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승태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누반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대도를 들어 올렸다. 과연 비싼 돈을 들여 제작한 만큼 기존의 대도와는 묘하게 다른 형태. 정확히는 할버드와 비슷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노숙은 전의를 다지는 승태를 보며 물었다.
“직접 상대하실 생각입니까?”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이미 중군 깊숙이 들어온 저들에게 노나 활을 쏘았다가는 아군이 맞을 우려도 있고, 현재 기마를 타고 있는 이들은 나와 호위 몇뿐이니까요.”
노숙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비무와 실전은 다릅니다. 절대 가벼이 여기지 마십쇼.”
“뭐, 제가 전장에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때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승태의 말에 호위병들이 각오를 다지듯 방패와 창을 힘주어 잡았다.
“그렇더라도 혹여 혼자 나서지 마십쇼. 주군의 안위(安位)는 양주와 서주의 뭇 백성들의 미래가 직결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승태는 참으로 흡족스러운 말을 하는 노숙의 어깨를 주먹으로 두드려 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지요.”
그 순간, 누반의 병사들이 승태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노숙은 놀라 무슨 말을 하려 하였으나, 그전에 호위병들이 나서서 승태를 보호하였다.
파바바바박!
방패 위로 화살이 박히는 소리와 함께 적의 기병들이 순식간에 승태의 앞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함진영은 차분하게 창을 들어 올리며 적의 돌격에 대비하였다.
누반은 쉽게 무너질 것이라 여겨 그대로 돌격을 지시했다. 기마 몇이 쓰러지더라도 이 기회에 승태를 끝장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상대가 일반 병사라면 그리 틀린 판단은 아니었을 테지만, 이들은 함진영이었다. 두 명이 합을 맞춰 창을 내지르자, 달려들던 기마병은 그대로 목숨을 잃었고, 뒤를 쫓던 기병들도 쉽사리 달려들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발이 묶인 기병은 쉬운 사냥감에 불과하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들어간 공격에 기병들이 쓰러지자, 누반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뒤를 물러나며 활을 쏴라!”
그제야 몇몇 기병들이 방향을 돌려 활을 겨누었으나, 함진영 병사들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몇몇 병사들을 제외한 이들이 재빨리 방패를 들어 올려 적의 화살 공격을 수월히 막아 낸 것이다. 다만, 그로 인해 약간의 틈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누반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놈들이 다시 자리를 채우기 전에 돌파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춘후에게 닿을 수 있다.’
누반은 수춘후에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이번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생각하기로 수춘후는 유약하고 겁 많은 인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함진영의 방진을 뚫고 들어가자, 이윽고 대장기 아래 서 있는 승태와 노숙의 모습이 드러났다.
누반은 가벼운 옷차림의 노숙을 보고 그를 수춘후라 착각하여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오환의 선우 누반이 왔다! 수춘후는 목을 내놓거라!”
노숙은 누반이 다짜고짜 자신을 향해 달려들자 당황하였으나, 그 앞으로 승태가 나서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군!”
노숙이 보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행동이었다. 일국의 군주가 전장에 나서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혹시 모를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누반은 승태를 호위 무장 정도라 여겼는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 승태가 쥔 대도가 특이하긴 하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랬기에 승태가 자세를 취하고 있음에도 단순히 올려치는 것이라 여겨 말을 몰아 옆으로 피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대도가 이미 그의 머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제야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누반은 빠르게 대응하여 창으로 대도를 막았다.
그렇게 묵직한 공격은 아니지만, 말의 속도가 붙은 터라 누반은 힘에 밀려 말에서 떨어질 뻔하였다.
누반은 놀란 눈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상대의 무위가 낮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음을 다잡은 누반이 창으로 승태를 겨누는 한편, 수하들에게 눈짓을 보내 활을 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그 순간, 승태의 호위들이 누반을 수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결국 눈앞의 상대와 혼자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 누반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이자만 쓰러트리면 혼자 남은 수춘후는 쉽게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누반은 빠르게 창을 휘둘러 공격해 들어갔지만, 승태는 이를 가볍게 받아넘기면서 누반의 창을 튕겨 내었다.
누반은 승태의 무기가 대도인 것을 보고 공격이 단조로울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가만히 승태의 몸놀림을 지켜보며 틈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빈틈을 발견한 순간, 누반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승태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하지만 이는 바로 승태의 노림수였다. 누반이 회심의 일격을 가해 오는 순간, 가볍게 몸을 피하고는 그대로 대도를 내질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승태의 반격에 누반은 당황하여 황급히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결국 어깨를 찔리고 말았고, 누반이 내지른 창은 승태의 손에 잡혔다.
“이게 무슨!”
누반은 당혹스러워하며 밀어내려 했지만, 등자를 통해 탄탄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승태를 어쩔 수는 없었다. 오히려 창을 움켜쥔 승태가 힘주어 팔을 흔들자, 누반이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누반은 한낱 호위 무장이라 여긴 승태에게 황망한 꼴을 당하자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승태는 기세를 몰아 그대로 누반의 머리를 향해 대도를 내려쳤다. 이미 창을 빼앗겨 무장해제가 된 누반은 꼼짝없이 목이 달아날 판이었다.
하지만 승태의 대도는 누반의 머리를 한 치 남겨 둔 채 멈췄다.
“투항하시오. 이미 전황도 크게 기울었소.”
승태의 항복 권고에 누반은 분하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답돈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글쎄, 이미 그는 전황을 알고는 도망간 것이 아니오?”
차마 부정할 수 없는 물음에 누반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숨을 크게 들이켜고는 조금 떨어져 있는 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춘후를 만나고 싶다.”
“내가 바로 수춘후인데, 누구를 찾는 것이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누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승태를 바라보았다. 호위 무장이라 여긴 인물이 수춘후 본인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그는 수춘후가 전장에 서지도 못할 정도로 겁쟁이라 여겨 왔는데, 정작 자신을 꺾을 정도로 뛰어난 무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 앞에서 부정해 봤자 자신만 초라해질 뿐이었다.
“…이것참, 내가 정말 어리석었군. 알겠소이다. 내 저들을 항복시키겠소. 하나 나를 따르지 않는 이들은 내 말을 따르지 않고 그저 전장에서 이탈할 것이오.”
누반의 정중한 말에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오. 일단 내 막사로 들어가 치료부터 합시다.”
* * *
전투는 결국 승태의 승리로 돌아갔다. 비록 누반이 포로로 잡혔지만, 오환의 대다수 병사들은 원담과 함께 유주로 퇴각을 해 버렸다.
치열한 난전으로 인하여 승태의 병사들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기에 특별히 추격대를 편성하여 쫓지는 않았다. 일단 당장은 수습이 중요했으니 말이다.
곽원과 답돈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포로로 잡힌 일부 병사들을 승태가 수습하였다. 그러나 이번 승리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위월이 돌아오지 않아 승태나 다른 장수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위월의 성격대로라면 적에게 사로잡혔다 해도 능글맞게 잘 있을 것이라 여기긴 했다.
얼마 후, 승태는 답돈에게서 하나의 상자를 받았다. 약간 께름칙한 마음이 들었다. 위월에 대한 소식이 아직 없는 가운데, 대뜸 이런 물건을 받으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신이 따로 오지는 않았는가?”
노숙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서신은 없고, 상자에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복군살장(覆軍殺將, 군대가 뒤집히고 장군이 죽는다).
승태는 뜬금없는 글귀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마냥 이대로 있는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노숙이 상자를 열었다. 그러고는 마치 벼락에 맞기라도 한 것마냥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 손이옵니다.”
승태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노숙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상자의 담긴 물건을 보았다.
그것은 노숙의 말마따나 잘려진 손이었다. 누구의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아마 정황상 위월의 손이 분명해 보였다.
따로 서신은 없었으니, 답돈이 무슨 의미로 이것을 보냈는지 모를 일이었었다. 그러나 이어진 가후의 말에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손자병법의 말이군요. 고장유오위 필사가살야, 필생가로야, 분속가모야, 염결가욕야, 애민가번야. 장군에게는 다섯의 위기가 있으니, 필히 죽기만을 생각한다면 살해될 것이고, 필히 살기만을 생각한다면 포로가 될 것이다. 분노와 빠른 속도만을 생각한다면 수모를 당할 것이고, 청렴과 결백함만을 생각한다면 치욕을 당할 것이다. 또한 병사를 너무 아끼는 장군는 번민에 빠진다. 범차오자, 장지과야, 용병지재야. 복군살장, 필이오위, 불가불찰야. 이 다섯 가지는 장군이 빠지기 쉬운 과오이며, 병사를 부림에 있어 재앙이 된다. 군대가 뒤집히고 장군이 죽는 것은 필히 이 다섯 가지의 위험 때문이니, 언제나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승태는 답돈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위 장군의 손입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가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위 장군의 안위를 원하신다면 저들이 원하는 바대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에 승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마음은 없습니다. 그것이 반드시 위 장군의 안위를 보장한다는 법도 없고요. 이미 답돈이 알려 주지 않았습니까. 분노하여 저들을 쫓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타당한 책안을 바라는 것입니다.”
냉정한 승태의 판단에 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시간을 끌고자 하는 것입니다. 후께서는 사람을 아끼시니, 저들은 이러한 수를 썼을 것입니다. 병량이 부족하면 병량을, 그게 아니라면 원하는 바를 요구했을 것입니다. 한데 이런 모호한 글만 적었다는 것은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유주의 세가 아직 원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고, 초촉과 같은 이들이 승상을 위해 일하고자 하니 말입니다.”
승태는 가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우선 위 장군의 안위 확인이 우선이니, 사신을 보내 이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승태는 바로 위월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돌아온 것은 머리가 잘린 사신이었다. 이로써 승태는 이미 위월이 죽었으리라 여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무도한 답돈을 추격한다! 그를 돕는 자 또한 모조리 죽을 것이다! 격문을 올려라! 유주의 모든 인물들에게 경고가 되도록!”
승태는 분노를 토해 내었고, 그에 보즐이 격문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흉노를 이끄는 장료와 상산병 조운이 군을 이끌고 선발로 역수를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