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58
지금의 낙양은 재건을 위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완전히 재건된 상황은 아니지만, 여러 관(關)과 일부의 기능을 회복하였다.
그러한 관 중 하나인 동령관에서 낙양 태수를 맡은 한총과 하내 태수 무상이 함께 견성에서 전풍을 맞이하고 있었다.
“원가의 군사인 종사를 뵙습니다.”
“허허, 아닙니다. 예를 거두시지요. 두 분께서 원가에 선다고 하니, 제가 직접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두 태수는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이며 말했다.
“전 군사께서는 이제 원가뿐만 아니라 황실을 책임지는 인물이 되셨으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허허허허.”
하내 태수 무상이 공손히 말하자, 서로가 웃음을 띠며 서로 동의하였다.
“아직 순가는 건재하고 사방의 제후들이 순욱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니 쉽게 한조를 다시 세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럴 리가요. 이번의 일로 폐하만 봉대한다면 순가는 역적이 될 것이고, 사위의 제후들이 칼을 돌려 순가를 노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 순가가 버틸 수 있겠습니까. 그저 멸망만을 기다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맞아요. 거기다 낙양이 닫히면 관중도 절로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그때, 그들이 있는 연회장으로 전령이 들이닥쳤다. 무상이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 호통을 치려 하자, 전풍이 손을 들어 막았다.
“폐하께서 무사히 허도를 탈출했다고 합니다.”
전령의 말에 모두가 탄성을 내뱉었다. 계책이 어긋남 없이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허도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여 있을 것이 자명했다.
‘순 사공, 당신도 여기서 끝인가 보군.’
전풍은 과거 업에서 순욱을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원소는 영천의 인재들을 포섭하기 위해 큰 노력을 쏟았다. 특히 한복의 초대로 기주에 머물던 순가의 인물들을 귀빈으로 대우하였다. 순가의 인물 중 순가팔룡이라는 명성과 외모적으로도 수려한 순욱은 인재들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강하게 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순욱은 원소의 됨됨이를 보고 다른 영천의 인물들과 달리 그냥 떠나 버렸다. 그 후, 순욱은 조조의 밑에서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내정에 임하다 지금에 이르렀다.
‘솔직히 부러웠소. 나는 이루지 못한 것들을 그대는 이루었으니까 말이오.’
전풍은 황제의 봉대를 건의했지만, 원소는 동탁이 세운 황제는 인정할 수 없다 선언했고 주변의 황실 인척들을 포섭하려다가 실패하였다.
그뿐인가. 원술이 황제에 오르고 패망하여 쓴 글에 현혹되어 스스로 황제에 오르려는 행동까지 저질렀으니, 전풍은 자신의 안목 없음을 탓하기도 했다.
‘그대는 하나의 선택으로 나를 이겼소. 하지만 나는 그대가 이룬 것을 빼앗을 것이오.’
여기에까지 이른 전풍에게 이제 중요한 것은 충심이나 효와 같은 유교의 가르침이 아니었다.
‘순 사공, 그대가 이루지 못한 권신의 길을 내가 이루겠소이다. 천하를 입과 손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권신이 되어 세상을 내 손안에 넣어 보겠소.’
전풍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태수들에게 말했다.
“폐하를 맞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풍의 말에 태수들이 허겁지겁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제가 군을 모아 두겠습니다.”
전풍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
허도의 난이 일어나기 전, 순유는 진류에 도착하자마자 정욱과 우금을 찾았다. 두 사람은 전쟁의 패착에 대하여 그를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하후 장군께서 계책을 받아들여 주지 않았으니, 순 사공께서 자네를 크게 문책하지는 않을 것이네.”
정욱의 말에 순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장군을 설득하지 못한 제가 잘못이지 않겠습니까.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정욱은 약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한가? 하긴 자네도 순가의 사람이로군. 순가는 참으로 곧고 바르니, 한조에는 참으로 홍복이네.”
순유에게는 그러한 칭찬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순욱의 다음 행보를 어찌 따를지가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정 공이나 우 장군께서는 순 사공의 서신을 받지 못하셨습니까?”
정욱은 순유에게 죽간을 넘기며 말했다.
“이것을 말하는 것인가?”
“어찌하여 서신을 없애지 않으셨습니까?”
정욱은 화로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진위를 알 수 없으니 기다리고 있었네. 자네가 이와 같은 서신을 말한다면, 그때 믿으려 했으니 말이야.”
우금은 그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급한 일이 되겠습니다. 이미 준비는 해 두긴 하였으나 군을 은밀히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니, 소장은 여기서 일어나 보겠습니다.”
우금이 일어나 밖으로 향하자, 정욱은 순유를 보며 물었다.
“자네의 말이 맞다면, 순 사공께서 한조를 유지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작금의 폐하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군.”
순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입니다. 아니, 이미 이 모든 판을 올려놓은 것은 사공이니, 이전에 결심이 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씁쓸하군. 그렇다면 만일에······ 만일 헌제께서 잘못되신다고 한다면 어찌 되는가?”
“황가의 인물이야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황도에는 왕작을 받은 이들이 많으니까 말입니다.”
정욱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리도 준비해야 할 것이군. 혹 장 장군이 이를 믿지 않고 군을 움직이지 않으면 낭패일 터인데.”
“그의 옆에 가 집금오께서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한수를 처리하고 마등을 무릎을 꿇렸으니, 관중의 후방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분명 움직일 것입니다.”
“그럼 남은 것은 하후 장군이로군.”
순유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백마진을 지키는 데 모든 역량을 쓰고 있으니, 무리한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의 전투에서 대패를 겪었으니, 더더욱 말입니다. 도리어 보급에 충실할 것입니다.”
“그럼 다행이로군. 우 장군께서 하내로 진군하는 데 방해는 되지 않을 것이니. 아니, 하후 장군의 장기인 보급을 담당한다면, 오히려 큰 도움이 되겠군. 그럼 자넨 어찌할 텐가? 서신에 보면 딱히 정해진 일이 없던데, 차라리 우 장군을 보좌하여 공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 말이야.”
“원상을 이용하여 하간에서 난을 일으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어려운 일을 맡았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위험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직접 움직이는 이들은 제가 아닐 테니 말입니다.”
정욱은 약간 안타까운 듯이 혀를 찼다.
“봉효가 죽고 이런 일을 할 사람이 딱히 없으니 자네까지 이런 곳에 손을 대게 되었군.”
순유도 안타까운 듯이 혀를 찼다.
“봉효가 그리 갈 줄은 누구도 몰랐으니 말입니다. 명공(조조)께서도 말입니다.”
정욱은 아련한 듯 조조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래도 순 사공께서 공의 자리를 허하였으니 다행이지 않는가.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극구 말릴 줄 알았네. 그런데 명공의 죽음이 큰일이었던 같더군.”
“큰일이었지요. 며칠 동안을 식음도 잊고 잠도 잊으며 슬퍼하였으니 말입니다.”
정욱은 그런 순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도 순욱와 조조의 관계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순욱에게 있어 조조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동반자이자 역경을 같이한 전우이며, 자신의 꿈속을 투영하는 영웅이었다.
“순 사공이라면 아마 그러했겠지.”
이제는 일해야 할 때라는 듯 정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의 일도 잘되기를 바라지. 어차피 자네와 나의 일 모두 천하를 위한 일이니 말이야.”
정욱은 차마 한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정욱 자신도 작금의 상황이 한조를 위한 것인지는 확답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겠지요.”
순유의 굉장히 모호한 말이 정욱의 마음을 툭 치고 들어왔다. 그러나 정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가후는 자신의 손에 들린 서신을 내려다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러자 가후의 호위가 된 염행이 옆에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순 사공의 계책이 정말 놀랄 만하네. 참으로 묘한 계책이로군. 상대가 빼앗아 간 황제를 도리어 지켜야만 하는 짐으로 만드는 계책이야.”
“장 장군을 부르면 되겠습니까?”
가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하게. 지금 빨리 준비해야 공을 세울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또한, 양수와 곽원, 가규를 모두 데리고 오게.”
잠시 후, 세 사람이 모두 막사로 모이자, 가후는 그들을 향하여 말했다.
“호관을 넘어 업으로 향할 것이네.”
가후의 말에 곽원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호관은 못해도 수개월을 매달려야 하는 관입니다. 그것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업성 또한 거성이니 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작금 고간이 아군에 패해 태원으로 피신하였다 하더라도 다시 군을 모아 우리를 도모하려 할 터인데, 회군하기 어려운 호관을 노리다가 보급이 끊겨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곽원의 말에 가규도 동의하였다.
“소인, 호관의 위용을 보지는 못하였지만, 곽 군독(軍督)의 말이 맞습니다. 하후 장군을 격파한 후에 군이 대다수 남으로 진군하였다고 하지만, 아군이 호관을 노린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원담은 분명 회군할 것입니다.”
“알고 있소. 그러나 호관을 노리라는 이야기는 위에서 결정된 것이오. 나 또한 그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하오. 하여 이 일을 그 계획대로 밀어붙일 것이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것을 지금 알려 줄 수는 없소.”
그러자 곽원이 소리를 쳤다.
“그래, 집금오의 생각대로 호관을 넘었다고 칩시다. 그럼 업성은 어찌 얻으려고 합니까? 아니, 환상을 말하니 다시 말하지요. 업성도 얻었다고 칩시다. 군의 보급도 문제이오. 어디서 보급을 할 것이오?”
가후는 그런 곽원을 빤히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는 명령이네.”
“병사들을 다 죽이려면 그리하쇼! 내 그 명령은 들을 수 없으니, 따르지 않겠소! 어차피 나는 원가의 장수이니, 원 공자의 명이 오기 전에는 평양을 지키겠소.”
곽원은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막사를 나갔다. 그 모습을 보는 가규는 예를 표하며 말했다.
“곽 군독이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모두가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 부디 크게 문책하시지 마시고, 그저 의견을 내었다고 생각해 주십쇼.”
가후는 그런 가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곽원을 문책하지 않으면, 자네는 나에게 무엇을 주겠는가?”
가규는 순간 가후의 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후가 거래를 하고자 할지는 전혀 예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가후는 부드럽게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나이가 있고 그다지 돈 욕심은 없네. 흐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군. 군법으로 곽원을 벌하는 것이 맞을 것 같군.”
가규는 고민을 하며 말했다.
“곽 군독과 제가 평양을 지키겠습니다. 고간이 이곳을 넘지 못하게 말입니다.”
가후는 웃음을 지으며 가규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그대를 믿지. 나가 보게. 그런 후, 곽원을 설득하여 평양을 지키게.”
가규는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가후는 그 모습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