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37
337화
땅땅땅땅땅!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원담군을 덮쳤다. 도강하기 위해 이동하던 병사들은 허둥지둥하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제일 먼저 마차와 수레를 옮길 다리를 중심으로 군이 모였고 나머지는 길다란 창을 잡고 방진을 만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재빠른 듯했으나, 갈피를 못 잡은 모습이었다. 약간 어리벙벙한 것이 뭔가 잠을 제대로 못 잔 이들의 행동 같았다.
멀리서 지켜보던 장합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돌탑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상황이 어찌 재미있지 않겠는가. 고작 징소리 하나로 적들이 놀라 자빠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하하! 재미있지 않은가?”
옆에 서 있던 부관은 걱정된다는 듯 장합을 바라보았다.
“장군, 지금은 재미를 느낄 때가 아니라 군을 물려야 할 때이옵니다.”
장합은 부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이 정도로 이득을 보았으면 된 것이겠지.”
급한 도강을 시도하는 원담군을 상대로 장합은 그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밤잠을 못 이루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나무판을 연결할 때 공격하는 척하며 주의를 흩뜨리게 했다. 게다가 언제나 은밀히 활동하니 대응도 힘들었다.
원담군은 위험한 도강을 준비하는 만큼 장합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징소리 하나만으로 적을 미치게 만든 것이다.
“마지막은 어찌해야 하겠는가?”
부관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장합은 무언가 열기에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원담에게 욕을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 * *
다리가 완성되자 원담의 본대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대장기가 움직이려는 순간, 사방에서 징소리가 들려왔다.
땅땅땅땅땅!
쇠를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강 건너의 병사들은 다시금 경기를 일으키듯 움직였다. 문제는 그들이 넘어가는 이들의 앞을 막았다는 것이었다.
앞의 병사들이 다리를 막으니 병사들이 전진하지 못하고 정체되었다. 그 상황을 모르는 뒤쪽 병사들은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원담은 신경질을 냈다. 병사들의 혼란이 크게 퍼지게 되면 약간의 충격에도 다리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의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저들을 치워라!”
퉁퉁퉁퉁퉁!
원담의 말에 빠르게 병사 몇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멀리서 장합의 깃발이 보였다. 그러자 원담은 얼굴을 찌푸리며 병사들을 재촉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더 속도를 올리는 게 정답이었다.
수레에 실린 양초가 강에 빠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당연했다.
원담은 수레를 끄는 병사들과 뒤를 이은 기마들을 보며 말했다.
“병사들이 강에 빠지건 말건 신경 쓰지 말고 수레와 기마들이 먼저 갈 수 있게 만들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원담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부관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보병들을 밀어내고 수레와 기마들이 앞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보병들은 하나둘 강에 빠지기 시작했다. 무기를 들고 갑주를 입은 이들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몇몇은 수영을 못하는지 허우적거리며 가라앉거나, 물살에 떠밀려 나갔다.
그러나 원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저런 병사 따위보다 더 중요한 이들이 도강하는 게 우선이니 말이다.
원담과 기병, 수레가 거의 다 넘어간 그때, 곽원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대공자! 오랜만이오!”
곽원과 그의 기마들이 보병들을 밀어 버리고 들어왔다. 그들은 화살을 뚫고 적진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러면서도 거리를 신경 쓰는지, 너무 깊이 들어가지는 않고 적당한 위치에서 병사들을 죽이고 있었다.
도강을 마친 원담은 말고삐를 잡았다. 그는 병사들의 피로는 무시하며 계속해서 재촉했는데, 지친 병사들은 곽원에게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앞으로 밀어내란 말이다!”
원담은 답답한 마음에 직접 앞으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다 비켜라! 기마는 나와 함께 나아갈 것이다!”
그 외침에도 순간 반응하지 못한 병사들이 보이자, 원담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기병과 함께 나아가며 앞길을 막는 아군까지 뭉개버렸다.
곽원은 원담의 행동에 잠깐 놀랐다. 자신의 병사들까지 베면서 앞으로 진군하니 말이다.
“어지간히 화가 많이 났나 보군.”
그때 그의 옆에 선 부관이 물었다.
“부교(浮橋)는 어찌할 생각입니까?”
“뭐 어찌하겠느냐? 처음부터 본대가 이렇게 내려서 대응하는데. 퇴각하자. 단, 저들이 쫓아오기를 기다리면서 물러나야겠지만.”
곽원은 원담이 말의 속도를 올리는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말고삐를 잡았다.
장합은 그 어지러운 전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원담이 곽원을 쫓는 그때, 뒤에서 양초와 병사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원담의 빠른 판단 덕에 곽원에게 휩쓸리지 않은 것이리라.
“첫날부터 이렇게 대대적으로 양초를 옮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보통 군세를 움직여 부교를 완벽히 지킬 수 있게 된 후에야 양초를 옮기니,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우격다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를 예측하지 못한 것도 장합 자신. 그는 실수에도 굴하지 않고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원담이 많이 바뀌지 않았는가. 그가 그동안 복기(復棋)를 많이 했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찌해야 할지 생각해 두었겠지. 원가의 자제 중 전투에서는 가장 뛰어난 이였으니 말이야.”
“장군, 퇴각 준비는 모두 마쳤다고 합니다.”
“군을 먼저 물리게 해라. 약조된 곳으로 옮기고 우리는 뒤를 따를 것이다.”
“하면 곧바로 군을 바로 물리시는 겁니까?”
“그래야겠지. 어차피 싸우려 한 곳은 여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때, 장합은 투구를 쓰다가 멈칫하고 어지러운 전장을 보았다.
“겸사겸사 장난질이나 한번 해 보지. 곽 장군도 구할 겸 말이야.”
곽원을 쫓던 원담은 갑자기 나팔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는 멀리서 보이는 기마들을 보았다.
“장합, 이놈이! 추격을 멈추어라!”
원담의 명에 병사들이 급히 말을 멈추었다.
“돌아간다!”
“하나 더 쫓으면…….”
원담은 들고 있던 창으로 말을 꺼낸 이를 겨누며 말했다.
“저들을 잡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가, 아니면 도강지의 병사들과 양초가 중요한가? 그렇지 않아도 여기 남아 있던 장합이 정말 죽을 각오로 싸운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설마 놈이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다면 본진이 위험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명을 받듭니다.”
원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며 지금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했다.
“여우 같은 장합이 이렇게 버티는 이유가 분명 있을 터인데 말이야.”
* * *
군을 물린 뒤, 예정된 장소로 움직이던 장합과 곽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곽원의 말에 장합은 콧잔등을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전쟁에 대한 감각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무언가를 판단하는 기준도 조금 바뀐 듯합니다. 상대하기 까다로울 듯하군요.”
장합의 말에 곽원은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고 장군이 군을 돌려서 오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전장을 선택한 것이고 말이다.
“저들이 혹여 장안 쪽에서 오는 파촉의 시골 놈들하고 손을 잡고 들어오기라도 하면…….”
“차라리 그렇다면 좋습니다. 위험은 없겠지요. 군 모두가 모이게 될 일이니 말입니다.”
가능성은 낮다고 중얼거렸지만, 장합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위험천만한 쟁투를 벌일 필요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대군을 일으켜 군을 움직이는 것. 자신에게 더욱 맞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럴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적인 원담의 기마들은 꽤 우수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곽원의 말만 들어보더라도 삐끗했다면 추격당해서 죽었으리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해 보였다.
“물론 이끄는 군대와 성향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정치적인 일은 다릅니다. 게다가 사람이 모든 면에서 한순간에 바뀌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지요. 분명 원담은 홀로 군을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흠…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후께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아마 가 공과 곽 모 만으로는 역부족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장합은 그 말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예전과는 많이 다른 곽원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기야 나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 * *
장료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방희의 군세가 포판현을 지나쳐서 떠나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저들의 군세가 공성을 시도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수춘후가 군을 물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하동을 점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얘기를 듣자,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저들은 전략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인가?”
보급이 길어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었다. 그 길목에 떡하니 성이 있으면 큰 사고가 생길 것은 뻔한 일. 그런데 안읍을 차지하기 위해서 군을 움직인다는 말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 옆에 있던 학소는 고개를 저었다.
“저 자가 그런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가?”
“어차피 임진과 동관까지 세를 뻗은 이들입니다. 지금 빠르게 안읍을 차지한다면 홍농은 자연스럽게 무너지겠지요. 그리고 홍농이 무너지면 바로 앞이 함곡관입니다. 제아무리 우리가 날뛴다고 해도 저들을 모두 상대할 정도의 숫자는 안 됩니다. 분명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 여겼을 테지요.”
장료는 고개를 내저었다. 기다리면 무너진다. 하기야 보급을 받을 수 있는 포판진이 적의 손에 넘어간 상태이니 무작정 버티는 것은 어려웠다. 또한, 저들과 정면으로 맞상대하는 것도 지금 병력으로는 무리가 맞다. 최대한 전투를 피한다면 오랜 시간 버틸 수는 있겠지만, 원담과 방희, 두 사람 중 하나가 안읍을 차지한다면 금세 토벌당하리라.
장료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학소에게 물었다.
“저들을 노리는 것이 무리라 하였는가?”
“무리입니다. 아무리 뒤를 노린다고 하여도 수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지난번에는 도강하고, 또 저들이 포판진에 진을 세우는 순간을 노렸기에 이득을 본 것뿐입니다.”
장료는 학소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였다.
그러나 무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장료의 모습을 본 학소는 숨을 크게 쉬며 그를 만류했다.
“후께서 저희를 돕기 위해 일을 꾸민 것이면 도리어 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료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수춘후께서 우리를 위해서 살길을 만든 것일 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이야… 내게는 이렇게 보이는군. 후께서 내가 어찌하실지 알기에 이런 일을 꾸미셨다고 말이야.”
득의양양한 장료의 얼굴과는 다르게 학소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