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유수 중류에 세워진 요새로 감녕이 원한 1만이 넘는 정병이 모였다. 또한, 조운을 비롯해 무예가 뛰어난 이들도 함께 자리했다.
물론 이들을 이끄는 이는 다름 아닌 승태였다. 승태가 직접 친정에 나섰다는 사실에 감녕이 무척이나 놀랐지만, 이어진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원하는 병사를 차출할 수 있는 곳이 지금 어디에 있겠나. 여강은 단양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움직여야 하고, 구강과 광릉은 도수를 지켜야 할 터인데 말이야. 남은 것은 결국 수춘의 근위군밖에 없지. 자네도 그것을 알고 병사들을 요청한 것이 아닌가?”
“꼭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현재 주유가 이끄는 병사들은 대대로 손가를 따르던 손가병이기에 지원을 바란 것입니다.”
그 말에 승태는 약간 놀란 눈으로 감녕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 손권이 아니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승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감녕의 말대로라면 손책은 자신의 의지를 이어 나갈 인물로 주유를 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위를 물려받은 것은 동생인 손권이었다. 하여 손권이 손가병의 권한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주유를 압박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긴 그렇게까지 했으니 감녕이 속아서 들이받았겠지.’
승태는 계속 뒤를 따라오며 안절부절못하는 감녕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뼈가 담긴 말을 건넸다.
“주유가 그렇게 강한 병사들을 이끌고 있다면, 지금 감 장군은 본 후를 그런 위험한 자리에 끌어들인 것이오? 만약 내가 위험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장군을 싫어하는 신료들이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텐데 말이오.”
순간, 당황한 감녕은 눈을 크게 뜨고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곧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황급히 물러났다.
감녕이 사라지자, 유엽이 살짝 웃음을 지으며 승태에게 물었다.
“주공, 수춘에서는 감 장군을 그렇게 감싸 주시더니, 지금에 와서는 어찌 그리도 모질게 대하십니까?”
승태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한차례 문지르며 말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작금에 이르러 문관들의 위세가 너무 지나친 감이 있어 한 번쯤 누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노 형이나 진 노사 역시 그 점을 걱정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흠, 문관들의 내정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말입니까?”
“그렇지요. 그날, 내가 감녕을 두둔하는 자리에서도 말단 문관이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나서서 말을 꺼내는 것을 보면 참 웃기는 일이지요.”
“하나 그것은…….”
“물론 알고 있습니다. 노신들이 일부러 그자에게 시켰다는 것을 말입니다.”
정곡을 찌르는 승태의 지적에 유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더 화가 났습니다. 그냥 직접 말을 하면 되었을 터인데, 아랫사람을 시켜서 남을 깎아내리려 하다니 말입니다. 만약 내가 그런 사정을 몰랐다면 그 문관은 어찌 되었겠습니까?”
“아마도 출세와는 멀어졌겠지요.”
“그자가 누구의 명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하라 전하세요.”
그에 유엽이 약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실은 제가 문관들하고 별로 친하지를 못해서……. 그에 관련된 내용은 자경(子敬)에게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승태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유엽은 현재 조단의 옆에 딱 붙어서 인사들에 대한 평을 늘어놓고 있다고 했다.
물론 유엽으로서는 조단의 견문을 넓혀 주기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한 일이겠지만, 관리들 사이에서는 차기 권력과 영합하여 욕심을 채우려 한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엽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정말 극진하다 할 정도의 노력을 조단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매일 서신을 쓰고 있으니, 참 대단할 정도의 제자 사랑이라 볼 수 있었다.
‘흠, 정작 제 아들에게도 그리 안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바람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설마… 정말 관리들의 말처럼 딴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승태는 자신의 너무 앞서 나갔다는 마음에 고개를 털어 상념을 떨쳐 내고는 다시 유엽에게 말을 건넸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진 도독의 이야기를 들으니 손권이 도수에 들어왔다고 하던데… 이는 어찌 생각하시오?”
유엽은 잠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주유의 머리에서 나온 계략이라면 솔직히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경의 말대로 주유가 회심의 수를 던진 것일 수도 있지만, 의외의 변수가 작용해 원래 계획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순간, 승태는 오나라의 군병 제도를 떠올렸다. 그들의 근간은 손책의 카리스마에 이끌려 모인 사병 집단과 강동 세력이었다.
손권은 죽을 때까지 이들을 조율하려 하였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붕괴를 초래하는 단초가 되고 말았지만.
‘음, 설마 황조를 대신하여 나를 대적으로 삼아 손책 휘하의 인물들에게 충성을 받아 내겠다는 건가?’
승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를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손권의 권력이 가장 융성할 때는 적벽대전을 통해 조조를 대파한 이후였다. 당시 유수구와 남해 등에도 군을 보내 세를 과시할 정도였으니, 대족들도 감히 손권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물론 그 후에 합비에서 말아먹긴 하였지만 말이다.
‘흠, 아무리 그래도 강동도 온전히 차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재들도 내게 빼앗긴 손권이 이 몸의 상대가 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승태가 유엽에게 다시 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 그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우리야 원래 적을 깊숙이 끌어들여 피해를 주고, 단양의 병사들로 비수를 찌르려 했으니 말입니다. 마침 손권이 도수로 들어왔으니, 이는 더없는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유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주유보다야 손권을 상대하는 것이 더욱 편할 테니 말입니다.”
그와 동시에 유엽은 약간 기대가 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그래도 솔직히 궁금하긴 합니다. 감 장군이 어찌 주유를 뭍으로 불러들일지 말입니다.”
* * *
도수를 거슬러 오르며 나아가던 손권은 원래의 역사에서처럼 무자비하게 인간 사냥을 벌여 나갔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인간 사냥이란 아스텍의 원주민을 학살한 것처럼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강동의 형편을 고려하여 납치하여 후 강제로 이주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물론 기존의 주민들과 잘 융합하게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일단 지금은 그런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그와 같은 소식이 당읍 근처에 군진을 세운 진등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진등은 자리엔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나는 그놈이 한바탕 쳐들어올 줄 알았는데, 사람을 도둑질하고 있었군.”
수심 가득한 진등의 푸념에 장제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방도가 없습니다. 만약 백성들을 강제로 옮기려 한다면,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럴 경우, 도리어 크게 반발하여 비난을 화살을 이쪽으로 향하게 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장제의 냉철한 판단에 진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지. 분명 그리할 것이야. 하나 그렇다고 손권이 하는 양을 가만히 손 놓고 지켜보고 있을 수만도 없지 않은가.”
“그래도 참아야 합니다. 일천 호를 구하려다가 자치 일만 호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전대 패공의 학살이 남긴 기억을 가진 이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잘못 움직이다가는 일대의 백성들이 모두 장강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진등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학살의 여파로 이주민들이 어마어마하게 생겨 서주, 사수, 회수 일대의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그나마 하북인들이 이주 덕분에 이제야 겨우 다시 예전의 성세를 되찾는 중이었다.
“그것은 안 될 일이지. 절대 안 될 일이야. 주공께서 어떻게 되찾은 서주의 성세를 말이야.”
장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등에게 넌지시 말하였다.
“어차피 강동을 점령하게 된다면 상관이 없지 않겠습니까? 도독께서 평생 광릉에 계실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진등은 장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하기야 강동을 토벌하면 광릉은 이제 더는 전장이 아닐 테니, 내가 있을 필요는 없겠지. 그전에 그 쥐새끼 같은 손권을 처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등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음, 아무래도 당읍까지 그들이 오는 것은 기다리기는 어렵겠네. 직접 저들을 쳐 버려야지. 육지에서 차노와 발석포를 쏜다면, 우리를 무시할 수 없지 않겠는가?”
“차노와 발석포를 미끼 삼아 저들을 불러들이시겠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네. 어차피 도강할 수 없으면 쓸 수가 없는 놈들인데, 이렇게라도 한 번 써먹어 봐야 할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주공께서 내준 물건인데…….”
“어차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지 않는가.”
“하긴 그렇군요. 그럼…….”
“일단 누선부터 준비하게. 그것들을 모두 옮기려면, 카다란 배가 아니면 어림도 없을 테니. 솔직히 병사들은 그걸 쏠 줄만 알지, 조립이나 해체가 가능한 형편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배에 실을 때, 각별히 주의해 주게나. 배라고는 하지만 뼈대나 부속품 모두 물에 민감하다고 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차지 없이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래. 수고 좀 해 주게나.”
* * *
도수 근방의 가호들을 납치하여 장강 이남으로 보내고 있는 손권은 크게 웃음을 지으며 여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하! 너의 말대로 하니, 일이 참으로 술술 흘러가는구나. 장강 이북의 백성들을 잡아들여 강동의 가호를 늘리라니, 참으로 대단하지 않더냐.”
“그저 작은 꾀를 내었을 뿐이옵니다.”
손권은 무척이나 기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술을 따라 여일에게 건네었다.
“무언가 원하는 바가 있더냐?”
“소인은 이미 이루었습니다.”
“이루었다? 소원이 무엇이기에 그러느냐?”
“소인의 소원은 주인께서 내리신 술을 마시는 것이었사옵니다.”
“뭐? 우하하하!”
흡족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손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일을 껴안으려는 순간, 갑자기 배가 기우뚱하며 한쪽으로 기울었다.
손권은 중심을 잡기 위해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지만, 다른 이들은 갑작스러운 배의 요동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여일 역시도 소리를 질러 대며 바닥을 굴러 댔다. 손권은 그런 여일을 잡아 일으켜 세워 준 뒤, 병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더냐!”
“주공, 멀리서 돌이 날아왔습니다!”
손권의 물음에 관측병이 말했다.
“뭐? 아니, 갑자기 웬 돌이란 말이냐? 돌이 어찌 하늘에서 날아와!!”
당황이 여실히 묻어나는 손권의 음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