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방통은 갑자기 찾아온 마량 때문에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슬쩍 밖을 내다보니, 제갈량이 보낸 병사들이 붙어 있었다.
‘섶을 지고 불길로 들어가는 기분이로군.’
설마 대화를 나눌 때 완곡하게 거절했음에도 사람을 보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친분을 들먹이며 이런 족쇄를 채우려고 하다니, 제갈량을 잘못 판단한 자신의 실수였다.
‘하기야 형주에서 이름난 사람들 대다수가 유 공자를 따라 떠났으니…….’
채씨와 괴씨는 귀족들에게 베푼 게 많다 보니, 그들을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방씨 집안처럼 형주에서 명망 높은 집들이야 재물 같은 수단에 넘어가지 않지만, 영세한 집안의 인물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들은 거대한 집안에서 던져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럽게 등장해 형주를 차지했지만, 아직 안정적이지 못한 유비를 따르지 않았다.
결국, 그 여파로 인해 지금 형주에는 실질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물의 수가 엄청나게 부족해진 것이다.
“아, 마씨 가문에 가장 빼어난 인물이 있으니, 그의 눈썹에 하얀 털이 있다는(백미, 白眉)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제 명성이 봉추라 불리던 방 공에 비하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봐야 옛날이야기입니다. 젊은 치기를 못 이기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시끄러운 일을 벌여서 생긴 이름입니다. 그런 허명은 그저 부끄러울 뿐이지요.”
방통의 겸양 섞인 말에 마량은 웃음을 지었다.
“방 공, 그럼 언제쯤 움직이실 생각입니까?”
화기애애한 대화도 잠시, 마량이 방통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자,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통은 마량의 뒤에 선 정예병을 흘낏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굳이 군을 이끌고 갈 필요가 있습니까?”
방통의 말에 마량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 공께서 경략하시던 그때와 지금의 남군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르겠냐는 생각이 방통의 머릿속을 스윽 하고 스쳐 지나갔다. 솔직히 자신이 남군을 개척할 때도 야만인들이 난리를 피우던 것은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그때는 제대로 된 호위병조차 없었다.
자주 목숨을 위협을 받았음에도 그것을 이겨낸 뒤 남군을 경략한 곳이 바로 방씨 가문이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이가 자신이었다. 마치 자신을 깎아내리는 듯한 마량의 말에 방통의 기분이 나빠졌다.
방통은 존대를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마량을 질책했다.
“지금 나와 우리 가문이 한 일을 깎아내리려는가?”
“방 공,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남군에는…….”
“되었네. 그만 돌아가게. 혹여 제갈 공께서 물으시면 자네의 가벼운 혀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전하게나.”
마량이 당황한 표정으로 무어라 하려는 순간, 방통은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량은 닭 쫓던 개처럼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방통이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그의 눈앞에 굉장한 미남자가 짧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나타났다.
“꽤 괜찮은 대처입니다.”
방통의 임기응변을 평가하는 주유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자 방통도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의외로 가까워 보이는 둘이었다.
“그냥 괜찮은 선택이라니요. 자칫하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름 높으신 두 분이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황망하게 가 버릴지도 몰랐는데…….”
그러나 주유는 별것 아니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방 공의 능력이라면 분명 아무 일도 없었을 겁니다.”
주유의 태평스러운 모습에 방통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주유는 형주에 오기 전까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그저 노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앞장서서 금을 타고, 흥겨운 분위기를 만드는 모습은 누가 봐도 한량이나 다름없었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이 잔칫집의 개 같다고 욕하기까지 했으니… 뭐, 자기 돈으로 논 게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지만.’
“아마 공명은 계속 사람을 붙일 것입니다. 혹여 문제라도 생기면 이리저리 복잡해질 게 뻔한데, 어찌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십니까? 아니면 복안이라도 가지고 계십니까?”
그러자 주유는 부채를 접으며 손으로 두들며 물었다.
“방 공께서는 의외로 따뜻하신 분인 것 같소이다. 아니면 같은 땅에서 난 자이니 감싸려고 하는 것인지?”
주유는 그 말을 끝으로 저택으로 돌아갔고, 방통은 이마를 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 형께서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고 말한 것이 이런 말이었나?”
[단순한 일이지만, 굉장히 어렵고 힘들 것이다. 방씨의 힘과 네 능력을 사용하면 손가의 무사들을 양번으로 옮기는 일은 힘들지 않겠지만… 뭐, 직접 부딪치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 정말 쉬운 일이었다면, 주군께서 자네가 아닌 채씨 형제에게 부탁했겠지. 결코, 그들을 얕보지 말게.]방통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사실 주유의 명성은 높았으나, 그가 본 모습은 잔칫집 개처럼 노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손권 또한 그냥 자격지심에 찌든 치기 어린 놈 정도로 보였고, 저들을 다루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둘을 다시 만났을 때, 방통은 미쳐 버릴 뻔했다. 주유는 이미 과거 명석한 모습을 되찾았고, 치기 어린 애송이라고 생각한 손권은 이미 손가병을 장악한 지 오래였다.
방통도 손권의 연설을 들은 적이 있는데 순간 그마저 빠져들 정도로 호소력 있었다. 그러니 손가병들이 충성을 맹세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마 서서의 주의가 없었다면, 방통도 손권의 언변과 주유의 음흉함에 넘어가 허우적거렸을지도 몰랐다.
방통은 멀어지는 주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갑갑한 마음을 이겨 내기 위해 주먹을 꾹 쥐었다.
손가의 인물들이야 마량이 죽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방통이라는 인물의 가치는 형주의 뭇 선비들과 다양한 접점을 가지고 있기에 빛나는 것이었다. 언제든지 적의 내부를 휘저을 수 있는 자,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어차피 유비의 후방을 뒤흔드는 데에 쓰고 버려질 돌들이다. 나를 위해서라도 마량이 죽어서는 아니 된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마량의 죽음을 덮을 만큼 큰 사건이 필요하겠지.’
* * *
순욱은 승태가 올린 서신을 받아들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귀도(歸都)로 인하여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것이 많은데, 또 하나 귀찮은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도 없었다. 서신에 적힌 이들의 행동이 굉장히 어리석고 같잖긴 했지만, 중대한 사안이니 살펴봐야 했다.
순심이 넌지시 순욱에게 물었다.
“승상, 어찌하실 겁니까? 수춘후가 이간책이나 쉽게 들통날 계책을 꾸밀 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
순욱도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만 알아봐도 금세 알 수 있는 일을 수춘후가 꾸몄다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어찌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순심은 순욱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기야 자신이 강력히 주장하여 수도를 이전하였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니 면목이 없었다.
심지어 이렇게 허무하게 들키지 않고 치밀하게 음모를 꾸미는 이들도 분명 있을 터.
순욱은 서신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형님, 저희가 무너지는 것은 단순하게 순가 일파의 몰락이 아닙니다.”
그러고 나서 순욱은 커다란 죽간 뭉텅이에서 죽간 하나를 빼 버렸다. 중심을 잃은 죽간 뭉텅이는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순욱은 그것을 빤히 바라보다 순심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안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승상…….”
순심이 무어라 말을 꺼내려 하자, 순욱은 죽간으로 상을 두드렸다.
퉁 퉁 퉁 퉁.
상의 울림이 커지자, 상 위에 있던 죽간의 산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리고 순욱은 순심에게 명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한조의 명멸을 가르는 것뿐만 아니라 순가의 미래, 영천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주와 예주 학파의 미래, 더 나아가 중원이 천하의 패권을 잡을 수 있느냐까지.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런데 형주도, 하북도, 게다가 양서주의 학자들까지 우리를 쓰러트리려 합니다. 우리는 거대한 벽이 되어 그들이 아성(牙城)을 노리는 것을 막아내야 합니다.”
“승상, 그러하면 그들의 죽음을 바라시나이까?”
“예. 하지만 그들은 충신으로 죽어서는 아니 됩니다. 그 뒤에 숨은 자들이 바라는 게 그것일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치졸하고 더러운 이름 아래에 죽어야겠습니다.”
순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심은 이러한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모든 책임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리라.
순심이 조용히 예를 표하고 물러나자, 순욱은 머리를 짚으며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숨이 가쁜지 가슴을 부여잡고 거칠게 헉헉거렸다.
승상부에서 나온 순심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나고 있는데, 그의 옆에 순운(순욱의 장남)이 다가왔다.
“얼굴이 별로 좋지 않으십니다.”
순심은 그런 순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순운은 작금 조정에서 어린 관리들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내 얼굴빛이 좋든, 나쁘든 무슨 상관인가?”
“매우 중요하지요. 승상의 오른팔이자 가문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을 지고 계시는 분 아니겠습니까? 그런 분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중요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중요합니까?”
그러자 순심은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은 채 생각을 하다가 순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운을 써먹을 곳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젊은 문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 이번의 수도 이전 때문에 문제가 조금 생겨서 말이야.”
“아, 혹시 최 공의 처벌과 관련해서 불만이 많은 이들이 이리저리 뭉치는 것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하하하, 대체 그들이 뭉쳐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내가 보기에는 그저 불만을 쏟아내는 것 같은데. 혹여나 무엇인가 획책한다면…….”
순심의 말에 순운은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자칫하면 젊은 관료들이 반정을 꾀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질지도 몰랐다.
순운이 그들과 가까이 지내며 느낀 결과, 반정 같은 일을 저지를 인물들은 아니었다. 다만 조정에서 하는 일에 대해 약간 불만을 품고 있을 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젊은이들이 나라가 걱정스럽고, 자신의 미래가 불안하니 모여서 떠드는 것에 불과하옵니다.”
“글쎄… 그렇게 생각하려면, 자네가 할 일이 있네. 내 눈과 귀가 되어 그들의 생각을 알려 주는 것이 좋겠군.”
친우들을 배신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말에 순운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순운의 태도에 순심은 그를 토닥이며 설득하였다.
“만 도위가 나서서 그들을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는 자네가 내게 살짝 전해주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친우들이 만총을 보도록 할 수 없던 순심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또 다른 파도가 되리라고는 둘 중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