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주태는 마을에 있는 도적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갔다. 아니, 단순히 처리라기보다는 징벌라는 표현이 조금 더 어울릴 것이었다.
단순히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고통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듯 주태는 병사들을 잔인하게 도륙했으니까.
그 모습만 보면 피에 굶주린 미치광이 같지만, 사실 주태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잔인한 손속으로 공포를 심어 주어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마침 아이를 안고 도망가는 남자를 향해 비도를 날리려던 병사의 손을 냉큼 잘라 버린 주태는 무서운 표정으로 으르렁대듯 말했다.
“살려 주마. 만약 일각 안에 내 눈에 띄지 않을 곳까지 도망간다면 말이다.”
잠시 망설이던 금범적 둘이 서둘러 등을 돌려 달아나려 하자, 주태가 그들의 다리를 날려 버렸다.
“아, 물론 그때까지 가만히 있겠다는 것은 아니야. 일단 목숨을 붙여 주었으니, 열심히 달아나 보라고.”
두 금범적은 피를 줄줄 흘리면서 열심히 기어가려 애썼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과다 출혈로 인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모습에 금범적들은 저들끼리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지면 감히 달려들지 못할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주태에게는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과거, 손권을 지키기 위해 눈으로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숫자의 산월족을 상대한 주태였다.
그런데 고작 열 명 남짓한 숫자로 칼을 들이대고 있으니, 주태의 입장에서는 한 줌의 모래가 두 줌이 된 것일 뿐이었다.
주태는 그들을 바라보며 비웃듯 말을 꺼냈다.
“다 모인 것이냐?”
“네 이놈! 감히 우리를 건드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물러난다면 쫓지는 않을 것이다!”
“됐고, 이게 전부냐?”
“아니다! 우리 동료들이 곧 이곳으로…….”
빠가각!
금범적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기다리기 지루해진 주태가 대도를 휘둘러 그의 머리를 갈라 버린 것이다.
그런 후, 당황한 금범적들 사이로 뛰어들어 종횡무진 대도를 휘둘러 댔다. 숨을 끊기보다는 집요하게 발목을 노리는 주태의 칼질에 금범적 몇이 이내 바닥을 나뒹굴었다.
카가가가각!
“으아아악!”
사방으로 붉은 피가 비산하는 가운데, 남은 금범적들이 용기를 내 주태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공포에 질린 그들의 칼질에는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고, 주태는 가볍게 대도를 휘둘러 막아 냈다.
따다다당!
사실 주태만 한 강자를 고작 열 명도 안 되는 숫자로 상대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금범적들로서는 주태의 이름을 듣는 순간, 등을 돌려 달아나는 것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으나, 짧은 견문 탓에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이 큰 패착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태가 기다란 대도를 가볍게 횡으로 휘두르자, 한 줄기 혈선이 그어졌다. 그와 함께 주변에 서 있던 금범적들은 저마다 팔과 다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이래서는 도망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그때, 주태가 손가락으로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설마 나 혼자 여기 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뭐, 네놈들 따위를 상대하는 일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지만 말이야. 어쨌든 살고 싶다면 저 배라도 타고 도망쳐야 할 거야.”
마치 희망의 끈을 던져 주기라도 하는 듯한 주태의 말에 금범적들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달려들었다.
잠시 후.
바닥에 쓰러져 입으로 피를 뿜어내는 금범적의 머리를 지그시 밟은 주태가 경멸하는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그래, 이런 모습이 너희 같은 버러지에게 어울리지. 네놈들에겐 반성도 바라지 않는다. 그대로 죽어 지옥에나 처박혀라.”
일부러 살려 놓은 금범적 한 명이 그 모습을 보고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주태는 그를 걷어차며 말했다.
“네놈을 살려 준 이유를 알겠지? 가서 알려라. 여기 주태가 있다고 말이야.”
“…네. 네, 알겠습니다.”
금범적이 겨우 목숨을 구했다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빠르게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본 주태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아마 파촉에서부터 감녕을 따르던 금범적이라면 이처럼 쉽게 농락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감녕이 세를 불리면서 어중이떠중이들이 섞여 들어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물론 숫자가 늘어나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로 인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고, 겉보기에는 충분히 위협적이기도 하니까.
한편, 피를 흠뻑 뒤집어쓴 주태에게 장흠과 여몽이 다가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굳이 이렇게까기 해야겠는가? 그냥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일부러 한 놈은 살려 두었네.”
주태의 무뚝뚝한 말에 장흠은 크게 숨을 들이켜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러다가 감녕의 본대가 몰려오면 어쩌려 그러는가?”
그 말에 주태는 눈을 살짝 흘기며 장흠을 바라보았다.
“오는 족족 쓰러트리면 될 뿐이네. 이런 놈들쯤이야 수백이 오더라도 내 상대가 되지는 않을 테니 말이야.”
장흠은 자신감 넘치는 주태의 호언장담에 이마를 감싸 쥐며 앓는 소리를 냈다.
“끙, 설마 이런 어중이떠중이들이랑 진짜 금범적들이 같겠냐? 지금 우리가 돌아본 다섯 마을 모두 제대로 된 비단을 걸친 놈들은 없었네. 한마디로 금범적이라 부르기도 모자란 놈들이지.”
“그럼 곧 진짜 금범적을 볼 수 있겠군.”
주태가 두 자루 대도를 휘둘러 피를 털어 내자, 그제야 병사들이 달려와 마을 사람들을 피신시키기 시작하였다.
* * *
감녕은 대장선의 선미에 기댄 채 육포를 질근질근 씹으며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었다고?”
“…네. 몇몇 애들이 주변 마을을 약탈하겠다며 소선을 타고 나갔습니다.”
“흠, 내가 뭐라고 했지? 분명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고 했을 텐데, 내 말이 우습나?”
“…아닙니다.”
“그런데 허락도 없이 뛰쳐나간 놈들을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항명의 죄를 들어 목을 베어 선박에 걸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 그런데 몇이라고 했지?”
“대충 백여 명 정도입니다.”
“흠, 모조리 목을 베는 것은 귀찮으니, 그놈들 대장과 두 번째 놈들만 베어내는 것으로 하지.”
“네. 그럼 분부대로…….”
그때, 누군가가 급히 달려와 감녕과 독대 중인 청에게 무엇을 속닥였다. 그러자 청은 혀를 차고는 말했다.
“데려오게. 놈이 직접 보고할 수 있도록 말이야.”
잠시 후, 공포에 질린 금범적이 감녕의 앞에 무릎 꿇려졌다. 감녕은 그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다.
“이놈, 왜 이러는 것이냐?”
“네. 실은 이놈이 대장의 허락도 없이 약탈하러 나간 놈들 중 하나입니다.”
“그래? 그런데 무슨 귀신을 본 것마냥 오줌이나 지리고 있어? 이놈, 약탈 나간 거 맞아?”
감녕이 알 수 없다는 듯 묻자 청은 고개를 으쓱였다.
“그야 저도 모르지요. 원래 저런 모습은 우리를 만난 적이 보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금범적이라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감녕은 자신의 앞에 있는 이의 뺨을 후려치며 말했다.
“이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모양이 된 거냐?”
그제야 감녕을 알아본 금범적이 부들부들 몸을 떨며 말했다.
“…헉! 대장? 대장님, 저희를 공격한 놈이 있었습니다.”
감녕은 빤한 말을 늘어놓는 금범적을 보며 애써 분노를 삭이며 말을 했다.
“그래, 그랬을 테지. 그러니 이제 그놈에 대해서 말해 보렴. 엉? 어디, 감히 금범적에게 손을 데느냔 말이다.”
금범적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전하며 주태의 출현 사실을 알렸고, 감녕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흠, 주태라…….”
“대장님, 저는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래그래, 네 맘 안다. 그러니 걱정 마라. 네 녀석들의 복수는 내가 반드시 해 주마.”
“…네?”
금범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끔벅이며 감녕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감녕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그의 머리를 걷어찼다.
우당탕탕!
요란하게 바닥을 구른 금범적은 얼굴을 부여 쥐고는 감녕을 바라보았다. 그에 감녕은 무심하게 말했다.
“그런데 감히 내 명을 어기고도 살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
그때, 청이 급히 끼어들었다.
“대장, 위에서 두 명만 죽이는 것 아니었습니까?”
감녕은 청의 말에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다 죽었으니, 이제 이놈이 제일 위이잖아.”
감녕의 말에 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 병사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바닥에 쓰러진 금범적을 붙잡았다.
“아니, 이건 약속이 다르잖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 모습을 본 청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빌어먹을, 왜 잘못은 네놈이 해 놓고 대장에게 따지느냐?”
“수적이 약탈하는 게 뭐가 잘못이라고! 여자같이 이상한 옷이나 입고 수적질도 못 하는 놈이 무슨 대장… 커어어어억!”
결국 꼭지가 돌아 버린 감녕이 놈을 두들겨 패기 시작하였다.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내 그래도 시체라도 멀쩡하게 남겨 주려 했는데, 아주 네가 무덤을 파는구나. 좋아, 원하는 대로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 주마! 엉!”
감녕의 분노가 터져 나오자 그 누구도 감히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아니, 오히려 감녕과 오래 지내온 이들은 안도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현재 감녕은 그야말로 터지기 직전의 폭탄 같은 상태라서 차라리 누구 한 명에게 화를 풀어낸다면 다행이라 여긴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화풀이를 하고 나면 며칠 동안은 다시 화통한 모습으로 돌아올 테니 말이다.
얼굴이 뭉개져 알아볼 수 없게 되어 버린 시신을 애처롭게 바라본 청이 한숨을 쉬며 감녕에게 말했다.
“대장.”
감녕은 화가 어느 정도 풀렸는지, 청의 부름에 약간 웃음을 띠며 고개를 돌렸다.
“응? 왜 그러냐? 심미나 누발이 뭐라고 했어?”
“그런 것이 아니라, 당한 놈들 위치도 못 물어봤는데 이렇게 피 떡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려고 했습니다.”
“아하! 그게 있었군. 뭐, 어쩔 수 없지.”
“어휴, 미쳐. 정말 내가 말을 말아야지.”
선을 넘은 부하의 언동에 화를 낼 법도 하지만, 감녕은 오랜 세월 같이 부대낀 수하들을 마치 형제처럼 생각하기에 가볍게 대꾸했다.
“어차피 잔챙이들이나 잡으러 다니는 놈들인데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이번에 죽은 놈들은 원래 족보도 없는 수적 놈들이잖아. 아휴, 알아, 알아. 그래도 명색이 금범적이라 이거지? 알았어. 당연히 응징해야지, 응징.”
청은 세상 태평한 감녕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재차 말했다.
“그러니까, 그 응징할 놈을 잡으려면…….”
“뭐, 별것 있어? 배들이 말릉에 잔뜩 모여 있으니, 거기를 한번 불살라 주면 충분한 응징이 되겠지. 어차피 같은 손가 놈이니까.”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말릉에 모인 배들이 몇 척인데.”
“응, 쉬워. 이참에 그냥 싸그리 불태워 버리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