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1
삼국지 : 미완의 군주 20화
하후돈은 자리에 마루에 걸터앉아 그 모습을 모두 보고 있었다. 소리는 들리
지 않았지만 대충 보기만 해도 감이 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군량이 진정 없다고 하던가?”
한호는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예. 관리들을 닦달해 보아도 양초가 성내에서 사용할 정도로 정확히 닷새 정
도 남았다고 합니다. 태수의 사재를 턴 것도 맞습니다.”
“거참 요상하네? 감은 분명 아니라 하는데··· 요새 전장에서 멀어졌더니, 내
감이 좀 떨어진 건가?”
“진 공조를 압박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한호의 말에 하후돈은 고개를 저었다.
“압박한다고 털어놓을 사람도 아니고, 다른 것으로 회유도 안 통할 것이다.
아마 그놈은 이미 승태에게 넘어간 것 같아. 저놈이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
만 말이야. 내 알기로 진군은 예와 형식을 꽤 따지는 인물인데, 나한테 대들
정도면··· 파격을 할 정도로 승태를 따르는 것이지.”
“하오면······.”
“물 건너간 거지, 뭐. 원술군이 후퇴하면서 남긴 양초나 챙겨서 가야지.”
“관우나 장비가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자기들이 어찌할 건데? 우리는 바로 아만이한테 합류해서 수춘으로 갈 건데.
반발하면 원술을 돕고 싶다 한 거로 포장해서 죽일 놈으로 만들어야지. 아니
그런가?”
그 말에 한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가까이 다가가 하후돈의 귀에 들릴 정도로만
말했다.
“여포를 잡는 그물 정도는 되는 인물들인데, 써먹으셔야 할 겁니다.”
하후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여포에게 던져 줄 가장 좋은 뼈다귀 정도는 될 인물들이지.”
한호는 불이 꺼진 승태의 침실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공께서는 태수를 어찌할 예정입니까?”
“글쎄? 아만이의 생각을 이해하기는 어려워서 말이야. 그래도 유비와 함께 소
패를 지키라고 말한 것과······.”
하후돈은 하나 남은 눈으로 주변의 가노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웃었다.
“아니다. 이건 말하면 안 될 것 같고, 하여튼 조카를 살려 두긴 할 것 같다.”
“그렇군요. 능력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중임을 맡겨도 되지 않겠습니까?”
하후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중임은 모르겠지만, 외부의 어중간한 일은 맡길 것 같다. 자신이 직접 하기
싫은 일이나 변변치 않은 일에 보내는 정도로 말이야. 완성에서 일로 허도의
사람들이 너무 승태를 좋아하는 게 큰 문제라서 아마 완성의 일이 점점 잊히
면, 그때 즈음 중앙에서 한자리할 수 있겠군.”
“어려운 일이군요. 조 씨 이름으로 평생 변방 태수 정도로 살아야 할 수도 있
겠군요.”
“그건 뭐··· 두고 봐야지. 누가 아나? 갑자기 여포가 죽어 버리면 조조도 승
태를 밀어줘야지. 유 예주를 자신의 기반이 있는 곳으로 보낼 수는 없잖아.”
하후돈의 말에 한호는 살짝 웃었다.
“그 강한 여포가 누구 손에 죽을 일은 없으니······.”
한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하후돈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만 일어나 가지. 내일 출발하려면 준비를 해야 하진 않나?”
하후돈도 무리를 이끌고 자신의 병사들이 주둔하는 군막으로 향했다.
***
부릉을 차지한 여포는 회수에서 원술을 농락하고 돌아오는 중에 손책군을 만
나게 되었다. 여포는 손책이 한실에 방물을 헌납하고 함께 원술을 치는 것을
알았기에 경계를 풀었다.
여포의 곁에 있던 성렴이 멀리 다가오는 열 명 정도의 무리를 보며 말했다.
“형님, 저기 손 씨 놈들 사이에서 누가 나오는데요?”
여포는 성렴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나도 눈이 있어 보인다. 손가는 치가 떨리는데, 뭐지.”
딱 봐도 미남인 두 명의 젊은 무장이 말에서 내려 여포의 앞에서 예를 취하며
말했다.
“온후를 뵙습니다.”
여포는 입에서 함박웃음을 띠며 말에서 내려 마치 명사들같이 그들 일으켜 세
우며 말했다.
“여기까지는 무슨 일인가?”
“폐하의 명을 받들어 역적을 치고 있습니다.”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술의 주변의 모든 군웅이 황제의 명으로 원술을
토벌한다는 명분을 들고 세를 키우고 있으니, 유명한 손가가 세를 키우는 것
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소장이 손가를 대표하여 저 손백부가 온후를 모시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여포는 막을 수 없는 웃음 때문에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격돌했을 때 가장
애먹은 것이 손견이 아니던가? 그런 손견의 아들이 자신을 이리 높이 대하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역시 딸아이를 조 씨에게 보낸 건 잘한 일이었다.’
자신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느낀 여포는 손책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역적 동탁을 가장 어렵게 만든 손가의 영웅인 그대가 부른다면, 당연히 가야
하지 않겠는가?”
“장군, 소장의 군막이 이곳 가까이 있으니 기다리겠습니다.”
손책과 그의 무리가 말을 타고 멀어지자 위속이 물었다.
“형님, 이거 위험한 것 아니오? 손가가 대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망 있는
집안 아니오? 그들이 호환 잡놈이라 불리는 우리를 저리······.”
그러나 여포는 위속의 말을 끊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내 사위가 사공의 조카이고, 나 또한 한실의 봉신인 온후이니, 저들
이 저자세로 나오는 것 아니냐?”
성렴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고 도독만 있었으면 걱정 없었을 텐데.”
여포가 그 말에 발끈해 성렴의 머리를 후려치며 말했다.
“그 잔소리꾼을 데려와서 뭐 하게? 내가 그놈보다 못하겠느냐?”
성렴은 고개를 숙여 여포를 힐끔 쳐다보았다가, 이내 다시 맞을까 두려워 태
도를 굽혔다.
“형님, 절대 아니오. 고 도독도 대단하지만, 그보다는 형님이지. 당연한 이야
기요.”
“고 도독이 능력은 좋지. 맞아.”
여포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성렴의 머리를 두드리고 말에 올라타 먼저 나아갔
다. 성렴은 멀리 나아가는 그를 보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어휴······.”
그런 성렴을 위속이 말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고 도독 이야기를 왜 꺼내?”
“너는 고 도독 군사를 뺏은 놈이라 모르겠지만, 그가 전장에 나가서 함진영을
이끌 때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위속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뺏긴 무슨··· 내 말도 듣지 않는 병사들을 뺏었다고 말할 수 있냐?”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지휘하냐고.”
“내가 받았냐! 형님이 주니까 받았지. 넌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위속이 먼저 여포의 뒤를 따라 사라지자, 성렴은 인상을 더욱 찡그렸다. 그러
고는 이내 말에 올라 군을 이끌고 여포의 뒤를 따랐다.
***
손책은 여포를 대접하기 위해 많은 술과 고기, 그리고 무희들을 데려와 연회
를 열었다. 여포는 병사들과 함께 즐긴다며 손책을 시켜 병사들에게도 술과
고기를 같이 내줬다.
“역시 고순이 없으니까 즐거운 일만 가득하군. 사위 옆에 세워 놓기를 잘했
어. 이참에 말 안 듣는 함진영도 같이 보내야겠어.”
여포는 생각이 난 김에 처리하고자, 술에 취하지 않은 병사를 불러 서신을 쥐
여 주었다.
“소패로 가서 도독에게 전해. 함진영을 다시 부려도 된다고. 대신, 내 사위랑
내 딸을 끝까지 잘 지키라고도 전해.”
전령은 고개를 숙이고 말 위에 올라 소패로 향했다. 여포는 고순에 대한 생각
을 털어 내기 위해서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사위가 술은 잘 먹던데.”
여포는 사위 생각에 웃음을 띠며 생각했다.
“이제 드디어 이 여봉선도 주변에서 인정을 받으며 일가를 이룬 사람으로 평
가하겠지. 천하의 역적을 베고 한조에 충성을 다한 장수로 이 여봉선은 남을
것이다.”
여포가 혼자서 무어라 중얼거리며 연거푸 술을 들이켜자, 옆에 있던 손책이
여포를 힐끔힐끔 보다가 물었다.
“장군, 소장이 취기가 올라 잠시 찬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어, 다녀오게. 술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까.”
그때, 성렴이 여포에게 한마디 건네었다.
“형님, 좋긴 한데··· 좀 이상하지 않소?”
“뭐가 말이냐?”
“군중에 술이 너무 많아서 말이오.”
성렴의 말에 여포는 직감적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그후, 여포의 등에 쫙 소름
이 올라왔다.
“성렴아.”
“왜요.”
“위속은 어디 있냐?”
“술 마시다 어디 갔는데··· 소피나 보러 갔겠죠.”
여포는 상을 엎듯이 일어나 말했다.
“가자.”
“왜요?”
“함정 같다. 네 말대로 병사들 모두 술을 먹일 정도로 가져오는 게 이상해.”
성렴도 여포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무기를 찾는 성렴의 말에 여포
의 얼굴이 더더욱 굳어졌다.
“화극은 어디에다 두었소?”
“위속이 가져갔다. 활이랑 화살도 위속이 챙겼는데······.”
여포는 더 안 좋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위속이 손책을 도
와서 뭐가 좋겠는가.
위속이 군막에 들어오자, 여포는 대뜸 물었다.
“속아, 내 화극이랑 활 좀 조심히 가서 가져와라.”
위속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뭔 일이오?”
“저놈들 수상해서 그런다.”
위속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군막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밖에서 무슨 소
리가 들려왔다. 성렴이 옆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낸 뒤, 군막을 살짝 들춰 슬쩍
밖을 보았다.
“병사들이요. 위병이 아니라 자세를 보니 석궁을 들고 있는 것 같소.”
“먼저 나가야겠다.”
“형님, 속이는······.”
“셋 중 하나겠지. 이미 죽었거나, 나가다가 난리가 난 거 보고 튀거나, 아니
면······.”
성렴은 여포의 마지막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으로 상황을 예단하면
안 되겠지만, 그들이 살아 온 세월에서 의심이 대체로 맞았고 의심하지 않는
사람은 대부분 죽었다.
“화로를 넘어트려라.”
성렴은 화로를 넘어트렸고 여포는 막사 중앙의 기둥을 잡았다.
“성렴아, 시선 좀 끌어라.”
“석궁에 벌집이 되라는 말이오?”
“아니. 욕을 하든, 아니면 난리를 치든 대충 저들의 시선을 끌라고! 네가 막
사 축대를 뽑겠느냐?”
“아, 제길··· 알았소.”
성렴이 약간 취한 목소리로 검으로 군막 문을 살짝 열며 외쳤다.
“어이, 거기! 술 좀 더 가져와라! 아, 그리고 손백부가 소피를 보러 간다 했
는데 돌아오지 않으니, 흥이 안 난다! 어디 제 아비처럼 돌 맞고 죽었는지 확
인 좀 해라!”
그 말에 밖에 있던 병사들이 어이가 없어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자 성렴이
더욱 몰아붙였다.
“아니, 손가 놈들 군기가 왜 이래? 손문대가 봤으면 좋다고 하겠다. 빠릿빠릿
움직이라고! 술이랑 손책 데리고 와!”
분을 못 참았는지, 병사 한 명이 쇠뇌를 군막을 향해 쏘았고, 성렴은 구르듯
이 그를 피했다.
“어! 어! 뭐야? 네놈들, 내가 손가 놈 욕했다고 쇠뇌 날리고 그런 거야? 아이
고, 형님! 백부 데려와! 병사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미친놈들이 있어!
엉?”
밖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네놈의 주인은 아비가 셋이라 들었다. 엉? 그럼 성씨가 뭐냐!”
성렴은 눈이 커져서 답을 하지 못했다. 분노와 같은 그런 감정이 아니라 당혹
감이었다. 그는 군막의 기둥을 뽑는 여포를 바라보았다. 괜히 여포가 들을까
무서워 말했다.
“그 정도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반대편 인물은 계속 모욕을 이어 나갔다.
“아비 셋의 딸과 고자의 손자가 결혼했으니, 참 대단하구나! 아비 셋을 이을
자식이 나오겠어!”
“으아아아아! 개자식들이!”
“어··· 너, 그거 선 넘은 것 같다. 고맙다.”
성렴은 여포가 외치는 욕에 놀라 나직이 말했다.
군막의 기둥이 뽑혀 올라오며 불붙은 군막이 앞으로 움직이자, 병사들이 당황
해 석궁을 발사했다. 하지만 성렴과 여포에게 닿지는 못했다.
여포는 불붙은 군막을 기둥으로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병사들이 길을 비키
자, 그 사이에서 거대한 기둥을 휘둘렀다. 기둥에 맞은 이들은 허리가 꺾이거
나 머리가 터져 죽었고, 기둥에 스치기만 한 병사들 사이에서도 억 소리가 들
려왔다.
이내 불꽃이 활활 타오르자, 여포는 군막을 던져 병사들 위를 덮었다. 기둥이
쾅 소리와 함께 꼿꼿이 서 있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그 안에서 괴로운
소리가 들려 오고, 피가 번져 나왔다. 성렴은 징그럽다는 표정으로 여포를 한
번 본 뒤, 피가 번지는 군막을 바라보았다.
“미친놈들, 누구를 건드려?”
잠시 혼란에 빠진 병사들 사이로 여포와 성렴이 파고들었다. 여포는 바로 병
사들의 무기를 빼앗아 말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아마도 손가의 병사들이 여포의 기병들을 공격하
는 것 같았다. 그 소리에 성렴이 잠시 멈추자, 여포가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가자.”
“형님, 병사들은 어떡하오?”
“알아서 오겠지. 네가 구해 올래?”
“그건··· 알았소.”
여포와 성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 손책이 창을
들고 나타났다.
“여포야, 어디로 가느냐!”
성렴은 슬쩍 뒤를 보며 물었다.
“저놈이 말을 타고 있는데, 저거 뺐으면 안 되오?”
“저놈이랑 싸우면 몇 합 안에 안 끝난다. 그리고 그 주변에 괴물 같은 손문대
부장들이 있을 거다.”
“썩을···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네.”
“내가 더 화나니까, 짜증 내지 마라.”
그리고 저쪽에서 위속이 달려오는 것을 본 성렴이 말했다.
“형님, 위가 놈이 왔소. 아휴, 괜히 의심했네! 말도 세 마리인 거를 보니, 우
리가 탈 것인가 보오.”
여포는 성렴에게 말했다.
“그래도 조심해라.”
“형님도 그러면 안 되오. 위가 놈은 형님 친척이고,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
마인데.”
성렴이 손을 흔들면서 달려가자, 위속도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