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2
삼국지 : 미완의 군주 21화
성렴이 말에 타려는 순간, 위속이 그의 가슴에 화극 찔러 넣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위속을 바라보았다.
“가라.”
“커, 커억······.”
성렴은 말의 고삐를 잡으며 말에서 떨어졌고, 말굽에 짓밟혀 버렸다. 위속이
여포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서 주변을 훑었으나, 여전히 여포는
보이지 않았다.
“무슨!”
그때, 위속의 말 아래 붙어 있던 여포가 위속의 발을 잡고 그를 끌어 내렸다.
위속은 말고삐를 잡고 버티려 했으나, 으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떨어
졌다.
“으으으으으······.”
여포는 말에 깔려 피를 게워 내는 위속을 아무런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왜 했는지는 묻지 않으마. 뭐, 궁금하지도 않고.”
위속은 클클거리면서 웃었고, 여포를 향해 말했다.
“형님, 살 생각은 버리쇼.”
여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살아남는 것은 내 특기이니, 걱정하지 말아라.”
그 말에 위속이 피를 뱉어 내면서 답했다.
“형님! 그건 형님의 특기가 아니라 고 도독의 특기요! 형님이 날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고 길을 열고, 형님이··· 컥!”
“닥치거라.”
여포는 위속의 머리에 창을 꽂고 위속이 가지고 있던 화극, 활, 화살을 챙기
고 남은 말 위에 올랐다. 두 마리의 말이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여포의
앞에 다시 붉은 천을 둘러맨 손가병들이 보이자, 여포는 화극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막는 자, 누구든 베겠다!”
여포는 대다수가 자신의 명성, 그리고 위용에 두려워하며 물러나는 것을 자주
보았지만, 이번은 매우 달랐다.
죽음의 두려움, 그것은 손가병들에게 먹히지 않는 것이었다. 일반 병사였다면
여포의 위용에 두려워 물러났을 것이나, 손가병들은 달랐다. 오히려 여포의
모습에 박도를 들고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화극에 목이 잘리고 말에 밟히더라
도 말의 다리를 베고 말의 복부에 도를 밀어 넣었다.
말에서 뛰어내린 여포는 화극으로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고, 남은 말 위에 올
라탔다. 그러나 이미 지체된 시간으로 인해 손책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여포야, 네놈이 무장이라면 나와 붙어 보자! 나를 이긴다면, 내 너를 보내
주마!”
여포는 콧방귀를 뀌었다. 물론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그러나 이런 암수나 쓰
는 애송이가 지킬 약속은 아니었다. 그리고 저런 얕은수의 도발에 넘어갈 여
포가 아니었다. 그는 더욱 빠르게 말을 몰았고, 그를 막는 손가병을 날아가듯
피해 갔다.
손책이나 서량병을 겪지 못한 병사들은 멍하니 여포의 뒷모습을 보았다. 손책
또한 감탄하며 말했다.
“가히 비장(飛將)이라 불릴 만하구나. 날아다니는 장수를 잡으면 우리는 무엇
이 되는 것일까?”
그러나 그 옆에 있는 주유는 달리 말했다.
“저런 자를 잡겠다고? 무리하지 마라, 백부. 어차피 우리 안에 든 범이다.”
“어차피 사람이고 말이다. 거기다 저 말은 진짜 적토마도 아니지 않은가? 그
치, 주랑? 병사들도 모조리 박살 났고, 여포만 잡으면 되는 거야. 내가 아니
면 어찌 저런 자를 잡겠는가? 병사의 희생을 줄여야지.”
“우리는 만 명을 대적한 자를 잡는 것이다. 쉬이 생각하면 안 돼. 네가 무너
지면 우리의 대업도 무너지는 것이야.”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는 이미 손책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만 명이라··· 홀로 만 명을 상대한 자(萬人之敵)를 잡는다라! 좋다!”
손책은 여포의 뒤를 따라 빠르게 달려갔고, 주유는 급하게 깃발을 들어 올리
며 말했다.
“손가의 무사들이여! 비호를 잡아 성지(聖旨)를 받들어 의를 이행한다! 손가
의 무사들이여 백부를 도와 간악한 여포를 참살하라!”
손가병들은 작은 방패와 도를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는 손책의 뒤를 따랐다.
***
“빌어먹을 손가 놈들······.”
여포의 앞에 손견의 부장인 한당과 황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포야! 이번에는 네가 죽을 차례다.”
여포는 바로 말고삐를 잡고 방향을 틀어 그들을 피했고, 한당과 황개도 그의
뒤를 쫓아 말에 올랐다.
“손견의 개들이! 감히!”
예전에 손견을 상대로 이겨 본 적 없던 여포로서는 매우 화가 날 만한 일이었
다. 다시금 그때와 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나중에 청사에 뭐라 적히겠는가.
일대일로 붙자고 했으면 덤비지도 못할 놈들이라 생각하면 더욱 화가 나는 일
이었다. 손가만 만나면 일이 꼬이는 여포였다.
‘강동의 호랑이긴 무슨··· 강동의 늑대 새끼들이지. 호랑이가 무리 사냥하는
것을 봤냐!’
“여포야, 여기 주군리가 네놈의 목을 가져가겠다!”
주치가 석궁을 쏘았으나, 여포는 화극으로 이를 막아내며 다시 말을 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이들을 보고 말을 빙빙 돌리며 주치
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진정 내 화극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여포가 달려들자 주치가 극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여포가 한발 더 빨랐다.
순식간에 주치의 목 언저리에 화극이 겨누어지며 말했다.
“아비를 따르던 신하의 목숨을 담보로 나를 잡고자 하지는 못하겠지.”
주치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가차 없이 주치의 화극의 면으로 후려쳤다.
그러고는 바로 그를 말 위에 태웠다. 소도로 주치의 오른팔에 꽂아 넣고 앓는
소리가 들리자 다시 머리를 후려쳤다.
“비켜! 이것들아!”
병사들도 주치가 잡힌 것을 보고 슬금슬금 옆으로 비켜나자, 여포는 그들을
비웃으며 말고삐를 잡고 움직였다. 그 순간, 누군가 나타나 그에게 창을 던졌
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여포가 서둘러 말을 돌리려고 했으나 무게 생각을 하
지 못해 말의 발목이 꺾이며 옆으로 넘어갔다.
여포는 바로 바닥을 구르며 화극으로 사위를 견제했으나, 병사들은 그보다 주
치에게 달려들었다. 그 틈에 그는 그때 바로 다른 곳으로 향하려 했으나 정보
가 창을 들고 나타났다.
“어디를 도망가시는가?”
“빌어먹을 놈이······.”
여포가 달려들자, 정보는 창으로 그의 공격을 막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네놈 목 따위는 관심 없다. 네놈 발목이나 잡으면 돼.”
여포는 그의 말에 더욱 분노하여 화극을 마치 검같이 빠르게 움직였다. 정보
도 그의 공격을 수세적으로 막아 냈다. 그러나 살짝 자세가 흔들리는 순간,
여포의 화극이 정보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가 득의를 가지며 정보를 본 순간
철렁했다. 정보 또한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가 창을 놓고 화극을 잡자, 여포는 욕지기를 뱉으며 말했다.
“이런 미친놈들이!”
“비호를 잡으려면 미쳐야지, 별수가 있겠는가?”
여포가 힘을 주며 밀자, 정보는 비명을 지르며 화극을 꾹 쥐었다.
“끄아아아아!”
여포도 소리를 지르며 화극을 들어 올리며 정보를 털어 내듯 날려 버렸으나,
이미 주변에 포위망이 완성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손책이 나타났다.
여포는 실실 웃으며 물었다.
“아까 그 약속, 지금도 해당하는가?”
손책은 웃으며 말했다.
“약속은 모르겠지만, 나를 베면 살 가능성이 좀 더 늘지 않겠소?”
여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손책에게 달려들었다.
**
잠시 후, 여포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가쁜 숨을 뱉어 내고 있었다. 여포의
주변은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여포의 발아래로 주치, 황개, 정보가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고, 손책은 피가 흐르는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
었다.
“으아아아! 여포! 여포! 죽여 버리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이 달려와 손책을 끌어냈지만, 큰 후유증이 남을 것
처럼 보였다. 단순히 얼굴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에 자상이 남았으니, 과거와
같은 무용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애송이 놈! 칵, 퉤! 너희가 아무리 달려들어 봐야 과거의 유물들보다는 못
해. 하다못해 얼굴 벌건 놈이라도 있었으면, 내 목을 베었겠지! 칵, 퉤!”
여포가 뱉은 피 가래가 황개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는 발로 황개의 머리에
떨어진 가래를 비볐다. 그러자 ‘커커커’거리는 소리와 함께 황개가 피를 게워
냈고, 그것을 본 한당은 그저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형님! 형님!”
“어떻게 해 줄까? 아직 살아 있는 거 같은데.”
여포의 도발이 이어졌지만, 한당은 쉽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저 도를
두 손으로 잡고 그를 겨눌 뿐이었다. 여포는 킬킬거리면서 말했다.
“나를 봐봐. 딱 봐도 지친 것 같지 않나? 들어와서 목을 베어 보라고!”
여포의 호통에 병사들이 오히려 한발 물러났다. 손가병도 여포의 기세에 눌려
한발도 못 가고 머뭇거렸다.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는 주유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 한 명을 잡는 일에 너무나 큰 피해가 생긴 것이었다.
그때, 주유의 옆에 있던 여몽이 달려 나가 여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비겁한 놈! 어떻게 장수 된 자가 장수를 인질로 삼아 싸움에 이득을 취한단
말이냐!”
여포는 멀리서 외치는 여몽을 보며 어이가 없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무슨 애들 놀이터인가? 저놈은 뭐냐? 그리고 누가 누굴 보고 비겁하
다고 하는 거야?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하아, 됐다. 그만하자. 이놈들 살
리고 싶으면 말 가져와!”
그러나 여포를 바라보는 주유가 손가락을 들자, 노병들이 달려와 여포를 겨누
었다.
“이놈들 진짜 죽일 거야?”
한당이 주유를 바라보며 외쳤다.
“공근!”
주유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공근! 네놈이 어떻게 저분들에게 그럴 수 있느냐! 손가의 대들보인 저분들을
살려야 한다!”
주유의 옆에 있던 여몽도 한당과 같이 말했다.
“맞습니다. 저분들은 손가에 대를 이어 충성하고, 어려울 때 같이한 가장 충
성스러운 신하들인데, 저들을 버리면 누가 손가를 따르겠습니까!”
그러나 주유의 생각은 달랐다.
“저분들이 만든 기회다! 저분들의 희생으로 병사의 피해가 적은 상태로 여포
를 궁지에 몰았는데, 놓아주자는 말이냐! 저분들의 희생이 무로 돌아가는 상
황을 바라는 것이냐!”
솔직한 말로 저 상태에서 구신들을 구한다고 해도 멀쩡한 상태로 살릴 수 있
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여포를 풀어 준다면, 후일 그의 분노를 어찌
감당할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당과 여몽이 입을 다물자, 여포가 외쳤다.
“희생은 무슨! 나를 살려 준다면 이들도 반드시 살려 준다. 네놈들이 나를 공
격한 것도 잊어 주겠다! 그러니 나를 풀어 줘라!”
어린 여몽이 달려가 손가락으로 여포에게 물었다.
“네놈의 병사들이 죽었고 네놈의 가장 가까운 장수들이 죽었는데, 어찌 그런
말을 쉽게 하느냐! 네놈이 진정 무신이라 불릴 수 있는가! 네놈이 무신이라면
나는 천하를 아우르는 최고의 장수이다!”
그 말에 여포가 여몽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신장이시어! 나에게 구명을 내려 준다면 이번 일은 모두 잊고 강동을 바라보
지도 않겠소! 살려만 주시오!”
여몽은 여포의 행동에 놀라 넘어졌고, 떨리는 눈으로 주유를 바라보았다. 여
포의 말에 누구도 감히 그를 비난하지 못했다.
아니, 도리어 두려워졌다. 빨리 노를 쏘아 그를 죽였으면 했다. 그의 숨소리,
그의 행동, 말소리, 모두가 병사들에게 틀어박혔다. 모두가 여포의 목줄을 쥔
한 사람의 손을 바라보았다.
주유가 여포에게 답했다.
“두려운 자로다. 이렇게까지 구차하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여포여, 네놈은 살
아남아 무엇을 하려 하는가!”
여포는 답 없이 주유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저기 얼굴을 가린 자가 마음속
에 결정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 모습에 미련 없이 자신의 아래 깔
린 장수들의 목숨을 끊었다. 한당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병사들이 그를
옮겼다.
“여기서 반드시 여포를 죽이지 못하면, 절대 죽일 수 없으리라.”
주유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노병들이 여포를 향하여 노를 쏘아 댔다. 여포는
몇 발은 막았으나, 한 발, 한 발 몸에 화살이 들어갈 때마다 몸이 밀려났다.
하지만 살기 위한 발버둥을 멈추지는 않았다.
이윽고 여포의 움직임이 잠잠해지자, 병사가 그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다가
갔다. 그때 여포가 움직여 화극이 병사의 목을 눌렀고,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
했다.
이에 모두가 여포를 두려워해 감히 그의 목을 베지 못하자, 주유가 말에서 내
려 그에게로 걸어갔다. 팔을 내린 주유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었다. 그리고
주유의 머리 일부가 희게 변해 있었다. 주유가 걸음을 휘청이자 여몽이 달려
가 부축했다.
여포의 가까이 가자, 그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이제 기회를 잡았는데,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
여포가 더는 움직이지 않자, 주유는 검을 뽑아 여포의 목을 잘라 높게 들어
올렸다. 그러자 모든 이들이 드디어 공포에서 벗어나 환호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환호 한가운데 있는 주유는 공포심이 들었다. 여포가 만들어 놓은 시
체의 산 위는 여포가 만들어 놓은 참상이 너무나 잘 보였기 때문이다.
“이 참상이 이자 홀로 만들어 낸 참상이란 말인가?”
주유는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가파르게 쉬다가, 이내 여몽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몽아, 손가의 피해가 너무 크구나. 이제 시작한 대업인데.”
“폐하의 성지를 지키는 의로운 일입니다. 후일 크게 보답 받을 것입니다.”
주유는 잠시 여몽을 보다가 손을 두들겼다. 그리고 다친 손책에게 가기 위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