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뒤로 물러나는 이들에게 위월의 무지막지한 돌격은 그야말로 혼돈으로 가는 문을 열어젖히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이유를 알지 못하니 그저 군이 무너지면서 완전히 퇴각하는 것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여러 부족들이 모여 군세를 이룬 오환이다 보니,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자신들까지 덩달아 피해를 볼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득이 있을 때는 가장 앞에 서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를 믿을 수가 없는 이들이었다.
허겁지겁 물러나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위월은 크게 기세를 피워 올렸다. 그러고는 오랜만에 손에 쥔 묵직한 대도를 휘두르며 거침없이 적진을 뚫고 지나갔다.
물론 답돈이라 해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무너져 내리면 차후에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기를 챙겨라! 내 직접 군을 이끌 것이다!”
그때, 옆에 있던 원담이 나섰다.
“저들을 깊숙이 끌어들이는 것은 어떠한가? 그리하면 저들을 함정에 빠트리는 것은 쉬울 테니 말이야.”
그 말에 답돈은 비웃음을 날렸다. 그러고는 원담을 지나치며 슬쩍 오만한 한마디를 흘렸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나는 답돈이다.”
마치 그것만으로 대답이 되었다는 듯 말에 올라탄 답돈. 그는 창을 들어 올리며 종횡무진 무용을 뽐내는 위월에게 달려 나갔고, 그런 그의 뒤를 수하들이 따랐다.
답돈을 상징하는, 흰 새가 그려진 깃발이 펄럭이자, 혼란에 빠진 오환 병사들은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답돈이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나선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답돈은 환호하는 오환 병사들을 그대로 지나치며 더욱 말을 속도를 높요 위월에게 달려갔다.
멀리서 오환의 진세가 안정화되어 가는 모습을 본 저수는 깃발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우익에 있던 장합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대극병들이 기다란 극으로 적의 창병들을 밀어내기 시작하자, 장합을 따르는 기병들이 빠르게 우회하여 옆을 몰아쳤다. 그에 뒤로 빠지려는 오환 병사들은 대극병들이 극을 뻗으며 방해했다.
고운은 마치 장난을 치듯 상대방을 농락시키는 모습에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는 장합과 그를 따르는 기병들이 휩쓸고 지나간 후, 지리멸렬해진 오환의 병사들을 향해 방패로 밀어붙였다.
고운의 괴력은 마치 천신과도 같아 이미 기세가 꺾인 오환의 진을 완벽히 무너트리기 충분하였다.
“끝까지 버텨라!”
장합과 고운의 활약으로 한쪽 진형이 무너지며 전세가 불리하게 흘러가자, 원담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병사들을 움직였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란 말인가…….”
원담은 수춘후가 미친 것은 아닌지 머리가 복잡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승태가 이렇게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대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애당초 유주를 내주는 조건으로 답돈과 손을 잡고 북방을 정리한 후에 권토중래하면 충분히 하북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이후에는 더욱 힘을 길러 중원까지 노릴 생각이었고.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이미 유우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하나하나 흡수하는 중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유주의 가장 큰 걸림돌인 선우보였다. 하지만 그 또한 자신에게 크게 호감을 보이고 있으니, 쉽게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처럼 수춘후가 답돈을 들이받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만약 수춘후가 남피에서 버티고 있었다면 분명 왕수가 그려 놓은 그림처럼 모든 상황이 흘러갔을 것이다.
조정에서도 원상이 살아 있는 것을 그다지 바라지 않으니,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저 미친놈 탓에 모든 게 망했지.”
원담이 나팔을 불며 출전을 하려는 그때, 위월의 뒤를 따라잡은 답돈이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에 당할 위월 또한 아니었다.
답돈의 공격을 피한 위월은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오환 병사들의 진을 착실하게 분쇄해 나갔다.
하지만 답돈도 생각 없이 마냥 뒤만 쫓는 것은 아니었다. 거리가 벌어지면 활을 날리고, 다시 지척에 이르면 창을 내질렀다.
그의 판단으로는 이미 오랜 시간 전장을 휘저었으니, 위월과 그를 따르는 기마병들이 이제 곧 지칠 것이라 여겼다.
그런 답돈의 속셈을 모를 위월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오환의 병사들 사이를 파고들어 추격에 방해가 되도록 움직였다.
그러니 당하는 오환의 병사들 입장에서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안 그래도 위월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데, 사위를 분간할 수 없는 모래먼지로 인하여 답돈의 군세 또한 적이라 여기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루었다 판단한 위월은 다시 몸을 돌며 답돈을 향해 나아갔다. 일사불란하게 위월을 따르는 기마병들의 모습에 답돈은 놀라움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기세에 눌리면 답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답돈은 말고삐를 힘주어 움켜잡고 빠르게 앞으로 뛰어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답돈은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가 달려들자 위월은 휘파람을 불어 기병들을 좌우로 분산시켰고, 탑돈은 인상을 찌푸리며 허탕을 쳐야만 했다.
“빌어먹을, 이 비겁한 놈들이! 전사라면 전사답게 맞서 싸우란 말이다! 네놈은 사내도 아니더냐!”
분통 터지는 답돈의 외침에 위월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흠, 그야말로 과분한 칭찬이로군.”
위월은 예전 여포와 함께 흑산적을 격파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과 그때의 상황은 분명 큰 차이가 있지만, 상대방을 농락하며 전투를 벌이는 것은 똑같았다.
“그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어디, 더 모욕해 보거라!”
마치 놀리는 듯한 비아냥을 들은 답돈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네 이노오옴!”
위월은 완전히 눈이 뒤집힌 답돈의 태도에 과거 장연을 떠올리며 한 번 더 도발을 감행했다.
“그 잘난 전사의 마음으로 나를 잡아 보아라. 하늘이 너를 돕는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아니면 네놈들이 그리도 존경해 마지않는 적산의 잡귀들에게 빌어 보든가.”
위월의 발언은 굉장히 모욕적이었다. 북방의 민족들은 대부분 하늘을 숭상하고 받드는 데 오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위월이 언급한 적산은 오환 사람들의 조상이 묻힌 장소를 지칭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그들의 신과 조상을 싸잡아 잡귀 취급을 한 것이었다.
참을 수 없는 패드립에 답돈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형! 답돈이 미친 듯이 따라오오!”
부장이 큰소리를 치며 알리자 위월은 웃음을 지었다. 오환 기병들이 뒤를 쫓고 있으나, 이미 정신을 놓아 버린 답돈의 미친 속력을 따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위월은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몇 번 더 방향을 틀어 답둔과 기병들의 거리를 벌리게 하더니, 어느새 뒤를 쫓는 것은 입에서 거품을 뿜어 대는 답둔만이 유일했다.
그 순간, 위월은 가후의 말을 떠올렸다.
[장군이 답돈을 유인해야 하오.]‘염병할, 대형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간의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위월도 가후의 전략이 맞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이번 전투에서는 누군가가 나서서 답돈을 유인해야 했다.
분노에 사로잡혀 대책 없이 쫓아오는 모습을 보면 믿을 수 없을 테지만, 실제로 답돈은 무예와 통솔력을 모두 갖춘 인물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모습도 연출일지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럴 일은 매우 적겠지만. 수춘후의 휘하 모사들이 그 뛰어난 머리를 굴려가며 자신에게 알려 준 계책이다.
이미 과거에도 겪지 않았는가. 전장에 나선 여포를 감히 맞설 인물이 없었지만, 결국 여포는 패장이 되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 전장에서 뛰어난 무력만을 믿고 날뛰다가는 결국 비참한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었다.
“최대한! 최대한 놈을 전장에서 떨어트려야 한다!”
답돈이 여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만한 장수는 아니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상처 입은 맹수를 더욱 자극하는 셈. 그러니 결국 책임은 위월 자신이 져야만 했다.
“죽여 버리겠다, 이 독사 같은 놈! 어서 와서 목을 내놓아라!”
‘킁, 쉬이 이길 수 있다면 이렇게 머리를 굴려 가며 유인하지도 않았겠지.’
위월은 여포와 달리 냉정하게 상대를 고를 줄 알았다. 그는 자신이 보기에 이길 것 같으면 맞서 싸우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도망칠 줄 알았다.
물론 지금은 그게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저놈의 실력이 고순이나 장료 정도 될 것 같은데…….’
만약 고순 정도라면 상대하기가 어려울 테고, 장합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어찌 상대해 볼 만할 것이다. 하지만 왠지 답돈의 기세는 장료보다는 고순에 더 가까워 보였다.
푸흐흐흐흥!
그 순간, 위월이 타고 있던 말이 급작스럽게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거꾸러졌다. 위월은 재빠르게 등자를 발로 차서 공중제비를 돌아 바닥에 착지했다.
겨우 자세를 바로하며 쓰러진 말을 확인한 위월은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애마는 이미 목이 꺾여 죽어 있었다.
위월은 답둔이 어떻게 자신의 말을 죽였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분명 뒤에는 자신을 뒤따르는 수하들이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하지만 곧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따르던 수하들 역시 이미 생을 달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과 주변의 몇몇 이들뿐. 그중 마치 동생이나 다름없는 정가가 달려와 손을 내밀었다.
“형님, 어서 내 말에 타시오!”
하지만 그 말이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답돈이 쏘아 날린 창이 정가의 등에서부터 가슴을 뚫고 관통한 것이다.
정가의 죽음에 위월의 표정은 더없이 싸늘해졌다. 그러고는 주인 잃은 말에 올라 달려오는 답돈을 돌아보았다.
“이제야 섰구나, 겁쟁이 놈아!”
“…그래.”
답돈은 딱딱하게 굳은 위월의 표정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왜? 겁이 나느냐? 아까처럼 또 떠들어 보지그래?”
오랫동안 말을 달린 탓인지, 답돈의 몸에는 열기가 마구 뿜어지며 허연 김이 피어오를 정도였다. 그랬기에 얼굴 역시 발갛게 달구어져 있었다.
“역시 쉽게 상대할 놈은 아니구나. 하지만 네놈의 운도 여기까지다.”
“뭐? 그게 무슨 개소리냐?! 죽음을 앞에 두니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이냐?”
위월은 말없이 주변을 가리켰다.
그에 답돈이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날 전장에서 끌어낸 것이로구나.”
“이제야 알았느냐?”
“상관없다. 어차피 네놈을 죽이고 나서 돌아가면 그만이다. 나만 건재하다면, 오환의 병사들은 다시 모일 테니 말이다.”
자신감 넘치는 답둔의 말에 위월은 차갑게 비웃음을 날렸다.
“그건 네가 무사했을 때의 이야기겠지. 정말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