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47
파양호에서의 벌어진 감녕의 대담한 도둑질은 장강에서 굉장한 화제가 되었다.
물길을 따라서 예장을 점거하려던 진취는 당연히 반쯤 넋이 나가 버렸고, 진취의 출병을 묵인한 황조는 조소를 흘렸다. 반면, 손가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예전 태사자가 관리하던 군현을 차지한 주유는 군을 몰리지 않고 오히려 능양과 경현 마저 차지하였다.
주유의 본래 목적은 경현을 차지하며 단양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한데 그러던 중에 진취의 함대가 감녕에게 털린 소식이 들려왔다.
그에 주유는 군을 이끌고 바로 파양으로 진군하여 여오를 점령하고, 내친김에 예장 근처까지 나아가 진취를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드러난 주유는 부채를 휘휘 부치며 느긋하게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유롭기 그지없는 그 모습은 마치 헌양한 신선과도 같았다.
“감녕은 어디 있다고 하던가?”
주유의 물음에 속관 하나가 예를 표하며 말했다.
“파양 근처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소식은 있으나,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흐음, 그래?”
주유는 속관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등당의 조카가 이리 재지가 넘치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그는 다름 아닌 여몽으로, 주유는 그를 자신의 곁에 두고 이것저것을 가르치며 후일을 대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손책의 암살 적발 사건으로 인하여 대다수 오회의 호족들이 사라진 마당에 그래도 이러한 인재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감녕만 회유할 수 있다면 장강 이남은 그대로 넘어올 텐데, 그 일을 해낼 만한 사람이 있겠는가?”
“일단 오군으로 사람을 보내 보겠습니다.”
“그래서는 시간이 너무 걸리지 않겠는가. 이번 일로 분명 황조나 승태도 움직였을 터인데, 차라리 여기서 뽑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나 오후(손권)께서 재가를 내려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이곳에는 감녕을 설득할 만한 정보도 없거니와, 그 정도 능력을 지닌 유세객이 없습니다.”
아직 감녕과 승태가 만난 것을 모르는 주유는 어떻게든 감녕을 얻고 싶었다. 감녕이 지닌 강단과 능력에 자신의 능력을 더하면 장강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형주도 충분히 노려 볼 만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맞는 이야기군. 그렇다면 우선 내 이름으로 선물이나 좀 보내지.”
“어떤 것을 보내면 되겠습니까?”
“보검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어떤 검이면 되겠습니까?”
“월나라의 검이면 되지 않겠느냐.”
“월나라 검이면 이번에 봉분에서 나온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그 정도 보물을 보내면 다른 곳에서 받아보지 못한 대접이라 생각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감녕이 이끄는 금범적은 돈 걱정이 없는 집단 아니던가. 그러니 무인으로서 의미를 둘 수 있는 검을 보내주는 것이 좋겠지.”
“알겠습니다.”
“그래. 감녕은 그 정도면 되었고······.”
주유는 고개를 돌려 지도 속의 파양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학우선을 조심스레 휘휘 저으며 부대들의 배치를 바라보았다.
“몽아, 네 생각에는 우리는 어디를 노려야 하겠느냐?”
여몽은 손으로 숙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취의 부대가 보급을 받기 위해서는 파양의 지류가 시작되는 곳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러니 숙구성을 함락시킨다면 대선도 없는 진취는 스스로 군을 바칠 것입니다.”
주유는 여몽의 답변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긴 하나 너무 큰 손해를 입는 방법이다. 숙구성을 지키는 병사들도 그곳이 무너지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니, 분명 끝까지 목숨 바쳐 지키려 할 것이다.”
주유는 여몽의 습성을 알고 있기에 대충 어떤 전략을 제시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장을 좀 더 넓게 보아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은 숙구성을 함락시켜 진취를 패퇴시키고자 하는 것 아니냐?”
“예, 그렇습니다.”
“그러하다면 우리가 노려야 하는 적을 정확히 봐야 하는 법이다. 숙구성은 적이 지키고자 하는 곳이고, 우리가 패퇴시키고자 하는 것은 진취이다. 어차피 진취는 소선밖에 없는 형편이니, 군을 움직일 때는 반드시 강과 접하는 육로를 이용할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무장을 가볍게 할 것이고, 대다수가 배에 올라와 있을 것이다.”
주유는 지도 위에 놓인 말을 들어 올려 숙구성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여몽이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이어진 주유의 말에 입을 떼지 못했다.
“우리가 저들의 목을 조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것을 풀기 위해 군을 움직일 것이다. 그것도 무리하게 말이다. 하여 우리는 일부러 드러나게 숙구성을 노릴 것이다.”
“······.”
“그러고 나서 급히 움직이는 적의 빈틈으로 가볍게 들어가 칼을 내지를 것이다.”
주유는 손에 쥐고 있던 말을 숙구성의 앞에 세웠다. 그러면서 여릉으로 남하하던 말들을 움직였다.
“능 도위(능조)를 숙구성으로 보내고, 우리가 숙구성을 구원하는 진취의 본대를 자른다.”
주유가 지도 위를 부채로 쓸어버리자, 진취를 가리키는 말들이 바닥을 굴렀다.
“그러면 알아서 무너져 내릴 것이다. 숙구성도 원병이 무너지고 보급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스스로 성문을 열고 나올지도 모르지.”
여몽은 자신만만 하는 주유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하나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상관없다. 진취를 격파하고 홀로 버티는 숙구성을 제외한 모든 곳을 점령하면 된다. 그럼 그들은 압박감을 느낄 것이고, 그것이 길어지면 알아서 포기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이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지.”
여몽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주유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내 곁에 있으면 이러한 일을 많이 겪을 것이니, 잘 보고 배우거라.”
여몽은 주유의 말에 잠시 머리를 긁고 나서 예를 취하였다.
“알겠습니다.”
주유는 여몽이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며 숙고하는 것을 보고는 죽간 뭉텅이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막사의 앞을 지키는 병사가 예를 표하자, 주유는 죽간을 병사에게 건네며 말했다.
“전령에게 가서 강에서 대기하고 있는 능 도위에게 이 죽간을 전하라는 명을 전하라.”
“예!”
주유는 막사 아래로 보이는 손가의 정예 부곡들을 바라보았다. 붉은 두건을 하는 그들은 마치 로마의 군단병과 같이 열심히 삽질하며 둔영을 만들고 있었다.
주유는 손에 쥔 손가병주(孫家兵主)라고 적힌 인장을 묵묵히 바라보며, 과거 자신에게 손가의 모든 부곡을 이끌 수 있는 권한을 내준 손책을 떠올렸다.
[드디어 원술에게서 독립했다, 주랑.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니 이것을 받아라. 손가병 모두를 이끌 수 있는 인장이다. 나보다 네가 그들을 이끄는 게 더 좋을 것 같으니. 손가병은 홀로 다섯을 상대하는 고수들이고, 열이 뭉치면 능히 일백은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다. 네 능력으로 마음껏 사용해 보라고.]***
진취는 숙구성이 공격받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군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병사들을 재촉하기는 했지만, 말을 가지지 못한 병사들이 갈 수 있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결국, 소선에 실린 물건들을 보며 진취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빨리 움직이란 말이다! 숙구성이 떨어지면 우리는 걸어서 강하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도 모르느냐, 이 자라 같은 놈들아!”
진취의 욕지거리에 병사들은 분노했으나 차마 항의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 병사들이야 그들이 원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괜히 예장을 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에 진취가 억지로 끌고 온 것이 아닌가.
그 와중에 수많은 벌레와 산월 세력에게 여러 차례 공격도 당한 병사들이었다. 그런데도 여릉은 밟지도 못하고 이렇게 돌아가게 되었으니, 그들의 속은 진취보다 더욱 부글부글 들끓었다.
‘네놈도 진흙 바닥을 걸어 봐야 속도가 왜 이 모양인지 알 것이다.’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하고 걸음을 옮긴 그들은 저녁이 되었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정확히는 진취의 막사를 세우고 나서였다. 거의 퍼진 듯이 이리저리 흩어져 잠을 청하는 그들을 향해 진취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번병을 세워야 할 것 아니냐! 다들 죽고 싶어!”
인상을 팍 찌푸린 병사들이 허겁지겁 일어나 서로 번병을 정하고 다시 움직이려 하는데, 일전에 선박이 불타 버린 것을 떠올린 진취가 번병을 더 뽑아 배를 지키게 했다.
병사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병사가 그 말에 반대하며 말했다.
“소선이 있는 곳은 물길이 깊지 않고 그저 짐을 옮기는 용도이니, 적이 몰래 가져가기도 어렵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병사들의 피로가 심하니, 좀 더 휴식을······.”
진취는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병사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내동댕이쳤고, 병사는 놀랄 겨를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진취의 폭행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니가 뭘 안다고! 감히 병사 나부랭이가! 엉! 군이 기강이 빠져서! 빨리 번병이나 돌려! 너희들도 이렇게 맞기 싫으면 빨리 뛰어!”
병사들은 쓰러진 병사를 부축하려 했지만, 진취가 주먹을 들어 올려 위협하자 고개를 숙이고 도망갔다.
진취는 안 그래도 분노를 풀 곳이 없었는데 잘됐다는 생각에 마구잡이로 병사를 구타했다. 그렇게 화가 어느 정도 풀리자 침을 뱉고 막사로 들어갔다.
구타를 당한 병사는 반쯤 정신을 잃고 피를 게워냈다. 그렇게 움직일 힘도 없이 막사 앞에서 쓰러져 눈을 감았다.
그러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다시 눈을 떠 보니, 주변이 온통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와 함께 진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어린놈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여몽은 자신의 팔뚝만 한 박도를 마치 단도 가지고 놀 듯 휘둘러 진취의 공격을 쉽게 튕겨내고 말했다.
“쉽다고 말했다, 멍청아.”
여몽이 박도를 아래로 후려치자 진취는 극을 이용해 막으려 했지만, 그 순간 여몽의 웃음을 보고 이는 그저 허수인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몽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내질러진 극을 따라 안으로 파고든 여몽은 등에 멘 수극을 뽑아 그대로 진취의 목에 꽂아 넣었다.
진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으나, 여몽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심한 수준이야, 한심한 수준. 이런 놈이 도독이라니 말이야.”
그때, 바닥에 누워 있던 병사를 본 여몽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다가갔다.
“벌써 죽은 척을 하는 병사가 있단 말이야? 그것도 자신의 도독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군기가 개판이야, 개판. 이런 놈들이 어찌 손가를 궁지에 몰아넣은 거지?”
여몽이 한숨을 쉬며 병사를 내려다봤다.
“그러게 잘 좀 숨어있지 그랬냐. 아니면 계속 눈을 감고 있든지. 근데··· 뭐가 좋다고 그리 실실 웃고 있어?”
병사는 자신의 몸 상태를 보고 살기는 글렀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죽는 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진취가 죽는 것을 먼저 봤으니 충분했다.
“뭐 할 말 없냐?”
“진취 놈의 목을 자를 때, 사지도 잘라 강에 버려 주시지요. 그 정도면 됩니다.”
여몽은 병사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몽은 병사의 목을 내려친 뒤, 소원대로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