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방희와 원담의 군세는 함께 포판진에 진을 차리려 했다. 그러나 장료의 저항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었고, 불타는 포판진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방희는 갈 곳 없는 분노를 병사들에게 쏟아 내고 있었다. 잿더미가 된 포판진을 복구하는 병사들에게 짜증을 부리는 모습은 얼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어서 강 근처의 잔해를 치우고 재건해야 할 것 아니냐!”
조위는 방희의 뒤에서 잠시 혀를 차더니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장군, 익주병들의 불만이 꽤 큽니다. 그렇지 않아도 익주의 호족들부터가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냐고 많은 불만이 있었는데…….”
타당한 의견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원담이 데려온 병사들은 어떠한 잡일도 하지 않고 그저 전투를 준비할 뿐. 게다가 동행하기는 했으나 원래 서로 싫어하는 사이인 동주병 또한 근방의 지리를 잘 안다는 이유로 사역에서 빠지지 않았는가. 익주병들의 마음에 점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을 대변하는 조위가 나서서 방희에게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그대가 잘 통제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익주의 호족들도 웃기군. 그들이 원하던 게 이것인데, 무엇을 얻을 수 있나가라니?”
과거, 유언이 죽고 유장이 익주목으로 등극했을 때는 삼보의 난이 끝난 직후였다. 당시 삼보 지역은 이각과 곽사로 인하여 엉망이 되었고, 남양 또한 황건적의 잔당으로 인하여 황폐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남양(南陽), 삼보(三輔)의 사람들 수만 호가 익주로 흘러들었다. 유장은 그들을 거두어 병사로 삼고, 동주병(東州兵)이라 이름 붙였다.
그러나 새로운 지역에 너무나 쉽게 받아들여져서일까. 동주 사람들이 원주민인 익주의 백성들을 침탈하고 폭행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러나 유장은 익주의 호족들을 견제할 수 있는 동주병의 폭압을 제때 막지 않았고, 백성들은 점점 원망을 품었다.
특히, 그동안 유장을 지지해서 익주목으로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 호족들이 엄청난 반감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유장도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 유언이 원하던 황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들을 짓누를 필요성을 느꼈기에 방치한 것이었다.
호족들이 반기를 들어 올릴 만도 하지만, 유장과 방희가 서로 대립하지 않고 온전히 군신관계를 수립하게 되면서 그들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방희의 실제 능력이 어떻든지, 그가 가지고 있는 위세는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장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동주병들을 방희의 휘하에 두었다. 그리고 익주의 호족들에게 던지는 당근으로 이번 북벌에 성공하면 동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익주의 호족들, 특히 대호족들이 깊이 동의하여 유장이 군을 일으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런 배경이 깔렸으니, 감히 조위가 더는 방희의 말에 대꾸할 수가 없었다.
“내 다시 묻지. 익주병들을 통제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못한다면 호족들에게 무슨 벌을 내려야 할 것 같은가?”
순간, 조위는 방희의 말에 얼어붙었다.
지금 저 말은 익주의 호족들을 참하여 본보기를 보일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출정할 때 유장에게 부월을 받은 인물이니 조심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너무 방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할 것이네. 법정이 장안을 빨리 넘기 위해서라도 하동에서 수춘후를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네. 최소한 장안을 손에 넣어야 그대들이 싫어하는 동주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있지 않겠나? 명색이 익주를 대표하는 그대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이대로 발목을 잡으면 말이야…….”
그렇게 말끝을 흐리던 방희는 조위의 어깨를 강하게 누르며 압박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자, 조위에게 두려움이 서리는 게 보였다. 협박이었다.
“내가 굳이 그대들의 가족과 미래가 모두 여기에 달려 있다는 말까지 꺼내야겠는가?”
조위는 침통한 얼굴로 변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꼬리 내린 개 같은 모습에 방희가 당근을 하나 던졌다.
“고제(유방)께서 파촉에서부터 천하를 얻으신 일이 이제는 전설처럼 여겨지지만, 다시 한번 성공하면 이제는 현실이 되겠지. 익주는 황제의 땅이 될 것이고, 그런 힘이 서린 곳이 어떻게 되겠는가?”
황제의 땅.
한조에서는 장안과 낙양이 그러한 땅이었다. 고래로부터 주(周), 진(秦), 한(漢)에 이르기까지 황제의 땅이라 불리던 곳들은 물산이 집중되기 마련. 그렇게 된다면 호족들은 더 높은 곳으로 발돋움을 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그저 신기루같이 흩어지는 꿈에 불과했지만, 채찍만 휘두르던 이가 갑자기 던져 주는 당근에 정신없이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는 걱정하지 않도록 제가 그리 만들겠습니다.”
“좋네, 좋아.”
방희는 흐뭇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주변의 부서진 잔해들의 정리가 끝났다. 군수물자와 병사들을 태운 소선(小船)들이 드나들 때쯤, 수십 기의 기마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방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자들이 포판진은 박살 낸 놈들로 보이는데, 어찌 생각하는가?”
그러자 조위의 부장인 이이와 방락이 먼저 나섰다.
“장군, 저희가 먼저 기마를 이끌고 저들을 처단하겠습니다.”
“그리할 수 있겠는가?”
사실 방희는 장료가 여포의 밑을 떠나 명성을 떨치기 전에 익주로 자리를 옮겼으니, 그의 무명(武名)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익주병들과 서역병 역시 장료의 명성을 듣기에는 너무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또한, 장료가 병주 일대를 활보한 지가 어느덧 오래전이니, 두려운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선두의 적장을 꺾으면 자신들의 이름이 방희에게 기억될 거로 생각한 둘은 탄탄대로가 될 미래를 그리며 재빨리 나선 것이다.
“좋다! 원담이 내어 준 서역의 기병 일백을 맡길 테니, 가라!”
이이와 방락은 예를 표하고 빠르게 기마들을 몰고 나갔다.
장료는 멀리 자신을 향하여 달려오는 기마들을 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내 저들에게 많이 얕보였나 보군.”
그 말에 병사들도 웃음을 터트렸고, 장료는 화극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저놈들이 비겁하게 화살을 쏘지는 않겠지?”
장료의 말에 한 병사가 말했다.
“비겁하다니요. 장군도 화살을 가지고 계셨다면 쏘셨을 것 아닙니까?”
“학소에게 다 빼앗기지 않았는가.”
학소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고 척후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화살을 빼앗았다. 그런데 장료는 그 의도를 무시하고 병사 중 가장 잘 싸우는 이들만 추려서 출진한 것이다. 활을 쓸 수는 없지만, 마상 무예에 뛰어난 실력자들이었다.
“우리가 화살을 쏠 수 없으니, 저들도 활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까?”
“그렇지! 서로 공평한 조건에서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하!”
장료의 실없는 농담에 모두들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장군의 바람대로 활을 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적들은 바람의 방향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정말 우리가 만만해 보이나 보는군. 한 번 따끔하게 가르침을 내려 주어야겠어.”
“가르침의 대가는 무엇입니까?”
“목숨이지. 하하하!”
그들이 농담하는 동안, 이이와 방락이 가까워졌다. 그러자 장료는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 돌격 자세를 취했다.
이이와 방락은 혹여 저들이 도망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마를 퍼트려 포위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오르막길을 오르는 그들의 눈에 볕이 쏟아졌다. 잠깐 시야가 가려졌는데, 그것이 그들에게 생긴 비극의 시작이었다.
히이이이잉!
‘어?’
이이는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자 당황해서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전후좌우, 사방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던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로 자신의 몸이었다. 당황한 그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말발굽이었다.
콰직!
암전이 그를 덮쳤다.
“크아아아아악!”
“선두 장문원!”
선봉에 서 있던 이이를 시작으로 장료의 화극이 움직이며 피분수를 뿜어 대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먹이를 노리는 범처럼 움직였다.
처음 이이와 방락이 이끄는 병사들이 장료와 기병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고작 수십 기의 기병으로 자신들을 상대한다는 건 자살에 불과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볕이 잠시 눈을 가리고 말발굽 소리가 들리자, 저들이 도망가기 시작했구나, 그런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을 비웃는 듯이 장료가 들이닥쳤고, 선봉에 선 이이의 목이 날아가더니 자신들을 분쇄하고 있었다.
한순간의 방심.
그러나 그것 때문에 진형이 무너지며 장료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유린당하자, 그 모습을 보던 장료가 씩 웃더니 갑자기 큰 목소리로 외쳤다.
“회전하라! 적들을 상대하기 힘들다!”
그러자 이이와 방락의 병사들은 순간 자신의 상사가 내린 명령이라고 착각하고 회군하기 시작했다.
하기야 맨 뒤에 있던 방락 조차 꽁지가 빠지라 달아나니, 병사들은 오죽하겠는가. 난잡하게 후퇴하는 이들의 뒤에서 장료 역시 뒤쫓아 갔다. 멀리서 보기에는 한 덩어리가 되어 같은 부대인 것처럼 말이다.
거기다 모래 먼지까지 자욱하니 더욱더 적아를 구별하기 힘들었다. 맨 뒤에 있는 사람은 아예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포판진으로 달려오는 기마를 향해 궁시를 쏘려고 하던 병사들은 선두의 방락과 뒤따르는 수하의 얼굴만 보고 아군이라 판단했다.
“기병들이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방락의 표정까지 살피지 못했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그저 익숙한 얼굴이 보이니, 출정한 군대가 복귀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윽고 기마 돌격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방책이 치워지고, 일단의 무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조위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하하하, 이리 빨리 복귀하다니요. 저들이 적의 선봉을 해치운 공을 세우고 기쁜 마음에 곧바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하하하! 내 큰 상을 내려야겠소. 그렇지 않아도 포판을 불태운 그놈들의 행태에서 삼보의 난을 일으킨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이각과 곽사가 떠오르던 참이었지. 이곳의 원수라도 갚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오!”
방희 역시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고 하인들을 시켜 출진한 이들에게 내릴 상을 가져오라고 얘기한 순간, 적습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동주병들이 급히 방희를 호위하기 위해 움직였다.
장료는 자신보다 앞서 들어간 방락의 목을 베어 버리면서 웃음을 지었다.
“일신의 무예로 전황을 바꾸는 시대가 끝날 것이라 학소가 말하더군.”
장료는 주인을 잃은 방락의 말을 극으로 한차례 찔러 광분하게 했다. 자신을 포위하려는 이들의 진을 성공적으로 부숴 버리고는 입이 찢어지랴 웃었다.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