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8
삼국지 : 미완의 군주 27화
하비성.
과거 여포가 서주를 다스리기 위해 만든 꽤 나 큰 관청의 회장에는 계속된 승
전보가 전달되고 있었으나, 그 승전보는 도리어 승태를 거의 초주검으로 만들
고 있었다. 각지에서 들어오는 죽간들을 처리하기 위해 밤잠 없이 일하고 있
었고, 자택에 언제 돌아갔는지도 기억이 가물거렸다.
“고 장군이 어디까지 갔다고요?”
“동성현을 지나 회릉, 그리고 동양에서 송헌과 후성, 양봉, 한섬을 격파했다
고 합니다.”
“아니, 벌써? 그런 남쪽에서 반기를 든 전부 아닙니까?”
그러자 진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양봉과 한섬은 죽었으나, 송헌, 후성은 양주로 도망갔다고 합니다. 아마 원
술에게 투항하기 위해 구강까지 간 것 같습니다.”
“고 장군에게 혹여 원술과 부딪칠 수 있으니, 군을 돌려 하비로 돌아오라는
서신을 보내야겠습니다.”
그때, 진응이 어떤 죽간을 내밀었다.
“태수님, 고 도독이 보낸 서신이옵니다.”
“아! 돌아온다고 합니까?”
진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잔당들을 추격 중이며 소호 일대에서 전투를 치를 것이라 전하셨습니
다. 그들을 합비까지 몰아내야 혹여 그들이 다시 발호한다고 하더라도 광릉이
안전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곳은 양주, 아니, 원술군··· 아, 하긴 진(陳)국에서 그렇게 크게 대파되었
으니, 구강에 군이 남아 있지를 않겠군. 구강은 점령하되 바로 조정에 서를
올리는 게 좋겠습니다.”
“무슨 서를 말입니까?”
“당연히 서주목과 각지를 다스릴 관리들을 보내 달라고 해야지요.”
진응은 그 말을 꺼낸 승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당연한 절차를 진행
하는 것같이 말했지만, 이미 진규의 말을 들은 진응은 약간 다르게 느껴졌다.
‘심계가 대단하구나! 이미 서주 남쪽의 군현을 모조리 집어삼켰는데, 조정에
넌지시 묻는다는 거 아닌가! 조정에서 서주목이 온다고 하더라도 허수아비가
될 것이 빤한데, 쉬이 보내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태수가 서주를 관할 할
터인데 말이지. 하하! 서주목을 빨리 달라는 조정에 대한 협박을 저렇게 부드
럽게 하다니.’
그때, 밖에서 소리가 위사의 외침 들려왔다.
“동성현 현장 노자경, 등청!”
승태는 책상의 죽간들을 미루어 두고 책상을 뛰어넘어 쿵쿵거리며 아래로 내
려갔다. 그런 경박함에 진응이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승태가 노숙에
게 예를 표하는 것을 보고, 그 역시 서둘러 예를 차렸다.
노숙은 자신을 이렇게 인정해 주는 인물을 보고 놀랐으나, 승태의 속마음은
매우 불손했다.
‘노예다! 노예 하나로는 안 됐는데, 노숙도 왔고 다른 사람들도 서신을 보냈
으니··· 제발 좀 와라.’
“이전에 서주에서 주공근이 인정하는 인물이 있다는 소식에 그대를 보고 싶었
습니다. 이렇게 보니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노숙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고, 승태는 그를 끌고 나가며 진응에게
말했다.
“독우(督郵)께서는 저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해 주세요. 제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하비상과 의논하면 될 겁니다.”
진응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멀어지는 승태를 바라보았고, 어마어마한 양의 죽
간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친의 수명이 일 년은 줄어들겠군.”
별채로 자리를 옮긴 승태는 사람들을 시켜 노숙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차를
내오게 했고, 차를 본 노숙은 약간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노숙이 비싼 차를 처음 봐서 놀란 게 아니라 굉장히 특이한 모양의 차 때문이
었다. 노숙 자신도 부에 자신 있는 만큼 각지의 차를 마셔 봤지만, 이러한 향
과 느낌은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연고차(硏膏茶)입니다. 찻잎이 몸에 좋다고 하여 잎을 모두 먹을 수 있게 한
겁니다. 아, 맛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직접 선별하여 최상품들만
갈았으니까요.”
노숙은 승태가 건넌 차를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맛입니다. 저는 쓰고 떫은 게 원래 맛인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좀 복잡한 과정으로 키웠습니다. 그리고 남방과 기후가 다르다 보니 잎이 작
아 향이 강하지 않습니다.”
노숙은 고개를 승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음미했다. 잠시 후, 노숙의
입에서 궁금증이 꺼내져 나왔다.
“태수.”
“네, 말씀하세요.”
“솔직히 아무런 명성이 없는 저를 찾은 의도가 많이 궁금합니다.”
승태는 빤히 노숙을 바라보았다. 삼국지로 검증된 노예를 데리고 오려 했다
고, 솔직히 말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포장을 해야 했다. 하지만 마땅한 말
이 떠오르지 않았다.
“글쎄요··· 노 공께서는 제가 어째서 도독을 시켜 공을 구원하고 데려왔다고
생각하십니까?”
노숙은 고심하더니 한 가지 말을 꺼내었다.
“노가의 부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뭐, 노가의 부유함이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했
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하기에는 너무 이유가 약했다.
“그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겁니다. 부유함도 능력이니까요. 부유한 이들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기도 하고요.”
“그럼 그런 이유로······.”
노숙은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
진 승태의 말에 그의 표정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큰 부를 쉽게 내놓고 덤덤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제가 알
고 있는 사람은 서주의 미가 정도입니다. 노 공은 어떻습니까?”
미축과 자신을 동일 선상에 놓는 승태의 말에 노숙은 기쁜 감정과 부담감이
같이 올라왔다.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서주의 제일 부자 미공의 일과 저를 어찌 같은 선상
에 두겠습니까?”
“더 많고 적고를 따지려는 게 아니라 부를 내놓을 수 있는 결단력을 말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축적된 부를 어떻게 쓸지, 혹은 아래에 둘 사람은 어떠
한지 파악하는 능력도요.”
노숙은 약간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자, 승태는 머리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서주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일은 좀 고되고 힘
들 겁니다. 많은 이들이 서주를 뒤로한 채 떠났고, 남은 이들은 힘없는 자와
조 사공에게 빌붙은 이들이 많으니 더욱 떵떵거릴 겁니다. 부패도 장난 아닐
거고요.”
노숙은 약간 떨리는 어조로 승태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그런 상황에서 저를 어찌 쓰려 하십니까?”
승태는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다가 차를 들이켠 뒤, 다시 잔에 차를 따르며 말
했다.
“글쎄요. 아마 농위를 맡더라도 다른 일을 겸해야 할 수도 있고, 이리저리 잠
도 모자란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한 만큼의 대접은 받기 어려울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노숙도 어느 정도 생각한 바였다.
“힘든 일이겠군요. 황실에서 멀어서 인정받기도 어려울 것이고요.”
“그만큼 권한이 크다는 것이겠지요. 제가 노 공을 예양의 예로 모시겠습니다.
그렇다면 서주는 노 공께서 원하는 꿈을 펼치기에는 가장 좋은 땅이 되지 않
겠습니까? 서주의 관리가 된다면 누구의 눈치를 볼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노숙은 승태의 말에 흥분이 차올랐다. 이제 겨우 이립에 가까워져 오는 노숙
이었다. 경력? 해 봐야 현장이다. 그런 그가 서주 전역을 재건하는 중임에 앉
게 되는 것이었다.
노숙의 숙고가 길어지자, 승태는 식어 버린 차를 입에 털어 넣고 물었다.
“싫습니까?”
노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저 약간의 걱정이 들어 그렇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녹봉이 부족하더라도 노 공께서 일을 일하시면 그
대로 적어 상신할 것이고, 열을 일하면 그대로 상신할 것입니다. 책임은? 제
가 질 겁니다. 제가 추천한 인재니까요.”
‘솔직히 노숙 같은 사람을 못 믿으면 누구를 믿겠어. 역사에서 능력과 인성,
모두 검증된 인물인데.’
유엽이나 주유, 모두 노숙의 능력보다 그의 부를 이용할 생각부터 했다. 주유
도 그의 능력을 사는 게 아닌 부를 먼저 구했다. 그러나 승태가 노숙에게 보
여 준 태도는 달랐다.
승태는 노숙이 가진 부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능력, 그의 꿈까지 욕심
내며 모든 것을 서주를 위해 바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유혹적인 말인가. 지금 누군가를 섬긴다 하여도 일주의 농위라는
위치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족히 십 년은 바쳐야 했다. 그뿐 아니라 그의 공
을 정당하게 상신한다는 것은 자신만 노력한다면 더 높은 곳을 올라 진정 천
하를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숙은 자신의 가슴 아래 이런 욕망
이 있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보이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서주를 무너트린 조 사공의
조카는 매우 절박해 보였다. 주유도, 유엽도, 그 어느 사람도 자신을 이렇게
봐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에 승태가 극진한 예를 취하며 고개를 숙이자, 노숙도 일어나 예를 취했다.
***
사공부 군사좨주부.
곽가가 상신한 죽간들을 바라보는 순욱은 인상을 찌푸리며 죽간 몇 개를 쭉
바라보고 있었다. 조조가 유총이 죽은 진국을 수복하고 수춘까지 내려간 마당
에 서주의 안정은 순욱으로서도 크게 반기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곽가에게서 올라온 상신 내용은 서주를 다시 한번 혼란의
구렁텅이로 넣을 생각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일을 골치가 아프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 좨주는 말이야.”
이미 서주의 절반이 승태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유비를 서주로 밀어 넣는다는
생각은 서주를 다시 한번 혼란의 구렁텅이로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그것도 승
태의 첫 임지인 소패로 넣는다는 것은 기반 자체를 무너트리겠다는 것과 같았다.
순욱의 생각에 승태는 자신의 손안에 있는 인물이었다. 순가의 무사들이 승태
의 옆에 이미 숨어들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기에 굳이 분란을 통하여
흔들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를 도와서 조조가 행한 학살의 피를 약간 씻어 내는 것이 더욱 나아
보였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혹여 소패태수와 분란이라도 일어난다면
큰일 아닌가?”
순욱은 고민했지만, 이미 조조에게서 내려온 내용도 있어서 쉽게 결론을 내리
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유 예주의 공도 있고, 태수를 견제한다는 소패를 예주목에게 주는 것은 어찌
할 수 없겠지만··· 이미 서주를 안정시킨 공로도 인정해 주는 게 맞지 않겠는
가?”
순욱은 곽가의 상신 내용에 추가하여 황제에게 올릴 내용을 작성했다. 조서를
올리자, 삭막하던 조야에 꽤 큰 여파가 몰아쳤다.
“아니, 이제 이립도 안 된 인물에게 주목자리를 주다니요! 제아무리 사공의
족인이라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럼 누가 그 자리를 앉는다는 말입니까? 평도후의 군세를 집어삼킨 것이 그
인데, 누가 가냐 이 말이오! 눈치가 보여 일이나 하겠소?”
“그래도 그렇지, 차라리 예주목께 서주자사 자리를 주는 게 어떻습니까?”
“허! 그럼 서주를 안정시킨 공으로 소패태수는 무엇을 주려고요? 아! 평도후
의 작위와 직위도 후사가 없으니 차라리 소패태수에게 주자고 하지요?”
“그게 무슨!”
그때, 국구(國舅)인 동승이 나서 그들을 말렸다.
“폐하의 앞이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다툼이오!”
동승의 말에 말싸움하던 신하들이 입을 다물었고, 그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순욱의 옆으로 몸을 살짝 움직여 몸을 숙이면서 물었다.
“상서령은 어찌 생각하오? 사공의 의중을 제일 잘 아는 것이 그대 아닌가?”
순욱은 자신이 올린 상신 내용을 묻는 동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공도 족인이 능력이 없다면 태수 자리에 올리지 않았을 겁니다. 태수의 상
신 내용에 쓰여 있듯 단순히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예주목과 과거 하비상
을 지낸 진한유를 임용했으니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순욱의 말은 주목이라고 하지만 지지기반이라고 둘 수 있는 곳이 모두 자신의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니, 걱정이 없다는 말이었다.
“예주목에 소패태수를 겸한 다라··· 서주를 온전히 맡긴다는 것은 아니구려.
거기다 예주목에게 구병들을 모을 기회도 주는 것이고. 겸사겸사 평도후의 속
관들에게도 직위를 인정해 주는 것도 좋겠군.”
말하자면 허수아비 서주목에 승태를 걸어 놓겠다는 것이었다. 남으로는 진등
이, 하비는 진규가, 북쪽은 장패가 차지하고 있으니, 그냥 여포의 군세만 물
려받은 이름뿐인 주목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속관의 직위를
인정해 준다는 것은 승태의 입이 아니라 황실이 지정해 줌으로써 여포의 군세
마저도 갈가리 찢어 아무 힘도 없는 인물로 만든다는 소리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공의 조카 나이가 아니라, 서주의 안정과
참칭자를 벌하는 것이니까요.”
“허허, 역시 상서령은 속이 깊구려. 나는 단순하여 혹여 사공께서 서주를 직
접 다스리기 힘드니, 조카를 이용하여 다스리려 하는 것인 줄 알았소.”
순욱은 동승의 말에 답하지 못했다. 서주에서 일어난 참혹한 학살은 변명할
것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
“사공의 조카분도 대단하시오. 나 같았으면 제아무리 평도후의 사위가 되었다
고 하더라도 그곳에 못 갔을 것 같은데. 역시 조가는 난사람들이 많군.”
헌제 유협은 죽간들을 쓱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상서령을 불렀다.
“상서령은 들어 적어라. 짐은 과거 나를 도와 동적을 주살하고 의를 쫓은 평
도후의 죽음을 안타까웠다. 한데 그의 사위가 서주를 평도후의 휘장들을 수습
하고 안정시켰다고 하니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 내 사공이 올린 내용을 허하
며 추가로 이전의 작위인 온후를 내려, 둘째가 나면 그 아이에게 온후를 이어
가게 하며 여 씨로 하여 평도후의 제를 이어 나가도록 하게 하라.”
내용은 어마어마하게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온후의 자리와 서주목의 자리까지
앉았으니 말이다. 젊은 나이에 일주(一州)의 목에 후의 자리까지 앉았으니 대
단한 듯 보이겠지만, 온 땅은 조조군의 휘하에 있지도 않으니 그냥 공갈빵을
내려 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가장 화두가 되었던 서주목에 대한 일이 끝나자, 그 이외의 일들은 빠르게 일
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상서령이 거른 상소문이기도 했고, 군과 관련된 일은
모조리 조조가 처리하니 고민할 일도 없었다. 모든 상소가 처리되자 유협이
회를 파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그 뒤로 국구인 동승이
따라붙자 유협은 동승에게 약간 짜증을 내며 말했다.
“여포가 그렇게 강한 줄은 몰랐소?”
“소신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강동의 패왕이라 불리던 자는 어떻게 된 것 같소?”
“아마 다시 쓰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헌제는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패왕은 무슨 비장도 이기지 못하는 인물이 우물 안에서 왕이나 한 모양이요.
그래도 여포가 죽었으니, 조조는 죽일 수 있겠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이제 황제의 자리를 위협하는 자는 오롯이 원소뿐입니다.”
“조조야 이제 우리의 손에 들어온 것이고, 원소··· 원소를 쓰러트리는 게 중
요하겠군. 원소는 다른 인물이니.”
“예, 폐하. 원술의 경우도 있으니, 혹여 칭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유협은 주먹을 꾸욱 쥐었다가 펴며 동승을 바라보았다. 칭제라니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탁도 감히 칭제를 하지 않았는데 명문이라는 원가는
천자를 마음대로 세우려 하지는 않나, 칭제를 하지 않나 한의 최대의 난적이
었다.
“모든 방향에서 원소를 무너트릴 수 있도록 해 주게. 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처분해야지.”
“예. 충성스러운 이들을 모아 보겠습니다.”
헌제는 고개를 끄덕였고, 동승은 뒷걸음으로 멀어졌다. 유협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이내 홀로 걸으며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
군사부.
곽가는 죽간을 펼쳐보며 웃음을 흘렸다.
“이게 이렇게 흘러가는군. 우리 황제 폐하,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하하하.”
황실에 대하여 예가 하나도 없이 말하는 곽가였다. 중상시 쪽에서 올라온 죽
간은 황제와 동승의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곽가는 잠시 죽간
을 바라보다가 화로에 던져 버렸다.
“아직 주공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니, 눈을 감아 드리는 게 맞겠지요,
폐하? 주공께서 이런 것에 좀 민감하시니 좀 자제했으면 좋겠는데··· 뭐, 크
게 겪으면 깨우칠 날이 있겠지요.”
곽가는 다음에 올라온 죽간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서령··· 이분은 참 일 처리를 너무 깔끔하게 해서 정말 짜증이 난단 말이
야? 주공의 의지가 의심스러운 둘을 서주에 몰아넣고 견제하게 하라는 것인
데, 뭐? 사수로 딱 나누어서 관할지를 나눠 버리면 서로 건드릴 일이 없는 거
아니야? 여포처럼 원래 뭐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다투지도 않을 텐데.”
곽가는 머리를 긁으며 연신 고민하다가 죽간을 던져 버렸다.
“에잉, 모르겠다. 어차피 유비가 서주에 욕심이 있으면 칼을 뽑아 들 거고···
조치, 아니, 조제는 제 아비의 죽음에 대해서 조금 흘리려나?”
곽가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