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3
삼국지 : 미완의 군주 22화
진국(陳國) 진현.
낙준은 원술의 사신인 양홍에게 손을 들어 거부를 표하며 말했다.
“지금 장난하는가? 감히 참칭한 원술에게 군량을 보내라니? 이전에도 불허했
지만, 이번에는 절대 안 될 일이네!”
“국상! 단순히 주공이 무너지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하남 원가가 무너지
면, 누가 조조를 견제하겠습니까? 진왕 전하도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양홍의 말에 낙준은 분노가 들끓어 들고 있던 죽간을 양홍에게 던지며 말했다.
“감히 역적의 개가 전하를 입에 담는가!”
“여포도 조조의 휘하로 들어갔으며, 유비도 조조의 휘하에 들어갔습니다. 하
남에서 누가 감히 조조에게 대항하겠습니까? 진왕전하도 결국 조조에게 무릎
꿇을 것입니다!”
“그래서 역적에게 도움을 주어라?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자네 지금 뭘 바
라는 것이야?”
양홍은 눈을 감았다가 이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소인은 진왕께서 제위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의 황제가 정당한 황제가 맞습니까? 동탁이 세운
허수아비 황제입니다. 그뿐입니까? 제 형을 독살하였으니 충도, 인도, 예도
저버린 인물입니다. 그런 자를 황제로 모시며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
십니까?”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가?”
“잘 알고 있습니다. 예. 제 속마음은 어떻게든 주군이신 원공을 지키고자 이
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천하를 잘게 부수어서라도 주공을 지키려고 하는 말
입니다.”
낙준은 양홍이 말하는 바를 이해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원술 따위를 지키기
위해 천하를 춘추 전국의 시대로 돌리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가게 당장! 당장 나가!”
낙준이 소리를 지르자, 양홍은 일어나 옷을 털며 말했다.
“국상! 잘 생각하십시오. 조조가 황제를 허수아비로 세우고, 진왕을 가만히
둘지 말입니다. 주군이 무너지기 전에 진왕을 정리할 겁니다.”
낙준이 칼을 뽑으려 하자, 양홍은 예를 취하고 그 자리를 나갔다. 낙준은 칼
을 바닥에 던져 버리고 주저앉듯이 그 자리에 앉았다. 시비들이 달려 나와 주
변을 정리하였고, 그가 시비에게 불러 물었다.
“전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
“전하께서 피란민들의 생활을 시찰하신다고 나가셨습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총은 권력에 대하여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더 많은 백성을 구제하고 한실을 떠받드는 일이었다. 그
집착은(낙준이 보기에) 유우가 죽은 이후로는 한실을 지킬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며 더욱 자신에게 채찍을 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진왕 유총을 낙준은 언제나 안타까워했다.
‘전하께서 욕망이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악한 마음이 있었다면······.’
낙준은 시비들이 모두 나가자, 허도로 보낼 조세를 적어 내리며 한숨을 내쉬
었다. 걱정과 안타까움에 유총이 직접 빚은 술을 한 잔 마시고 다시 서도(書
刀)를 집었다.
그때, 방 한쪽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누구냐!”
낙준이 서도를 집고 외쳤지만, 그는 말없이 낙준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
가왔다.
***
원술과 조조, 여포 간의 전쟁으로 인해 양주 쪽에서 올라오는 피란민들이 진
국으로 몰려들었다. 진왕은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뭔가 부족한 것이 없는
지 찾기 위해 자주 시찰을 나갔다.
“전하, 호위가 부족합니다.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 수 있으니, 호사들을 더
붙이시지요.”
유총은 인자한 얼굴로 호사에게 답했다.
“무슨 호사인가? 여기 백성들이 병사들도 아니고 서주와 양주에서 도망 온 백
성들밖에 없는데. 호사가 많아지면 저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두려움만
심어 줄 것이네.”
“그래도 혹시 모르오니, 호사 넷 정도는 붙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자네가 못 막으면 호사가 더 있다고 한들 소용이 있겠는가?”
호사장은 무엇을 말하려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유총이 한 번 고집을 부
리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하남 원가에서 사람이 왔었다고?”
“예. 뭐, 빤한 일이지요. 역적 원술을 도와 달라는 이야기일 겁니다.”
유총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원술, 그자도 과거에는 협기가 넘치던 인물이었는데······.”
“미친놈입니다. 감히 황상을 참칭한 역적입니다. 그런 이에게 온기를 가지는
것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유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원공로는 정말 단순한 사람이었네. 그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인물이었어. 음흉하지도 간악하지도 않았어. 안타까운 일이네, 안타까워.”
“이만 들어가심이 어떻겠습니까? 국상께서도 걱정하실 것입니다.”
“하긴··· 우리 국상은 걱정도 많은 사람이지. 그래, 가지.”
***
둘은 현청에 도착했다. 유총이 웃으며 말했다.
“국상! 오늘은 뛰어나오지 않구려. 하도 잔소리를 하다가 지겨워진 것이오?”
유총이 집무실에 들어가자, 어두운 집무실이 그를 맞이했다. 그는 불을 켜기
위해 화로에 다가갔다. 그 순간, 그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는 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국상을 어찌했느냐.”
“호오, 진왕저하께서는 소리를 지르시지 않는군요?”
“그리했다면 네놈과 대화도 하지 못했을 터이지. 국상을 죽였느냐?”
“소리를 너무 지르셔서 몇 사람 더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제 잘못이
아니니, 안타까울 수밖에요.”
“누구의 짓이더냐?”
“호호호, 알면 어찌하실 수 없는데, 알아야겠습니까?”
유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르고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러니, 말해 주게. 어떻겠는가?”
그 말에 암살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그러자 유총은
눈을 크게 뜨며 한숨을 내뱉었다.
“아아······.”
그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고, 암살자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늘이시여, 진정 옳음을 버리시나이까?”
암살자는 유총이 비극의 주인공 같은 모습을 계속 이어가자 따분해졌는지 칼
을 꺼내어 그의 목을 찔렀다. 그러고는 화로를 발로 차서 넘어트렸다. 이윽고
유총의 주변에 불이 붙자, 암살자는 그곳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밖에서 기다리던 호위장이 안으로 달려들었으나, 낙준과 유총이 사
망한 것을 보고 오열했다. 그는 그들의 시신을 꺼내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
조조군 군막.
조조는 무심하게 바둑을 두며 곽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폐하께서 중상시의 암살자들을 움직였다? 성급하시군, 폐하께선.”
“나쁠 것은 없을 겁니다. 진왕의 죽음은 원술이 행한 것으로 될 것이고, 폐하
께서 한 일도 하나의 패가 되어 주공께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진왕은 좀 아까운 인물 아닌가. 아니, 진왕은 그래. 후환이
되어 죽어도 된다고 하지만, 그 밑에 낙준은 꽤 괜찮은 인물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충심이 너무 높은 인물입니다. 주공께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하긴··· 공융, 그 작자도 영 껄끄러운 인간이니··· 같은 부류라 하면 같이
일을 못 하겠지.”
조조는 바둑 두는 것을 그만두고 곽가를 바라보았다.
“하면 이제 원술을 처리하고, 여포를 처리하면 되는가?”
“주공이 원하시는 대로 될 것입니다. 강북의 땅은 온전히 주공의 땅이 될 겁
니다.”
조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조조의 웃음은 잠깐이었다. 밖에서
달려온 한 명이 가져온 소식 때문이었다.
“아만! 아만!”
“원양, 내 들어오라, 말하고 들어오라 하지 않았는가? 그러다 책잡히네.”
“그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네! 여포가······.”
“여포가 왜? 뭐, 예주에서 도적질이라도 했는가? 내, 그래도 눈 감아 주라 해
지 않았는가? 아님 유예주와 다투기라도 했는가?”
하후돈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가에게 여포가 죽었네.”
조조는 눈을 크게 뜨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바둑판이 엎어지며
바둑알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리고 조조는 이를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인 곽
가를 바라보았다.
곽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모습을 보며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조조는 하후돈에게 물었다.
“진짜인가? 여포가 갑자기 왜? 아니, 손가에게는 우리가 관직을 내렸는데···
갑자기 우리와 손을 잡은 여포를··· 봉효.”
“예, 주공.”
“할 일이 생겼군.”
조조가 눈을 흘기자, 곽가는 예를 취한 뒤에 사라졌다. 조조는 자리에 앉아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손가는 뭐라 하던가? 동맹을 공격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그건 모르겠고, 손가의 애송이가 자기들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는데 열이 뻗
치더라니까? 자신들의 피해가 크다고 오로 돌아간다는 보고가 올라와서 내 눈
을 의심했다고. 손문대가 봤으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어.”
조조는 하후돈의 말을 듣고 약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지 않겠나?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라 하였는데, 호부견
자(虎父犬子)라니. 하하.”
“그게 웃을 일인가! 원술 놈의 숨통이 트이는 일인데!”
“원술이야 이미 여포와 한판 붙으면서 끝난 게 아닌가. 수춘을 함락하면 잔당
들이야 차분히 정리하면 되지.”
“하긴 그게 급한 것은 아니지?”
조조는 뒤엎어진 바둑판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고, 하후돈에게 물었다.
“승태는 어떻던가?”
“뭐, 지금은 난리가 났겠지만, 생각보다 사람을 잘 쓰는 것 같더라고. 소패가
예상외로 조용해.”
“그런가? 의외로군?”
“의외? 그게 조카에게 할 말인가? 좋은 말이나 못할 망정.”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해서 그리 시간을 질질 끈 것 아닌가? 다행히도 버
텨서 망정이지. 아니 그런가?”
조조는 입꼬리를 올리며 하후돈의 옆에 쪼그려 앉아 같이 바둑돌을 같이 치웠다.
“그렇긴 하지. 그래도 살았으니 된 것 아닌가? 이제 승태가 자네 시험은 다
통과한 것인가?”
“어느 정도? 좀 더 키우면 일주를 맡기는 정도는 될 듯싶군. 운도 좀 있는 것
같으니 말이야.”
그러자 하후돈은 피식 웃었다.
승태가 들었으면 열이 뻗쳤을 이야기였다. 승태의 목숨 따위는 너무 가볍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운? 하하하! 하긴 그 옆에 고순이 붙어 있으니. 그래도 아쉽긴 하군. 함진영
을 야전에서 봤으면··· 어휴.”
“영천의 진가의 사람이 그와 같이 있는 것 같고, 인재가 의외로 굴러 들어가
는 느낌이야.”
“예끼! 결국, 자네를 위해 일하는 것 아닌가! 조카 밑에서 일 좀 한다고 자네
와 무슨 척을 지겠는가? 욕심 좀 그만 내고, 내 묻고 싶은 것이 있네. 혹여
승태가 이번에 서주를 정리하면 어찌할 건가? 승태에게 뭐 좀 줄 건가?”
“그것이 승태의 능력이겠는가? 그의 밑에 있는 휘하의 능력이겠지.”
“그게 능력 아니겠는가?”
조조는 그런 하후돈을 바라보다가 이내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뭘 줘야 한다면, 이미 그른 것이네. 나와 척을 지는 것만 아니
면 막지 않는 것만 해도 큰 도움 아니겠는가?”
바닥에 떨어진 바둑돌이 전부 나무 곽에 담기자, 조조는 다시 자리에 앉아 아
까 바둑을 복기하며 제자리에 올려 두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후돈에게 물었다.
“자네, 바둑 좀 두나?”
“아니, 그거 바둑 둘 때마다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좀 기억을 하지 그런가?
자네, 확실히 머리는 좋은데, 이런 데는 좀 그래. 그렇지?”
조조가 껄껄 웃자, 하후돈도 마주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조조는 곽가가 돌아
오기 기다리면서 다시 홀로 두는 바둑에 집중했다.
***
서주는 여포의 죽음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권력의 공백이 생겨 버렸다. 이는
단순히 권력이 비어 다른 사람이 채우면 된다는 것이 아니었다. 동탁을 벤 인
물이자, 무인의 정점이라는 명성으로 묶어 억눌러 놓고 있던 이들의 연대 붕
괴를 의미했다.
가장 나중에 여포군에 속한 장패는 원래 역사보다 빨리 동해를 약탈하고 낭야
일대를 장악해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후성과 송헌, 양봉은 자신들이 이끄는 병사들로 양주 일대를
약탈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제지할 사람들이 없으니, 적아의 구분도 없었으며
민간인을 약탈하는 것이 도가 넘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의 약탈의 끝에 무
엇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그들 또한 또 다른 문제 중 하나였다.
다행인 것은 조조가 수춘을 거의 함락 직전에 몰아넣고 있다는 소식에 원술에
게 항복하여 칼을 거꾸로 잡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장수들의 분란만 문제가 아니었다. 서주학살 이후, 살아남은 호족들도 안전에
문제가 생기자 공포감이 덮쳐 왔고 각자 자신들의 안전, 또는 이득을 위해 이
리저리 분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서주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다시 펼쳐지고 있
었다.
***
하비성.
진궁의 집무실은 수많은 죽간과 연주의 호족이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서주
전역에서 올라오는 내용이었지만, 진궁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연주 반조조 세력의 거두인 진궁은 여러 사람에게 눈길 한 번 안 두고 연신
지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무슨 방법으로 조조를 꺾는다는 말인가?’
진궁은 장료나 고순을 생각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고순은 소패 태
수의 휘하에 들어갔고, 장료 또한 고순과 같은 길을 갈 것으로 보였다.
진궁의 손에는 이제 남은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후성이나 송헌, 양봉
정도를 부추겨 조조를 곤란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그를 무너트릴 수 있는 것
은 불가능했다.
그런다고 여포를 죽인 손책에게 간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연주의 세력도 또다시 나뉠 것
이었다.
‘유표나 원소는 가 봐야 안을 가까이에서 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원담을 이용해야 하는가? 그러나 그는 급이 맞지 않는다. 서주를, 서주
를······.’
진궁은 주먹을 꾹 쥐고 지도를 강하게 쳤다. 그러고는 허공에다 외쳤다.
“하늘이여, 이 진공대를 어지간히 미워하나 봅니다. 조조가 그리 어여쁩니까?
그를 꺾는 일을 포기하라고 이렇게까지 만드니 말입니다.”
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병사 몇이 들이닥쳤다. 그러
자 연주의 호족 몇이 칼을 뽑아 들고 그들에게 겨누었지만, 진궁은 손을 흔들
며 말했다.
“되었네. 이미 저들이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
이 아니라는 것이네. 생각보다 빠르군.”
진궁의 말에 호족들은 체념하듯 칼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달려들었
다. 그리고 그들을 검집과 창의 봉으로 패며 포박했다. 그러자 진궁이 그들에
게 다가가 주먹으로 병사의 복부를 쳤다.
“무슨 짓인가! 명령을 내린 자가 항병(降兵)을 이리 대하라고 하던가!”
“아닙니다, 조 선생.”
조성이 걸어 들어오며 옆에 켁켁거리는 병사를 하찮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
고는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했다.
“이번 일은 제가 병을 제대로 통솔치 못한 죄입니다, 진 선생. 하지만 진 선
생의 죄에 대한 고발이 있어 이리 왔으니, 이해해 주십쇼.”
“무엇인가?”
“진 선생이 평동장군을 시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리 왔
습니다.”
진궁은 어이가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조성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조성! 네놈!”
“그것이 아니더라도 연주의 호족들이 일으키려 할 일에 대한 책임은 지셔야
합니다.”
진궁은 한숨을 내뱉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두컴컴한 그 천장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진궁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책임··· 책임을 져야지. 그래, 그 책임은 누가 물을 것인가?”
그러고는 웃으며 조성을 지나쳤다. 그를 기다리는 병사들이 진궁을 포박했다.
조성이 뜸을 들이자 진궁은 인상을 찌푸렸는데, 그때 그가 입을 뗐다.
“소패 태수와 도독께서 하비성에 오실 것이오. 그대의 목숨을 그때 결정될 것
이니, 옥에서 조용히 기다리시오.”
진궁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래,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되었나?”
“반항하는 이는 어쩔 수 없이 베었소.”
“하, 당연한 수순이네. 여장군이 죽었으니, 내 어찌 살기를 바라겠는가?”
진궁의 비꼬는 말이 귀에 들리자, 조성은 뒤를 돌아 그 말에 답했다.
“주공을 무기로 삼은 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진궁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모사 중에 주인을 무기로 삼는 자가 아닌지가 있겠는가? 나는 그저 모자랐을
뿐이네.”
조성의 말에 진궁은 다시 비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이제는 잘 모르겠군.”
진궁의 처연한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잘 모르겠군요.”
진궁은 화제를 바꾸듯이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럼 포박이나 풀어주겠는가? 내, 어디 도망가겠는가? 직접 걸어가지.”
조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들이 그의 포박을 풀었다. 그러자 그가 예를 취
하고 직접 옥사로 향했고, 조성도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능력이 온전히 여장군을 향했다면, 여장군이 당신을 밀어냈겠습니까? 언
제나 능력은 인정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