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척후를 통해 안읍에 수춘후의 깃발이 흔들린다는 소식을 들은 원담은 군을 몰아 남쪽으로 움직였다. 강을 건너서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의 생각보다 승태가 빠르게 움직여 급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긴급하다고 해서 졸속으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하내와 하동은 그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곳이기에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원담은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군을 움직였음에도 정확하고 빠르게 진군했다.
그러나 그들이 강가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는 산 너머까지 펄럭이는 수춘후의 깃발이 보였다. 그 옆에는 장합의 기 역시 펄럭이고 있었다.
원담은 이를 빠드득 갈 수밖에 없었다.
* * *
장합은 멀리서도 보이는 원담의 깃발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강 너머에서 서성대는 것이 도강할 엄두는 못 내는 듯했다. 적들이 진지를 세우는 모습이 보이자 장합은 곧바로 서신을 적어 전령에게 보내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장합은 천천히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일 게 분명한데, 한 번 내려가 볼까?”
갑작스런 말에 호위병이 우려의 감정을 내비쳤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위험? 저들이 강을 건너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가?”
“…그건 아닐 것입니다.”
분수는 지류라고 하지만, 물살이 은근히 깊고 빨랐다. 그러니 준비가 없이는 건너기는 어려울 터. 다만, 눈먼 화살이라도 맞으면 큰일이기에 호위병은 계속해서 우물거렸다.
“저들이 일을 벌이려고 하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치고 빠지면 될 일이네. 이곳 진지를 버릴 생각으로 들이치면, 저들의 반수는 수장시킬 수 있을 테지.”
“하기야 그럴 것입니다. 저들의 기마가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강을 날아서 오지는 못할 테니 말입니다.”
결론을 내린 장합과 호위병들은 강 가까이 다가가 말에서 내렸고, 원담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대공자, 오랜만이외다!”
장합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적 진지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오랜만이옵니다. 장 장군.”
원담이었다. 그동안 이리저리 고난을 꽤 겪었는지 과거에는 깔끔하던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흉터도 여럿 보이고 말이다.
“추격을 피해 멀리까지 도망가셨으면 그곳에서 즐거이 지내시지, 굳이 다시 돌아와 이리 위란(危亂)을 일으킨단 말입니까? 돌아가신 원 공께서 이를 보면 통탄해하실 거외다.”
그러고 나서 장합은 원담의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쓱 훑어보았다. 승태의 말대로 꽤 이국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고, 장합은 승태가 말한 서역의 인물들이라고 확신했다.
원담은 그런 장합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배신자가 할 말은 아닌 듯하오.”
움찔.
장합은 예전 같았다면 곧바로 발작했을 텐데 오히려 말로써 반격하는 원담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많은 일을 겪고 크게 성장한 듯싶었다.
“장군 혼자 나오신 것이오?”
장합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답했다.
“호위병들과 같이 나왔습니다만. 하하하!”
원담은 장합을 슬쩍 보고는 다른 위치에 진이 차려져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였다. 날씨가 흐려 가시거리가 좋지는 않았으나, 지금 당장은 장합이 이끄는 병사들만 있는 듯했다.
‘산을 넘는 길목에 진을 세웠으니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어떻게든 야전으로 끌고 가야겠군.’
강을 가운데 두고 잠시 이루어진 신경전은 서로가 무슨 상황인지 대충 파악하는 것으로 끝났다.
뒤돌아 물러서는 장합의 표정은 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원담 또한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겉보기로 신경전의 승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부관이 장합의 옆에 서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공을 세우기 어려울 것 같아 그렇네.”
부관은 깜짝 놀랐다. 그 말은 장합의 능력으로도 적들을 흔들기 어렵다는 뜻이 아닌가.
임시 진을 산 위에 지어 원담의 감정을 흔들어 보려고 했는데, 통하지 않을 듯했다.
“원담이 너무 차분해졌네.”
“그렇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까?”
“쉬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적진을 노리기 어렵고, 우리가 손해를 각오하고 움직여야 저들도 비로소 군을 낼 것이야. 이대로 가면 적의 움직임에 끌려 다니는 셈이지.”
“어렵겠습니다.”
부관은 장합의 말을 듣자마자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굳이 이곳을 지킬 필요는 없지만, 저들의 움직임에만 장단을 맞추는 것도 기분 나쁜 일이었다.
어느 한쪽이 무리를 각오하지 않으면 둘 다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우리들 손에 남는 것은 거의 없겠군.”
장합은 아쉬운 듯이 손을 쥐었다가 폈고, 그러다가 이내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더 해 볼 만한 일이려나?”
* * *
승태는 모사들과 함께 군진을 확인하며 어찌 움직일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담의 본대가 지금 장합과 대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고 승태는 장합이라 적힌 말 앞에 원담의 말을 두었다.
보고에는 원담의 군세가 천 정도의 기마와 몇백의 보병이 보인다고 적혀 있었다. 그 내용 때문에 승태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숫자가 생각보다 적은데…….”
이 정도 숫자로 조비를 물러나게 하지는 못했을 터. 그렇다면 공명심이 강한 조비가 군을 물릴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를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얘기였다. 장합 혼자 견제하기에는 무리가 따라 보였다.
가후는 뒷짐을 지고 원담을 가리켰다.
“원담 또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미끼를 던지고 거기에 집중하면 그물망을 던질 거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저희가 장합이라는 미끼를 이용하여 시선을 집중시킨 반면, 저들은 본인을 내세워 미끼를 자처할 게 분명합니다.”
승태는 이마를 문지르며 강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들의 눈을 피하여 건너올 곳은 마땅히 없었다.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자신들도 쉽게 우회하지 못하는 상황 아닌가.
“저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군세는 어디로 움직이겠습니까?”
“우리와 같이 움직일 이들이라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올 것이고, 이미 준비했다면…….”
우당탕탕탕!
“주군! 포판현에 적병들이 나타났습니다!”
포판현에 적이 나타났다는 것은 황하를 건너서 군이 도착했다는 말이다. 이미 사주의 홍농 일대가 유장의 손에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군세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얼마 정도인가?”
“수천의 기병들로 이루어진 군세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숫자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하나 기병이 수천이라면 보조하는 병사들은 더욱 많을 것입니다.”
현재 포판현은 장료와 학소가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장료가 이끄는 군세는 겨우 사백의 철기와 삼백의 호족 기병이었고, 학소 역시 기백의 보병뿐.
승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부릅떴다. 수천, 아니 수천의 기병에 더해 보좌할 보병을 합치면 일만이 넘는 군세가 왔을지도 모른다.
승태는 걱정되는 마음에 손에 쥔 옥돌을 꾹 쥐었다.
“구원병을 보내야…….”
승태의 말에 가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시지요.”
그러자 양수나 사마의와 같은 모사들이 이에 반대하였다. 마치 가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아니되옵니다. 어찌 후께서 몸을 가벼이 움직이시나이까?”
“여유 병력이 어디 있어서 군을 보내겠습니까? 지금 기마병을 이끄는 대다수의 군세는 원담의 뒤를 노리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남은 것은 후께서 직접 이끄는 병사들뿐인데, 후께서 직접 움직이실 요량입니까? 후께서 직접 움직이신다면, 저들이 어찌 나올지는 뻔합니다. 분명 우리가 흔들린다고 확신한 뒤 도강을 감행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작금 중앙이 흔들리면 지금의 계획 모두가 흔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포판이 무너지면 중앙도 위험하지 않겠는가?”
“포판이 무너져 군을 물리는 것과 장합 장군이 패배해 원담의 본대가 모두 강을 건너는 것은 완전히 다르옵니다. 그러하니 움직이시면 아니 되옵니다.”
승태는 가후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모사 중 오직 가후만이 군을 움직여도 좋다고 했으니, 무언가 수를 내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쏟아지는 반대에도 가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승태를 향해 말을 이었다.
“후께서 걱정하실만하신 일은 없사옵니다. 지금 전투의 양상은 저들이 공격하는 것을 우리가 방어하는 것이지요. 한데 작금 저들의 뒤를 노리기 위해 우리 군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문희현 근방에는 곽 장군까지 숨어 있는 형태이지요. 적들이 장 장군만 생각하며 가볍게 달려들었다간 그대로 군이 무너질 것입니다.”
승태는 가후의 말에 혹하였다. 그러나 가후가 이리 길게 말하는 것을 보니 분명 좀 더 나은 책안이 있으리라.
“더 좋은 방도가 있습니까?”
가후는 승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니 승태의 성장을 기뻐하는 듯했다.
“상책은…….”
* * *
장료와 학소는 포판진으로 넘어오는 적병을 상대한 뒤, 포판현의 성으로 군을 옮기고 있었다. 상처 하나 없는 학소의 모습을 보며 장료는 속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포판진은 어찌 되었습니까?”
“완전히 불태워버렸네. 뭐, 다시 사용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
장료의 말에 학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료는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화살의 숫자가 넉넉했다면 저들을 더 많이 쓰러트릴 수 있을 터인데 말이야.”
“포판현에서 사용할 화살도 부족합니다.”
“빗나가서 강물에 빠진 화살은 거의 없었네.”
“…거의 말씀입니까?”
대답하기 미묘한 부분을 짚는 학소의 말에 장료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안읍에서 따로 연락은 없었는가? 분명 적의 군세가 넘어오고 있다고 연락을 드린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말이야.”
“그쪽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장료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였다.
“그러하겠지.”
학소는 멀리 불타고 있는 포판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군의 숫자는 저들에 비하면 이분지 일도 되지 않습니다.”
“뭐, 그러하지.”
“달리 생각하신 바가 있으십니까?”
“하하하, 깊게 생각한 바는 없네. 일단 싸우다 보면, 분명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겠나?”
“장군, 이제 일신의 무예로 전장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은 지났습니다. 소수의 병력으로 수천의 병사들을 헤집는다 하여도, 저들이 굳건하다면 장군께서 도리어 위험에 빠지겠지요.”
“자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하나… 병사들은 자신들을 이끄는 무장에 따라 달라지는 법. 내가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의 사기와 무용은 달라질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장료의 말에 학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믿겠습니다.”
“하하하! 오히려 내가 할 말이지. 나보다 그대가 더욱 힘들 터이니 말이야.”
학소는 웃음을 지었다.
“현실은 언제나 무언가 부족한 가운데서 싸우게 되지요.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저희의 임무이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