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감녕의 급한 부름에 횡강진과 호림 근처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있던 심미와 누발은 급히 달려왔다. 그런 후, 감녕 앞에 도달한 그들이 보게 된 것은 그들의 죄가 적힌 표문이었다.
두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감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감녕은 전혀 개의치 않고 큰 소리로 죄목을 짚어 나갔다.
착복부터 시작해 병사들의 녹봉을 갈취하는 등 군문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죄들이었으나, 심미와 누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당연히 해 오던 일에 대해 갑자기 벌을 내리겠다고 하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만약 감녕이 슬쩍 막사로 불러 술을 먹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욕을 싸지를 뻔하였다.
모두를 물리고 오롯이 심미와 누발만이 막사로 불러들이자, 누발이 툭 말을 꺼내었다.
“아니, 대형. 대체 무슨 되지도 않는 꾀를 내려고 하오? 뭐, 고육계라도 내어서 적을 속일 생각이오?”
“어허, 되지도 않는 꾀라니. 이 대형에게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
“그게 아니면 이 소동이 대체 뭐란 말이오? 저들이 우리가 벌이는 허접한 계책에 당할 것 같소?”
“너희를 진짜 때린 후에 서신을 날릴 것인데, 당연히 속지 않겠느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그러지 말고, 그냥 진 도독이 오면 태사 장군과 같이 움직입시다. 만약 그전에 적이 뛰쳐나오면 우리는 그 즉시 물러나야 하오. 유수는 좁아서 쉽게 적을 막을 수 있으나, 장강에서 포위되면 답도 없소.”
“그러니 너희가 수를 써서 적을 불바다 속에 빠트려야지.”
감녕의 말에 심미와 누발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배를 모조리 불태우겠다는 것이오?”
“어차피 못 이길 것 같다며? 배를 빼앗기는 것보다야 적과 함께 모조리 불태우는 것이 나은 일이지.”
분명 기상천외한 방법이기는 하나 심미는 아직 수적의 습관이 남아 약간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기색을 눈치챈 것인지, 감녕이 바로 말을 이었다.
“상황에 따라 언제나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수적이 아니라 정식 수군이다. 강동의 손가만 물리치면 장강의 패자가 되는데, 더 이상 수준 낮게 놀 수는 없지 않으냐. 게다가 황조야 어차피 오래지 않아 늙어 죽을 테니, 그러면 수춘후도 감히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할 것이다.”
감녕의 원대한 계획에 심미와 누발은 깊이 생각에 빠졌다. 얼마 전, 수춘후로부터 조문이 내려왔는데, 장수가 부하들의 돈을 착복하거나 도박을 벌여 갈취한다면 징벌을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그에 분노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미 황조에게도 쫓겨나 갈 곳 없는 처지이다 보니, 아니꼽더라도 승태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 장강의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더는 누구도 자신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북방에서 장성을 지키는 병사들과 같은 위상을 갖게 해 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누가 뭐라 해도 장강은 대륙의 심장이나 다름없으니까. 장강을 통해 수많은 물량이 지나다니니, 자연스레 권력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심미는 감녕의 계획에 다시금 재고하게 되었다.
“흠, 아무리 그래도 이런 조잡한 수가 먹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오.”
하지만 감녕은 전혀 고민하지 않는 듯했다.
“걱정 마라. 너희가 우리의 위치를 다 알려 주면 될 일이다. 몇 번 맞추다 보면 저들도 결국에는 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형, 하지만 그랬다가는 우리의 형제들이 목숨을 잃지 않겠소?”
“너희, 지금 우리 금범적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감이 없나 보군.”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내 말도 안 듣고 밖으로 뛰어나가 마을을 약탈하는 놈들이 생겼다. 내가 가장 크게 강조한 게 뭐였지?”
“…물 위에서만 공포를 보이라 했지요.”
“그랬지. 그런데 말이야, 내 말을 귓등에도 안 먹는 놈들이 엄청 많아. 그것도 금범적이라는 이름을 달고 말이야.”
분노한 감녕의 모습에 심미와 누발은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감녕이 말한 것은 어찌 보면 금범적이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이자 신념이었다. 물위에서는 무자비하게 일을 벌이더라도 땅을 밟으면 상인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인해 포구의 백성들은 금범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후한 가격을 치르며 보급을 하고, 은혜를 베푼 이에게는 어마어마한 금전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쌓아 온 금범적의 명성을 지금 새로 들어온 놈들이 다 박살을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더 이상 금범적이 아니었다.
“가지는 쳐내야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온몸에 벌레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었는데, 그걸 내 몸이라 착각하면 아니 될 말 아니겠는가.”
뼈를 때리는 감녕의 지적에 심미와 누발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본시 세를 키우자고 강권하는 것은 두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황조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들을 모조리 흡수하였다.
하나 그들을 교육하기에는 너무나 빨리 일이 진행되어 확실한 기강을 세우지 못하였다. 그런 참에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그간 눌러온 본성이 결국 화를 불러오게 된 셈이었다. 그것도 아주 최악의 형태로.
“명심해라. 이 흥패의 말을 듣지 않는 놈은 더 이상 금범적이 아니다. 내 말, 알겠느냐?”
“…네, 대형.”
“죄송합니다.”
감녕이 두 사람에게 술을 따라 주자, 둘은 냉큼 들이켰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감녕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밖으로 나갔다.
심미와 누발은 크게 한숨을 내쉰 뒤, 스스로 채찍을 맞는 형장으로 향하였다. 그러자 기다리던 병사들이 형틀에 두 사람을 묶고는 옷을 벗겼다.
감녕은 무섭게 표정을 굳힌 후, 둘의 죄를 불러 모은 병사들에게 알렸다. 하나하나 죄목이 언급될 때마다 병사들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사실 병사들 중에 지금 감녕이 말하는 죄를 짓지 않은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히 약탈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 죄에 대한 공개가 끝나고 마침내 집행이 시작되려 하자, 누발과 심미는 소리를 지르며 항변했다.
“부하들을 관리하지 못한 사실은 인정하오! 하지만 그밖에 우리가 뭘 잘못했소?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며 벌을 받아야 한단 말이오?!”
“그 말이 맞소! 사실 그저 지금껏 해 온 대로 했을 뿐인데, 그게 법을 어기는 것이라면, 어찌 수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소!”
“그래서 지금 네놈들이 죄를 인정치 않겠다는 것이냐!”
“이게 죄라 하면 맞겠소! 하나 우리의 생각은 변함이 없소!”
“시끄럽다! 아직 입을 놀릴 힘이 있나 본데, 어디 계속 그럴 수 있나 보자.”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을 향해 채찍이 날아들었다.
짝!
심미와 누발은 아무런 비명도 없이 묵묵히 책형을 버텨 냈다. 그저 신음 정도만 뱉어 낼 뿐, 살점이 떨어지는 가혹한 채찍질에도 참아 낸 것이다.
이윽고 형 집행이 끝나자, 몇몇 병사가 그들을 업고 막사로 향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감녕은 무심하듯 등을 돌려 자신의 막사로 향했다.
* * *
손권이 머무는 금릉으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 대다수는 수춘후에 대한 잘못된 소문을 듣고 온 터였다.
하나 손권은 이렇게 모인 이들의 선박과 사병들을 승태를 막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거의 강탈하듯 빼앗았다. 사람들은 불만을 가졌으나, 이미 힘과 권력을 공고히 한 손권에게 대놓고 항의하지 못하였다.
금릉의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 새로 확충된 선단들을 바라본 손권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붉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의 뒤에는 장소가 공손히 서서 손권에게 서신을 올렸다.
“흠, 이번에도 감녕에게 매질을 당한 놈들이 보내 준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손권은 수염을 계속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자들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겠는가?”
“어차피 수적들입니다. 굳이 그들을 믿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저 이용만 하다 버리면 족할 것이옵니다.”
손권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그래도 그들을 흡수해야만 장강의 모든 이들을 품을 수 있을 것이고, 그리해야만 장강을 모두 이 손가의 아래에 둘 수 있소.”
손권의 말에 장소는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들을 믿지 말라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저 느낌만으로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손권은 죽간을 풀어 그 내용을 읽어 나갔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약탈에 나선 금범적이 어디 있는지 알리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정보가 말미에 붙어 있었다.
손권은 죽간을 바닥에 던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선택을 강요하는군.”
손권의 말에 장소가 죽간을 집어 들었다.
“주공, 신의를 지켜야 할 사람이 있고, 아닌 이들이 있습니다. 도적이란 본시 속이고 빼앗는 일을 하는 자들이니, 그들에게까지 신의를 지킬 의무는 없습니다. 그저 지금처럼 간자로 쓰다가 버리면 될 일입니다.”
손권은 장소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의 말에 따르리다. 그들은 신의가 없는 도적이니 말이오.”
손권의 발언은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장소에게 떠넘기는 행위였다. 즉,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
장소는 잠시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손권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떠났다.
손권은 여전히 느긋하게 수염을 쓸어 넘기며 장소를 바라본 후에 다시 고개를 돌려 멀리 보이는 수많은 선박을 응시했다.
“흠, 훌륭한 장사치는 좋은 상품을 가지고도 깊이 감추는 법이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려진 장막의 뒤로 흰 머리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름 아닌 주유였다.
“좋은 글귀이지요. 노자의 말씀이니 말입니다.”
“흠, 주 도독이 보기에 내가 얼마나 더 저들에게 속아 주어야 하오?”
주유는 살랑살랑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포석만 남았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적 수군의 일축인 감녕을 무너트린다면, 단양은 저절로 우리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감히 수춘후가 장강 이남을 더는 노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저 시간을 버는 것에 지나지는 않겠는가?”
손권의 우려 섞인 물음에 주유는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단순히 강남에만 적이 있는 것이 아니니, 이번에 건곤일척의 승부를 통해 저들의 수군을 괴멸시킨다면, 더는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장강의 물길을 모조리 장악하여 더욱 큰 부를 만들어 낸다면, 추후에도 감히 헛된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주유는 웃음 지으며 감녕의 배를 치워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