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17
317화
방통은 한숨을 내쉬며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는 행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금의 상황은 아주 위험했다. 손가병들과 유비의 감시자가 붙어있으니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방 공, 가문의 부곡들이 꽤 많은 듯싶습니다.”
방통은 아무 말 없이 마량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제가 도움이 필요 없다고 전한 것 아니겠습니까.”
마량은 험험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사실 원래는 가병을 어떻게 형주로 들여왔는지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당당한 방통의 모습에 그럴 수 없었다.
“데려가는 병사의 숫자가 늘어나면 도리어 남군의 만들을 자극할 터인데,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십니까?”
도리어 방통이 마량을 몰아붙였고, 그는 그저 입맛만 다시며 더 이상 대답을 이어 가지 못했다.
“방도도 딱히 만들어 두지 않았는데 굳이 따라 오신 것이라면,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저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죽이려 하시니까요!”
“방 공 그것이…….”
“나를 감시하려는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적이나 다름없는 인간이 선주(先主)의 자제분의 시신을 모신다는 것 자체가 영 껄끄러운 일이니.”
대꾸는 없었다. 조용한 마량을 타이르듯 말하던 방통이 갑자기 어조를 바꿨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두를 죽음에 밀어 넣을 짓은 하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마량은 고개를 숙이며 한걸음 물러났다.
“다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고 지금은 빨리 움직이는 게 중요하니 어서 서두르도록 합시다.”
“예.”
그리고 방통의 걱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맞았다. 지금 남군으로 가는 길은 무릉만들이 북상하면서 점거당한 상태였다.
길을 점거한 무릉만들은 지나가는 이들을 습격하는 일로 세를 불렸다.
그런데 꽤 많은 병력이 남군으로 향하자, 무릉만들은 토벌대라고 생각하고 겁을 먹은 것이다. 결국 방통 일행을 막기 위해 여러 세력이 뭉치기까지 했다.
그리고 하나가 된 무릉만 세력은 토벌대라고 착각하는 방통 일행을 막기 위해 산발적으로 습격을 시작했다.
무릉만의 습격으로 인해 마량의 군세는 많이 줄어든 반면, 손가병들은 마치 자기 집처럼 굉장한 활약을 보여 주었다.
한차례 전투가 끝난 후.
피투성이가 된 병사들이 피곤한 듯 시체들 사이에 앉아 가쁜 숨을 내뱉고 있었고, 손권이 그들 사이에서 독려하고 있었다.
“크어어어억!”
방통도 자신에게 달려든 이를 처리한 후 놈의 뱃속에서 칼을 뽑아냈다.
그러면서 방통은 형주에서 마량이 한 말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남군과 자신이 알던 남군은 완전히 다른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경략하던 시절의 남군은 그래도 이 정도로 치안이 악화일로로 치닫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대낮의 대로변에도 무릉만 수백이 튀어나오는 판국이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유표의 군세와 채모의 가병이 형주의 사위를 지켜 형주인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뭐, 이런 곳까지 누군가 지킬 상황은 아니니 말이야.”
유비와 황조는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고 세력을 넓히는 게 중요하니 이미 점령한 곳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리라.
익숙하게 칼을 뽑고 주변을 정리하는 방통과 달리 마량은 완전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아마 이런 전장에 나와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듯했다.
방통은 그런 마량을 한번 슬쩍 보고 나서 이내 고개를 돌렸다.
“이제 겨우 의성을 지나 당양 근처에 도착했을 뿐인데, 이 정도라면 참…….”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방통에게 병사들을 독려하던 손권이 다가왔다. 인상을 찌푸린 그 역시 온몸이 피투성이였는데, 대도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가 격전을 치렀음을 알려 주었다.
“정말 방 공이 남군을 경략한 것이 맞습니까? 어떻게 된 게 작고하신 형님이 남월을 토벌했을 때보다 더 엉망입니다.”
그러자 방통이 대경실색하며 손권의 입을 막았다.
“목소리가 큽니다.”
혹시라도 마량이 듣는다면 큰일이 생길 거라고 경고하는 방통이었지만, 손권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손가락으로 마량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런 놈 하나를 지키는데 손가병 둘이 크게 다쳤습니다. 그런데도 이리 말을 합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냥 죽게 내버려 두고 싶었습니다.”
손가병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방통은 재빨리 손권의 손을 잡고 마량의 옆을 벗어났다. 게다가 마량을 죽게 놔두자는 말까지 했으니 혹시라도 새어 나가면 큰일이었다.
겨우겨우 손권을 진정시킨 방통은 자리를 옮겼다. 혹시라도 마량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모두 뒤집어쓰는 건 분명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 * *
진궁은 서신을 받아들고 하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황조의 죽음을 이용하기 위해 자그마한 돌을 던졌는데, 여기저기서 반응이 꽤 크게 일고 있었다.
“흐으으음… 황조가 몸이 달아오른 것 같기는 한데, 이를 어찌 이용할지 고민이 되는군.”
진궁의 옆에서 죽간을 정리하고 올리던 주불의가 그 말을 듣고 예를 표하며 물었다.
“방 공과 손가병들이 오는 길에 무릉만의 습격을 받아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신경 쓰이지 않으십니까?”
“손가병들이야 대체할 것이 많지 않은가.”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한 진궁의 말에 주불의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칼의 날카로움이 보통 병사와는 다르지 않습니까. 혹여 자르려다가 우리의 손이 잘릴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진궁은 아무 말 없이 서신을 보다가 죽간 뭉치에서 하나를 꺼내 주불의에게 건네며 말했다.
“남월이 북상한다고 하더군.”
“아마 무력시위를 할 것 같습니다.”
“시위라… 분명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일 터인데, 너무 많은 세력이 모이는 듯해서 말이야.”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모이지 않으면 위험성을 보여주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간 무릉만과 남월, 장사만, 손씨들까지 상대한 사람이 황조이니 말입니다. 분명 다시 그들이 형주로 몰려오면 막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할 것입니다.”
그 말에 진궁은 껄껄 웃었다. 그러자 주불의는 왜 그렇게 호탕한 웃음을 짓는지 궁금해졌다. 방금 자신이 한 말에 웃을 만한 요소가 있던가? 그런 의문을 품으며 말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웃으시는 것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내가 왜 그리 웃느냐고? 고작 황조 주제에 원소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은가? 하기야 어느 정도 세력을 모으고 성공했으니 그런 자만심에 찰 법도 하지. 뭐,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니 상관없을 걸세.”
“혹시 노사께서 계획한 일이 틀어진 것은 아닙니까?”
“사람이 세운 일이야 언제나 바뀌는 법이지. 유연하지 못한 모략은 금방 부러지기 마련이네.”
주불의는 방금 진궁의 말을 곱씹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진궁은 주불의에게 다가가 손에 죽간 하나를 쥐여 주었다.
“우리도 손가병들을 대체할 패를 쥐어야 하지 않겠는가?”
진궁은 남월의 귀족들이 올린 보고서를 주불의에게 건네주었다.
“그 패들을 가져오게. 월인들과 형주의 만을 황조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겠지.”
진궁의 그 말만이 허공을 맴돌았다.
* * *
어느 날, 유파가 걱정 섞인 목소리로 황조에게 물었다.
“형주에서 감찰을 하기 위해 사람이 온다고 하는데 들으셨습니까?”
그러자 황조는 유파의 말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감찰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갈량이 남군을 감찰하기위해 사람을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유파의 말에 황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어린놈이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거니와, 지금껏 자신이 이룬 업적과 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행동에 기가 찼다.
‘내가 한 생각을 알아차렸다면 쓸모가 다한 나를 무시하는 것이고,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도 내 자리를 갈아 치우려는 게 분명하군. 어느 쪽이든 내 자리를 이어 가지는 못하겠구나.’
“어찌하실 겁니까?”
“유 선생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유 선생, 아마 그대라면 지금의 혼란이 내가 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요. 그러니 이리 말을 꺼낸 것 아닙니까?”
그러자 유파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황조는 냉큼 유파의 두 손을 붙잡았다.
“유 선생!”
“우선은 월족과 형주의 만족들을 이용하여 내부를 흔드는 일을 멈추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멈추게 되면 어찌 나의 힘을 보여 주겠습니까?”
“아마 제갈량은 여기서 굽히지 않고 강하게 나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한 발 물러서야지요. 저쪽도 당황하고 있을 터, 손을 내밀면 받아들 게 분명합니다.”
황조도 굳이 무리하게 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협상이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하는 게 좋아 보였다. 사실 가문의 위치만 인정해 준다면 굳이 시간을 끌 필요도 없었다.
“알겠소. 우선은 형주만과 월족들의 난리는 멈추겠소.”
“그다음은 제가 제갈량이 보낸 이들과 대화를 해 보겠습니다.”
황조는 약간 못마땅하다는 듯 말을 꺼내었다.
“그 어린놈이 보낸 이들과 이야기 하겠다는 것입니까?”
“그러면 어찌하시렵니까? 지금 제갈량에게 이곳의 상황을 알릴 이들은 그들밖에 없지 않습니까? 설득하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제야 황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침한 눈을 감았다.
“유 공.”
“예, 장군.”
“내 이제 몇 해 남지 않은 삶에 그대가 찾아온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드오. 만일 나 혼자 있었다면 파국에 이르렀을 게 눈에 훤하니 말입니다.”
황조는 유파의 손을 두들기며 웃음을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량과 방통, 그리고 손가병들이 도착하였다. 손가병들은 황조를 만나게 되면 문제가 생길 게 뻔했기에 먼저 다른 곳으로 행했고, 방통과 마량만 유파와 대작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마량은 시체를 본 충격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였다. 하기야 문사로서 그가 언제 그런 끔찍한 장면을 보았겠는가. 무장이라도 처음 본다면 당황할 만큼 참혹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세 사람이 대담을 나누고 있는데, 방통은 진궁의 일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통이 사라지자마자, 마량이 은밀하게 말을 꺼냈다.
“유 공, 방통을 믿으면 아니 됩니다.”
유파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마량을 바라보았다.
“저자는 손가의 병사들을 이끌고 이곳을 혼란케 하려는 인물입니다.”
“방씨의 가병들이 손가의 병사들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분명 방통이 남군을 경략하면서 형주의 만이들을 설득해 이곳에서 날뛰게 하였을 것입니다. 유 공께서는 황 장군께 알리십시오. 저는 이를 군사께 말하겠습니다.”
“그런가? 그래도 인재라 생각하였는데…….”
“형주인이라 하여도 결국 방통이라는 자는 도의를 저버리고 사익을 위해 악적들을 섬기는 자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