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2
삼국지 : 미완의 군주 31화
원술은 수춘을 더는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원술이 황실을 지키는 대들보인 유총을 암살하여 죽였다는 명분에 진국의 호
족들도 조조에게 가담하니, 그의 숫자가 10만을 넘어갔다. 그 군세가 원술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명분도, 힘도 밀리는 원술은 결국 수춘의 코앞까지 밀려
오는 조조의 병사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빠지자, 이풍, 양강, 악취, 장훈, 교유가 원술의 도망을 돕기
위해 스스로 죽을 자리로 들어가겠다고 나섰다.
원술은 그들을 말리고자 옥좌에서 한달음에 내려와 그들에게 사정했다.
“그대들과 나눈 옛정이 이리 가벼운가! 그대들과 복락을 나누고자 짐이 저렇
게 높은 자리에 올랐다!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열세에 놓여 있지만,
아직 강동과 강서에 수많은 원가의 힘이 남아 있거늘! 어찌 이리 목숨을 쉬이
여기는가! 짐과 가자! 이 수춘성 따위, 양주 따위 조조에게 주어도 된다! 나
는 원가의 종손이요, 중(仲)나라의 황제이거늘! 다시 일어나면 될 일이다! 그
대들을 잃으면, 나는 누구와 복락을 나누는가!”
그러나 원술의 절규와 같은 외침은 커다란 궁전에만 맴돌 뿐, 작심한 그들의
눈을 바꾸지 못했다.
“말해라! 무엇을 해야 마음을 바꾸겠는가! 황제의 명이다! 말하라!”
원술은 울분이 터졌는지 가슴을 두드리다가 손을 꾹 쥐고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그들 앞에서 빌기 위해 무릎을 꿇으려고 하자, 양홍이 달려
나가 원술을 붙잡으며 말했다.
“주공! 저들은 주공이 인정한 천장들이 아닙니까! 어찌 그들에게 모욕을 주신
단 말입니까?”
그때, 양홍이 원술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말을 이었다.
“저들 중 상장 넷만 있어도 능히 수춘을 지킬 수 있습니다. 수춘의 군량은 넉
넉하니, 저들을 끝내 막는다면 간악한 조조는 스스로 무너질 겁니다.”
원술의 비통한 표정은 없어지지 않았지만, 차마 그들에게 능력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원술이었기에 고개를 푹 숙이며 양홍에게 물었다.
“진정 그대의 말을 믿어도 되겠소?”
“소신, 조금의 거짓도 없이 주공께 말하고 있습니다.”
원술은 뻔뻔한 양홍의 얼굴이 그렇게 미웠지만, 원술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저들의 결정을 돌릴 수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미 황제의 등극을 천명했을
때의 자신에게 칼을 꼽아 버리고 싶었다. 원술은 굳건한 얼굴을 보이며 수춘
을 지키겠다는 장수들을 바라보았다.
“짐은! 그대들을 믿는다! 언제나처럼 돌아와 나와 복락을 누릴 것으로 생각하
고 의심하지 않겠다. 만일 돌아오지 않는다면, 짐이 심히 문책하겠다.”
“충!”
장수들이 물러나자, 양홍은 원술을 모시고 이미 준비된 마차에 태웠다. 그것
도 잠시, 원술은 마차를 세우고 터덜거리며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그들을 보
며 말했다.
“짐이 그대들에게 명한다! 살아 돌아와라! 그대들의 가족들은 짐과 원가가 끝
까지 책임질 것이니, 살아만 돌아와라!”
“명을 받듭니다! 폐하!”
“명을 받듭니다!”
수많은 병사가 원술 행진 뒤에 서서 예를 올리니, 원술도 예를 표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에 올라탄 원술은 용포에 얼굴을 묻으며 꺽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수춘에서 멀어지는 원술은 자신의 머리를 풀어헤치며 비통함을 멈추지 못했
다. 성? 금은보화? 권력? 그러한 자잘한 것으로 원술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
다. 그러나 그의 명예로운 시절을 같이한 친우이자 수하들의 죽음, 그리고 자
신의 마음으로 대한 이들의 배신은 원술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한이여! 한이여! 대단하구나! 위선으로 쌓여 올려진 그 높은 벽이 무너지지
도 않는구나! 짐의 원가가! 짐의 천장들이! 짐의 사람들이! 짐의 믿음이! 넘
지 못할 만큼 대단해!”
원술의 눈은 허무와 슬픔으로 가득하여 올랐다.
멀어져 가는 원술의 마차를 보며 이풍은 교유에게 물었다.
“폐하께선 안전하시겠지요?”
“안전해야지. 안전해야 해. 자, 우리가 여기서 조조를 물고 늘어져야 폐하께
서 안전할 것이니 끝까지! 끝까지 조조를 잡아 버텨야 한다 알겠냐?”
이풍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버티는 거야 제가 잘하죠. 폐하와 유협행을 할 때도 혼자서 백 명과 싸워서
버틴 저입니다. 유협행을 할 때보다 어렵겠습니까?”
교유도 피식 웃으면서 이풍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멀리 떠나는 원술을
향해 그저 안전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
닷새 후.
회수를 기점으로 원술군과 조조의 대치가 시작되었다. 하채현의 하후연의 군
세가 도강한다는 소식을 기점으로 전투는 산발적으로 시작했다.
교유군 막사.
교유는 막사에 앉아 각지의 방어 시설과 양초들의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
다. 북산을 기점으로 군막을 세운 교유군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상황이
었기 때문에 하후연의 움직임이 훤하게 보였다.
“대장군! 하후연의 전 군세가 도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도강하는 병사가 일
만입니다.”
교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하후연을 내 높게 보았는데, 그것도 아니구나. 하긴 조조가 없는데, 군이 제
대로 움직일 일이 있나? 이는 하후연의 만용이다. 궁병과 보군을 이끌고 하후
연를 수장시켜 버려라. 내 직접 망루에 올라 지켜볼 것이니, 철저히 저들을
물리쳐라.”
“충!”
교유의 부장들이 명을 받들고 군세를 움직여 도강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
때, 다른 전령이 달려와 약간 이상한 말을 보고했다.
“백기(百騎)의 기병들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교유는 인상을 찌푸리며 수염을 매만졌다.
“백기?”
“말을 탈취하여 도망치는 병사들인 것 같습니다.”
교유도 고개를 끄덕였으나,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부장에게 말했다.
“혹시 도적이 되어 아군의 보급을 노릴 수도 있으니, 기병 삼백을 이끌고 가
서 섬멸해라.”
“충!”
부장들이 모두 나가자, 교유도 나가기 위해 하인의 도움을 받아 갑주를 입고
칼을 찼다.
“시작이 나쁘지 않구나. 잘하면 조조군이 수춘성에 오지도 못하게 할 수도 있
겠어.”
원술이 직접 내려 준 갑주를 걸친 교유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말대로 살아서 폐하를 다시 볼 수 있겠구나. 내 수춘 자택에 묻어 둔
술을 꺼내야겠어.”
그러자 그의 하인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주인님, 제가 수춘에 가서 이를 전할까요?”
“그래. 그것이 좋겠구나. 내 저택의 큰 돌 뒤에 폐하께서 전일 결혼식에 내준
술이 있으니, 그것을 꺼내 체에 걸러 옮겨 놓거라. 폐하와 함께 먹을 것이니,
좋은 병에 옮겨야 할 것이야.”
하인이 입맛을 다시자 교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두어 잔 정도는 마셔도 된다. 내 너와 함께한 세월이 있는데 어찌 그 정도
주는 것을 아끼겠느냐?”
하인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자, 교유는 그를 잡으며 말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내 그대에게 일가를 이룰 땅을 내주겠네.”
“주인님 저를 버리시는 겁니까?”
“에끼! 아니네! 자네 가족과 내 얼마나 오랜 세월을 보았는가? 자네 아들인
여일(呂壹)의 머리가 꽤 괜찮지 않은가? 지금은 시기가 매우 급하여 어렵지
만, 후일에 큰 사람이 되려면 좋은 스승을 두고 높은 자리에 앉아야지.”
“아이고, 주인님. 과한 처사입니다. 제 가족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요. 아닙니다.”
그러면서 교유는 처연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니네. 자네는 나를 끝까지 이리 보필하는데, 대가가 없어서야 하겠는가?
한데 아쉽구먼. 손 백부가 우리와 함께였다면 같이 술을 마셨을 텐데.”
그의 말에 하인이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고, 그런 인의도, 충의도 모르는 동물은 주인님 입이 더러워지니 말도
마십쇼. 폐하께서 손가를 위해 해 준 일이 차고도 넘치는데··· 어휴, 천벌 받
을 놈들입니다, 천벌!”
교유는 씁쓸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목걸이를 내주며 말했다.
“이전에 자네가 받은 자물쇠 달린 상자 있지 않은가?”
“아, 그 열지 말라던 상자 말입니까?”
“그래. 이게 그 열쇠이니 가서 열어 보게. 흐흐, 깜짝 놀랄 것이야. 내 나가
볼 것이니 자네도 이만 가보게.”
“예. 소인, 빠르게 말 타고 가서 먼저 술맛 좀 보겠습니다.”
“허허, 그래그래. 혹시나 상했으면 악취에게 말하게. 그럼 툴툴거리면서도 좋
은 술 내줄 것이니 바꿔 놓게.”
“그리하겠습니다. 하하.”
하후돈은 조조가 이끄는 군의 후방을 맡으며 수춘 근방의 보급을 탄탄하게 만
들었으나, 하후연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은 더는 하지 않았다. 이에 그의 부장
인 한호가 걱정된다는 듯이 하후돈에게 물었다.
“장군 장군의 종제인 하후공께 보급을 더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군사 숫자
만 해도 2만이 넘어가는데 말입니다.”
“그놈에게 추가 보급을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그놈이 그만큼
필요하다고 한 건 진짜 그만큼만 필요한 거야. 아군을 죽여서 보급을 줄이든,
적군의 보급을 탈취하든 말이야.”
“반년은 넘게 이어질 전투에 두 달치 보급을 들고 간 것은······.”
“그걸로 끝장을 볼 전투라는 거지. 그놈이 매번 전투에 앞장서는 건 그게 가
장 효율적이라서 그런 거야, 효율! 그걸 제일 좋아하는 게 묘재, 그놈이라고.
미친놈이지.”
교유가 가볍게 생각한 일백 명의 기병은 하후연이 직접 이끄는 정예 기병이었
다. 하후연은 이전에 보아 둔 기마 상태에서 도강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빠르
게 강을 넘었고, 말에서 내려 잠시 상태를 점검했다.
“태수님, 기병들 정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말들의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한두 번 깨부술 거니까.”
“저희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부장의 말에 하후연은 인상을 팍 쓰면서 주먹으로 부장의 가슴을 약간 세게
쳤다. 부장은 고통에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쓰러졌고, 하후연이 그를 끌어 올
리며 말했다.
“그럴 거면 빠져라. 된다, 안 된다 말하고 싶으면 공부해서 모사나 할 것이
지, 말은 왜 타?”
부장은 죄송하다는 말을 뱉으며 일어났으나, 하후연은 다시 후려치며 몇 번의
폭력을 행사했고 부장은 죄송하다는 연신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우리로 저들의 진영을 무너트려야 도강하는 놈들 덜
죽어. 뭐, 우리야 일 잘못되면 도망가면 되는데, 강 건너는 놈들을 다 죽는다.”
그들은 굳은 얼굴로 하후연의 말에 충이라는 말을 외치고 다시 말 위에 탔다.
그때 멀리서 흙먼지가 보이자, 하후연은 약간 신난 기분으로 훌쩍 말 위에 올
라탔다.
“야, 저런 놈들에게 죽으면 하후묘재가 지옥까지 가서 다시 죽여 줄 거니까,
목숨 관리 잘해라.”
최선봉에 선 하후연은 기병이 충돌하기 직전에 비수를 던졌다. 적의 선봉의
말에 비수가 꼽히자, 말이 흥분하다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뒤에 따라오던 기
마 몇이 고꾸라진 말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자 그 자리에 하후연이 날아오르
듯 뛰어 들어갔다.
하후연을 노리며 창을 찔러 넣는 이들이 있었으나, 그은 비웃듯 도를 반월 형
상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창과 함께 사람들이 창을 든 상태로 위를 바라보게
되었다.
콰카카칵.
순식간에 갑주와 함께 병사들의 복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누구 앞을 막는 것이냐! 하하하!”
얼굴에 피 칠갑을 한 하후연은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앞의 기마를
월도로 곤죽을 만들거나 뼈 채로 두 동강을 내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뒤따
르는 기마를 잊은 듯이 좌우로 움직이며 적병들을 베어 냈고 그 뒤를 따르는
병사들도 그를 따라 주변의 병사들을 창으로 마무리 지었다.
교유의 삼백의 기병이 순식간에 사라진 순간이었다.
“멀쩡한 말들 끌고 와라. 아, 살아 있는 놈들도 끝처리 해 주고 필요할 것 같
은 것은 다 주워 와. 일각 안에.”
“예, 태수!”
일각(15분) 만에 확인 사살과 시체, 그리고 물품 분류가 끝난 상태로 정리가
되었고, 하후연이 그것을 쭈욱 둘러보며 말했다.
“두당 말 두 필이면 되겠지? 물건도 적당히 하고 실어라.”
“충!”
하후연은 몇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안장에 매달고, 괜찮아 보이는 말에 얹었
다. 그리고서는 다시금 말에 올라타고 다른 말의 말고삐를 같이 매었다. 그리
고 하후연이 먼저 말을 달리자 그 뒤를 따라 말들이 출발했다.
하후연이 다른 쪽에서 기마를 이끄는 동안 그의 휘하에 들어간 진국의 호족
병사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후방에 칼을 꺼내 들고 후퇴를 막는 독전관들
이 병사를 베고 있었고, 앞에서는 교유의 병사들이 진형을 짜고 올라오는 병
사들을 손쉽게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뒤 어디로 가든 죽는 상황에서 병사들이 교유군에게 하는 공격은 흠집 정도
나는 공격이었다.
그것을 멀리서 망루 위에 앉아 바라보는 교유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하후연
이 이런 것도 병사들이라고 내세우고 있다니 말이다.
“대장군, 혹시 저들을 여기 몰아 놓고 다른 곳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교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산 중턱에 적군이 보이는 곳에 군영을 짜지 않았느냐? 우
리가 방에도 등을 띄워 가며 확인을 했는데, 불가하다.”
“그럼 진짜 저들이 맹장 하후연의 병사들이란 말입니까? 잡병만도 못해 보입
니다.”
피로 물들어 가는 강에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며 도강하는 병사들이 줄어들었
지만, 아직도 남은 병사들이 상당했다. 계속된 화살 세례에 쉽게 병사들이 쓰
러졌지만, 교유의 입맛은 점점 써졌다.
그것을 휘하 장수들도 느꼈는지 그것에 대하여 고했다.
“대장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화살로 병사들을 피해를 줄이려 했는데 오히
려······.”
교유는 분노에 부들거리면서 말했다.
“화살이 떨어지는 것을 원하는 것 같군. 훈련도 안 된 병사들을 방패 삼아 화
살을 떨어트리고 있어.”
교유는 끝내 일어나 외쳤다.
“하후연, 이 간악한 놈이! 말을 가져와라! 내 직접 저 대장기를 빼앗아 저들
을 돌려보내리라!”
“장군! 아니 됩니다. 위험합니다.”
그러나 이미 교유는 말에 올라타 병사들에게 외쳤다.
“진군하여 적병의 독전관을 베고 적병들의 진형을 차지한다!”
“명을 받듭니다!”
중갑병으로 이루어진 앞 열이 앞으로 움직이자, 후위의 창병들이 창을 찔러
도강하는 병사들을 물리쳤다.
“엎드려 항복해라! 내 너희들을 용서하리라! 또한, 독전관을 베는 자들은 머
리당 상을 내리겠다.”
고유의 말에 병사들은 더욱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독전병들은
그들을 비웃듯이 뒤로 달리는 이들을 쉽게 베어 버리며 후위를 지켰다.
“내 저놈들을 모두 베어 버리라!”
교유가 더욱 분노하여 나아가자, 교유가 이끄는 병사들도 강가에서 허벅지까
지 잠기는 곳까지 움직였다. 교유는 후방에서 비명을 듣고 고개를 골리자 후
위의 궁수들이 급작스레 달려온 기마의 돌격에 죽는 모습이 보였다.
“이이, 이 무슨!”
교유는 놀라 앞을 바라보자, 좋은 갑옷을 입고 있는 이가 크게 외쳤다.
“들어라! 저들은 진왕전하를 암살하여 죽게 만든 원흉들이다! 감히 진왕전하
를 죽게 만든 이들을 살려 둘 참이더냐? 네놈들이 은혜를 안다면 죽더라도 적
병의 팔다리를 잡고 죽어라! 혹여 적병을 죽인다면, 그 병사의 갑옷과 무기는
네놈들의 것이다!”
그러자 방금까지 죽음의 공포로 인하여 엎드려 있던 이들의 눈에 욕망과 분노
가 보였고, 교유는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것을 느꼈다.
“퇴각! 퇴각하라!”
진 위에서 내려다보는 하후연은 그를 보고 웃었다.
“내가 앞장서겠다. 뒤따라오며 모조리 죽여라. 이미 진형이 무너졌는데, 여기
서 죽은 놈들은 내가 죽어서도 욕을 보일 것이다.”
하후연이 먼저 창을 들고 달려들자, 그 뒤를 따라 기병들이 달려들었다.
진 위에서 내려오는 하후연의 기병들을 보며 교류는 웃음을 흘렸다.
진은 무너졌다. 그의 휘하에 많은 병력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 이미 통제력을
잃었다. 얕은 강은 피로 물들어 갔다. 그 위에 원가의 부유함으로 무장한 병
사들은 갈가리 찢겨 나가고 있었다.
“하늘도 무심하시군.”
버둥거리며 물 밖으로 나가는 병사들을 바라보는 교유는 창을 움켜잡았다. 그
때, 그의 호병들이 달려오자 교유가 외쳤다.
“살아 돌아가라! 나와 같은 장수 한 명이 살아 돌아가는 것보다 병사 일천을
살려 돌아가는 것이 폐하께 이로운 일이다! 여기! 중나라의 대장군 교유가 있
노라! 덤벼라!”
교유의 말을 시작으로 호병들이 차분히 군을 챙기며 사방으로 흩어지듯 퇴각
을 시도했다. 하후연은 적은 병사로 강을 건너왔기 때문에 퇴각하는 병사 모
두를 잡을 수는 없었다.
“젠장!”
하후연은 병사 한 명을 더 처리하면서 이러한 사태를 만든 교유가 싸우는 모
습을 보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교유의 능력이 출중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창
을 고쳐 잡고 일직선으로 달려가다가 창을 내던졌다.
하후연이 던진 창이 교유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교유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복
부에 박힌 창을 보고 주저앉았다.
‘더는 폐하를 못 뵐 것 같습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여 기회를 노리소서.’
교유가 비틀거리며 마지막 힘을 쏟아 내 창을 꺾고, 몸을 남으로 돌려 몸을
숙여 절을 했다. 그러고는 미동도 없이 숨을 멈추고 말았다.
하후연은 무슨 짓인가 싶어 그를 보다가, 이내 그가 죽은 것을 보고는 천천히
다가가 목을 베어 버리고 외쳤다.
“역적 교유의 목이 떨어졌다. 항복하라!”
하후연을 따라 사방에서 크게 외쳤지만, 의외로 많은 병사가 끝까지 후퇴하거
나 발악하다가 스러졌다.
그런 모습을 보는 하후연은 어이가 없어 교유의 시신을 발로 차며 말했다.
“이런 모자란 놈의 마지막 말이 그리 중하단 말인가? 허, 어이가 없군. 하여
튼 승리는 취했으니 됐나?”
하후연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높은 곳의 목책을 바라보았다.
“종형이 오기 전에 저기까지 처리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