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마초는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무술을 퍼부었다. 전광석화 같은 마초의 창격이 이어졌다. 아마 평범한 장수였다면 지금쯤 온몸에 구멍이 뚫린 채 죽어 버렸으리라.
그러나 상대는 무신, 관우였다. 관우의 방어는 마치 태산같이 묵직했고, 그 자리에서 모조리 막아 낼 수 있었다.
“가볍군, 너무나 가벼워.”
“닥쳐라!”
마초는 자신의 전력을 가볍다고 평가한 관우에게 더더욱 큰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나 폭풍 같은 기세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마초 역시 사람이었기에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그 다음은 관우의 시간이었다.
“빠르고 화려한 공격, 참으로 좋지. 적이 대응할 틈을 주지 않으니까.”
부우우우우웅.
카캉!
마초가 잠깐 창을 회수한 순간, 굉음과 함께 월도가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마초는 재빨리 창대로 막아 냈으나,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눈을 부릅뜨고 관우를 쳐다봤다.
“시간이 흘러 젊은 시절의 힘은 잃었으나.”
후우우우우웅!
무거웠다. 관우의 공격을 한번 막아 낼 때마다 마초는 온몸이 저릿저릿하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초를 세우고(而立) 요행을 취하는 법을 얻었지.”
분명 마초의 공격에 비하면 화려하지 않았다. 그저 광(光)자 베기의 연속일 뿐이었다. 그러나 마초가 막아도, 막아도 끝이 없었다.
“무를 뽐내지 않으며 이기는 법을 배웠으며, 요행도 늘었을 뿐 아니라 혹하지 않으니(不惑)”
후우우우우우!
파가각.
끝내 마초의 창이 부러지며 월도가 몸을 양단할 듯했다. 그러나 마초는 물러나지 않고 창날을 든 손으로 관우를 찔러 갔다.
팔 하나를 버리더라도 이 공격으로 관우의 급소를 찔러 그를 절명시킬 수만 있다면, 마초의 비원을 이루는 것일 테니.
쐐애애액!
결정적인 순간, 관우는 곧바로 몸을 돌려 마초의 일격을 피하고는 물러섰다. 그러고 나서 월도를 휘둘러 날아오는 화살을 두 동강 냈다.
서걱!
화살을 막아 낸 관우가 그 방향을 바라보자, 한 장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눈앞의 마초 역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덤벼들 태세를 갖춘 듯했다.
마초가 부러진 창을 다시 들려고 할 때, 손바닥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손아귀가 찢어진 것을 확인한 마초에게 방덕이 다가와 말했다.
“공자! 이제 그만하시지요. 양흥이 군을 이끌고 퇴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물러나기 어렵습니다!”
마초는 방덕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퇴각이라니! 대장인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여기서 다 죽을 생각입니까?”
그때, 관우가 그런 둘의 사정 따위는 봐 주지 않겠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둘을 한 번에 베어 버리겠다는 기세로 월도를 내리쳤다.
카앙!
방덕이 창으로 관우의 공격을 막는 틈에, 마초가 짧아진 창을 들고 다가섰다. 단창과 창의 합공, 두 사람의 공격에 관우가 월도를 크게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방덕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더욱 멀어져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방덕과 마초의 연계에 관우는 어쩐지 기시감이 들었다. 이윽고 예전에 여포와 싸웠을 때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떠올랐다. 물론 이번에는 자신이 여포의 입장이지만.
‘여포가 당황한 이유가 있었군.’
합공이 잘 들어맞으니, 자신이 깨트릴 틈이 없었다. 화살에 신경 쓰다 보면 마초의 창이 들이쳤고, 반대로 창에만 시선을 집중하면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왔다.
‘저놈의 공격이 어째서 이리 화려한가 의문이 들었는데, 보조해 주는 저 수하 때문이었군.’
몇 번의 공방이 오가고,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마초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성을 되찾았는지 한숨을 내쉬더니 방덕에게 말했다.
“퇴각하지요.”
“내가 놓아줄 것 같은가?”
물러나는 두 사람의 뒤를 관우가 쫓아가려 할 때, 방덕이 마구잡이로 화살을 쏘아댔다. 어디를 노리는지 확실하지 않은 공격에 관우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 찰나의 순간 이미 마초와 방덕은 창병들 사이로 사라진 상태였다. 마초는 순식간에 창병을 베어내더니, 병사가 든 창을 빼앗아 들었다.
“잘 쓰마.”
창을 빼앗은 마초는 더욱 흉포하게 날뛰었다. 적병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그의 화려한 공격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병사들은 대응할 엄두도 못 내고 그저 허수아비처럼 쓰러질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포가 커져 그의 앞을 막지 못하고 슬금슬금 길을 내줬다.
* * *
관평은 창병들을 지휘하다가 후방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마초의 기병들을 보고 이를 막기 위해서 달려갔다.
그러고 나서 관평은 기병들의 대열 중간을 파고들었다.
맨 앞에서 기병을 이끌던 이감은 그것을 눈치채고 급히 속도를 줄였고, 방향을 틀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걸 보고만 있을 관평이 아니었다. 그는 경기병들을 이끌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이감이 말고삐를 잡고 양흥에게 외쳤다.
“내가 저놈을 처리하겠네!”
“저래 보여도 범의 자식일세. 자신 있는가?”
“자네, 설마 내가 저런 애송이 목 하나 못 벨 거라 생각하는가!”
이감은 자신을 따르는 기병들과 함께 관평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네 이놈! 역적 놈의 자식아! 하동의 이감이 너를 상대해 주마!”
관평은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오는 이감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전혀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무인이었기 때문이다.
“하! 전혀 들어 본 적 없는 송사리로군.”
적을 도발하고자 했건만, 도리어 욕을 얻어먹은 이감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관중제장(關中諸將) 이감을 모른단 말인가! 네놈,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말하거라! 관중의 이감이 보냈다고!”
이감은 관중제장이라 불리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동탁이 죽고 이각과 곽사가 폭정을 일삼을 당시, 각지에서 세력을 키운 장수들을 일컬어 관중제장이라 불렀다.
사실 마등이나 한수가 가장 유명하고 다른 이들의 명성은 좀 부족했지만, 그렇다 해도 서북의 무인들은 거칠고 강하니 작은 세력이라도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그런 이들이 이제는 하북 정벌을 끝으로 중앙에서 관작을 받은 마등의 휘하에 들어갔고, 종요의 요청을 받아 병력을 모으고 군을 움직였다. 이번에 마등의 족인들이 관우에게 죽어감에 따라 마초의 휘하에 들어가 복수를 천명한 이들이었다.
“흐아아아압!”
이감의 대부가 날아들었지만, 관평은 손쉽게 공격을 막아 내며 웃음을 지었다. 이감은 가볍게 막힌 자신의 대부에 놀란 눈으로 관평을 바라보았다.
“아니!”
“하하하, 겨우 이것이 관중제장의 실력이더냐?”
사실 관평이 실력의 기준으로 삼는 이들은 관우와 장비였다. 항상 스스로의 실력이 언제나 미비하다고 생각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굉장히 뛰어난 무예를 지닌 사내였다.
그러다 보니 이감 따위의 공격은 마치 가벼운 깃털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관평은 월도를 꾹 쥐고 대부의 자루를 강하게 내리쳤다.
순간 이감은 중심이 흔들렸고, 관평이 웃으며 말했다.
“너야말로 염라에게 고하거라. 관우의 아들 관평이 너를 죽였다고!”
관평의 월도가 이감의 목을 향해 파고들었다. 이감은 급한 대로 팔으로 공격을 막았으나, 어깻죽지가 절반 이상 잘려 나가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줄줄 피가 흐르는 팔을 움켜쥔 이감이 마지막을 예감한 순간이었다.
피슈우우우웅. 퍽!
관평은 갑자기 날아온 화살을 미처 막지 못했다. 어깨에 부상을 입고 몸을 휘청거리자, 이감은 빠르게 달아났다. 관평이 그를 쫓기 위해 월도를 다잡은 순간, 순식간에 날아온 창에 반응하지 못하고 배를 직격당해 쓰러졌다.
창의 주인은 마초였다. 마초는 쓰러진 관평을 힐끗 보더니, 빠르게 관평의 말로 갈아타고 다시 달아났다.
경기병들 중 몇몇이 관평이 쓰러진 것을 봤는지 말머리를 돌려 돌아오고 있었다.
병사들은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였다. 관평은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관평은 이를 알리기 위해 움직이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내 상태를 알리지 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마초를 잡는 것이니.”
병사들의 눈이 흔들렸지만, 관평이 그들 중 한 명의 팔을 꽉 잡으며 말했다.
“제발, 이렇게 부탁하네.”
울먹임을 참는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관평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다시금 복부를 움켜잡았다.
“장군, 대신 끝까지 버티셔야 합니다. 부상이 악화되면 저희도 알릴 수밖에 없습니다.”
관평은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고, 병사들도 빠르게 자리에서 움직였다.
관우와 요순은 빠르게 마초의 뒤를 쫓으려 했으나, 마초의 병사들이 끈질기게 막았다. 그러나 두 사람을 따르는 기병들이 서량병을 모조리 참살했다.
마치 그간의 울분을 토해 내는 듯한 모습에 마초와 방덕은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더욱 열심히 움직였다.
* * *
제갈량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방통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습니다. 이만 들어가 보셔도 됩니다.”
병사는 예를 표하며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제갈량은 자신에게 올라온 수많은 죽간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일까. 사원은 대체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얘기할 때의 분위기로 보아 분명 방통이 거짓을 이야기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만약 자신을 속였더라도, 조금만 알아보면 무엇을 하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제갈량이 불안한 이유는 모사의 능력으로 따지면 자신보다 방통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방통이 수춘후의 밑으로 들어간 만큼 분명 이유가 있을 터.
“적은 가까이 두는 게 좋은 일인데 말이지.”
제갈량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죽간을 훑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만약 승태가 보았다면 컴퓨터 두 대가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그때, 병사 하나가 기척도 없이 조용히 들어와 예를 표하였다. 작금 군사장군(君師將軍)의 자리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 아무런 언질도 없이 들어왔다는 건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알아보았는가?”
“예. 현재 유 공께서 유기의 시신이 묻힌 무덤을 관리하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 왜 유 공이 유기의 무덤을 관리한단 말인가?”
“그게 사실은… 형주 내에서 유기의 무덤을 관리해 줄만한 황실 집안의 인물들이 모두 거부하다 보니 결국 그분이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제갈량은 유기의 무덤을 마치 짐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 알겠네. 그럼 유 공이 정말 남군으로 갔는지도 알아보았는가?”
“예. 주불의와 같이 남군을 들러 황 도독을 보려고 가는 것 같습니다.”
“황 도독을 말인가? 하기야 지금 많이 아프다는 소식이 들리니, 병문안을 갈 수도 있기는 한데…….”
그러면서도 제갈량은 유파가 황조와 그 정도로 친했는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형주에서 명망 있는 유파와 강하에 있던 황조. 두 사람의 접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제갈량의 말만이 허망하게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