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주유도 손권과 다를 바 없이 유수 일대의 백성들을 강남으로 이주시켰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도수의 백성들에 비하여 반발이 적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주유의 행적을 살피던 감녕은 드디어 유수구를 지나 요새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군을 집결시켰다.
감녕은 일전의 패배에 대해 설욕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수춘후가 지켜보고 있는 이번에도 추태를 보인다면, 자신의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 되어 누선에 오른 감녕은 곧 냉철한 눈빛으로 강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전의를 다지는 감녕의 모습에 승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감녕의 계획이 주유에게 통할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함정이라는 것 말입니다, 주유가 받아 줄지 모르겠습니다.”
유엽 또한 승태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신도 그러하옵니다. 감 장군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유를 상대하기에는 조금 처지는 부분이 있지요.”
유엽은 잠시 감녕에 대해 평하더니, 이내 낙관적으로 말을 꺼냈다.
“뭐, 그래도 수전이야 감 장군이 더 뛰어나니 일단 두고 보도록 하시지요. 어차피 전쟁이 길어지면 손가의 형편상 군세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테니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주유는 결국 진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단양의 고 도독이 잘만 해 주면 저들이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 그쪽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쟁이란 본시 돈으로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승태는 손권이 군을 일으켜 강을 건넜음에도 딱히 두려운 감정은 들지 않았다.
특히 서서가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손가는 굉장히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하는 상황이었다. 호족들에게 돈을 차출하여 그 규모를 가지고 지역을 내주는 것이 작금의 상황.
그런 까닭에 무리하게 군을 일으켜 예장을 차지한 것도 호족들에게 봉지를 내려 주어 그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함에서였다.
‘하긴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다만, 그 반대급부 또한 만만치 않았다. 봉지를 내린 이상, 해당 지역에서는 호족을 통해서만 지배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호족을 제외하려면 그들을 모조리 치워 버리고 나서 가능할 일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보겠는가.
호족 중심의 봉건이 굳어지면 결국 손권을 따르지 않고 명령에 무시하는 경우도 속출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원 역사의 감녕과 여몽의 일화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 높은 지위에 있던 두 사람조차 그럴진대, 다른 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손권으로서도 다른 방도가 없었겠지. 누가 뭐래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병사들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손권이 제아무리 강동의 귀족들을 처단하고 호족들의 주머니를 털어 전쟁 자금을 마련해도 금전적인 면에서 승태와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
천하를 상대로 온갖 귀물과 사치품을 팔아 대는 승태가 아니던가. 그뿐만 아니라 전성기를 되찾은 서주에서는 각종 전투물자도 끊임없이 뽑아내는 중이었다.
비록 함선과 같은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무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 밖의 물품들은 기존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다 보니, 만드는 족족 팔려 나가기 일쑤였다.
이렇듯 지금 이 순간에도 막대한 부를 쌓아 나가고 있는 승태로서는 감녕이 패한다 해도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전황을 질질 끌어 적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 전쟁을 오래 지속해 봐야 좋을 일은 없을 테니 웬만해서는 빠르게 결판을 지어야겠지만,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적을 좁은 길로 끌어들여 압박하고 뭍으로 나오게 한다라…….”
전술 자체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과연 주유가 감녕의 뜻대로 움직여 줄지의 여부였다.
* * *
감녕의 누선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주유는 부채를 살랑이면서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음, 생각보다 감녕의 누선이 많이 살아남은 것 같군.”
주유의 말에 장흠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기껏 감녕을 궁지에 몰아서 대승을 얻어냈는데, 이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며 많은 피해를 입게 된 탓이었다.
“모두가 소인들의 잘못입니다.”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이는 장흠의 말에 주유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아니네. 자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게 나의 불찰이지.”
주유는 손권의 행태를 떠올리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비록 자신과의 불화를 연출하여 적의 방심을 끌어내긴 하였지만, 그게 전부 거짓은 아니기 때문이다.
손권은 자신을 따르는 이를 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높은 자리에 올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합리화하려고 했다.
지금이야 주유나 구신들이 요직에 있어 어느 정도 보완이 되고 있으나, 만일 그를 제어할 인물이 남아 있지 않다면 후일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긴, 눈앞의 일도 어찌 될지 모르는데, 후일을 걱정한다는 것도 우습군.’
주유는 저 멀리 보이는 요새에 걸린 깃을 보고 수춘후가 직접 참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전투에 직접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번 전투를 꽤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물길을 막고 있는 감녕의 누선들을 살핀 주유가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놈이 강에 장난을 쳐 두었구나.”
원래 유수 지역은 이처럼 유속이 빠르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수를 썼는지, 마치 거대한 급류가 되어 버린 듯 물살이 출렁였다.
주유는 감녕의 함선들이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쇠사슬로 서로 묶은 것을 보고 상대의 의도를 눈치챘다.
‘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여기서 굳이 크게 전투를 벌여 피해를 키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수군이 무너진 수춘후는 장강의 통제력을 상실할 테니, 일이 년 동안 힘을 비축한다면 그때는 능히 강북과도 자웅을 겨룰 만할 것이다.’
만약 지금, 상대의 도발에 걸려들어 전투를 치른다면, 승리를 한다 해도 상처가 크게 남는다. 그리되면 문물이 풍족하지 못한 강남은 강북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 결국에는 고사하게 될 뿐이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주유는 승태의 수작에 걸려들지 않기로 했다.
‘아쉬운 것은 사실이나, 이 정도만 하여도 강동의 독립을 지키기는 충분할 것이다. 이후 꾸준히 힘을 기른다면…….’
그렇게 주유가 배를 돌려 빠져나가려는 순간, 붉은 깃을 매단 몽충 하나가 주유의 누선으로 다가왔다.
잠시 후, 누선에 오른 인물이 주유 앞에 무릎을 꿇고 서신을 전하였다.
“금릉에서 온 급전입니다.”
주유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든 탓이었다. 하여 급히 죽간을 받아 펼쳐보고는 이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런 후, 주유는 고개를 들어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의 영웅이던 손견의 목표, 가장 소중하게 여긴 손책과의 약속, 그리고 주유 스스로 그린 원대한 포부가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아, 어찌하여 하늘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준단 말인가.”
처연하게 한탄을 쏟아 내는 주유의 모습에 손가병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너무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장흠은 조심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죽간을 주워 들었다.
그러고 나서 내용을 살펴보니, 그곳에는 간략한 문장만이 쓰여 있었다.
[오후께서 진등에게 사로잡혔다.]순간, 장흠은 흔들리는 눈으로 주유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이런 상황이 생기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물쭈물 눈치를 살피는 전령에게 또 하나의 죽간이 전해지고, 그 안에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단양병들이 말릉에 침입하였다는 것이었다.
“도독…….”
망연자실해하는 장흠에게 어느새 감정을 추스른 주유가 물었다.
“내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우리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밖에 없네. 그중 무엇을 택한다 하더라도 손가의 운명이 온전하리라고 보기 어렵겠지.”
“그래도 일단 주인을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하면 말릉뿐만 아니라 금릉까지 적의 손에 떨어질 것이네.”
그 말에 장흠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주유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지금 배를 돌려 달려간다 해도 진등에게 잡힌 주공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네. 그럴 바에는 지금 눈앞에 있는 수춘후를 붙잡아 교환하는 것이 하나의 방도겠지.”
장흠은 주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였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언제나 전장을 전전해 온 장흠이 보기에도 지금 감녕은 무언가 함정을 파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으니까.
사실 장흠으로서는 손가의 우두머리가 꼭 손권이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친우인 주태가 그 소리를 듣는다면 단번의 자신의 목을 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독, 제가 판단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유는 부채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우선 최선을 다해 보세.”
주유는 함정인 줄 빤히 알면서도 스스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신세가 어이없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과연 수춘후로군. 이것이야말로 진정 손자의 계책을 실현한 것이 아니던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적을 오게 하다니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손권의 능력에 의문을 품은 호족과 신하들이 많은 상황. 그로 인해 명령을 내려도 잘 이행이 되지 않았다. 저마다 이익과 손해를 재느라 그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손책의 암살에 관련된 이들을 때려잡았지만, 그조차도 분란의 씨앗만을 남기게 되었다.
호족들끼리 서로 복수를 주장하며 군사를 일으키거나 월족에게 정보를 넘겨 혼란을 더욱 부추긴 것이다.
그런 가운데 손권이 친정에 나섰다가 적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었으니, 더는 권위를 세우기가 어렵게 되었다.
‘친우여, 내 능력은 결국 여기까지인가 보다. 권이와 손가를 천하에 우뚝 세우려 했는데, 그래서 너를 만날 때 당당해지고 싶었는데…….’
그 모든 꿈이 수춘후로 인해 무너져 버렸으니, 주유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깊은 분노가 울혈을 타고 올라왔다.
“쿨럭!”
결국, 각혈을 하고 마는 주유. 시뻘건 피가 부채에 튀었으나, 주유는 그 모습을 숨기기 위해 급히 부채를 접었다.
그때, 장흠이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도독,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그래. 우선 몽충을 먼저 선봉으로 세우게. 아마도 물의 속도 때문에 빠르게 진군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의 누선에 사다리를 걸칠 수만 있다면 충분할 것이네.”
명을 받은 장흠이 급히 물러 나가자, 주유는 앞에 보이는 감녕의 함정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그래. 과연 누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인지, 어디 한번 자웅을 겨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