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노병이라고는 하지만 손가의 부곡들과 함께 그동안 최전선에서 수없는 격전을 치르며 살아남은 병사들이다. 게다가 몇몇은 특이한 병장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두 번 합을 맞춰 본 것이 아닌 듯했다.
여덟 명의 노병은 조랑의 주변 방위를 모두 장악한 채 언제라도 달려들 듯 눈을 빛냈다. 그런데도 그들을 상대하는 조랑의 표정에는 딱히 걱정은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이 마치 익숙한 것처럼 말이다.
“뭐, 상관없는 일이지.”
“흥, 뭐가 상관이 없단 말이냐. 이미 늦었다. 네놈이 함부로 입을 놀린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그 말이 신호가 된 듯 노병 하나가 갈고리를 던졌다. 하지만 조랑은 전혀 위기감 없는 태도로 참마도를 바닥에 꽂더니, 품에서 작은 도끼를 꺼내었다.
그런 후, 날아오는 갈고리를 가볍게 쳐 내고는 냅다 도끼를 던졌다.
조랑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노병이 급히 뒤로 물러나는 순간, 조랑은 도끼에 매달린 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도끼가 급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하며 옆에 있던 다른 노병을 노렸다. 창을 든 노병은 몸을 틀어 피하려 했으나, 결국 팔을 베이고 말았다.
조랑은 다시 도끼를 회수한 후에 그들을 돌아보며 도발하였다.
“흥, 손책 놈도 내 앞에서는 꼬리를 말고 도망가기 바빴는데, 네놈들 따위가 감히 날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조랑의 도끼가 다시 한번 하늘을 날며, 다시금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노병 여덟 명이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조랑은 오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어차피 대장 놈이 도망친 것만으로도 네놈들의 역할은 다 이룬 거라고. 그랬으면 알아서 눈치껏 도망칠 것이지, 어디 분수도 모르고 달려들어? 네놈들 백이 몰려온다 한들 날 어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냐?”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노병이 남은 힘을 억지로 쥐어짜 내며 말했다.
“으윽, 너 같은 실력을 가진 놈이 어찌 우리의 귀에 알려지지 않았지?”
그에 조랑은 오히려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손가의 인물들이 자신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여겼기 때문이다.
“나야말로 묻고 싶을 정도다. 손책이 한마디도 안 했나? 그때, 정보 놈만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손책은 꼼짝없이 내 손에 목숨을 잃었을 터인데? 하긴, 살려 둔 놈이 없으니 손책 혼자 입을 다물면 모를 일이긴 하군.”
조랑은 생각하기에 자존심 높은 손책이 차마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들의 반응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뭐, 이미 죽은 놈 탓을 해 봐야 별수 없지. 어쨌든 이제 나에 대해 알았으니, 앞으로는 까불지 말라고. 아, 어차피 구천으로 가는데 까불지는 못하겠군.”
사실 조랑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태사자는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손책과 드잡이를 하여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르게 되었는데, 자신은 그런 명예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목격자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중간에 손책을 구하러 온 정보와 기병 하나가 있긴 하였으나, 그들이 입을 다문다면 누구도 알지 못 하는 일이었으니.
한바탕 푸념을 털어놓은 조랑은 이미 대장기가 보이지 않자 한숨을 내뱉으며 노병의 목을 도끼로 내리찍었다.
잠시 후, 이전과 고람이 다가와 예를 표하자, 조랑도 얼른 인사를 하였다. 그에 고람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중군 깊숙이 돌파를 하는 것이 참 어려웠을 터인데 말입니다. 아, 하긴 태사 장군께서 추천하신 분이니 어련하겠습니다마는. 이거, 제가 너무 오지랖을 부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
과한 찬사에 조랑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소인이야 그저 용맹 하나만으로 적을 쓰러트릴 뿐이지, 이렇게 적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게 할 정도의 능력은 없습니다.”
고람은 겸손하게 답하는 조랑의 모습에 이전을 돌아보며 말했다.
“역시 본받을 부분이 많은 분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나도 군을 수습하고 적병을 추격하는 일은 자네에게 일임하지. 솔직히 자네가 나보다야 더 잘하지 않는가.”
이전은 고람에게서 왠지 누군가의 익숙한 향기가 느껴지는 듯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어 상념을 떨쳐 내며 말했다.
“그리하겠습니다.”
이전이 고개를 숙이며 뜻을 받들자, 고람은 조랑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그럼 내 조 도위와 이야기를 나눌 터이니, 자네는 군을 부탁하네.”
고람은 서둘러 말에 오르더니, 조랑과 함께 움직였다. 그렇게 이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휴, 이제 좀 쉴 수 있겠군. 그나저나 도위가 보기에는 우리가 이제 어찌해야 할 것 같소?”
조랑은 뜬금없는 질문에 눈을 껌벅이며 고람을 바라보았다.
“태사 장군께서 따로 말을 전하지 않았소?”
“그렇사옵니다.”
“흠, 그렇단 말이오? 거참, 냉정한 양반이구만. 뭐, 어차피 알게 될 내용이니, 내 지금 말해 주겠소. 우리는 이대로 금릉까지 진군할 것이오.”
이야기를 들은 조랑은 약간 놀란 듯한 눈으로 고람을 바라보았다.
“단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세를 펼치겠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그리 놀라는 모습을 보니, 적들도 틀림없이 생각하지 못할 것이오.”
조랑은 혼자 희희낙락하는 고람을 보며 복잡한 심사가 들었다. 그건 생각하지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일단 고람이 아무 계획도 없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으리란 생각에 넌지시 물었다.
“그것 또한 수춘후께서 지시하신 일입니까?”
고람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수춘의 모사들이 짜낸 전략이라 하더군. 어차피 적의 수군은 상대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미끼를 던져 깊숙이 끌어들이겠다는 말이겠지. 이걸 소위 살을 내주고 뼈를 참한다고 하던가?”
그제야 조랑은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고람은 아직 용건이 남았다는 듯 조랑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단양을 넘어 강동의 지형과 길을 가장 잘 아는 이가 자네라 하더군. 그래서 태사 장군이 자네를 보내 주신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하면…….”
“자네가 우리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네. 나나 내 부관은 본시 강동 사람이 아니라 단양을 벗어나면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니 말이야.”
“…….”
조랑은 고람의 말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단양을 다스리는 태수가 용병이나 다름없는 자신에게 군 통솔권을 준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제가 말입니까?”
고람은 조랑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일단 이 감군(이전)과 상의를 해 봐야겠지만, 그도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라서 말이야.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가 보지. 지금쯤이면 이 감군이 정리를 끝내 놓았을 테니, 차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눠 보자고.”
한편, 고람에게 전후 뒤처리를 일임받은 이전은 올라오는 보고들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군 병사가 얼마나 죽었는지, 적을 얼마나 생포했는지 그리고 적의 물자를 얼마나 탈취했는지 등 신경 쓸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나마 꽤 많은 물자를 노획할 수 있었기에 꽤 기분이 고조되었다. 한데 그때, 누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귀가 간지러웠다.
이전은 귀를 한 번 후비적거리더니, 상황을 정리한 죽간을 군리에게 넘기며 말을 꺼냈다.
“이제 정리가 다 끝났으니, 슬슬 마무리를 짓자고. 아, 그리고 죽은 병사들에 대한 부분은 따로 정리해서 올리게. 주공께서는 이런 일에 굉장히 민감하니 말이야.”
“충!”
“그래. 그럼 수고하라고.”
이전은 막사로 향하면서 주변에서 쉬고 있는 월족들의 모습을 새삼 살폈다. 다른 병사들에 비하여 갑주가 부실한 모습이 신기했다.
* * *
승태의 저택에서는 노숙과 유엽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형님, 진 도독이 한발 물러난 것은 형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진짜 저희의 뜻대로 일이 이루어지겠습니까? 감녕을 물리친 후, 분명 주유는 군을 이끌고 강을 타고 올라와 주변 지역을 장악하려 할 것입니다.”
승태의 말에 노숙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꺼내었다.
“하지만 감녕이 무너지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대립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니 그런 상황이 우리에게는 되레 큰 어려움이 될 것입니다.”
노숙의 말에 승태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하자, 유엽이 말했다.
“이는 자경의 말이 맞습니다. 아군은 손가의 수군을 막기 위해 감녕이나 손가 형제에게 밖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한데 그 와중에 누군가 반기라도 들면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노숙은 유엽의 말에 덧붙여 말했다.
“자양의 말은 가장 나쁜 상황을 상정한 것이지만, 충분히 고려해 볼 문제이기도 하옵니다. 현재 저희는 남과 북으로 적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는 어서 타파해야 할 상황입니다.”
목이 타는지 잠깐 차를 한 모금 들이켠 노숙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일단 북의 경우에는 저수를 중심으로 굳건한 군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은 사정이 다릅니다. 그간 저질러 온 손가의 악행으로 인해 많은 호족이 복중에 칼을 갈고 있습니다. 뿐만 관직에 대한 출사 문제로 부민(富民)과 한민(寒民) 사이도 좋지 않사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도처에 존재하니, 오히려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라 볼 수 있습니다.”
“흠, 그렇군요. 그럼 세 번째도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셋째는 저들이 우리를 얕보고 있다는 것이옵니다.”
승태는 노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감녕이 뛰어난 인물이기는 하지만, 승태는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렸다.
“알겠소. 이미 진 도독의 말도 듣지 않는 감녕을 어찌 칼로 쓰겠소. 내 아프더라도 형님의 말로 책안을 쓰겠소.”
유엽과 노숙이 감읍하다는 듯 고개를 조아리자, 승태는 얼른 손을 내젓고는 말을 꺼냈다.
“그럼 이제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 봅시다.”
“네. 주유는 분명 금릉에서 크게 승리를 거둔 후에 군을 이끌고 오수와 유수를 노릴 것입니다.”
노숙은 지도 위에 놓은 붉은 손가의 말을 유수와 장도로 옮겼다. 그러고는 단양의 병력과 평택의 태사자군을 북상시켰다.
“주유는 단양의 병사들이 감히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판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노숙은 단양에 놓인 말을 말릉과 금릉으로 옮겼다.
“그렇기에 단양의 부대가 공세에 나선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승태는 노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전략이군. 그 후에는?”
“그럼 주유도 승부수를 던질 것입니다. 말릉의 수비를 믿고 군을 몰아 양주를 뒤집어엎을 것인지, 아니면 회군을 하든지 말입니다. 어떤 결정이든 이는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