문이 막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나 진궁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비수를 꺼내 승태의 심장에 박어 넣었다.
“그리고 강남의 호족들이 온전히 우리 품에 안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차라리 이 정도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는 수군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강남의 호족들은 수군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찌 될 것 같습니까?”
진궁의 말은 그야말로 뼈를 때렸다.
승태가 수춘에 있는 지금 상황에서 호족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고, 그럼 강남 통치의 주도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결국, 승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그러자 서서가 빼꼼 말을 꺼내었다.
“주공, 그럼 호족들과 대척점에 놓일 사람을 직속으로 한 명 두는 것은 어떻습니까?”
승태와 진궁이 놀랐다는 듯이 바라보자, 서서는 예를 표하며 말했다.
“파양과 환수 근방에 황조에게 쫓겨난 수적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을 휘하에 두시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아마 황조의 수하였으니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승태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에게 물었다.
“이름, 그자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흥패라고 들었는데, 정확히는······.”
“갑시다!”
그러나 서서가 여전히 멀뚱거리며 바라보고만 있자, 승태가 다시금 재촉했다.
“뭐 하십니까, 율령사? 어서 갈 준비를 하셔야지요.”
그에 진궁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주공, 혹시 이번에 올린 장계는 모두 처리하셨습니까? 노 부조가 화가 좀 많이 난 것 같던데 말입니다.”
그제야 승태는 진궁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뭐, 장계는 다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야 노 부조가 알아서 하겠지요. 제가 하는 일이라 봤자 어차피 확인하는 것뿐인데요. 노 부조가 알아서 잘할 것입니다.”
책임 회피성 발언에 화가 났는지 진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승태가 급히 제지하며 말했다.
“벌써 사위 걱정을 하시는 것입니까? 이럴 거라면 제가 부조에게 노사의 딸을 맺어 줄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요.”
진궁은 가까이 달라붙은 승태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왠지 굉장히 비굴한 모습이었다.
“휴, 그동안 제가 한 말은 어디로 들으신 것입니까?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은······.”
“결코, 가볍게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흥패라는 사람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지요.”
“그게 그만큼 중요한 일입니까?”
“오군의 호족들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수병들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호족들과 달리 우리의 통제 아래 둘 수 있는 이들이 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리 쉽게 움직여 줄 놈들은 아닐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호족들만 하겠습니까? 아, 아닌가? 너무 솔직해서 문제인 것인가요?”
진궁은 승태의 옷을 털어주며 말했다.
“그것을 아는 분이 이리 행동을 하십니까? 호족들이 이래서 주공의 행동에 불안을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승태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합니까? 서주의 호족들은 그런 말을 못 할 것이고, 오군에서 넘어온 놈들인 것 같은데, 저번처럼 칼부림 한번 해 볼까요?”
진궁은 장난치듯 말하는 승태의 행동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에 다른 속관들이 나서려 하자 손을 들어 제지하더니, 직접 문을 열어 주며 승태에게 말했다.
“지금은 그때와 주공의 위치가 다르지 않습니까. 지위에 맞는 행동을 하셔야지요.”
승태는 진궁의 말에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예를 표했다.
“이런 걱정을 해 주시는 분은 역시 노사분들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하기야 나이가 들면 걱정이 많아지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다리가 이 모양이라 멀리는 나가기 어렵습니다.”
“여기까지 나온 것만 하여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조 장군과 장 도위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진궁은 잠시 무엇을 생각하다가 말을 꺼내었다.
“조 장군보다는 위 장군을 쓰시지요. 조 장군은 주공을 대신하여서 할 일이 많습니다.”
진궁이 매우 불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자, 승태는 턱을 쓰다듬다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긴 기마병을 키우거나 훈련을 돕는다면 모르겠지만, 이제는 머리를 써 가면서 전투를 하겠답시며 공방에서 처박혀 있으니, 진궁으로서는 이런 잉여 인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조운은 병사도 조련하고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늘어놓지 않는데 말이다.
“음, 위 장군을 데려가면 진 노사께서 대리를 한동안 맡아주시는 건가요?”
“소신, 이제 귀천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입니다만, 꼭 그렇게 일을 시키려 하십니까?”
승태는 엄살을 떠는 진궁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이번에 제 가족을 위협한 놈들의 목을 자를 때까지 도와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약점을 찔린 진궁은 약간 허탈은 웃음을 지으며 승태의 손을 잡았다.
“그것을 알면 빨리 움직이시지요. 오군에서 손가를 빨리 쳐 내야 그다음을 할 것 아니겠습니까.”
승태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마음대로 쉽게 되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승태는 도망가듯 자리를 떠났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진궁은 엄지를 문지르며 나직이 말했다.
“황조와 손가가 서로 공멸할 수 있게 판을 한번 짜 두어야 할 것 같은데, 걱정되는 점은 아무래도 전풍이 이 상황을 의도한 것 같단 말이지······.”
***
서서는 감녕에 대해 수소문할 사람을 먼저 보내기 위해 승태와 잠시 따로 움직였다.
그동안 승태는 위월에게 투석기를 배에 달아볼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설득하였다.
“호오, 그게 정말입니까?”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위월의 표정에 쐐기를 박았다.
“생각해 보시지요. 강을 가득 메운 배들이 순식간에 불타서 강 위가 불에 물들어가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성을 공성할 때, 육지뿐만 아니라 강에서도 투석을 쏘아 대는 것입니다.”
“오오오!”
“그러려면 아무래도 함선 같은 것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렇지. 맞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을 찾으려 하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손가의 애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네. 근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물에서 사신 분을 만나러 갈 것입니다.”
승태의 말에 위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소리를 치며 뛰어갔다.
“야! 내 극 가져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