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조인이 돌진하는 것과 동시에 거마진에서 극과 창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모습은 마치 사자 떼로 뛰어드는 무소와 같았다.
조인은 자신이 지금 향하는 곳이 죽음의 길임을 알면서도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물론 조인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위연의 창진으로 깊이 들어가자, 말의 발목이 잘려 그대로 굴러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마진에 포위된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대도 한 자루만 있다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듯이 강렬한 기세를 내뿜었다.
조인이 휘두른 대도 한 방에 방패를 든 병사들이 쓰러졌다. 그러고 나서 그는 곧바로 적병들 사이로 파고들어 장작을 쪼개듯 순식간에 베어 넘겼다.
몇몇 병사들이 그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반대로 죽어 나갈 뿐이었다.
그러나 주변에 시체가 늘어날수록 조인이 휘두르는 대도의 힘도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 조인이 공격할 때는 대도의 풍압 소리에도 놀라 뒤로 물러나던 병사들이 지금은 방패로 쉽게 막아 내고 있었다. 점점 궁지에 몰리자 그는 멀리 보이는 장비의 깃발을 보며 외쳤다.
“비야! 네놈은 하후가의 여식을 데려갔으면서 혈족이나 마찬가지인 조씨가 병사들에게 죽는 치욕을 보고만 있을 참이더냐! 아니면 그 아이에게 나, 조인의 몸이 찢기는 동안 가만히 구경했다고 말할 셈이냐? 네놈이 직접 오거라!”
장비는 조인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장비는 의외로 굉장한 애처가였는데, 처가 원하는 일은 어지간하면 모두 들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먼저 떠난 전처의 두 자식을 자신의 아이처럼 잘 대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의 안주인으로서의 역할도 매우 훌륭히 해냈다.
게다가 공과 사가 뚜렷하여 처음에는 어리다고 무시하던 종들도 금세 하후씨를 존경하게 되었다. 예쁘고 젊은데다 현명하기까지 하니, 장비가 애처가가 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가끔 두 의형에게 아이를 키운다며 놀림당할 정도로 하후씨에게 지극정성인 장비였다.
즉, 조인의 도발은 정확히 장비의 약점을 찌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조인이 도망갈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떠들어도 장비가 아랑곳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크게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조인에게 남은 길은 포로가 되거나, 아니면 싸우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뿐이니 말이다.
‘제길, 아픈 곳을 찌르는군. 차라리 난전 중에 죽었다면 일이 쉽게 풀렸을 터인데… 이대로 저놈의 말을 무시하고 병사들이 죽이도록 놔둔다면 내가 부인에게 뭐라 말하겠는가.’
장비가 난처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자, 위연과 진도가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기야 이번 계략을 짜내고 조인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 누구인가. 바로 장비 자신이었다. 그러니 저런 도발도 자신이 받아치는 게 맞으리라.
“거, 그냥 항복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제 나이도 나이인데, 그 정도만 하시지요.”
장비의 말에 조인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설마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 내가 그대의 말을 듣고 칼을 내려놓겠나, 아니면 이대로 맞서 싸울 것 같은가?”
장비도 조인이 항복할 거라 여기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조인의 확고한 의지를 느낀 장비는 말에서 내려 그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장포가 빠르게 달려와 사모를 건네주었다.
장비는 조인을 빤히 바라보더니, 보통 사람이라면 기겁했을 말을 내뱉었다.
“뭐, 꼭 죽이지 않더라도 팔다리의 힘줄을 모두 끊으면 앞으로 전장에는 못 나오지 않겠습니까? 조가는 부유하니, 앞으로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 없을 것입니다.”
장비는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살려 주겠다는 뜻으로 말했지만, 조인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은 듯했다.
“그럴 바에야 이곳에서 죽는 것이 좋겠군.”
그대로 대도를 자신에게 겨누는 모습이,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했다. 장비는 사모를 힘껏 움켜 잡으며 조인에게 말했다.
“이제 장군마저 쓰러지면 조정이 정말 순가의 손에 넘어갈 것이 빤합니다. 앞으로 어린 조가의 두 분 공후가 순가의 개처럼 순욱이 주는 먹이만 받아먹어도 괜찮겠습니까?”
자신의 도발에 이를 가는 조인을 보며 장비는 웃음을 지었다. 조가의 미래에 엄청난 모욕을 퍼부었으니, 목숨을 살려 달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장비의 눈에 예상과 달리 갑자기 미소를 짓는 조인이 보였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어쩌면 순가에서 던져 주는 달콤한 먹이만 바라는 개가 될 수도 있겠어. 그런데 조가는 말이야, 미친개의 피가 흐르는 놈들이지. 순가에서 정말 조가를 맹견으로 길들일 수 있을지 저승에서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나?”
그러자 장비는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아쉽습니다. 부인이 많이 슬퍼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말게. 그 아이도 하후가의 딸이니 말이야.”
더 이상의 설득은 필요 없었다. 장비는 사모를 들어 빠르게 조인을 향해 내려쳤다.
카앙!
굉음이 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무기를 맞부딪친 채 힘겨루기를 펼쳤다.
“안타깝소이다. 여기보다 좋은 곳에서 만나 우열을 가렸으면 참 재미있었을 텐데.”
“하! 내가 바로 조가의 천장이라 불리는 사내일세. 그리 쉽게 죽어주지는 않을 것이네.”
자신만만한 말과 달리 사모를 막는 조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장비가 보기에 그는 이미 오랜 싸움으로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써 버렸고, 정신력을 짜내 자신과 맞서는 것에 불과했다.
비록 잠깐 대화를 하며 쉬었다고 하나, 자신과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는 못한 것이다.
‘대충대충 상대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적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장비는 전력으로 사모를 휘둘러 조인의 대도를 날려버렸다. 조인의 대도가 날아가 바닥에 꽂히는 순간.
툭.
데구르르르르.
조인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그때, 멀리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뿌우우우우우우우!
장비는 다시 빠르게 말에 올라타며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조인을 잡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를 쓰러트리기 위해 입은 피해가 꽤 컸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도착한 적의 지원군에 조인처럼 뛰어난 실력자가 존재한다면, 아군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 빤했다.
‘더 이상의 싸움은 피하는 것이 나을 것 같군.’
“조인의 시신을 잘 정리해서 저치들에게 건네주게.”
그런데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위연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아닌가. 장비가 빤히 바라보자, 그는 불만에 찬 눈초리로 입을 열었다.
“조인을 죽인 일은 커다란 공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시신을 적에게 바치고 싸우는 것을 피하려 하십니까?”
장비는 그런 위연의 말에 손을 뻗어 부상을 입고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병사들을 가리켰다.
“저들을 버릴 것이더냐? 설마 네놈의 욕심 때문에 병사들을 죽게 내버려 두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장비의 일갈에 위연이 허둥지둥 사방을 훑어보았다. 조인과 조가의 정예 기병들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는 굉장한 피해가 남아 있었는데, 위연이 자랑하는 거마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패를 잡는 병사들 대다수가 팔과 다리를 절고 있으며, 창병들 또한 멀쩡한 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말의 발목을 자르는 역할을 맡은 극병들은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자네 병사만 그럴 것 같은가?”
위연이 장비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겨 살펴보니, 진도가 이끄는 백이병과 장비의 경기병들도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조인… 정말 대단하기는 합니다. 주군의 정예군을 이렇게 모조리 망가트려 놓았으니 말입니다.”
위연의 말에 장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인이 얼마나 대단한 장수인지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였다. 그런 자를 함정에 빠트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자신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그러나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해낸 일은 아니었다.
장비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의 등짐에서 죽간을 꺼내 보았다. 거기에는 조인이 완성을 나올 것이며, 유비군의 허리를 노리며 계속 습격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차라리 군사가 한 말이었다면 이토록 마음이 무겁지 않을 터인데 말이야.”
장비는 누가 보냈는지 모를 죽간을 다시 한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분명 유비군의 성공을 위해서 보낸 서신은 아니리라. 조인이 죽으면 이득을 보게 되는 인물이 작성한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 순가에서 조씨의 검들을 버리기 시작한 것인가? 정말로 두 가문이 분열한다면, 대형이 날개를 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장비는 손에 쥔 죽간을 손으로 짓이기듯 부숴 버린 뒤 곰곰이 생각했지만, 명확히 떠오르는 것은 전혀 없었다. 다만, 암막 뒤에 숨은 이들이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치 하나만큼은 대단한 대형이 이를 모르지는 않을 테고… 아마도 원하는 바가 따로 있겠지.’
하기야 판을 짜고 있는 사람이 지금까지 유비에게 좋은 상황을 만들어 주고 있으니, 굳이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놈들을 따라갈 수 없을 테니, 대형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게 맞겠지.”
* * *
이통은 진도가 가져온 조인의 시신을 보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구하고자 한 목표가 지금 눈앞에 누워 있으니, 참으로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지금 장군의 시신만 가져가라, 이 말인가? 이분을 이렇게 만든 적은 놓아주고?”
그런데 상대방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통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전력을 파악하는 듯했다.
“예의가 없는 눈빛이로군.”
“저는 그저 조인의 시신을 전달하라는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제야 입을 뗀 진도에게 이통은 경고를 보냈다.
“정녕 자네의 목적이 그것뿐인가?”
그 말에 진도가 예를 표하고 급히 막사를 나가려 하자, 이통의 병사들이 칼을 뽑아 진도를 압박하였다.
“태수께서 나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어찌 감히 몸을 움직이는가.”
이통은 병사들을 진정시킨 뒤, 진도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손으로 꾹 쥐었다. 그러고는 아픔을 느끼는 듯 얼굴을 찌푸린 진도를 향해 말했다.
“이번에는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해 드리지. 하지만…….”
이통은 분노한 표정으로 진도를 바라보며 한 자, 한 자를 내뱉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사신이니 죽일 수도 없고… 그냥 보내 드려라. 우리도 장군의 시신을 고향으로 운구해야 하지 않겠느냐. 어서 떠나게. 우리도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니.”
진도가 떠난 후, 이통의 부하들은 아무 말 없이 주군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동안 이통을 푸대접하던 조인이 죽어 속으로 꼴좋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유비를 막을 우군이 사라진 셈이라 대놓고 웃을 수가 없었다.
이통이 조인의 시신을 가지고 곧바로 완성으로 향하자, 성벽에는 금세 조인의 죽음을 알리는 깃발이 올라왔다. 그러자 유비군도 완성을 포위한 채 공격하지 않았다.
* * *
허도의 모처.
연신 기침을 내뱉는 진규는 진응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조정이 낙양으로 옮겨 가면 조씨의 힘이 중앙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은 정말… 잘해 주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나저나, 이제 조정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요?”
“물론이지. 저 낙양이 한 번 불타오른 뒤 재건된 것처럼 조정도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