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44
배에 올라탄 감녕은 크게 웃음을 지으며 선물들을 풀어보았다.
“흠.”
역시나 기대대로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올 지경.
감녕은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상자를 열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너는 이런 물건을 본 적 있느냐?”
옆에 있던 심미는 자그마하고 동그란 물건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말했다.
“이 침이 돌아가는 걸 보면, 무슨 장치인 것 같은데··· 아닙니까? 흐음, 수춘후가 뭐라고 따로 알려 주지 않았습니까?”
멍하니 있던 감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을 못 들었으니 문제이지.”
“이게 다 형님이 욕심에 눈이 뒤집혀 선물 다 가져가려다 벌어진 일 아닙니까?”
감녕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래서 뭐? 결국, 다 가져오지 않았느냐.”
“아니, 쓸 방법을 모르면 그냥 장신구지, 뭐.”
누발은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이내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뚜껑에는 꽤 정교한 교룡(蛟龍)의 그림이 새겨져 있어 감녕은 쓰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고리가 걸려 있는 것을 보면 휴대하며 쓸 수 있는 물건일 터인데, 너희 말대로 사용법을 물어보기 전까지는 그냥 장신구로만 써야겠네.”
물건을 허리에 찬 감녕은 방울 소리와 함께 갑판 위를 한 바퀴 돈 후에 말했다.
“일단 다 풀어서 확인은 해 두어라. 팔아먹더라도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형님, 장난으로 한 말인데, 진짜 팔아먹을 생각이오?”
“아니, 팔아먹겠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파양 근처가 태사자의 영역인데, 만일 수춘후의 물건이 나와 봐라. 어찌 되겠느냐?”
감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심미가 나서서 말했다.
“아니, 우리는 진짜 형님이 팔려는 줄 알았소. 나는 이대로 수춘후의 뒤통수를 치고 손가로 가는 줄 알았지.”
그러자 감녕이 비도를 검집째 뽑아 심미에게 던졌다.
그 난데없는 행동에 심미는 깜짝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소리를 치며 말했다.
“으악! 대장이 내게 칼을 던졌다! 이 원통함은··· 응?”
한참 설레발을 떤 심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겸연쩍다는 듯 말을 꺼냈다.
“형님, 놀랐지 않습니까!”
“아휴, 저 녀석을 어떻게 하냐.”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지켜본 누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대장, 진심으로 그 꼬맹이를 주공으로 모실 생각입니까?”
감녕은 누발의 물음에 한 켠에 쌓인 선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에게 저런 것을 주는 인물은 일단 수춘후 밖에 없지 않으냐.”
“그래도··· 형님의 야망은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소. 황조를 꺾고 다시 서천으로 돌아가서 감히 천자를 사칭한 그 더러운 놈들을 처단해야 하지 않겠소.”
감녕은 누발의 말에 숨을 크게 쉬었다.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그것은 장강의 상류를 얻어 내야 가능한 일이 아니겠냐. 단순히 그것만 필요한 일도 아니고 말이야.”
감녕의 논리정연한 말에 누발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진정 수춘후를 위해 말한 대로 하실 생각입니까?”
감녕은 방울을 울리면서 말했다.
“금범적들을 모두 부르면 가능하지 않겠냐?”
“글쎄요. 우리 애들도 황조 놈 만나 배를 다 잃어서 기황(기춘, 황주) 근방에서 산월 애들이랑 같이 산적 노릇이나 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가능하다는 것이지. 가만 보자, 지금 예장을 치기 위해 나온 도독이······.”
심미가 비도를 내밀며 말했다.
“진취입니다, 진취. 그 개 잡호로 놈 말입니다. 우리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그 개자식이 유표의 개들이랑 손잡고 나온다던데 말입니다. 아, 이건 위 장군이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감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심미를 바라보았다. 대체로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누발이 심미를 잡으며 물었다.
“그건 또 어디서 들은 이야기냐? 위 장군이라면··· 위월인가? 그 사람이 알고 있던 것이야?”
심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위월이라는 사람, 황조 휘하의 도독이 배를 얼마나 타고 나갔는지까지 알고 있던데요?”
그 말을 들은 감녕은 새삼 승태의 능력에 대하여 감탄하였다.
“수춘후, 그 인간 생각보다 엄청 음흉하시잖아? 이미 황조의 병사가 얼마 정도 나올지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야.”
감녕은 살살 웃으면서 자신의 말에 응해 주던 승태를 생각하던 감녕은 자연스럽게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그 이상의 말은 없었느냐?”
“그거 빼고는 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던데······. 우리 애들이 물어 온 이야기가 더 세세하기도 하고.”
“세세한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필요한 정보를 물어 와야지. 놈들이 어느 물길로 들어갔는지 모르면 잘못해서 마주치게 되는 거잖아. 그런 것을 물어 오라고 했는데 별 이상한··· 뭐, 그 유가의 개가 돈을 얼마나 풀었다느니 황조가 누구를 예뻐한다느니 이런 것을 물어 와서 뭐 하자는 거야? 어휴, 쯧. 됐다, 됐어.”
“어차피 파양 근처에 머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감녕은 누발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그렇겠지. 금범적 애들은 알아서 잘 올 것이고, 우리도 그놈들이 어디로 가는지 한번 알아보자고.”
***
수춘의 시선이 계속 강남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북의 전풍은 승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가만히 지도를 들여다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인 전풍은 가만히 붓을 놀렸다.
그 여유로운 모습에 분통이 터진 것인지, 원담은 분기를 뿜어내며 소리를 질렀다.
“전 군사, 청주의 일은 어찌 된 것이오?”
그러나 전풍은 여전히 느긋한 모습으로 수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저 도독의 패배 소식이라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꽤 피해가 컸다고 하더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도 패배는 병가지상사라 생각하여 저 도독의 사임은 제가 막았습니다.”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전 별가라면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글쎄요, 저 도독이 하는 일을 어찌 제가 알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원담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이끄는 병사들을 제외한, 외방의 군사를 조율하는 것은 전풍의 붓이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은 자신을 물 먹이는 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전 군사, 그들은 원가가 청주를 지배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기반이오. 그들이 쓰러지면 청주에서 우리의 입지가 무너질 수밖에 없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능한 호족들에게 내줄 자리는 없습니다. 청주의 호족들은 부패한 데다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능력도 없습니다. 차라리 과거의 대문호들이 나을 것입니다. 그들이 협력한다면 인재들을 뽑기도 더욱 쉬워지겠지요.”
원담은 전풍의 말에 눈을 부라렸다. 분명 원소가 원한 바는 수많은 호족의 추대를 받아 천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풍은 그 노력의 결과를 과거로 회귀시켜 버린 것이었다.
만약 유학의 대문호들이 청주의 호족을 대신한다면, 눈치를 보느라 쉽게 이야기도 꺼내지 못할 것이었다.
그뿐이겠는가. 전풍의 말대로 문호들의 제자들을 뽑으면 운영은 쉬워지겠지만, 더는 하북은 원가의 것이 아니게 될 것이었다.
원담은 이를 갈며 전풍에게 말했다.
“군사, 선을 넘지 마시오. 내 분명 그대와 스승의 도움을 받아 하북을 얻었지만, 하북은 원가의 것이오.”
전풍은 아무 말 없이 원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원가가 천하를 위해 일하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천하는 한조의 것입니다.”
그에 원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전풍은 그런 원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원희를 데려오는 것이 나으려나?’
전풍은 원담의 행동을 참아 주기 점점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만일 원담에게 군재(軍材)가 없었다면, 직접 군을 이끌도록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원담의 군재 덕에 하후돈이 여양을 뚫고 나오지 못하였고, 전풍도 쉽게 작금의 상황을 타파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시국에 원담을 내친다고 하면, 군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상황이었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하후돈이 어떻게 나올지는 빤하기에 고깝긴 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일을 벌이려면 적어도 하남까지 밀어내고 나서야 가능했다.
“장합과 고람만 돌아와도 충분히 어찌해 볼 수 있을 텐데······.”
이미 곽도의 책임 전가로 인해서 떠나 수춘후의 휘하에 들어가 꽤 괜찮은 대우를 받는 그 둘을 생각한 전풍은 넋두리를 쏟아 내었다.
그때, 속관이 전령에게 받은 죽간이 올라왔고 전달되었다. 그를 본 전풍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등의 배신으로 고간이 임분과 평양에서 패해 하동을 전부 넘겨주었으며, 가후가 평양, 안읍, 강읍에 군을 주둔하여 방위를 강화했다는 보고였다.
물론 피해라고 해 봤자 금방 다시 수습할 수 있는 정도이기는 하지만, 약간 어려워지는 전황을 보며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아직은 분명 자신들이 우위에 있긴 하지만, 계속 패배한 탓에 전황이 어찌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패배라는 것이 계속 쌓이게 되면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다행히 축이 무너지거나 흔들림은 없지만, 위태로운 것도 사실이었다.
원가의 기치를 다시 과거로 돌리기 위해 일정 부분을 가지를 치려는 게 잘못하면 줄기마저 쳐 버릴 수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그래도 원가의 집중된 권력을 조금이라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풍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마침 멀리서 붉은 깃을 꽂은 병사가 황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병사는 순식간에 전풍 앞에 이르러 보고를 했다.
“급전! 급전이옵니다!”
“어디서 왔느냐?”
“창정입니다.”
“창정이라··· 낙양에서 왔구나.”
전풍은 급히 전서를 받아 펼쳤다.
유려한 붓글씨로 무명천 위에 적힌 문장은 그 말미에 가시나무 인장이 찍혀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전풍은 약간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역적 조조가 죽었음에도 그 잔당들이 여전히 짐을 잡아 감히 아조를 희롱하고 있다. 본시 전 군사는 원소와 달리 짐을 구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음을 알고 있음이다. 하여 그대에게 칙서를 내리니, 모월 모일에 군을 일으켜 허도로 입성하여 조조의 잔당들을 물리치고, 천하의 제후들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여라.]아마 이 글을 공융 같은 인물이 본다면 오열을 하였을 테지만, 전풍은 아무런 감정이 없이 돌돌 말아서 다시 끈을 묶었다.
그러고는 품에 대충 넣고서 전령에게 손짓하였다.
“내 전서에 대한 답을 써 줄 것이니, 이를 바로 업성의 진림에게 가져가거라.”
“예, 알겠습니다.”
전풍은 바로 그 자리에서 글을 써 내려갔다. 이는 황제인 유협이 쓴 글과 똑같은 내용이었으나, 거기에 약간 비틀어 원소에 관한 이야기를 각색하여 넣기 시작하였다.
“돌아가신 주공을 욕보이는 것이 어찌 신하 된 자가 할 일이겠는가. 주공께서는 만고의 충신이 될 것이고, 원가 또한 만고 충신의 집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