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태사자는 예장의 군세를 격파하고 나아가 그대로 고람과 합류하였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고람과 태사자의 직책이 서로 비슷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부하들 간에 알력싸움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누가 더 지위가 높으냐가 문제가 아니라 공훈을 책정할 사람이 바뀌게 되기에 굉장히 민감한 일이었다.
그러나 고람은 스스로 몸을 낮춰 지휘 권한을 태사자에게 위임했다. 그 모습에 이전이나 기타 부관들이 우려를 표하였으나, 고람은 담담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태사 장군은 훌륭한 분이고, 주공이신 수춘후께서 믿는 분이다. 분명 공평무사(公平無私,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음)의 원칙으로 모두를 대할 것이니, 걱정할 것이 없다. 또한, 강동의 지형에 대하여 능할 것이다.]고람이 굉장히 이성적으로 논리를 제시하자, 휘하 장수들은 감히 반발하지 못했으며, 태사자 휘하의 무장들은 도리어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로 인해 태사자는 확실하게 병사들을 이끌었고, 두 군이 마치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태사자와 고람은 말릉을 지키는 사이, 병력을 나눠 각기 효숙, 구용을 거쳐 두 방향으로 금릉을 노리기로 하였다.
그 와중에 태사자는 단양의 명사인 허탐을 향도관으로 삼고 이전을 대장, 조랑을 첨병으로 내세웠다.
이렇듯 고람 휘하의 인물들을 중용하는 듯한 모습에 오히려 태사자 속하의 조랑 등이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태사자는 장수를 불러 모아 확고하게 일축하였다.
“고 도독은 스스로 몸을 낮춰 대의를 좇는데, 네놈들은 어찌 자기 잇소만 챙기려 드느냐. 그래서 내가 무슨 면목으로 수춘후를 뵐 게 있겠느냐. 이전은 군을 통솔함에 있어 빈틈이 없고 견실하다. 전장을 바라보는 눈 또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니, 일군을 맡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더 뛰어나다 생각하는 이는 앞으로 나서 보아라.”
태사자의 기대에 호응할 만큼 능력을 갖춘 이는 육손 정도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육손은 태사자의 말에 수긍했기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였다.
이윽고 태사자와 고람, 조랑, 이전, 육손 등 승태로부터 직접 관직을 제수받은 이들이 한 막사에 모이게 되었다. 그러자 육손이 예를 표하고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선 지휘권을 양보해 주신 고 도독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할 것이 무엇 있겠소. 사실은 사실인데. 본시 군을 지휘함에 있어 체계가 분산되면 될 일도 아니 되게 되어 있소.”
육손은 고람의 논리정연한 말에 내심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
“본시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이치를 알아도 자신의 이득을 버리지 못하여 패착을 두게 됩니다. 하지만 고 도독은 이를 벗어나 있으니,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람은 육손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손을 휘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알겠으니, 그만 띄우시오. 솔직히 내 이 군독(이전)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면 육 가좌의 말에도 태사 도독과 대립했을 것이오.”
고람의 겸손한 말에 육손도 웃음을 지었다. 고람의 성정 자체가 스스로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니, 아마도 그가 능력이 있다고 한들 다른 이를 내세울 것은 분명했다.
일전에도 그는 공을 장합에게 모두 몰아주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전이 툭, 말을 꺼내었다.
“그럼 본론을 이야기하지요. 태사 도독께서 내게 별군 맡겨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어찌해야 할지 명을 주시지요.”
그에 태사자는 지휘봉을 움직이더니, 석자강 건너의 군세 중 몇을 강 건너로 옮겼다.
“지금 적이 석자강을 넘어 말릉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급히 이전의 군을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그러자 조랑이 나서 태사자에게 물었다. 동습을 죽이며 명성이 오른 조랑은 이번에는 자신이 누구를 상대해야 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손가의 맹장인 동습이 저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감히 누가 덤벼들겠습니까?”
약간의 자만심이 묻어 나오는 조랑의 모습에 태사자는 한마디를 건네었다.
“이번에 네가 나설 일은 없으니, 너무 나서지 마라.”
조랑은 마치 먹잇감을 빼앗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태사자를 바라보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직접 나설 것이라는 말이다.”
“아니, 대장이라는 양반이 어찌 앞에 나서려는 것입니까? 그 손권이라는 애송이도 만용을 부리다가 지금 우리에게 잡힌 꼴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강남의 주인인 자가 경솔히 나서다 그런 것이고, 여기는 나를 대신 할 사람이 있지 않으냐. 그것도 둘이나.”
조랑의 눈이 고람과 육손을 차례대로 훑었다. 고람은 그간 군을 다스려 본 짬이 있으니 버티고 지키는 것은 할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그의 옆에 육손이 있다면, 어떤 기상천외한 수를 부릴지 몰랐다. 아니, 사실 태사자가 제시한 전략 자체가 육손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리라.
“빌어먹을, 이거, 육가 놈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오?”
조랑의 말은 완전한 무례하였지만, 육손이나 태사자는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아니면 누가 나를 선봉에 세울 수 있겠느냐.”
태사자가 순순히 시인하자, 조랑은 인상을 찌푸렸다.
“적장이 앞에 선다고 하면, 도독께서는 확실히 앞서 나가실 것 아닙니까?”
태사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알겠소이다. 그럼 내가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우리가 군을 나누면 적은 분명 기회라 여길 것이다. 이미 병사들 사이에 많은 세작이 퍼져 있을 테니, 적은 금세 강을 건널 것이다.”
세작이라는 말에 조랑은 영 껄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강동에서 손가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니, 몇 만 병사들 중에는 반드시 세작이 있을 것이었다.
그런 간단한 사실을 모를 사람이 여기에는 없으니, 말을 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뭐, 이 중에 육가를 제외하고는 뒤통수에 맞는 칼로 죽을 사람은 없으니, 걱정할 것은 없겠지.”
조랑의 솔직한 평가에 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약한 이전조차도 홀로 병사 열 명 정도는 능히 상대할 수 있었다.
물론 육손이 무예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에 비하면 엄청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전은 육손을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번 일이 잘 끝나면, 육 공께서는 분명 중책을 맡게 될 터인데, 후께 부탁하여 무예를 좀 더 기르는 것이 어떻겠소? 후의 휘하에 있는 무장들은 가히 천하를 진동시키는 자들이니 말이오.”
육손은 이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천하를 떠돌며 경천동지할 인물을 볼 때마다 과거의 일을 곱씹게 했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무술을 배울 때, 견줄 자가 없는 솜씨가 되자 자만하여 스승의 뒤를 노린 적이 있었다.
물론 스승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피하고는 육체적인 가르침을 내렸다. 그러고 나서 ‘교만을 버리지 않으면 더는 무예가 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목이 날아가겠지. 네놈의 숙부가 죽은 것을 보고도 아직 깨우치지 못하였느냐?’라는 말을 남겼다.
그에 육손은 용서를 빌며 겸손을 몸에 새기게 되었다.
“깊이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 * *
능조는 여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을 이끌고 나섰다. 그렇게 석자강 앞에 군막을 세우고 세작들이 보내 온 정보들을 살폈다.
죽간에는 적이 병력을 나누어 진군한다는 소식을 적혀 있었다.
“좋은 기회다! 적이 둘로 나뉜 이때, 진격하여 놈들을 처단한다!”
결국 보다 못한 능통이 제동을 걸었다.
“아버지, 저들의 함정일 수 있습니다.”
“아니다. 이미 호숙현이 저들과 전투를 시작했으니, 군이 나뉜 것은 검증된 이야기이다. 저들은 금릉을 얻기 위해 움직일 것이니, 우리는 유리한 지형에서 기다렸다가 치면 된다.”
순간, 능통은 고민했다. 분명 사리에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적군을 이끄는 이는 과거 손책과 일대일로 자웅을 겨룬 적이 있는 태사자였다. 즉, 능가의 장점인 무예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미 강을 넘는 순간, 적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버지, 차라리 이곳에서 기다리거나 한 번 더…….”
능조는 자신을 말리려 하는 능통을 빤히 바라보았다. 일전에 여범을 감싼다는 이유로 광기를 보이던 능조의 행동을 떠올린 능통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에 만족스럽다는 듯 능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며칠 후, 능조는 강을 건너 말릉을 향하여 나아갔다. 태사자 또한 군을 움직여 야전에서 둘은 만나게 되었다.
주변이 온통 늪지인 탓에 전투의 양상은 완전한 백병전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말을 타고 있는 이조차 쉽게 속력을 내지 못했다.
태사자는 한참 난전이 벌어지는 전장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과거, 이런 상황에서 손책을 상대해 본 태사자로서는 새삼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때는 일개 소졸이라 군을 이끌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서른의 기병을 이끌고 태사자가 움직이자, 앞선 중장 보병들이 병사들을 밀어내며 길을 열었다.
태사자는 묵직해 보이는 철곤을 들고 가운데 생겨난 길을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이지만, 태사자가 이끄는 기병은 주변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공을 노리고 병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지만, 태사자를 비롯한 기병들은 마치 몸이라도 풀 듯 가볍게 무기를 휘둘러 댔다.
당연히 일반 병사들로서는 그들의 무위를 막아 내지 못하였고, 주변에는 순식간에 많은 주검이 쌓였다.
그제야 겁에 질린 병사들은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이를 기회라 여긴 태사자는 힘껏 외치며 말을 달리기 시작하였다.
“돌파! 돌파한다! 이대로 나아가 적장을 베어 버리자!”
태사자의 외침에 능조가 말에 올라 마주 달려나갔다. 능통이 뒤를 따르려 했으나, 능조는 급히 제지했다.
“여기 있거라. 혹여 내게 일이 생기면, 네가 능가를 이어야 한다.”
능조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에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능통이 가지고 있던 능조의 대도를 내주었다.
“너는 굳건히 진을 지키거라.”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긴 능조가 말을 타고 달려나가자, 부곡들이 뒤로 따라붙었다.
“적의 선봉대를 무너트리고, 적의 기세를 꺾는다!”
“와! 적을 죽여라!”
능조의 외침에 능조군 전부가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며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한편, 고람은 멀리 보이는 태사자의 기병들이 위태롭게 보이자 육손에게 물었다.
“태사, 도독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여도 저 정도면 위험한 것이 아니겠소?”
하나 육손은 가만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소인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하나 태사 도독의 가장 무서운 점은 기마들과 함께할 때가 아닙니다.”
“그럼 어떨 때요?”
“난전에서 단기필마일 때 가장 빛이 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