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57
승태는 달려오는 둔기병(屯騎兵)들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언뜻 보기에 숫자는 많지만, 처리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은 탓이었다.
승태는 도집째 들고 그들을 향해 외쳤다.
“내 다시 한번 물어보겠소! 진정 나를 적으로 삼을 것인가!”
복완은 승태의 말에 크게 웃으면서 답했다.
“수춘후,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시면 지금 당장 역적 순욱의 목을 베십시오. 그리한다면 내 살려 드리겠습니다.”
승태는 완고한 태도를 견지하는 복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권력에 눈이 멀어 사리분별조차 하지 못하는구나.’
승태가 진짜 항복할 생각이라면 지금 이렇게 당당히 묻는 게 아니라 무릎부터 꿇고 애원의 말부터 꺼냈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승태는 마지막으로 선언하듯 말했다.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신다면··· 알겠습니다.”
승태는 병사의 칼을 도집으로 막아 내고는 벼락같이 칼을 뽑아 휘둘렀다. 그 과정에 큰 움직임 따위는 없었다.
간결하게 병사의 목을 쳐 낸 승태는 앞으로 나아가 종횡무진 칼을 휘둘렀다.
승태의 뛰어난 무위에 깜짝 놀란 둔기병들은 뒤로 물러나 포위를 하기 시작했다.
약간 겁에 질린 듯 무기를 겨누는 병사들을 이리저리 둘러본 승태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흐으으음, 생각보다 빠른 대응인데? 좋아, 그렇다면······.”
승태는 마치 양 떼 무리 속에 뛰어든 늑대마냥 달려들어 병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런 승태의 머릿속으로 검을 배우며 들은 충고가 떠올랐다.
[주공, 상대의 숫자가 많을 때는 먼저 방향을 정하여 치십시오. 포위당하여 싸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깝게 붙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며 적은 칼을 들이밀 공간이 나오지 않아서 당황할 것입니다.]승태는 마음껏 환도를 휘두르며 주변에 걸리는 모든 것들을 베어 내었다. 그렇게 일단의 병사들이 쓰러지고 나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나아갔다.
그러자 병사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승태의 움직임에 따라 정신없이 휘둘렸다.
결국 보다 못한 복완이 소리를 내질렀다.
“당황하지 말고 포위를 유지해라! 아무리 저자의 무예가 뛰어나다 해도 지치면 결국 쓰러질 것이다! 너희들 숫자가 몇인데 그러고 있어! 그리고 순욱을 먼저 노리란 말이다!”
그제야 병사들은 승태를 견제하며 순욱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순욱을 보호하던 병사들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그에 번진은 달달 떨며 순욱에게 말했다.
“우리를 도울 이들이 더 없습니까? 이렇게 가다간 끝입니다.”
다급해하는 번진과 달리 순욱의 태도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렇게 걱정이 되는가?”
“그럼 사공 어른께서는 괜찮으십니까?”
“나를 모르고 적을 모르면 한 번을 싸워도 불안한 법이지. 하지만 이미 나를 알고 적을 아는데, 뭐가 걱정이겠는가.”
말을 마친 순욱이 호각을 불자, 병사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멀리서 허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공! 진위장군! 신 허정, 지금 도착했습니다!”
허정의 옆에서는 조엄이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장군, 분명 적을 혼란케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리 나서다니요.”
“그럴 필요 없어 보이는데? 주공께서 저리 판을 즐기고 계시는데, 내가 빠질 이유가 없지.”
그 말을 끝으로 허정은 쌍극을 들고 피가 튀는 전장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호분위가 우르르 따르자, 조엄이 급히 외쳤다.
“아니, 누가 적인지는 듣고 가야··· 하아, 이젠 나도 모르겠다. 맘대로 하시지요.”
어느새 멀리 달려나간 허정의 뒤에서 한탄을 쏟아 낸 조엄은 포기했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조엄의 호위가 말했다.
“그래도 장군께서 알아서 잘할 것입니다.”
“적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저러다가 아군을··· 아, 저러면 되겠군요.”
허정이 쌍극 중 큰 극을 승태가 있는 방향으로 던지자 순식간에 길이 뚫렸다. 그러자 다시 그 안으로 뛰어들며 짧은 극을 휘둘러 주변의 적들을 쓰러트렸다.
허정의 공격은 마치 철퇴를 휘두르는 것과 같아 닿는 족족 갑주를 깨트리며 병사들의 몸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다시 뽑을 때는 힘껏 잡아당겨 극에 찔린 병사뿐 아니라 주위의 이들까지 밀어낼 정도였다.
“비켜라! 비켜!”
그런 허정의 뒤로 용기백배한 호분위가 들이닥쳤다. 숫자는 둔기병이 많을지는 모르지만, 보군으로서 싸우는 것은 호분위가 더욱 뛰어났다.
호분위들은 사람 머리만 한 추가 달린 철퇴를 휘두르며 용맹을 뽐냈다.
그렇게 길을 뚫고 나간 허정이 마침내 승태의 곁에 당도했다.
“주공, 허정 도착했습니다.”
승태는 온몸에 붉은 피를 뒤집어쓴 허정을 보며 말했다.
“흠, 이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승태는 약간 거들먹거리면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승태는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승태는 조운이나 관우 같은 뛰어난 장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을 상대함에 있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고, 피와 땀으로 젖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 모습을 본 허정은 약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땀이 좀 많이 나신 것 같은데, 힘들지 않으십니까?”
“하하하하, 조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무엇을 하면 됩니까?”
“복완을 잡아야지요.”
승태의 말에 허정은 고개를 돌려 단 위에서 소리치고 있는 복완을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한번 해 보지요.”
허정이 앞으로 나서기 전에 순욱 쪽을 바라보았다. 마침 순욱의 주변으로도 아군 병사의 수가 점점 늘어나며 둔기병들이 점점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걱정을 덜어낸 허정은 쌍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허정은 다시금 맹렬하게 움직이며 나아가자 둔기병들은 당황하며 급히 무기를 들어 저항했다.
하지만 워낙 엄청난 힘 탓에 극에 부딪치자마자 검을 놓치거나 부러지기 일쑤였다.
허정은 무자비하게 극을 휘둘러 병사들을 참살했다. 그렇게 나아가던 중 복부를 관통당한 한 병사가 극을 움켜쥐었다.
그 모습에 허정은 웃음을 지었다. 이미 얼굴 전체에 새빨간 피를 뒤집어쓴 허정의 모습은 마치 야차와도 같았다.
“비켜라.”
허정이 팔을 한 번 떨쳐 내자 극에 찔린 병사가 속절없이 날아갔다. 이를 피하지 못한 근처의 병사들도 함께 휘말려 우르르 쓰러졌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한 허정은 다시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 옆으로 호분위들이 따라붙었다.
허정이 한 발, 한 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복완은 당황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야겠다.”
복완이 겁을 먹고 떠나려 하자, 허정이 그를 보며 말했다.
“겁쟁아,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상황이 다급해지자 복완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아울러 남은 둔기병들이 육탄으로 몸을 날려 허정을 막기 시작하였다.
그에 잠시 여유가 생긴 복완은 고개를 돌려 승태에게 말했다.
“어차피 대세는 기울었소. 비록 이 자리에서 순욱을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나, 일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오.”
하지만 그런 말에도 순욱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싱긋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복완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 일말의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내 분명 폐하가 나가는 것까지 봤는데 말이야.’
***
허도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 벌어졌다.
황궁 안에서는 순욱과 복완의 전투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그 바깥에서는 만총과 순가병, 그리고 순가를 따르는 이들이 이번 일에 연루된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황제가 허도를 빠져나간 후 혼란을 일으키려던 이들은 급작스런 습격에 목숨을 잃거나 사로잡혔다.
만총과 최헌, 순운은 병사들을 이끌고 치려와 동조한 이들의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만총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에 최헌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버지의 학우들을 이리 보내도 되겠는가?”
“괜찮습니다. 아버지를 협박한 이들이 어찌 학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가?”
만총은 끌려오는 죄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좀 조정이 깨끗하게 돌아갈 것 같군.”
순운 또한 끌려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로 조정이 깨끗해지겠습니까?”
만총은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말을 바로잡아야겠군. 한동안 깨끗이 돌아갈 것이란 말이지. 이렇게 과격한 모습을 보여 주면 그래도 한동안은 조용해지지 않겠는가? 괜한 트집이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그때, 최염의 학우 중 한 명이 최헌을 알아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이보게, 나 좀 살려 주게. 내가, 내가 최 공과 같이 수학도 하고, 같이······.”
하지만 최헌은 냉정하게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같이 수학한 사람이 동문을 공격한단 말입니까?”
“그것은 내가 한 것은 아니네! 그래! 치려가, 치려가 모든 것을 다한 것이네.”
“그 말에 대한 진위는 만 도위께서 밝혀 주시겠지요.”
최헌이 고개를 내젓자 병사가 다가가 그를 질질 끌고 갔다.
“흠, 지금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와 모른 척하면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다니 말입니다.”
“원래 욕심 많은 이일수록 자신이 당할 줄은 모르니 말이야. 그보다 나는 말이야, 이번 일에 공 장작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참으로 신기했네.”
이곳저곳을 살피던 만총은 정자 밑의 으슥한 곳을 가리켰다. 병사들은 만총의 손가락질에 우르르 달려갔고, 만총은 무심한 감정과 신기하다는 감정이 섞여 말을 꺼냈다.
만총의 말에 최헌과 순운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공 장작께서 진짜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에는 공 장작께서 먼저 나섰을 것 같은데.”
곧 만총이 가리킨 곳에서 몇몇 어린아이가 끌려 나왔다. 만총은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최헌과 순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한껏 기지개를 켜고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삼공의 어르신들 모두가 나서지 않았지. 그저 폐하가 난을 일으키는 것을 지난번처럼 바라보기만 하였다. 자, 이제 다른 곳으로 가지.”
“예, 알겠습니다!”
세 사람이 사라진 후에도 비명과 고함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
한편, 허도에서 도망쳐 나온 헌제는 주변을 바라보며 기쁜 내색을 보였다.
“부인, 드디어 허도를 탈출했소. 국구의 말대로 허도는 혼란에 빠진 듯 보이오. 하하! 이번에는 내가, 내가 이겼소이다. 내 전풍과 접촉한 연후에 낙양에서 다시 한조를 일으키면, 제후들은 절로 다시 고개를 숙일 것이오.”
“그럴 것입니다, 폐하. 그런데 고관들에게 이번 일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되었소. 그들은 나에게 한조를 바로 세우라고 잔소리만 하고, 조가나 순가에 굽실거리는 위선자들일 뿐이오. 내 그들과 같이할 바에야 나만을 원하는 이들을 쓰겠소.”
세상 물정 모를 소리만 늘어놓는 헌제의 모습에 복부인은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