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4
삼국지 : 미완의 군주 23화
여포의 목만 하비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소패성에 들어왔을 때, 승태의 저
택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여혜는 안에서 차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승
태는 멍하니 그 소식을 전한 고순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후께서 왜 돌아가셨다는 말입니까?”
승태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고, 얼이 빠져 있었다.
‘여포가 왜 지금 죽어? 아니, 그것도 손책에게?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
이야?’
고순은 대답하기보다 단호한 어조로 일관하며 권했다.
“태수, 이럴 상황이 아닙니다. 빨리 부인을 모시고 하비로 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큰 낭패일 것입니다.”
승태의 머릿속은 무슨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고순을 멍하니
보며 물었다.
“하비요? 왜요?”
고순은 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주공의 휘하 장수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을 제어하지 못하면 서주는
다시 피로 물들 것입니다.”
‘서주민이 죽든 말든 상관없는데······.’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승태에게 딱히 의협심이나 고취감을 주지는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하나였다.
‘여포가 죽은 건 말 그대로 내가 역사를 엿 되게 만든 건데··· 이거 어떻게야
하는 거냐? 그리고 손책은 왜 여포를 죽인 거야? 아니, 말이 안 되는 일이잖
아? 이러다 조조가 관도대전 지는 거 아니야?’
조조의 몰락은 곧 자신의 몰락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신을 온전히 지키는 벽
도 아니고, 믿을 수 없는 울타리였지만. 그래도 승태가 주변에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울타리였다.
‘조조가 무너지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다. 그가 내 목을 노린다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야.’
승태는 떨리는 손으로 고순에게 전서를 건네주며 물었다.
“제가 하비로 간다고 해서 그들을 제어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 원술군과 전투
중인데, 사공께서 군을 내줄 수도 없을 겁니다.”
고순은 그런 승태의 손을 쥐며 말했다.
“해야 합니다. 주공이 돌아가신 자리에 태수께서 올라야 합니다.”
“서주자사나 서주목의 자리에 오르라는 말입니까?”
승태의 설레발 같은 말에 고순은 고개를 저었다.
“자사가 아닙니다. 병주와 서북, 단양의 병사들을 이끌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
다. 그리고 서주를 혼란에 빠트린 이들을 처단하고 법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직책보다 더욱 큰 중압감이 밀려들었다. 여포가 이끌던 삼군을 모두 휘하에
두라는 이야기였다. 그뿐인가? 그들을 격파하고 여포와 같이 저들을 굴복시키
라는 말이었다.
‘고순의 말대로 그들을 다룰 수 없으면? 나중에 유비가 이빨을 드러냈을 때
바로 골로 가는 거 아냐. 아니지··· 그전에 그 군세를 잡아먹고 위협이 될 수
있는 내 뒤통수를 치는 건가? 그리고 그 군세를 잡아먹을 수 있는 건······.’
승태에 머리에 딱 한 명의 사람이 지나갔다. 유덕하고 자애로우며 인자한 사
람. 아니, 그렇게 알려진 사람 말이다.
‘유비밖에 없겠지? 역사는 갑자기 왜 이리 크게 바뀐 거야? 그냥 대충 권세나
부리면서 살고 싶은데, 왜 이리 고달프게 만드냐고······.’
솔직히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유비가 하비를 점거하
게 놔두는 것이 지금 당장은 머리 아프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관도대전
까지 바라보면, 유비는 절대 크게 만들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조조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인물을 먼저 치워야 했다. 역사에 큰 뒤틀림을
주더라도 유비의 힘을 지금은 꺾어야 했다.
‘하늘이 원래 역사대로 움직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원래 역사대로
만들어 주지!’
이 목적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알겠습니다. 하비로 가겠습니다.”
고순은 고개를 숙이고 마치 주공을 뵙는 듯한 모습으로 예를 취했고, 승태는
그의 어깨 잡으며 말했다.
“저는 솔직히 아는 바가 많이 없습니다. 제가 의지할 곳은 장군뿐이니 부탁드
립니다.”
“주공의 유훈을 받들어 태수를 지키겠습니다.”
승태는 살짝 안심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고순만큼 믿을 만한 장수가 어
디 있겠는가. 무력이라면 무력, 용병술이라면 용병술, 충성이라면 충성, 모두
를 갖춘 인물 아니던가.
승태는 바로 진군을 대리로 세우고 하비성으로 군사를 이끌고 움직였다. 이미
준비된 양초도 있었고, 하비까지 움직일 정예 병사인 함진영도 있었다. 많지
도 적지도 않은 일천 기병의 함진영이 소패에 있었다.
그뿐인가. 이미 하비는 조성이 군사를 일으켜 연주 세력들을 일소하고 점령하
였다는 소식을 함진영이 소패에 도착해 알렸다.
즉, 소패에서 하비까지의 길만 뚫는다면 정리가 되는 일이었다.
함진영와 여혜가 타는 마차가 빠르게 움직였다. 앞에서는 승태와 고순이 말을
타고 달리며 대화했다.
“태수, 첫 번째 고비는 팽성입니다.”
“성을 치는 것입니까?”
고순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것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겨우 일천의 기병이었다. 제아무리 모든 전투에 능한 함진영이라 하더라도,
공성은 요구되는 병사들이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무시하겠습니다. 후성의 족속이기 때문에 분명 문제가 될 겁니다.”
승태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우리가 하비로 들어선다면, 그가 무릎을 꿇겠습니까?”
“아닐 겁니다. 아마 후성과 손을 잡고 저항할 것입니다.”
승태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함진영과 여혜의 마차가
멈추었다. 여혜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고개를 내밀었으나, 승태의 웃는 얼굴
을 보고 다시 들어갔다.
“그럼 하비를 점령하더라도 문제 아닙니까. 후성의 군세와 태수가 손을 잡는
다면 말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어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부디······.”
맞는 말이었다. 마치 도요토미가 오다 노부나가와의 유산을 차지하려는 대회
군(大回軍)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승태의 군은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군이니,
소회군이 맞겠지만 말이다.
‘지금 당장 누군가 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늦어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르니까. 가장 빨리 차지하는 게 맞겠지.’
“약조대로 저는 장군의 의견에 따를 겁니다. 단지 한 가지 수나 써 보려고요.”
“수라면······.”
“그곳에 빙장의 족인이신 위공이 있지 않습니까?”
고순은 위월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 한 장 쓰지요. 그리고 들키는 겁니다.”
고순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요. 차라리 두 통으로 들킬 내용과 들키지 않을 내용을 따로 전
달하지요.”
어차피 이간계가 먹히든, 먹히지 않든 상관이 없으니, 일단 보내 볼 생각이었
다. 자기들끼리 싸우다 자멸한다면 그저 그곳을 챙기면 되고, 한 명이 이기더
라도 타격이 클 테니 어느 정도는 이득이었다.
‘후내보다는 위월의 승리가 나을 테지만.’
***
길은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팽성 태수 후내와 위월은 편지 때문인지, 아니
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따로 군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덕에 수
월하게 하비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하비성에 당도한 승태 군세를 조성이 나
와 직접 영접했다.
“태수 대인을 뵙습니다.”
승태는 조숭을 한 번 정도 보아 잘 몰랐기 때문에 고순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고순이 말을 몰아 조성의 앞에 섰다. 그는 나직이 말했다.
“주공께서 마지막 보낸 서신은 보았느냐?”
“예, 도독. 함진영군이 모두 지금 현청에 대기하여 도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순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성은 승태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태수, 주공의 시해와 관련되었을 수도 있는 이들을 모두 포박하였습니다. 또
한 노 국상께서도 오고 계신다고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우선 여장군을 뵙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모시겠습니다.”
관청에 들어서자, 시비들이 와서 옷을 갈아입을 것을 권했다. 승태가 여혜의
손을 잡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승태를 바라보며 살짝 웃으며 답했다.
“저도 여가의 여식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여포의 시신이 안치된 방으로 들어가자, 향내가 자욱이 코안으
로 들어왔다. 그곳에는 흰옷을 입은 엄 씨와 그의 첩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
다. 승태를 본 엄 씨는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녀는 차마 입을 뗄 수 없는지, 그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눈을 감았
다. 이에 승태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먼저 말을 꺼냈다.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황망한 일에 놀라 정신없이 왔습니다.”
그러자 엄 씨가 자그마한 말로 답했다.
“고맙네.”
향을 꽂고 일어나 밖으로 나온 승태는 조성에게 물었다.
“조 장군, 온후께서 목만 돌아왔다고 하는데, 어찌하셨습니까?”
“그것이··· 경황이 없어 일단 나무에 옷을 입혀 두었습니다.”
“내 위에 말을 할 것이니, 향나무로 신체를 만들어 군후의 예로 장사를 지내게.”
“알겠습니다.”
승태는 여혜가 울고 있는 방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문을 닫았다.
솔직히 여포의 죽음은 승태에게 슬픔이나 고통이 아니라, 약간의 안도감이었
다. 조조의 편에서 여포를 죽임으로 가정이 붕괴하는 상황을 피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이라는 생각 한편에는 역사가 원래대로 흐르지 않는 불안감이 몰
아닥쳤다.
‘누구는 역사대로 흘러가면서 받을 수 있는 이득을 모두 보던데, 나는 그거
하나 못하는구나.’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오자, 고순이 그를 맞이하며 물었다.
“좀 걷겠습니까?”
“그리하겠습니다.”
현청 주변을 걸으며 승태는 그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했다.
“고 장군, 솔직히 말해 삼군을 모두 통솔하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빠른 답변에 승태는 가슴이 아려 왔다.
‘어? 이건 좀 아픈데?’
고순의 덤덤한 얼굴이 더욱 아픈 송곳이 되어 돌아왔다. 그 탓에 잠시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그럼 어떤 생각으로 저를 하비로 데려오신 것입니까?”
“방법이 없으니 모신 것입니다. 주공의 세력을 마땅히 이끌 수 있는 분은 태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아니, 좀 좋게 말해 주면 안 되나? 이런 사람인 건 아는데, 이렇게 팩트로
때리면 너무 아픈데······.’
“그럼 따로 생각이 있습니까?”
고순은 약간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승태를 다시 바라보았다.
“후성과 송헌, 양봉을 토벌하는 동안 태수께서 직접 나서서 서주의 호족들을
설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요?”
“예. 태수께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 장군께서 도와주시는 겁니까?”
고순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제 영역 밖입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닙니다.”
승태가 눈을 껌벅거리면서 바라보자, 고순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뿐이 아니라 하면··· 어떤 일이 더 있다는 말입니까?”
“장패 또한 큰 위협이니, 끌어들여야 합니다.”
“장패는 죽이지 않습니까?”
고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장패는 후성이나 양봉 같은 도적 무리와 다릅니다. 세를 일구고, 지키며 위
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그를 거느린다면 원담은 감히 서주를 넘보지 못할 겁
니다.”
승태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패도 태산의 도적 무리 아니었어? 고순이 이렇게 높이 평가할 정도인가?’
그보다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장패의 설득도 고순이 도와줄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장패의 설득은 저 혼자 합니까?”
“제가 가봐야 도움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럼 어쩌라고! 나 혼자 가서 뭐? 장패몬! 넌 내꺼야, 이러라고?’
승태가 속으로 욕을 내뱉고 있던 순간, 고순이 속을 읽은 듯이 말을 이었다.
“장패도 태수께서 서주 목이나 자사가 되어 포섭한다면, 능히 받아들일 것입
니다.”
“그럼 그 일은 서주목이 오거나 서주가 상신을 통해 관직이 정리되면 하겠습
니다.”
고순이 예를 취하자, 승태는 약간 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칼 쓰는 사람 정도는 붙여 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함진영 몇을 붙여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승태였지만, 어쩌겠는가. 인력이 부족해 이것
도, 저것도 하기 힘든 상황인데.
“고 장군이 이제 남방으로 토벌을 간다면, 하비가 안전할까요?”
“하비성은 걱정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이미 서북병들이 장악했으니 말입니다.”
‘하, 이 양반 진짜 골 때리네? 내가 능력이 없다고 할 때는 언제고, 위험한
서주를 그냥 돌아다니라고? 빨리 제대로 된 조언자를 받아야지.’
조성을 믿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하비 자체의 치안이 매우 불안했기 때
문이다. 군사적인 도움이나 안정감은 고순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주
에 능력과 충성심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고순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계속 밖의 임무를 맡고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니, 옆에서 계
속 전체적인 그림과 이유를 설명해 줄 조언자가 필요했다.
잠깐 진군을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진군이 행정적인 도움은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교적인 내용으로 도움을 줄 가능성은 적었다.
‘그냥 착한 사람인 진군이 모사처럼 움직이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장군, 공대 선생은 어찌되었습니까?”
“옥에 있을 것입니다.”
“다행이네요.”
승태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지만, 고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공대 선생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미 연주 세력이 무너져 위협이 되
는 인물은 아니지만, 사공을 매우 미워하니 말입니다.”
승태는 머리를 긁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목을 치기에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고순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요. 태수께서 공대 선생을 베는 순간, 아마도 연주의 많은 이들
의 지탄의 대상이 될 겁니다.”
‘아니, 이 양반 진짜 뭐냐고! 어쩌라고! 사실만 쭉 늘어놓으면 나보고 어쩌라
고! 타계할 방법을 내놓아야지!’
솔직히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승태가 믿을 수 있
는 사람이 고순밖에 없으니, 의존적으로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고순은 그 말을 끝으로 승태를 바라보았고, 승태도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장군, 설마 이게 끝입니까?”
“그렇습니다.”
승태가 억지로 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씹듯이 물었다.
“그럼 제가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까? 서주를 돌아다니며 호족들과 장패를 설
득하는 동안 장군은 반란을 저지른 인물들을 제압한다.”
“예. 정확하군요.”
‘와아··· 여포가 어째서 이 양반을 밖으로 돌린 줄 알겠다. 그동안은 적과 싸
우는 일밖에 없어서 몰랐는데, 정작 그 밖의 일에 대해서는 그냥 사실만 말하
고 나 몰라라 하잖아?’
“알겠습니다. 혹시 더 필요한 일은 있습니까?”
“원술군과 전투로 인하여 양초가 많이 사용되어 호족들에게 협조를 받으며 같
이 얻는 게 좋을 듯하군요.”
‘와, 호족들을 설득하면서 삥도 뜯으라는 이야기네. 호족들이 호구야? 말하면
도와주고, 쌀도 주고? 두어 명 있네. 그 호구······.’
호구라는 생각에 승태의 머릿속에 순간 노숙이 떠올랐다. 이 시기에 원술에게
서 도망간 노숙이 거소에서 주유와 합류해야겠지만, 손책이 여포를 포위하는
데 너무 많은 장수가 쓰러져 유훈을 공격하지도 못하고 근거지인 강동으로 돌
아가 버린 상황이었다.
‘잘하면 노숙이 아직 동아현에 남아 있을 것이다.’
“장군, 혹시 동아현을 먼저 구원해 주실 수 있습니까?”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고순이 이해가 안 가는 듯한 표정으로 묻자, 승태는 약간의 승리감 같은 것을
느끼며 답했다.
‘고순 당신이 원한 호구가 거기 있으니까 가라는 거지 뭐.’
“동아현의 노가가 큰 부를 쌓아 놓고 있으니, 현장인 노숙을 도우면 걱정하시
는 양초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빨리 움직여야겠군요. 태수께서 알고 계신다면, 직접 군을 이끄는 후성이 모
를 이유가 없을 테니 말입니다.”
승태는 다시 한번 언어 폭행을 당해 멍해져 있자, 고순은 그런 그를 두고 자
기 할 일을 하러 움직였다. 승태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옥사
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