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52
승태에게서 계책을 전해 들은 진궁은 꽤 재미있다는 듯이 수염을 쓸어 넘겼다.
겨우 팔뚝만 한 크기의 검 한 자루이지만, 진궁이 보기에는 손가 내부를 한 번 더 쪼갤 수 있는 커다란 검으로 느껴졌다.
“소문은 이미 퍼졌다는 이야기입니까?”
“너무 빨랐을까요? 생각나자마자 은근히 퍼트리기는 했는데 말입니다. 그들의 귀까지 제대로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엄살을 부리는 승태에게 진궁이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 들어갔을 것입니다.”
“벌써 말입니까? 아직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요?”
그러자 진궁이 검을 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손가에게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세력은 황조와 우리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지역이 어디겠습니까?”
“단양이겠네요.”
실제로 오군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단양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 그래도 승태가 유수와 유수 근방 지역을 점하고 있어 강을 방벽으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태사자가 이주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단양 일대의 어수선한 곳들을 점하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소신이 단양을 어떻게든 지켜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미 반쯤은 날아가긴 했지만 말입니다.”
승태는 진궁의 말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진궁은 청주나 하북의 상황에 상관하지 말고 어떻게든 손가를 무너트려 강동을 온전히 차지하라는 계책을 진언하였다.
그러나 승태는 하북의 군세를 두려워하며 언제나 한 발을 뺐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신하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시면 안 됩니다.”
승태가 어색한 웃음으로 변명하듯 말하자, 진궁은 애써 다독여 주었다.
“하여간 좋은 계책입니다. 알면서도 빠지게 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승태는 진궁의 칭찬에 약간 기쁜 얼굴을 했다. 그 모습에 진궁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거기다 단순히 손가만 빠져들 문제가 아니라 황조도 굉장한 불쾌함을 느낄 만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그다음을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수도로 돌아가서 주유에게 회계 태수 자리라도 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강동을 노리려는 생각을 좀 미루어 두겠습니다.”
“주유와 손권을 싸우게 하려는 것입니까?”
“글쎄요.”
진궁은 귀에 걸려있는 붓을 들어 종이에 글을 썼다.
“이미 오회는 호족들이 한번 크게 데여 있습니다. 거기에 연관된 사람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당시 그 칼을 들고 휘두른 사람이 주유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손권이 더더욱 감싸 줄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지요. 손권은 여러모로 부담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구신들의 권위가 아직 크게 남아있을 것인데, 지금 이런 일이 터져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주유가 고개를 숙이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궁은 붓으로 종이에 글을 썼다. 그곳에는 분란(紛亂)과 불신(不信)이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예매한 정보는 더욱 의심을 키울 것입니다. 어디서는 주유가 감녕을 끌어안기 위해 내용도 나올 것이고, 또 어디에서는 주유가 주공께 무릎을 꿇었다고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런 것은 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두면 됩니다. 어디로 흐르든 상관없습니다. 못 해도 주유와 손권 간의 신뢰와 구신들의 지지가 줄어들 것이니 말입니다.”
승태는 진궁의 말에 감탄을 보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주유에게 관직을 내리면 손권이나 다른 이들이 크게 흔들리겠습니다.”
“소문을 안 믿던 이들도 흔들리겠지요.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진궁의 긍정적인 반응에 승태는 약간 들뜨는 느낌이 되었다. 마치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수도에 가서 순 사공(순욱)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승태가 순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진궁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주공.”
들뜬 승태는 방방 뛰는 목소리로 진궁의 물음에 대답하였다.
“예, 노사. 무슨 일입니까?”
“주공, 수도에 가시더라도 웬만하면 황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십시오. 아니면 서신만 전하면 될 것입니다.”
“예? 그럼 어떻게 주유에게 직을 내리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순 사공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진궁은 잠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순 사공도 쉬이 이해할 것입니다. 진 장사(진군)가 지금 인사를 담당하는 동조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니, 차라리 그를 만나시지요.”
승태는 진궁에게 눈을 흘기며 물었다.
“궁에서 또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까?”
진궁은 승태의 말에 답하지 않으면서 수염만 쓰다듬었다.
“제가 순 사공을 도와주기 위해 뛰어가야 할 정도로 큰일입니까?”
여전히 진궁에게서 말이 없자 승태는 혀를 차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아닙니까?”
“글쎄요. 이번에도 순 사공이 조조가 살았을 때와 같이 움직인다면 황제는 허탕을 치겠지만, 순 사공에게 미치는 영향도 클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 주공께서는 순 사공의 옆에 서 있을 것이니, 제가 근처에 머물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한숨을 내쉰 승태는 진궁의 말에 동의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무엇인가 고민하듯 잠시 머리를 붓으로 때리다가 물었다.
“저는 순 사공을 버리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노사께서 제 아버지 같다면, 순 사공께서는 큰형님과 같습니다. 순 사공은 중앙에서 언제나 저를 걱정하고 지키려고 일부러 집안의 사람들까지 붙여 주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려움에 빠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가겠습니까?”
“권좌에 앉은 순간부터 인간성은 포기하셔야 합니다. 주공의 성패에 달린 사람들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입니다.”
승태는 서주에서 함께한 이들과 새로운 제도와 문물들을 접목하여 놀라운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승태가 흔들린다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말이었다.
승태도 진궁이 말하는 바를 잘 알고는 있었다. 새로운 문물들을 아는 것은 오롯이 승태뿐이니까.
그렇기에 여러 제도를 한데 묶어 낼 수 있는 승태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바로 설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아직 저에게는 순 사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진궁은 승태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정 그러하시다면 조 장군과 위 장군, 그리고 창희는 데리고 가십쇼.”
거듭되는 진궁의 당부에 승태도 새삼 심각성을 깨달았다.
‘진짜 난리가 나는가 보네.’
“호위병은 데려가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호위병이 많으면 다른 방법을 쓰려 할 것입니다. 차라리 상대가 칼을 뽑는 쪽이 상대하기 쉬울 것입니다.”
진궁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아마도 황도 자체가 뒤집히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승태는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상상을 했다. 자신도 소중한 가족이 있는데 괜히 불이 붙은 섶 속으로 굳이 뛰어들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승태는 그런데도 순욱만큼은 반드시 지켜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조조와 곽가의 공격을 막고, 호족들의 암수를 예측하여 지켜 준 기억들.
그렇기에 순욱을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 노사.”
승태의 애처로운 한마디에 진궁은 달리 데려갈 사람을 한 명 더 이야기했다.
“원직을 데려가십시오. 검술도 1인분은 충분히 할 것이고, 허도에 이미 사람을 심은 능력이 있는 아이입니다. 또한, 순 사공의 밑에서 일해보았으니, 그들과의 접촉 또한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승태는 진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그럼 같이 갈 이들을 불러서 이야기해둬야겠습니다. 그리고 설마··· 아닙니다.”
승태는 뭔가 말을 꺼내려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무슨 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도 아닌데, 때맞춰 그날 일이 터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소신이 너무 큰 걱정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
주유의 직을 상신하기 위해 상경한 승태는 허도에 발을 들이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순욱과 만총으로 인해 허도의 치안이 좋아진 것 같기는 했다. 위병들이 돌아다니며 치안을 지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 위병들이 권력자를 지키거나 조조의 집 주변에 머물렀을 테지만, 거리를 순찰한다는 것 자체가 전보다는 굉장히 좋아진 것이 아닌가.
그 점을 느낀 조운이 승태의 옆에 서서 말했다.
“분위기가 좀 묘합니다. 위병들도 뭔가 나뉘어 있는 느낌이고, 약간 뭔가 경계를 하는 분위기이니 말입니다.”
승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번에 말한 상황이 지금 극에 달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미 편이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곳으로 원직을 먼저 보낸 것이 다행입니다. 꽤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말입니다.”
허도의 저택에 도착하자, 승태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진군과 최염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최염의 옆에는 젊은 청년이 있었는데, 그는 승태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최가의 헌입니다.”
최염은 웃음을 지으며 최헌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말했다.
“제 큰아들입니다.”
“최 공을 닮아 참 훤칠합니다.”
승태의 칭찬에 최헌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버지와 달리 저는 아직 관직에 오르지 못하여 뜻도 못 펴고 있습니다.”
승태는 약간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동조의 장사인 진 장사도 여기 있으니, 한번 말해 봄이 어떻습니까? 하하하하!”
승태의 농에 진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 그런 농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님을 잘 알 텐데 그러는가.”
승태는 정색하는 진군을 바라보며 여전히 환한 웃음을 지었다.
“형님, 제 사택에 와서까지 그런단 말입니까? 하, 그래도 오랜만에 술 한잔 기울이며 대화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 일단 들어가지. 계규 공께서도 안으로 드시지요.”
“형님, 여기 우리 집입니다.”
진군은 그렇게 말하는 승태를 바라보며 톡 쏘아붙였다.
“그래서 아니 들어갈 것인가?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을 것 같은가.”
“가복들이 차도 안 챙겨주었답니까?”
진군은 그런 승태를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조운, 위월, 창희에게 예를 취했다.
“모두 들어가시지요. 서재가 의외로 넓으니, 모두 들어갈 만할 것입니다.”
“형님, 좀 씻고 해도······.”
그 말에 진군이 도끼눈을 뜨며 바라보았고, 결국 승태는 한숨을 내쉬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승태의 뒤로 호위를 맡은 세 무장이 들어가고, 그 뒤로 최염과 진군, 최헌이 따랐다.
이윽고 승태가 상석에 자리하자, 좌우로 모두가 앉았다. 승태가 무엇인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진군이 주먹을 쥐고 승태에게 말했다.
“자네, 진짜 시간을 못 맞추는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