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59
가후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양수가 묘한 얼굴을 하며 바라보았다. 양수는 가후의 검은 마음을 도저히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정상적인 생각이라면 호관을 넘기 어려울 것이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보다 더한 업성을 공략하는 일을 꺼낸 것을 보면, 이미 모든 것이 계획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리라.’
양수는 예를 표하며 말했다.
“혹시 저희에게 자세한 계획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에게는 없네.”
너무도 단도직입적인 말에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는 가후를 바라보았다. 계책이 없는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계책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을 어찌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십니까? 병사들을 모두 죽게 만들 생각입니까?”
가후는 타박하듯 말하는 양수를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았다.
“진정 그리 생각하는가?”
장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집금오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면 다 이유가 있을 테지요. 저는 그저 따르겠습니다.”
그에 양수 또한 가후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죄드립니다. 제가 식견이 짧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가후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만하네. 자네의 식견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올라와 있는 판이 달라서 그러니 자책하지 않아도 되네.”
은근한 가후의 모욕에 양수는 고개를 숙였다. 예를 표하면서 자신의 표정을 숨기며 모욕감을 감추었다.
‘하여간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영감이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가후는 제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 모두에게 알렸으니, 이만 가 봐도 좋네.”
장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주섬주섬 자리를 떠나자, 장수와 가후, 그리고 염행만 남게 되었다.
“집금오께서는 대체 무엇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가후는 그런 장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군에게 원하는 바는 이미 끝났지요. 사실 제가 원하는 바는 딱히 없습니다.”
“그럼 어찌하여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그것은 아군에 던진 말이 아니라 적군에 던진 말이네.”
“예? 그것이 말이 됩니까?”
“말이 될 것이오. 원가의 병사들이 지금 여기에 들어왔으니, 분명 간자들이 있을 것이네.”
장수는 깜짝 놀란 눈으로 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곽원이 간자라는 말입니까?”
가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네. 곽원과 같이 성격이 급한 이의 입은 아주 가벼운 편이니, 금세 적의 귀에도 지금의 소식이 들어갈 것이고. 특히 고간과 같이 예민한 자는 우리의 움직임을 굉장히 의심할 테니 말이야. 그리고 고간도 호관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니 더더욱 말이네.”
***
한편, 평양에서 패한 고간은 진양에서 다시 군을 정비하며 남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정비라기보다는 유주의 원희에게 뜯어내는 것이 맞겠지만 말이다.
“빌어먹을, 원가의 자식들이라는 놈들이 감히 외종숙을 무엇으로 보고 이런 지시를 내리는 것인지. 쯧.”
한가롭게 누워서 부인의 안마를 받으며 죽간들을 살피는 고간. 그 모습에 고간의 부인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일이신데 그러시나요?”
“부인, 이것 좀 보시오. 이런 정신머리 없는 놈들이 원가의 자손들이라니, 내 차라리 원가를 내 손으로 차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소,”
그곳에는 하간 일대에 반란을 일으키고자 알리는 포고문이 적혀있었다.
그뿐 아니라 원담은 전풍의 전횡을 알린다며 도움을 부탁하는 글을 고간에게 보냈고, 원희는 부인이 무섭다며 제 일을 미주알고주알 알리고 있었다.
“종형이 만약 살아 있었다면, 이 죽간들을 보고 뒤로 쓰러졌겠어.”
“그렇겠네요.”
부인이 동의해 주자 고간은 입에 미소를 띠었다. 그러고는 일어나려 하자, 부인이 조심스럽게 허리를 누르며 말했다.
“아직 다 안 됐어요. 도망치느라 허리를 다치셨는데, 빨리 나아야 하지 않겠어요?”
고간은 부인의 만류에 일어나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래도 부인의 말대로 원가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업성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되면 원담의 입지만 굳혀 줄 것입니다.”
“내 전풍의 손을 들어 준다면 되지 않겠소.”
그러자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공(夫公) 전풍은 절대 고(高)씨를 원가처럼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원담을 폐하면 원희가 있고, 원희가 아니면 원담의 아들을 추대할 것입니다. 그것은 충과 효의 문제가 아니라 보이기에 좋지 않기에 그렇습니다.”
고간은 수염을 쓰다듬더니 죽간을 다시 살폈다.
“폐하를 봉대하려는 전풍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소?”
고간이 죽간을 건네자, 부인은 그것을 읽고 나서 물었다.
“전풍이 폐하를 봉대한다는 것은 원가를 벗어나 홀로 서려는 것입니다. 그럼 부공께서는 지금의 자리를 이어 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부인의 말에 고간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러더니 급히 몸을 일으켰다. 순간, 허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아미를 찡그리기는 했으나, 부인의 안마 덕인지 한결 몸이 풀려 신음을 낼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다.
“말해 보시오. 내 부인의 뜻대로 하여 병주자사의 자리에 올랐는데, 어찌 당신의 말을 듣지 않겠소?”
“원상이 다시 대두되어야 할 것입니다.”
“원상? 그 아이가 갑자기 왜 나오는 것이오? 그놈은 제 형에게 패했다고 순욱에게 머리를 숙인 놈인데.”
“부공, 원상이 완전히 머리를 숙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본시 원상은 유씨의 피를 이은 인물입니다. 스스로 고귀하다는 생각을 하는 인물이 어찌 순욱과 같은 보필하는 자에게 머리를 숙이겠습니까? 그저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면 부인의 말은 원상이 원하는 반란을 크게 일으켜 원상을 추대해야 한다는 것이오?”
그러자 부인은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원공의 자손 중 잘난 이들은 모두 쳐 내야 부공께 기회가 오지 않겠습니까?”
고간은 고민을 하기 위해 몸을 틀다가 다시금 찌르르 느껴지는 고통에 고개를 숙였고, 부인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부공께서는 회복에만 집중하시지요. 이번의 패전은 부공의 책임보다는 중심을 잡지 못한 변방의 호족이 문제이니, 다시 기회를 기다려야 합니다.”
“기회라······ 그러나 부인의 말대로라면 이미 급박해진 상황이 아니오?”
“그럴수록 천천히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알겠소이다.”
고간이 부인의 손길에 집중하며 눈을 거의 감아 가고 있을 때, 밖에서 내관이 부리나케 달려와 고간에게 외쳤다.
“자사, 지금 전령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간이 자세를 정리하고 기침을 하자, 고간의 부인은 안마를 멈추더니 옆으로 물러나 조신하게 앉았다.
“크흠, 들라 해라.”
그러자 곧 들이닥친 전령이 붉은 끈으로 둘둘 묶인 목간(木簡)을 내밀었다. 특수한 매듭으로 묶여 있는 목간을 확인한 고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인하였으니 돌아가도 좋다. 아마 밖에 내관이 물과 돈을 준비해 두었을 것이니 가져가거라.”
“아니옵니다, 주공.”
“무엇이 아니더냐? 급히 달려오느라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을 테고, 얼굴을 보아하니 잠도 못 잔 듯싶은데 말이다. 걱정 말고 여독이나 풀고 돌아가거라.”
“혹여나 다른 급전이 올까 걱정되옵니다.”
“그곳에는 사람이 없다더냐? 그냥 쉬어라.”
전령은 약간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바닥에 박더니, 다시 공손히 예를 표하고 나갔다.
전령이 물러나자 고간은 바로 목간의 매듭을 풀고 나서 그것을 읽더니 부인을 불렀다.
“부인, 이것 좀 보시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다 못한 고간의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부공, 무리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다시 자리에 누우시지요. 그런 후에 천천히 봐도 됩니다.”
“그래요. 으음, 그럽시다.”
부인은 고간을 부축하여 다시 자리에 눕히고 나서 옆에 앉아 목간을 쭉 읽어 내려갔다.
“흐음, 가후가 호관을 넘어 업을 노린다는 거로군요.”
죽간을 살핀 고간의 부인이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고간은 내용을 설명해 주기 위해 슬금슬금 움직여 옆에 붙어서 말했다.
“가후가 호관으로 간다면 분명 못 해도 한 달은 발목이 잡힐 터인데, 그럼 내가 군을 일으키면 분명 다시 평양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소? 게다가 호관을 공격하는 이들을 모조리 섬멸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정도면 하북의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공이지 않겠소?”
고간이 기대에 부풀어 말했으나,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 정도는 가후가 호관을 노리는 순간 저희가 얻을 수 있는 부산물과도 같은 것입니다. 호관에 문제가 없다면 말입니다. 부공, 그런데 부공께서 그들을 지금 밀어내면 과연 무엇을 얻겠습니까?”
“······.”
고간은 부인의 냉정한 분석에 약간 시무룩해서 한숨을 쉬었다.
“결국 원담을 도와주는 꼴이겠지. 그래도 호관을 넘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소?”
“가후가 호관을 넘을 수 있다고 하면 그것도 좋지요. 어차피 지금은 부공께서 담당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부인, 호관은 굉장히 중요한 곳이오. 그렇게 쉽게 내주는 것은······.”
그러자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공, 지금 병주를 지키는 데 호관이 중요합니까?”
“······아니오.”
“그러니 지켜보시지요. 호관을 넘은 다음에 군을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업성이 위협받는 것 자체로도 원담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릴 것입니다. 그리고 업성을 무너트리는 것도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고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많이 남겠구려. 역시 부인의 말이 맞소.”
“거기다 가후는 세 치 혀를 이용하여 부공을 꺾은 인물입니다. 이렇게 보내진 목간도 어쩌면 가후가 함정을 판 것일 수도 있지요.”
고간은 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인이 말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소. 허, 내 만약 부인이 남자였으면 부관으로 삼아 옆에 둘 터인데.”
“어차피 부공께서 이루어 낼 일이었습니다.”
부인이 고간을 안아 등을 두드려 주며 말했다.
“하하하, 내 이런 부인을 얻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오, 부인이 없었으면 어찌할 뻔하였소?”
“저도 부공이 없었으면 이리 재지를 뽐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방에서 수를 놓고 살았겠지요.”
“내 저들의 움직임을 보고 나서 군을 움직이겠소. 혹 업성을 넘는다고 해도 기다리겠소.”
고간은 그 길로 명령을 내려 진양의 군을 움직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허도에 앉아 있던 순욱이었다. 순욱의 손 위에는 고간의 부인인 곽연이 보낸 서신이 올라와 있었다.
순욱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집금오의 모략은 참으로 대단하군. 고간의 옆에 곽연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넘어가게 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