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50
심미와 누발은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댔다. 주변 사람들이 말 위에 있는 그들을 슬쩍 쳐다보고는 이내 흥미 없다는 듯 지나쳤다.
심미는 그런 사람들의 태도에 순간 욱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곳의 주인을 떠올리며 애써 감정을 추슬렀다.
“형님, 어째 여기 사람들은 어째 우리를 보고도 예를 취하거나 무서워하질 않습니다.”
감녕은 심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별거 있겠느냐. 군과 민이 잘 구분되어 있나 보지. 왜? 배 위의 부하들에게서처럼 대우받기를 원했는데 그러질 못하니, 깽판이라도 치려느냐?”
“아니, 그것이······.”
“이놈이 수적질을 하다 보니 마음가짐도 진짜 수적이 되었나. 심미, 너 이상한 짓 하고 싶으면 내 옆에 있지 말고 그냥 따로 나가라.”
감녕의 단호한 꾸중에 심미는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말했다.
“형님, 아니오! 아니오! 그럴 리가 있겠소. 설마 내가 그런 대우를 받으려고 형님을 따랐겠소?”
“그래. 우리가 유장에게 반기를 든 것이 유씨 놈들이 한 짓 때문인데, 그놈들이랑 똑같이 하려고 들면 나는 너희를 보지 않을 것이다. 그놈들과 똑같아진다면, 우리가 그놈들을 벌할 수 있는 권리가 없지 않겠느냐.”
“알겠소. 내 형님의 말처럼 잠시 잊은 것 같소. 미안하오.”
감녕은 약간 우울해하는 심미를 향해 흘기듯 쳐다보았다.
‘어차피 이렇게 말해 봐야 통하지도 않을 놈이고, 한번 크게 데여 봐야 정신을 차릴 테지.’
“그래, 내 이해하마. 대신 오늘만큼은 닥치고 아무 말 하지 마라. 안 그래도 호족들이 내가 도독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야.”
그러자 심미가 칼집에 손을 대며 말했다.
“어떤 놈이 말이오? 내 그놈들을······.”
“야! 내가 방금 뭐라 했어?”
감녕은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과 심미를 번갈아 가리켰다.
그 살벌한 기세에 심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누발이 조심스레 물었다.
“형님, 근데 우리만 이렇게 오는 게 맞소? 수하 놈들이라도 좀 끌고 오는 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 그··· 형님을 반대하는 호족 놈들에게 우리의 위세를 보여 줄 겸 말이오.”
“호족 놈들에게 힘을 보여 줘서 뭘 할 건데?”
“그놈들이 우리의 위세를 맛봐야 감히 무시하지 못할 것 아니오.”
“괜히 설레발치지 마라. 아직 그곳 분위기도 모르는데 우리를 중용하고자 하는 수춘후의 말을 어기는 짓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쩝, 그리하시오. 나는 이제 모르겠소.”
“읍읍읍.”
심미는 입을 떼지 않은 채 누발의 말에 찬동했고, 감녕은 그런 둘을 한심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찬동한다면서 이상한 행동 하지 마라. 그런 짓은 도리어 우리의 값을 떨어트리는 행동이다.”
감녕의 말이 끝나자마자 승태와 제갈근, 그리고 조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주변 백성들이 대례를 표하며 일제히 부복하였다.
승태가 가까이 다가오자 감녕은 급히 말에서 내렸고, 심미와 누발 역시 뒤를 따랐다.
“진정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승태가 먼저 치하의 말을 꺼내자, 감녕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신의 이름을 걸고 한 약조인데, 어찌 이를 지키지 않겠습니까.”
승태는 감녕의 겸손한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양주의 수군 도독 자리를 맡기기에 충분한 능력을 보여 주셨으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자, 어서 들어오시지요.”
승태가 자신과 함께 나온 이들을 소개해 준 뒤, 감녕 일행을 관 내로 안내했다.
그러자 서서가 급히 다가와 종이 뭉치를 건네었고, 승태는 그것을 쭈르르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태는 서서에게 다시 몇 가지 서신을 건네며 말했다.
“이 부분은 좀 더 알아봐 주게. 어차피 거래가 지속된다면 분명 덜미를 잡힐 테니 말이야.”
서서는 승태가 건넨 서류들을 품에 넣고는 다시 물러났고, 감녕은 이 과정에서 사용된 종이들을 보고 감탄을 자아내었다.
“모든 일을 종이로 하는 것입니까?”
감녕의 물음에 승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만, 아직 죽간이 많이 쓰입니다. 아무래도 비싸다 보니 말입니다.”
승태가 직접 감녕을 맞이하러 나간 사이, 감녕이 수춘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관 내를 뒤흔들었다.
물론 그 소식을 듣고 이상한 짓을 할 만큼 담이 큰 관리는 없지만, 승태와 감녕의 독대 아닌 독대에 어떻게든 결과를 빨리 듣고자 하는 이들이 넘쳐 났다.
그랬기에 관 내의 모든 이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정도였다.
모두가 귀추를 주목하는 승태와 감녕의 대화는 의외로 중요한 내용이 없었다. 얼마 전에 준 나침반이나 여러 물품에 대한 사용법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승태가 형주의 전투에 관한 근황을 꺼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번에 얻은 배는 어떻습니까?”
“형주의 배야 뭐, 꽤 알아줄 정도입니다. 채가에서 만들어진 배들이니 명품 중 명품이라 할 만하지요. 그리고 수적들이 의외로 배 관리는 잘합니다. 제 놈들 목숨이 배에 달려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배를 빼앗긴단 말입니까? 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감녕이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그거야 자신들이 당할 일이 없다는 자만심에 빠진 탓이지요. 그런 데다 본대가 배를 버리고 예장 깊숙이 들어갔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 틀린 생각도 아니지 않습니까?”
승태가 짧은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이는 마치 진짜 그러하냐는 의미의 행동이었고, 감녕이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말을 이었다.
“형주의 함대를 물 위에서 상대할 만한 세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딱히 수군을 양성하는 이가 없는데 말입니다. 흠, 따져 보자면 오의 손가 정도가 전부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손가가 황조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지 않습니까?”
“하기야 손가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수군을 가진 세력이 없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황조가 아니라 황조 휘하의 도독이 유표의 개와 함께 나온 것을 보고 눈치를 챘습니다. 이거, 한 방 먹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감녕의 보고에 승태는 마치 치하라도 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그리고 제대로 한 방을 먹여 주었고 말입니다.”
“하하, 그거야 주공께서 저를 믿어 주신 것 덕분 아니겠습니까.”
승태는 감녕의 입에 발린 소리를 듣고 웃음을 지었다.
“그보다는 과거에 같이한 금범적들이 도움이 컸겠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지적에 감녕은 잠시 당혹했으나, 지난번 위월의 일을 떠올리며 솔직히 답했다.
“과거, 저와 함께 수적질을 한 동지들입니다. 물 위에서만큼은 손가병이나 황조의 교룡병 만큼 뛰어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감녕이 휘하 수적들을 손가나 황조의 병사들처럼 정규병마냥 보고하자,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이제는 한 군데 생겼습니다. 특히 장강 중류를 차지하고 있는 세력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 세력은 주공의 것이지요.”
감녕의 말에 승태는 지그시 웃음을 지으며 내관을 바라보았다.
“인장을 가져오게. 내 약조를 지켜 준 감 도독에게 여강 수군독을 내줄 것이네.”
잠시 후, 내관이 함을 가지고 오자, 승태는 곧장 감녕에게 내주었다.
감녕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천천히 함을 열어 보았다. 그러고는 안에 담긴 인장을 바라보며 감회가 깊은 표정을 지었다.
“어찌하여 그러는가? 혹여 마음에 들지 않는가?”
“아닙니다. 제가 일군을 다스리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걸렸는지 반추해 보고 있었습니다. 전날, 유언이 감히 황제의 식을 따르는 데 반발하여 승의 자리를 버린 후, 한 번도 정상적으로 군을 이끌어 본 적이 없사옵니다. 유장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던 유 형주 또한 저를 중용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참 오래 걸렸습니다. 이런 인장 하나 받는 데 말입니다.”
승태는 한껏 감회에 젖은 감녕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대가 수적들을 정리하여 모두 나의 아래 둘 수 있게 된다면, 장강의 모든 배가 그대의 말에 움직일 수 있게 해 주겠네.”
그 말에 감녕은 크게 숨을 들이켜더니, 약간 진지함이 빠진 모습이 되었다.
“장강의 모든 배가 제 말에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제가 뒤를 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지금껏 말이 없던 조운이 나섰다.
“말이 조금 심한 것 같습니다, 도독.”
승태가 조운에게 손을 들어 제지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둘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내가 무능하든지, 감 도독이 휘하의 모든 이들이 인정할 정도로 뛰어나든지 말입니다. 저에게 받을 것이 많은 이들이라면, 아마 그 말을 꺼내는 순간, 감 도독의 목을 그 자리에서 날려 버릴 것입니다.”
마치 협박과도 같은 승태의 발언에 심미나 누발이 엉덩이가 들썩였으나, 감녕은 크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하핫! 하기야 그렇겠습니다. 주공께 마음이 향한 이들이 많으면, 그 자리에서 제 목이 남아나지 않겠지요.”
감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운도 따라 몸을 일으켰다. 감녕은 웃으며 말했다.
“조 장군께서는 걱정치 않으셔도 됩니다. 선물을 준비하였으니 말입니다.”
심미가 비단에 싸여 있던 검을 감녕에게 건네자, 조운은 눈을 부릅뜨며 바로 달려갔다.
우당탕!
조운의 급박한 움직임에 주변 물건들이 모조리 박살 났다.
하지만 감녕은 전혀 개의치 않고 무릎을 꿇고 부복하며 승태를 향해 두 손으로 공손히 검을 내밀어다.
승태가 그런 감녕에게 가까이 다가가 서자, 조운은 여전히 꿋꿋하게 승태의 앞을 지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듯 조운의 손은 검 손잡이에 닿아 있었다. 그 모습에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염려해 주어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도리어 제 행동이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차라리 과한 것이 나을 때도 있지요. 시황제의 전철도 있으니 말입니다.”
승태가 걸음을 내디디려 하자 조운은 고개를 저었다. 승태는 그 뜻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조운이 앞으로 나아가 감녕이 바친 검을 받아 들고 말했다.
“검을 들고 온 것은 큰 의심을 살 수 있는 행동이오.”
“저희의 무기는 모두 납하였고, 오롯이 공물만 남긴 것입니다. 무엇보다 하례품에 대해 올리는 공물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승태는 손을 들어 말했다.
“그 정도 하면 알아들으셨을 것입니다. 다만, 다음에는 하지 않으면 좋겠소. 내관에게 미리 말하였으면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오.”
“하나 그리한다면 제 충심은 느끼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충심은 무슨. 도독의 자리에 오른 뒤에 뭔가를 보여 주려는 것이겠지.’
속내와 달리 승태는 태연스레 말을 꺼냈다.
“무엇입니까?”
“주유가 제게 건네 월나라 검입니다.”
‘흠, 잘만 하면 주유의 속을 터트리기에는 충분하겠군.’
저도 모르게 사악한 생각을 떠올리는 승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