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진궁의 말에 주불의는 옅게 웃음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성격이 잘 드러나는 말이 아닌가.
“진 노사의 능력이라면 당연히 그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주불의와 유파는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진궁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방통과 유찬에게 말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 것 같은가?”
“주불의 말씀입니까?”
“그냥 자네들이 생각하는 바를 듣고 싶네.”
방통은 잠시 생각하더니 진궁에게 물었다.
“혹시 진 노사는 적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주공께서는 호족들이 많은 것을 얻는 세상을 원하지 않으시네. 반면, 주불의는 그런 세상을 형주에 만들려고 하는 중이지. 지금이야 목표가 같으니 함께 움직이지만, 곧 적이 되지 않겠는가?”
방통은 진궁의 말에 턱을 쓰다듬었다가 이마를 긁기를 반복했다. 자신 또한 호족 출신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방통이 입을 다물고 있자 유찬이 말을 꺼냈다.
“형주의 호족들은 분명 이번 기회에 제갈량의 계획을 무마시키고 채모가 있을 때와 같은 시대를 노릴 게 분명합니다. 유비를 몰아내는 우리의 목적과 영합되기는 하겠지요.”
“과연 그 관계가 끝까지 유지될 수 있겠는가?”
“저들과 거래를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수춘의 호족들처럼 말이지요.”
그제야 진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는 것이 좋겠군.”
진궁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말을 하지 못하는 방통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하기야 그대는 형주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쉽게 말하기 어렵겠지.”
방통이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 걱정하지 말게나. 이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고 그대에게 나쁜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야.”
진궁이 몸을 돌려 들어가려는 그때, 방통이 물음을 던졌다.
“황조의 저택에서 얻은 것은 어찌하실 예정이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후께서 이루실 대업에 크게 필요할 물건일 수도 있으니 걱정이 되옵니다.”
“중요한 물건이라… 하기야 월왕의 인장과 주나라에서 하사한 구석 조각들이 담긴 함이었으니 그럴 만하지.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하여 보낼 것이네.”
방통은 물건의 중요성을 잘 아는 진궁의 모습에 고개를 숙여 한 발 물러났다.
“그러나 자네도 가진 것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분명 올 것이네. 조심하게나. 그것을 놓지 못하면 나처럼 후회하게 될 터이니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진궁은 곧바로 대답하는 방통을 슬쩍 보며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쉽게 답하지는 말고 생각을 해 보시게.”
“예, 노사. 그럼… 언제쯤 움직이실 생각입니까?”
“곧 떠날 테니 걱정하지 말게.”
유찬도 진궁의 뒤를 따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
며칠 후, 수춘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진궁이 곧 수춘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승태는 환한 미소를 만면에 지으며 서신을 들고 노숙이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많은 궁인들이 승태의 뒤를 헐레벌떡 따라가고 있었다.
“드디어 노사께서 돌아온다고 하십니다!”
노숙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승태의 얼굴에 맺힌 미소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앞에 승태가 털썩 앉은 순간, 노숙은 일어나 상좌를 내주려고 했다. 그러자 승태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내가 갑자기 찾아와 일하는 것을 방해했는데 어찌 상석까지 바라겠습니까?”
노숙은 승태의 너스레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 기쁘십니까?”
“당연하지요! 서주의 진 공은 자기 일을 끝내러 가신다며 오랫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고요. 한데 이리 진 노사께서 고집을 꺾고 돌아오시니 기쁘지 않겠습니까?”
노숙은 진궁이 보낸 서신을 받아들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작고 귀중한 선물이라…….”
노숙의 의문에 승태도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
“역시 똑같은 곳에서 의문을 품는 것을 보니, 형님이나 저나 진 노사를 참으로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굳이 서신에 이렇게 적으셨다는 건 정말 귀중한 물건일 테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렇지요. 아, 이번에 백월족에서 자신이 왕이라 부르짖던 놈은 어찌 되었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그를 받들던 백월의 귀족들도 우리의 손을 잡았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거기다가 감 도독이 직접 나섰습니다.”
그 말에 승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황에 대한 것은 대강은 알고 있는 바였으나, 월족 내부에서 반기를 들었다는 내용은 꽤 신선했다.
“월족 내부에서 우리의 손을 잡는다니…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간 족인들이 단합이 잘되었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으니 말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동안 그들에게 들어간 돈이 꽤 큽니다. 아마 도시 하나 정도는 건설할 수 있는 금액이니, 저희 쪽으로 붙은 것도 이상하지 않지요.”
금전의 입출은 대부분 노숙의 손에 이루어지고 있으니, 딱히 과장하는 부분은 없을 터. 승태는 그 정도로 뇌물을 주었다는 데에 약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었군요. 잘 몰랐는데 액수가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그렇지만, 이번 일을 생각하면 아깝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준 돈보다 더 큰 것을 받아 냈습니다. 또 앞으로 얻을 것도 많으니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백월족의 왕이 직접 서약한 계약을 어겼으니, 힘을 써서 그를 끌어내리고 다른 인물을 왕으로 삼을 수도 있었다. 즉, 백월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셈이었다.
“흠… 그건 미래의 일이지요. 이번에 저들이 우리를 도왔으니, 어떤 것을 요구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야 우리가 주는 콩고물에 불과하니 그냥 주면 그만입니다.”
콩고물을 내어준다는 말에 승태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띠고 말했다.
“직책을 주는 것은 어떻습니까?”
노숙은 승태의 말에 고민에 빠졌다. 작금의 승태는 아직 후의 자리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외지의 인물들에게 작위를 내린다면 혹시라도 조정에서 트집을 잡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조정에서 문제 삼지 않겠습니까?”
승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숙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노숙도 알아야 했다.
“조정이 허도를 버리고 낙양으로 천도했습니다. 이제 완전히 과거로 돌아간 것이지요. 게다가 유비가 일어나 완을 장악하였으니, 이제 그는 과거 유표와 같이 움직일 것입니다.”
승태가 형형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갔다.
“당장은 내왕외후(內王外侯)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또한, 조정을 압박하여 공의 자리를 받아 낼 것입니다.”
승태의 다짐에 노숙은 아찔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각오하고 있던 바였지만, 최대한 오지 않기를 바라던 미래였다.
“아직은 명분이 부족하옵니다.”
“차차 쌓아나가야겠지요.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부탁드립니다.”
노숙은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염처럼 지금 조정 내부에 심어 둔 내부의 끈이 많이 사라져 어려움은 있겠지만, 주군의 명이니 해내야 했다.
대화를 마친 승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할 때, 노숙이 물었다.
“이제 돌아가지 않으실 것입니까?”
“아직 타협의 여지는 있겠지만… 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노숙은 승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승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진궁과 독대를 하게 되었다. 진궁의 얼굴을 보는 승태는 울먹이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어째서 이리 늦게 오셨습니까? 응당 주군이 부르면 오는 것이 신하된 사람의 길이 아니었습니까?”
그러자 진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이 맞습니다. 그동안 소신이 불충을 저질렀습니다.”
“아시면 되었습니다. 이제 수춘에 남아 저를 도와주시면 됩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서주의 진 노사와 노사, 두 분께 모두 벌을 내리고 싶습니다.”
아직 아이 같은 승태의 모습에 진궁은 무심코 웃을 뻔 했다.
“허허허, 벌을 내리시지 그랬습니까?”
“아니, 노사. 그게 무슨 말입니까?”
“주공께서 말하는 그 벌이라는 것이 가문의 저택에 충의석을 세우고, 직접 현판도 보내는 거라면 저도 한 번 받아 보고 싶습니다.”
진규의 죽음 이후 서주 진가에 한 일을 얘기하자, 승태는 얼굴이 벌개지더니 눈앞의 술잔을 한 번에 들이켰다.
“이제는 술도 꽤 하십니다.”
“하북에 다녀온 뒤로 좀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났음이 느껴집니다. 제가 유비를 잡겠다고 나섰는데 이룬 것이 없으니, 우선 죄를 청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죄라니요? 황조를 죽인 일이 노사가 꾸민 계획이라는 건 사원(士元 방통의 자)의 말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진궁은 승태의 상찬에도 딱히 기쁜 내색은 없었다.
“의외로 유비의 아성이 공고했습니다. 형주를 뒤흔들어 황조가 죽었음에도 무너지기는커녕 굳건히 나아가는 모습에 그동안 무슨 이유로 주군께서 경계하였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하하하, 그것이야 본디 영웅이라 불리던 인물이니…….”
“그렇지요. 영웅이라 불리는 인물이니 평온을 유지했겠지요. 하나 이제 그들의 이름은 거의 다 끝난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제 그 다음 장을 장식할 인물은 주공이 될 것입니다.”
“노사.”
진궁은 함을 열어 정중히 내밀며 말했다.
“초왕의 인, 월왕의 인과 주나라의 구석이 여기 있사옵니다. 이를 명분으로 삼아 우뚝 서소서. 월족은 이미 주군의 너그러움에 감복하여 고개를 숙였으며, 오군은 주군의 힘에 굴복하고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서주의 뭇 사람들은 주군을 왕으로 삼고 있으니, 능히 초왕에 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주군께서 일어선다면 분명 패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니, 천하의 뭇 인재들이 주군을 따를 것입니다.”
긴 말을 마친 진궁은 허리를 깊게 숙였다. 승태는 깜짝 놀란 얼굴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황조가 가지고 있던 것이 이런 것이었다니, 그가 어떻게 만이와 월족을 부렸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승태는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조가 흔들리고 있으나, 아직은 건재합니다. 사방에 충신이 많으니, 왕으로 나서기에는 아직 무리가 크겠지요.”
진궁은 승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럴 것입니다. 그저 후일, 때가 되었을 때 이것을 사용하시라는 말입니다. 소신, 진규와 같이 사예로 향했을 때 이미 주군이 바라시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승태는 진궁의 눈을 보며 껌벅였다. 대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어라 생각하고 일을 벌였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천하의 영웅들과 과거에 빛나던 이들이 무너질 것입니다.”
* * *
몰락.
진궁이 말한 몰락은 한 번에 찾아왔다.
장비가 이끄는 군세들이 환원관을 넘어 구지현을 장악했다는 이야기가 낙양에 들려왔다. 문제는 장비의 진군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었다. 마치 이미 계획이 되어 있던 일처럼 말이다.
이를 막기 위해 순유가 군을 이끌고 빠르게 밖으로 향하였고, 순욱은 방어를 위해 급히 조비와 장안의 종요에게 구원 요청을 보냈다.
그러나 장안은 법정이 이끄는 유장 군에 의하여 함락 직전의 상황에 이르렀다. 마등이 이들의 후방을 노렸으나, 그가 유시에 맞아 사망하는 바람에 량주군은 후퇴해 버렸다. 장안의 함락은 시간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조비는 고간의 군세가 반기를 들어 올리는 일이 생기는 바람에 움직일 수 없다는 서신을 보내왔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의 끝에 다시금 황제가 내부에서 난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