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통제를 벗어나 약탈을 자행하던 금범적은 먼저 준비된 주태와 장흠으로 인하여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토벌당했다.
아울러 심미와 누발이 감녕으로 인해 가혹한 매질을 당하자, 남은 수적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눈치를 살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정리되자, 감녕은 심미와 누발을 몰래 불러 술을 마시며 물었다.
“어떠냐? 이제 놈들도 너희를 믿지 않겠냐? 그동안 퍼 준 놈들이 한둘도 아니니 말이야.”
심미와 누발은 감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넘긴 놈들만 털어 내면, 형님도 더 이상 책잡힐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미 한번 약탈의 재미를 맛본 놈들은 죽기 전까지는 절대 못 끊는다. 지금이야 나에 대한 공포 때문에 억지로 참고 있을 뿐이지.”
심미와 누발은 정곡의 찌르는 감녕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그 문제는 그 정도로 넘어가고, 손권, 그 능구렁이 같은 인간에게서 다른 답변은 없었나?”
“네. 급하다는 이야기까지 했는데도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감녕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흐음, 그렇다면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야 하나?”
“극적인 상황이라니요?”
“이미 우리가 내밀 수 있는 패는 다 까 보였다. 비록 필요 없는 잡패이긴 하나 꽤 많은 먹잇감을 넘기기도 했지. 그런데 여기서 승부를 보지 못하면, 결국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상황이 온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진짜 패를 꺼낼 수밖에 없게 된단 말이다. 그렇게 될 바에야 지금 판을 벗어나는 것이 맞다.”
심미와 누발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녕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다.
* * *
주태는 마을을 약탈하기 위해 상륙하는 수백의 수적들을 앞에 두고 웃음을 지었다.
그가 받은 명에 따르면, 이들이 마지막 사냥감이 될 것이라 했다. 이후에는 커다란 전장에서 마음껏 무용을 뽐낼 수 있을 거라 했다. 그에 주태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장흠은 주태의 등을 검집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앞에 서는 것은 나쁘지 않은데, 미쳐서 정신을 놓지는 마라. 뒤에 있는 병사들도 좀 생각을 해. 예전 오후의 밑에 있을 때와 달리 네 보조를 맞추어 줄 수 없다는 말이다.”
“흥, 상관없다. 나 혼자 상대할 수 있어.”
주태의 막무가내식 대답에 장흠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으나, 애써 내색하지 않고 여몽을 바라보았다.
여몽은 둘의 대화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지금까지 습격이 이루어진 곳들을 적으며 앞으로 어찌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어휴, 둘 다 지금 상황은 관심이 하나도 없군. 나만 걱정하는 것 같아. 한 놈은 싸울 생각에 정신이 없고, 한 놈은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으니 말이야.”
그러나 여전히 누구 하나 대꾸를 하지 않자 장흠은 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지금 나 누구랑 대화하냐?”
그때, 부관이 달려와 말했다.
“장군, 적을 포위하였습니다.”
“그래, 잘했다. 방심하지 말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 괜히 놈들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몇 놈쯤 놓쳐도 상관없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부관이 다시 언덕을 내려가자, 장흠이 주태에게 말했다.
“네가 탄 북방마는 비싼 값 주고 산 것이다. 그러니 혹여나 난리치다가 말이 다치거나 죽으면 갚아야 해. 알겠냐?”
“걱정 마라.”
“나는 네 걱정은 안 한다. 산월족 놈들에게 그렇게 둘러싸여서도 죽지 않은 놈인데, 네놈을 왜 걱정하냐? 응? 근데 네놈이 쓰는 것들은 죄다 망가져서 오니, 그게 문제지.”
비록 말은 퉁명스레 했지만, 장흠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걱정이 묻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주태는 웃음을 지은 뒤, 대도를 움켜쥐며 서로 부딪쳤다.
까가강!
그러자 뒤쪽으로 도열해 있던 기병들이 일제히 집중했고, 주태는 이내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주태를 위시한 기병들이 달려 나가자, 장흠은 휘파람을 불어 신호를 보냈다.
* * *
감녕의 말을 무시하고 약탈에 나선 수적들은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을 한 채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금범적에 흡수되기 전까지 온갖 범죄를 저질러 온 터라 약탈을 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비록 얼마 전부터 약탈을 하던 동료들이 손가 측 병사들에게 몰살당하는 일이 벌어지긴 하였으나, 설마 자신들이 그 대상이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그런 차에 주태가 기마병들과 함께 등장하였으니, 그들 사이로 술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간 살아서 도망쳐 온 자의 증언에 따르면, 학살의 주범은 두 개의 대도를 야차처럼 휘둘러 동료들을 참살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주태가 마침 두 자루의 대도를 들고 있으니, 수적들은 동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때, 수적 중 누군가가 억지로 용기를 내 말했다.
“저놈도 사람일 뿐이야! 봐, 놈의 다리가 모래밭에 푹 빠져 있잖아!”
그 말을 들은 주태는 순간 어이가 없어 그리 말한 병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모래에 빠지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었으니.
비록 두 자루의 대도가 꽤나 무게가 나가긴 하지만, 오랜 세월 강과 바다에서 살아온 만큼 이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주태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상대가 원하는 대로 허우적거리는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그러고는 뒤에 있는 기병들에게도 말했다.
“다들 모래가 처음인 척해라. 그래야 저놈들이 안심하고 우리에게 달려들 테니 말이다.”
“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당연하지. 나는 저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리고 싶거든. 그러니까 너희들은 잔말 말고, 그냥 내 보조만 맞추면 된다.”
장흠의 걱정한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지만, 주태는 전혀 개의지 않았다. 자신이 저런 조무래기 수적들에게 절대 당할 리가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게다가 침략자에게 철퇴를 내리기 위한 징벌군이 놈들을 도망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태가 허우적거리며 걸음을 옮기자, 수적들은 더욱 용기백배했다. 그러고는 마치 먹잇감을 만난 듯 주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수적 한 놈의 면전까지 다다르자, 주태가 낮게 뇌까리듯 말했다.
“시작은 중단이다.”
그와 동시에 곧바로 몸을 낮추어 도를 교차하듯 휘두르자, 수적의 허리가 양단되어 갈라졌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수적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 사이, 주태는 다시 종횡무진 발을 움직이며 대도를 휘둘러 댔다.
순식간에 여기저기에 혈선이 그어지며, 마치 썩은 짚단마냥 수적들이 쓰러져 갔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수적들이 등을 돌려 달아나려 했지만, 주태는 전혀 용서가 없었다.
조금 전의 어리숙한 행동이 모두 연기였음을 드러내듯 거침없이 달려 나가며 수적들의 목과 사지를 댕강댕강 잘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태의 뒤를 따르는 병사들은 사정이 달랐다. 본시 경기병인 그들은 가벼운 차림이라 수적들을 상대로 사상자가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주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약하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 같은 시기에 약하다는 것은 죄이기도 하니까.”
주태는 이내 그들에게서 관심을 접고는 달아나는 수적들을 쫓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장흠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여몽에게 말했다.
“보이나?”
“네. 강하고 잘 싸우시는군요. 역시 죽지 않는 무사라 불릴 만한 무예입니다.”
장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네 눈에는 그 뒤를 받쳐 주는 병사들은 보이지 않나 보군. 똑같은 족속이야.”
장흠은 주태를 칭찬하는 말에 여몽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둘 모두 병사들의 안위에 대해서는 한 점의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이런 놈들이 높은 자리에 앉으면 주변 상황은 따지지도 않고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겠지.’
장흠은 눈썹을 문지르면 여몽과 주태를 새삼 바라보았다.
‘주 도독께서 어째서 이런 놈을 곁에 두고 키우려는지 알 수가 없네.’
장흠은 여몽에 대한 불만이 크게 치솟았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기마병을 키우려면 얼마가 드는지 아무런 생각 없는 부자 놈이나, 지가 강하다고 마구 잡이로 달려드는 놈이나… 똑같다, 똑같아.’
이미 괴멸 상태에 처한 수적들은 다시 배에 올라 도망치려 했으나, 이미 배를 장악한 보병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그들은 배에 오르려는 수적들을 베어 버리며 차곡차곡 전공을 쌓아 나갔다.
물론 도망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막힌 것은 아니었다. 작은 나룻배들은 여전히 몇 척이 떠 있었으니까.
결국 수적들은 나룻배를 위해 몸을 날리다 주태의 대도에 베어 하나둘 목숨을 잃어 갔다.
* * *
약탈을 시도하던 금범적들이 전멸을 맞이한 후, 또다시 손권에게 죽간이 도착하였다.
며칠 뒤, 금릉으로 오겠다는 심미와 누발의 다급한 심정이 절절히 적혀 있는 죽간의 내용에 손권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장소는 그 모습을 보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주공, 이제 어찌하려 하십니까?”
“받아들이지요.”
“하나 이 모든 게 저들의 고육계일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흠, 고육계라 하더라도 전혀 걱정할 게 없소. 덕분에 놈들의 병력을 많이 깎아 먹었으니. 게다가 금릉이 겨우 놈들 몇 척의 배로 무너질 것 같소?”
장소는 자신감 넘치는 손권의 주장에 아무런 말도 못 하였다. 하지만 영 느낌이 좋지 않아 다시 한번 반대하려 했으나, 손권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혹여 금릉의 방비가 약한 것이오? 그래서 그 수적 놈들 몇이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받으시오. 내 그들을 직접 맞이할 것이오.”
“하나 주공. 직접 움직이는 것은…….”
“그만. 내 귀부한 이들을 직접 맞이하겠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하제와 정에군을 움직여 저들을 맞이할 것이오.”
“…예, 주공.”
* * *
며칠 후.
심미와 누발이 부하들과 함께 금릉에 나타났다. 몇 척의 몽충에 탄 그들은 상황이 몹시도 다급한 듯 보였다.
과연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그들을 쫓는 듯한 감녕의 함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손가의 함대들이 방진을 짜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미와 누발의 배 위로는 항복을 뜻하는 깃발이 올라와 있는데, 손가의 함대들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길을 열어 주듯 방진을 풀었다.
그 순간, 심미와 누발은 웃음을 크게 지으며 그들을 지나쳐 들어갔다.
“되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저놈들을 모조리 불태우는 것이다. 놈들의 배만 불태우면 이번 전쟁은 다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심미와 누발은 이내 지시를 내려 배에 불을 붙였고, 그대로 주변의 배를 향해 돌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