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44
344화
조단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흥에 겨운 듯한 조단의 발걸음은 마치 어린아이가 축제에 갈 일에 너무나도 기뻐하는 모습 같았다.
그 뒤로 조충이 따라붙었다.
조단이 웃음을 지어 보이자, 순간 미래가 그려져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런 조충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조단은 그저 즐거움을 보였다.
“좋군. 좋아. 이 얼마나 좋은가?”
즐거워하는 조단의 모습에 조충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충은 그런 조단의 흥을 조금 빼놓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빡빡한 일정인데,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학자들을 들쑤시면 자신도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뭐가 좋다고 그리 말하는가? 사람이 수긍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따박따박 안 된다고 하지 않나. 아무리 그곳에서 뼈가 굵어졌다고 하지만, 후께서 말을 했는데 어찌해야 할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만 하지 않은가.”
“그러니 재미있지 않는가? 본시 일함에 있어 저런 이들이 있어야 하는 법이네. 일을 진행함에 정확한 정보를 이용하여 반대하는 인물이 없으면 탁상의 일이 될 뿐이네. 내 이치가 어떻고, 본성이 어떻고 하는 인사들보다는 훨씬 상대하기 좋지 않은가?”
조충도 갑자기 이마를 잡았다.
양주는 그런 인물이 적었지만, 서주의 많은 인물은 유교적 철학을 엄청나게 강조하였다.
문제는 그 철학이 이상한 곳으로 튀어 다닌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기야, 뭐 구리로 배수관을 만든다고 하였는데 사치라고 난리 칠 때를 보면 정말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은 했네만. 생각 같아서는 다 갈아엎어 버리고 싶었지. 그렇지 않은가? 현실은 보지 못하고 성현이 어떻고 뭐가 어쩌고, 아휴. 그랬으면 이미 요순의 시대가 도래했어야지 않는가?”
그 모습을 보던 조단은 웃음을 보였다.
“그런 인물들도 필요하다고 아버지께서 이르시지 않았는가? 방향은 많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네.”
“후께서 직접 이른다 하여도 바뀔 인물들이 아닐 것 같은데 말이야.”
“아니면 어차피 도태될 인물들이겠지. 서주에도 새로 중용되는 인물들의 대다수가 아버지의 길을 걸어가니 말이야. 점차 자신들이 배워 온 것들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걸 깨닫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들은 그렇게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들에게 뒷문을 열어 주는 것도 방법이기는 할 것이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둘은 마차를 타고 국학에 들어갔다.
근학관이라 적힌 현판 앞에 학자들 몇이 나와 있었는데, 당대에 너풀거리며 흘러내리는 것 같은 옷들과 달리 모두 끈으로 끝을 묶는 형식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이 예를 표하고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석관(碩官)들을 모아 두었습니다.”
국학을 졸업한 자들을 석관이라 불렀는데, 지금 제갈근과 같은 이들은 관직에 오른 이들이었다.
관직에 오르지 않은 이들은 국학에 남아 교수와 같은 일을 했다.
아직 시간이 짧아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승태는 뼈대를 현대의 석박사 구조를 따와서 만들었다.
이를 통하여 공맹에 빠져 있는 한나라의 뼈대를 바꾸려 한 것이다.
그렇게 학생들이 국학을 나오며 조금씩 결실들이 열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결실들은 지금 조단의 측근이 되어 그를 지원하고 있었다.
하기야, 작금 그들을 이해하고 중용하는 인물이 승태와 조단 뿐이니,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큰 호족의 가문이면 상관이 없겠지만, 국학에 가장 먼저 모인 이들 대다수가 한사(寒士 : 가난한 선비)들이었다.
그러니 만일 승태와 후대의 그 이해가 사라져 버린다면, 지원이 사라지고 작금의 그들이 하는 연구와 배움을 이어 나가기 힘들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성과를 보여야만 하였다.
그래야만 그들이 어떠한 외압에서도 굳건하게 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근학관의 문이 열리자 지금이 저녁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의 빛이 퍼져 나갔다.
그곳은 궁에서 일하는 곳보다 밝았다.
눈이 부신 빛에 조단의 눈이 적응할 때쯤, 석관들은 학모의 술을 날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를 돕는 학사들이 두터운 종이 뭉치들을 옮기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조단이 도착했다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석관들과 학사들이 모두 자리에서 멈추고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대공자를 뵙습니다.”
근학관에 모인 학사들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자, 조단도 그들을 향하여 목례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련된 자리에 앉자 석관들은 빠르게 지도를 펼쳐 들었다.
양주가 표기된 지도들이었으나, 묘하게도 검은 부분이 꽤 있었다.
대부분이 손을 뻗지 못하는 양주 중심부와 남부였다.
“조금 있으면 하 도독이 이곳에 올 것이오.”
조단의 말에 석관들은 손짓으로 수많은 자료를 앞에 쌓아 두었다.
마치 이번에 물어보고 싶은 것들을 모조리 물어보겠다는 의지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끼리 논하는 것을 보며 조단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시간 걱정하지 마시오. 하 도독께서 이곳에 결론이 날 때까지 있을 것이니 말이오.”
“감읍하옵니다.”
“하 도독, 드시오!”
문이 열리자 석관들의 눈이 확 돌아갔다.
마치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은 범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본 조단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고,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조충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것이 더 크게 괴롭히는 일이던가? 내 잘못 생각했군. 군주가 될 친우가 마음이 여린 줄 알았는데, 더 악독한 느낌이야.’
* * *
승태는 방희와 원담을 불러 작은 연회를 열었다.
모욕적인 일일 수는 있지만, 오랜만에 맞아 보는 맛있는 냄새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연회 자리에 앉았다.
승태는 그들에게 어떠한 것도 묻지 않고 그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현대의 요리 방법을 이용한 요리 대접에 꽤 놀란 눈으로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저들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다고 한들, 요 며칠 옥에 가두어져 병사들과 다름없는 음식을 먹었으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자 방희와 원담이 기침을 하며 승태를 보았다.
승태가 무엇을 말하나 눈치를 보는 것이었는데, 그는 별 의미 없이 그들이 먹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자 승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맛있었습니까?”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원담이었다.
승태와 과거 겨루어 본 적도 있었고, 승태가 악독한 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원담이 먼저 웃음을 지어 보인 것이었다.
“맛이 꽤 괜찮습니다. 내 원가에서 많은 음식을 먹어 보았지만, 이런 맛을 내는 인물을 본적이 없구려.”
승태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내 요리를 하는 이들에게 큰 상찬을 내려야겠습니다. 이렇게 손님들이 기뻐해 주시니 말입니다.”
승태가 손님이라 말하는 것을 들은 둘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손님이라 말을 한 것은 포로가, 아닌, 그들을 손님으로 대하겠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손님이라 하시는 것은…….”
“각 군에서 공들을 구원하기 위해 제게 무엇인가를 내어 주려 하고 있으니, 손님이지 않겠습니까?”
승태의 말에 방희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구려.”
방희는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법정이나, 장송과 같은 동주사들이 자신에게 좋은 대접을 하며 거래를 하고자 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작금 승상께 공들의 처결에 관한 이야기를 받고자 했는데, 먼저 발 빠르게 달려온 이들을 위해서 잠시 그것을 멈추고 있습니다.”
승태의 말에 원담과 방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책임을 따지고자 한다면 그들은 역적이니, 지금 승태도 꽤 위험한 줄 위를 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원담이나 방희는 무슨 말을 더 붙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가 없었다.
혹여나 승태의 기분을 거슬러 문제를 만들었다가는 낙양의 거리에서 효수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저희를 부르셨습니까?”
온순한 방희의 모습에 승태는 팔 받힘을 두드리며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승태가 한 번 팔 받힘을 두드릴 때마다 움찔하는 방희였다.
원담은 약간 차분해 보였지만 그 또한 눈치는 보고 있었다.
“큰 의미라기보다는 제가 공들을 막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는 것입니다.”
원담은 승태의 말에 웃음을 지었으나, 방희는 차마 웃지 못했다.
아마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그런 듯싶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끝내고 회를 파하고 원담이 나간 뒤, 방희가 일어나 예를 표하며 독대를 요청하였다.
물론 내관들이 이를 말리려 했으나, 승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지요. 독수(毒手)를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말입니다.”
“알겠사옵니다. 부디 조심하소서.”
승태의 말에 내관들은 모두 물러갔고, 오롯이 조운만이 승태의 뒤를 지켰다.
모두가 나가자 방희는 고개를 숙였고, 승태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고자 하십니까?”
“소인, 죽는 것은 두렵지 아니하나, 저의 죽음으로 주군께서 위험해질 것이 걱정이옵니다.”
“하여서요.”
“저를 풀어 주소서.”
“풀어 주면 저에게 무엇이 좋은 것입니까?”
“유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승태는 유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는 방희의 말을 듣곤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하하하! 방 공, 그대는 나를 노린 적입니다. 한데, 소를 잡은 적을 견제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어서 나에게 협상하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입니까?”
승태의 말에 머리를 바닥에 처박으며 말했다.
“동주사들 법정과 장송 같은 애송이들이 유비에게 주인의 세력을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허나 소신의 무리한 행동 때문에 이렇게 주인께서 위험한 상황에 빠졌으니, 부디 소신을 풀어 주소서.”
승태는 방희의 모습에 이마를 긁었다. 가후와 사마의 유엽이 예상한 바대로 유장의 세력은 익주를 벗어난 순간부터 삐걱거리는 것 같았다.
‘문제는 그 동주사(東州士)라는 인물들이 원래 역사에서 유비를 지지해 유장을 몰아낸 인물들이라는 것이군.’
방희의 제안은 들어주기도, 들어주지 않기도 어려웠다.
본거인 양번을 잃은 유비는 안전한 본거를 얻기 위해서라도 동주사라 칭한 이들의 손을 잡을 것이었다.
그리고 법정과 같은 인물들의 보좌를 받으며 과거와 달리 익주와 양옹주를 아우르는 세력을 얻어 낼 것이 뻔하였다.
하북은 무너졌고 형초, 사례가 무너졌다.
온전한 지역은 이제 익주뿐이었다.
그런 지역을 유비가 차지한다?
순간, 승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원담이야 왕수가 가져올 게 있었지만, 방희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포로로 잡은 병사들뿐이었다.
통제되지 않는 병사들 말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다 던져 버리는 것이 좋겠지.”
승태의 중얼거림에 방희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고, 승태는 한마디를 던졌다.
“공이 진 것은 법정과 장송 때문이라 합시다.”
승태의 이상한 말에 방희는 이해하지 못하고 멍을 때렸고, 그는 다시 한번 설명했다.
“본 후는 그대의 계책과 군이 주둔하고 진군할 곳 모두를 법정과 장송에게 들었다는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거기다가 그대에게 감화되어 내 그대를 위하여 군도 돌려줄 것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단, 군을 한중까지 물리십쇼.”
방희는 순간 눈에서 불을 밝혔다.
그 순간, 승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눈 속의 불은 이성을 잃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