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9
삼국지 : 미완의 군주 18화
이마를 바닥에 찢는 유비의 행동을 막은 장비는 호통을 치며 말했다.
“형님, 뭐 하는 것이오? 그러다 머리 깨지면 여긴 고쳐 줄 사람도 없소!”
“말리지 마! 말리지 말라고!”
그러나 유비의 완력에 팔이 조금 풀리며 머리가 바닥에 닿으려 하자, 장비가
아예 손을 놓으며 말했다.
“안 말리면! 진짜 여기에 머리를 박고 죽을 거요? 그럼 우리 삼형제 꼴 참 재
미있겠수! 죄다 여기서 머리를 박고 죽을 거니 말이오.”
“비야, 이 큰형이 창피해 죽을 것 같아 그런다.”
“창피? 진군, 이 개자식이 형님을 모욕했소? 내, 이 자식을······.”
장비가 급발진하여 나가려 하자, 유비가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말했다.
“진 공조가 그랬겠냐? 이 상황이 그런 거지. 빌어먹을··· 내 병사도 내 마음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 상황이··· 빌어먹을 협의? 인의? 내 앞가림도 못 하
는데, 엉?”
장비는 한숨을 내뱉으며 나직이 말했다.
“또 한동안 징징거리겠네.”
“큰형님에게 무슨 말이냐?”
“아, 아니··· 미안하오, 작은형님. 아니, 그렇잖소··· 큰형님이 저러면 되지
도 않는 소리가 많아지지 않소.”
“아니다, 우제. 이 형은 욕을 먹어도 싸지, 응? 내 앞가림도 못 하는데, 응?
여포 하나 막지 못해서 조 사공에게 빌붙어서 사는 내가 무슨 욕을 먹어도 되
는 것 아니냐? 내가 진 공조를 볼 수가 없어. 더 웃긴 건 뭔지 아냐?”
장비는 유비의 머리맡에 앉아 물었다.
“뭔데요?”
“소패 태수가 백부라 부르는 하후돈도 꿈쩍하지를 안 해, 엉? 조카가 저렇게
위험에 빠졌는데도 말이야. 진 공조가 보채서 내가 직접 가서 물어봤는데도.
그런다고 나보고 어쩌라고? 나도 나가서 그 빌어먹을 여포 놈 사위를 구하고
싶다고!”
“그놈은 왜 구해요? 조조 놈 조카에, 여포 놈 사위인데. 죽어도 싼 놈이라고요.”
장비의 말에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엉? 그놈이 여포의 군세를 차지할 놈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조조가 진짜 그놈이 죽게 할 거 같아? 하후돈 군세는 이미 출전 준비를
마쳤어. 시간을 맞추고 있는 거겠지.”
“뭘 하려고요? 그냥 가서 원술군을 두들겨 패면 되지. 무슨 시간을 기다려?”
“보름 정도 되면 출전할 거다. 그 정도 능력도 안 되면 조조도 조카를 살려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거고. 살아서 문제로 삼으면 핑계야 뭐, 우리를 대
면 되지. 원술, 여포를 처리하고 서주로 돌아가면, 그놈의 감시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
장비는 유비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관우를 바라보았다. 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을 거다. 형님이 이런 일에 틀린 적이 없지 않으냐?”
“그럼 조조 놈이 제 조카 놈을 제물로 바치고 안 구해 준 게 우리 탓으로 몰
것이라 이 말인 거요? 허어··· 내, 조조를 그렇게까지는 안 봤는데, 속이 좁네.”
장비가 혀를 차자, 유비가 한숨을 더욱 크게 내쉬며 말했다.
“그래. 그러니 미칠 것 같다, 이 말이야. 단순히 여포였으면, 그냥 뭐··· 조
조에게 당하는 셈하고 그렇게 하겠지. 근데 이건 다르다고. 많이 달라.”
그 말에 관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비가 그를 빤히 바라보자, 관우가 덤덤
히 답했다.
“형님은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하겠소.”
장비는 멍하니 관우와 유비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뭘 하는데 그러는 건데요? 이 익덕이에게도 알려 주면 안 되오?”
“너도 일어나라. 오늘 나갈 거니까.”
“아니, 뭔데? 뭘 알려 주고 한다고 해야지.”
관우가 무심한 눈으로 장비를 바라보자, 그는 찔끔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
했다.
“아, 그거요? 나도 알아차렸지. 나도 그거하고 오겠소. 형님.”
둘이 그 자리를 나가자, 유비는 텅 빈 집무실에서 나직이 말했다.
“내 명성도 갈아 버리고 원망을 돌리려는 것은 알겠소. 사공, 그런데 나는 막
아도 혈기가 왕성한 동생들은 못 막을 거요.”
***
진군이 하후돈의 집무실에서 신경전을 하는 도중, 허저가 뛰어오며 말했다.
“장군! 장군!”
“무슨 일인가, 허 도위?”
“유 예주의 군사가 출병했습니다.”
진군은 화색이 깊어지며 하후돈에게 예를 대충 표하고 그 자리를 떴다. 이에
하후돈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허저에게 물었다.
“유 예주는?”
“자사부에 있습니다.”
“그럼 누가 나갔다는 것인가?”
“관운장과 장익덕이 무단으로 군을 이끌고 나갔다고 합니다.”
허저의 말에 하후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허 도위, 우리도 내일 출발할 것이니, 준비하게.”
“예! 장군!”
허저가 떠나자, 하후돈은 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고민했고, 이내 조조에게
보낼 죽간을 써 갔다.
***
관우와 장비가 성문을 나가는 뒤로 진군이 뒤따라 붙었다. 그는 병사의 안내
를 받고 행렬 안의 관우와 장비의 곁에 섰고, 말 위에서 예를 표하며 말했다.
“진 모(陳某, 진 아무개)가 원군 요청을 수락하신 유 예주와 관 장군께 감사
드립니다.”
이에 장비가 무슨 말을 하려 하자, 관우가 손을 들어 장비의 입을 막았다. 관
우가 담담히 말했다.
“이번 일은 내 독단으로 이루어진 것이오. 소패성이 위험하다고 하니, 내가
이끄는 천오백의 병사만으로 도움을 주러 가는 것이오.”
진군은 관우의 말에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자, 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몰았다. 장비는 진군을 향해 인상을 한번 찡그리고는
이내 자리로 돌아왔다.
***
유비군과 원술군이 부딪치자마자 원술군은 파죽지세로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수성전과 고순의 계속된 습격에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원술군은 대도와 모를
휘두를 때마다 몇 명씩 죽이며 달려오는 관우와 장비가 선봉에 나선 군을 어
떻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퇴! 후퇴하라!”
뇌박은 관우와 장비의 돌파에 공포에 빠져 허둥대며 무조건 후퇴 명령을 내렸
다. 원술군은 군수품이고 뭐고 할 것 없이 그냥 되는 대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런 원술군을 추격하는 관우와 장비는 한 시간 정도 후에 추격을 멈추었다.
장비는 사모를 휘휘 돌리며 멀리 도망가는 원술군을 향해 크게 욕 한 바가지
를 쏟아 낸 후,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 그를 관우는 그저 바라보다가 이내 원술군을 쫓아가는 병사들을 보았다.
장비는 그 들을 보고 흠칫하며 물었다.
“형님, 저거 함진영 아닙니까? 설마 여포가 함진영을 사위에게 내린 거야? 사
위 사랑이 대단한데?”
관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장비는 도망치는 원술군을 보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옥도가 펼쳐지겠네. 하필이면 소패에 함진영이 있다니··· 근데 함진영의
장기는 수성이 아닐 텐데··· 설마 이번에 태수 자리에 올랐다던 그 어린놈이
한 건가?”
“말조심해라, 아우야. 온후의 아니 이제 평도후인가? 하여튼 그의 사위이자,
조 사공의 조카이다. 핏줄로만 따지면 여느 권세가 못지않을 것이다.”
“그래 봐야 환관 족속이고, 후레잡놈에 애비 셋의 사위 아닙니까?”
장비의 말에 관우는 두통이 생기는지, 머리를 잡으며 말했다.
“제발 그 입 좀 차분히 하여라. 하비상 조표를 그 입으로 인해 참하고, 서주
를 잃었음에도 그리 입을 놀리는 것이냐!”
관우의 호통에 장비는 고개를 숙였다. 관우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에게 말
했다.
“술도 금한다.”
“형님!”
“네 그놈의 술이 들어가면 입이 다시 터질 텐데, 내가 그를 허락하라는 말이
냐? 할 일은 다 했으니, 그냥 돌아갈 테냐?”
“아닙니다.”
“그래. 공치사라도 받고 단독으로 움직인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
도 소패 태수의 호의를 얻어야 하니, 조심하거라.”
장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소패로 향했다. 관우는 고개를 흔들고서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
현청 앞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장비가 붉은 얼굴로 하급 관
리를 때려눕힌 채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태수 놈 나오라 해! 어렵다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와서 도와줬는데, 뭐? 자고
있다고? 장난하는 거냐? 응?”
바닥에 누워 있는 관리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태수께서 수성하시는 내내 잠도 제대로 못 자셨습니다. 적군이 물러나는 것
을 보고 쓰러지듯 잠자리에 드셨는데······.”
관우가 장비를 말리며 말했다.
“익덕아, 그 정도만 해라.”
“형님, 이건 우리를 무시한 겁니다. 여포 놈이나······.”
관우는 장비가 말을 이으려는 순간, 그를 패대기치듯 날려 버리고 나서 관리
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내 아우가 무례를 저질렀소. 내 이렇게 예를 표하니, 이해해 주시오.”
관리는 울상을 지으며 일어나 예를 취했다. 그러고는 몸을 털고 일어나는 장
비를 보고 후다닥 도망갔다. 장비는 관우를 바라보며 외쳤다.
“형님!”
그러나 도리어 관우는 그의 어깨를 잡고 내려다보며 자신의 입을 두드리듯 쳤
다. 그러자 장비가 고개를 숙였다.
“손이 먼저 나가는 것은 바뀌지 않는구나. 되었다. 오늘은 성 밖 군영에서 머
물다가 내일 보는 게 좋겠다.”
“아니, 형님··· 우리가 도와줬는데,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어떤 대접을 받고 싶어서 그러느냐? 엉? 내성의 건물들도 헐어서 수성에 이
용했는데, 이곳에 와서 술이라도 걸치려고 하느냐? 아니면 화풀이라도 하고
싶으냐? 관리의 말을 듣지 않았느냐?”
“형님, 억울하지도 않습니까? 저희가 없었으면 함락당했을 곳입니다.”
장비가 계속 억울함을 표출했지만, 관우는 장비의 응석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태수가 잠도 안 자고 수성을 대비하며 직접 이끌었다고 했다. 그뿐이냐? 성
민들의 가옥을 허물었는데도 반발도 없는 것 보면 보통내기는 아닌 인물이다.”
장비는 그제야 자신이 하비에 있었을 때 성민들을 생각해 봤다. 매번 군수를
징발할 때마다 벌떼같이 달려와 앵앵거리는 이들이 눈에 선했는데, 이곳은 전
투가 끝났음에도 아무도 찾아와 시위하지 않는 것에 의아함이 들었다.
“서주 깍쟁이 놈들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그러니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뭐 별거 있나?’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장비를 보며 관우는 고개를
저었다.
“불만 있는 놈들을 다 때려눕혀서 말을 듣게 하는 네놈과 달리··· 후우, 되었
다. 그만하자. 만일 태수를 보면 넌 입을 뗄 생각도 말아라. 혹여나 사고라도
치면 내 직접 네 경을 치를 것이다.”
“형님!”
“내가 너를 하루 이틀 보느냐? 어떻게 해서든 골탕 먹일 생각을 하지 않느냐.”
그가 아무 말을 못 하자, 관우는 피식 웃으며 발걸음을 떼려 했다. 하지만 장
비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보며 물었다.
“아니 가느냐?”
“가요! 가!”
***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오후, 승태의 저택은 두 명의 사람에 의해서 굉장히 싸
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관우 옆에 있는 장비의 붉은 얼
굴 때문이었다.
장비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조용하게 말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태수라는 인간이.”
“비야.”
장비는 억울한 눈으로 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진짜 진심 우리를 멕이는 거 아닙니까? 어제부터 지금까지 몇 시진이
지났는데.”
그때, 연이 그들의 앞에 예를 취하며 물었다.
“주인께서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혹 만나시겠다 하시면 제가 말씀을 전해 올
리겠습니다. 내실로 안내해 드릴까요?”
그때, 장비가 튀어나가려 하자, 관우가 바로 그의 목덜미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 주시겠소?”
관우는 장비를 째려보았고, 그는 크게 숨을 내쉬며 조용히 뒤를 따라갔다.
***
승태는 막 침실에 일어나 어정쩡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여혜가 두부탕이
올려 있는 상을 들고 왔다.
“잠으로 세끼를 모두 날렸는데, 이거라도 드세요.”
승태는 웃으며 그릇을 들고 허겁지겁 탕을 들이켰고, 그것을 내려놓으며 손가
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역시 부인이 최고입니다. 맑은 것이 시원하네요. 그런데 아무런 일도 없었습
니까? 유 예주께서 원군을 보냈는데, 아무도 말이 없는 것을 보면··· 그냥 돌
아간 모양입니다?”
“아니요. 어제부터 당신을 찾았는데요?”
승태는 갑작스레 눈이 커지며 물었다.
“누, 누가 왔는데요?”
“관 공과 장 공이라 했으니, 유비의 의제들이 온 것일 거예요.”
여혜의 말에 승태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대충 챙겨 입고 방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물었다. 정말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어, 어디에 모셨습니까?”
“접객실에 연이가 모셨다고······.”
승태는 말을 끝내 듣지도 않고 뛰며 접객실로 향했다. 승태가 뛰어가는 모습
에 하인들이 예를 취했으나, 그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으아아아! 두 사람 성격이면 진짜 집에서 매질 당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설마 안 그러겠지?’
접객실에 다다르자, 승태는 접객실에서 나오는 연이를 볼 수 있었다.
“두 분 안에 모신 거니? 화를 내시거나, 뭐 그런 것은 없고?”
“한 분은 차분하고, 한 분은··· 화가 많이 난 것 같지만, 차분한 분이 막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차를 내왔으니 대접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
습니다.”
‘장비가 화가 많이 났나 보네. 관우가 그것을 막고 있고. 하아··· 유관장 중
관우와 장비를 보는 자리인데··· 긴장돼 죽겠다.’
그때, 연이가 손에 들고 있던 다과상을 내려놓고, 승태의 곁에 다가와 옷을
맵시를 다시 잡아 주었다.
“고맙구나.”
“아닙니다.”
이내 승태가 문을 열자, 안에서 차를 마시는 관우와 그것을 보며 뭐라고 하는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장비는 승태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을 찡그렸다.
“이야, 잠꾸러기 태수 오셨네!”
‘와, 조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