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서서는 약간 당혹스러운 얼굴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주유와 손권의 의중을 알아내는 긴박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승태가 꺼낸 말은 뭐랄까,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이전에 말한 제갈량과 방통은 어찌 되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공명은 아직 융중대에 머물고 있다고 하고, 사원은 현재 남군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승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을 초청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한데, 서서의 떨떠름한 반응을 보면 둘은 그다지 내켜 하지 않는 것이리라.
‘제갈량이 유비를 만났다면 골치가 너무 아파질 것 같은데……. 아니, 이미 만났다고 생각해야 하려나.’
“그 두 사람이 형주에서 꽤 유명하다더군요. 율령사와 함께 동문한 사이로, 능력이 출중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출사를 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승태의 칭찬에 서서는 약간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 두 사람에 대한 칭찬은 곧 스승을 높이는 일이며,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사옵니다. 소신이 아마 형주에 있었다면 그 둘의 능력을 안타까워하며 가장 먼저 추천을 했을 것입니다.”
“세상에 와룡과 봉추가 있으니, 그 둘을 얻으면 능히 천하를 쥘 수 있으리라.”
나지막한 승태의 말에 서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았다.
“이것참, 제 스승께서 하신 말을 그대로 읊으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복룡과 봉추가 누구인지 알고, 그들의 상황까지도 파악하고 있으니, 혹시 형주에 사람을 심어 놓으신 것이 아닙니까?”
서서는 승태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제갈량이나 방통에 대한 천거는 하지 않았다. 자칫 청탁이 될까 봐 그런 것이다.
한데 승태가 이렇게 정확히 두 사람의 근황을 알고 있다는 것은 따로 사람을 써서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 서서의 내심을 파악하였는지, 승태가 급히 말을 이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그저 두 사람의 명성이 높아 다른 사람이 데려가기 전에 그들을 초청하고자 하여 그렇습니다.”
“하나 공명은 소신의 서신에도 좀처럼 움직이지를 않으니, 여간해서는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승태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만일 원래의 역사대로 제갈량이 유비의 휘하에 들어갔다면, 이제 곧 형주를 집어삼키고 세력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남군의 방통이라도 초청하여 등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원은 어떠합니까?”
“현재 남군의 일이 워낙 바빠, 후일에 응하겠다고 합니다.”
승태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곰곰이 머리를 굴렸다. 만약 제갈량과 방통만 얻을 수 있다면, 형주를 차지하는 일은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었다.
한데 두 눈 빤히 뜨고 유비가 하는 일만 지켜보고 있으려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때, 서서가 약간 주저하며 말했다.
“주공, 실은 진 노사께서 주공이 형주의 일을 물으면 이것을 건네 달라고 하셨는데…….”
곧 서서의 품에서 끈으로 잘 정리된 죽간 하나가 나왔다. 딱 보아도 무언가 해답이 적혀 있을 것 같아 승태는 빠르게 받아 들고 내용을 살폈다.
한데 그곳에는 단 하나의 글자만 적혀 있었다.
[釋].그 의미는 명확했다. 형주에 대한 걱정은 오롯이 자신에게 넘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승태는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했다.
제갈량과 방통의 능력에 대해 아는 만큼 오히려 더욱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진 노사의 말씀은 잘 알겠으나, 그래도 전 조금 걱정이 됩니다.”
조운은 좀처럼 안심하지 못하는 승태의 모습에 빙긋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와 한번 대련을 하시지요. 아마 걱정이 싹 사라질 것입니다.”
난데없는 제안에 승태는 눈을 껌벅이며 조운을 바라보았다.
“요사이에 집 안에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몸도 더욱 커지셨고요.”
노숙만큼은 아니지만, 승태 또한 온몸에 근육이 잡히며 다부진 체격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언뜻 보기에 조인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큰 공자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좀 더 능력을 쌓을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 관례도 치르지 않은 공자님에게 졌다가는 분명 말이 나올 테니까요.”
조운의 말을 들은 승태는 잠시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곧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부인의 말대로 애당초 녀석에게 창을 쥐어 주는 것이 아니었는데.”
“소신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마침 기회라는 듯 서서가 급히 물러나려 하자, 승태는 여전히 미련이 남은 투로 말했다.
“그럼 공명에게 이 말 한마디만 물어봐 줄 수 있겠습니까? 물고기는 물을 찾았느냐고.”
* * *
서서의 서신을 받아 든 제갈량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춘후에 대한 칭찬과 제갈근의 근황 등으로 시작된 서신은 제갈량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형님과 동생조차 수춘후의 사람이 되었다니……. 흐음, 과연 그자가 난세를 종결 지을 자란 말인가.’
제갈량은 방 한쪽에 걸린 지도를 바라보았다. 원래 손가의 이름이 가득해야 할 강남 지역에는 조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뿐 아니라 서주와 청주까지 조의 이름이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하북과 중원, 사례와 연주, 그리고 서북을 차지한 순가의 이름 또한 중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漢)이라고 적힌 글자는 형주와 서천(파촉) 위에만 겨우 붙어 있었다.
며칠 전, 제갈량은 자신을 찾아온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건하였다. 하나 유비는 그 말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아직 하북을 차지하고 있는 원가의 존재를 말한 것이다.
그에 관해 제갈량은 순욱을 상대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 답하였다.
제갈량이 보기에 조조와 원소는 큰 차이가 있었다.
조조의 경우, 모든 면에서 모사들의 조언을 얻어 일을 진행하였으며, 그중 순욱의 의견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로 인해 결정이 내려졌을 때, 조조는 확실하게 책임을 졌다.
반면, 원소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모사나 장수에게 전가했다. 그랬기에 입바른 소리를 하는 신하들은 점점 밀려나거나 과한 벌을 받아야 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원소의 진영에는 인재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조조와 원소가 모두 죽은 뒤에 두 세력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순욱은 조씨 세력을 우대하고 기존의 신하들을 믿어 주면서 정권을 장악하였다. 물론 중간에 순가와 조가 사이에 잡음이 있긴 하였으나, 순욱의 현명한 판단으로 인해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반면, 원가는 상황은 결코 좋지 못했다. 언뜻 보기에 원담이 원가를 장악하는 듯싶었으나, 전풍을 버리면서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북이 평정된 이후로 조씨들과 순가의 싸움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미 천하의 구 할을 집어삼킨 상태에서 두 개의 머리가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나 조조의 자식들은 순가를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유비 또한 순가가 가진 저력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조의 대업을 순욱이 이어받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만큼 조가에는 조조를 대신할 인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혼례 등을 통해 엮인 이들이 순가의 몰락을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핵심을 찌르는 제갈량의 말에 유비는 수춘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면 수춘후는 어떻습니까? 조씨와 순가가 자웅을 겨룰 것이라 했지만, 수춘후와 순욱이 무척이나 친밀한 관계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지금이야 두 사람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하니 그런 관계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순욱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둘 역시도 더는 지금 같은 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유비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그럼 수춘후가 그를 따르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이오?”
“이미 그는 개국(開國)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법조를 스스로 세우고, 한조의 근간인 유자들의 교육을 혁파하였으며, 거기다 부의 창출을 통하여 사람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의 치세에 이미 한조의 기둥이 없으니, 어찌 미래를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
순간, 유비는 탄식을 내뱉었다. 제갈량의 말을 듣고 보니, 그간 승태가 어째서 계속 묘한 분위기를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삼 승태가 가진 역량에 대해 다시 보게 된 유비는 가만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 그를 그저 사람 좋은 호인으로 본 것이 잘못이었구나. 그간의 모든 것이 자신만의 권력을 쥐고 역성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는데…….’
유비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새삼 스스로에 대해 큰 후회가 들었다. 이제 겨우 서른이 넘어가는 승태가 그럴 동안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참 어리석구나. 지금까지 대체 무엇을 하였단 말인가. 제법 이름을 날렸다지만 결국 그뿐, 손에 쥐어진 것은 한 줌의 작은 세력일 뿐이니.’
유비의 내심을 알아차린 제갈량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명공, 명공께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인후(仁厚)하고 공명(公明)하며 충의(忠義)롭다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는 고된 가시밭을 걸으며 얻은 것이니, 감히 수춘후의 그것과 비교치 못합니다. 수춘후가 아무리 큰 세력을 얻는다고 하여도 종내에는 역당이 될 뿐이니, 주공께서는 상심치 않으셔도 됩니다.”
유비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고 하여도 내 이전의 마음을 잊고 그저 안주할까 하여 그렇소.”
“명공, 상황은 언제나 바뀌는 법입니다. 처지가 달라지면 마땅히 생각도 변해야 합니다, 시각을 바꾸지 못하면 항우와 같이 스러지는 일만 남을 뿐입니다. 명공께서는 언제나 다른 시선으로 볼 줄 알며 천하의 위에 서셔야 합니다. 누구와도 어울리고,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말입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말에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 긴 한숨과 함께 다시 물었다.
“그럼 내 누구와 같이 어울려야겠소?”
“강하의 안릉에 있는 황조를 찾아가소서.”
그 말에 유비는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먼 거리를 움직이는 동안 혹여 신야에서 문제가 일어날지 모르는데다 그사이 채모가 일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황조와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고민을 알아차린 제갈량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명공께서는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그저 황조를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요. 채모는 본시 황조를 견제하고 있는데, 만약 명공께서 움직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의심이 극에 치달을 것입니다. 그럼 그 이후엔 사단이 벌어지게 될 것이고, 자연 형주가 명공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