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46
346화
가후가 거하는 집무실에 연금에서 풀려난 방희가 찾아왔다. 가후는 승태가 선물한 차구(茶具)로 차를 내려 마시고 있었는데, 은은한 향이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반면 방희는 그렇지 못했다. 불안한 얼굴을 한 방희는 가후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가후는 그저 차를 음미할 뿐, 방희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방희가 불안한 눈으로 가후의 옆에 서 있는 가목을 바라보았다.
가목은 가후의 옆에 서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버지, 방 공께서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합니다.”
가후는 그제서야 말을 들은 것처럼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가후는 아무 말 없었고, 방희는 더욱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납작 엎드렸다.
“태보 어른, 소인 앞이 보이지 않아 이렇게 조언을 듣고자 머리를 조아리옵니다.”
가후는 빤히 방희를 바라보았다.
방희 또한 고개를 들어 힐끔 가후를 보았다. 가후의 표정은 한눈에 보기에도 감정이 없어 보였고, 방희는 그런 가후의 눈을 보고는 입술을 지그시 씹었다.
방희는 머릿속이 하얗게 물드는 것만 같았다. 이전에는 자신이 우위에 있어 상대에게 얻어 낼 것을 찾도록 만들었는데, 지금은 가후의 말 한마디를 얻기 위해 자신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자신은 바칠 것이 없었다. 더욱이 이미 자신의 목숨을 한 번 구해주었으니 더더욱 면목이 없는 것이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자신의 체면뿐이었기에, 머리를 처박을 뿐이었다. 오롯이 그것밖에 하지 못하니 말이다.
비참함이 밀려들어 왔지만, 그보다는 법정과 맹달, 장송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막아야 했다. 동주사(東洲士)들과 익주의 장씨 가문이 손을 잡았으니, 그 규모를 예단하기가 어려웠다.
가목은 가후의 옆에 앉아 말했다.
“아버지, 후께서 방 공을 풀어주기로 했으니 살길을 마련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만일 빈손으로 돌아가 목숨을 잃는다면 후께서 바라는 바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가후는 가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에 방희는 일어나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무릎으로 기어가 가후의 옆에 엎드렸다.
그러고는 몸을 살짝 들어 가후의 입에 그의 귀를 가져다 대었다. 가후는 잠시 이야기를 전하고는 손을 휘저었다. 방희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뒤로 물러섰다. 가후는 힘이 들다는 표정으로 가목을 향하여 손을 휘저었고, 가목은 가후를 부축하며 자리를 떴다.
잠시 후, 가목이 예를 표하기 위해 다시 나오자, 방희는 마치 아리송한 신탁을 받은 사람처럼 멍을 때리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군.”
“이해가 되지 않으시다면 그저 참고하시면 될 일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절대 강요하시지 않으십니다.”
가목의 말은 마치 방희에게 선택은 당신의 결정이고, 책임도 당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러니 방희의 고민은 깊어질 뿐이었다.
* * *
승태는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방희가 가후를 찾아간 일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승태가 눈을 감고 서신을 내려놓고 노숙에게 전하였다. 노숙은 이를 다시 이곳에 모인 중신들에게 전하였다.
“어찌 생각합니까?”
모호한 말이었다. 승태의 모호한 말에 노숙과 위시한 사인들은 서로 간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방희가 태보에게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갔을 것입니다. 아마 조언을 듣고자 했을 것입니다.”
“어떤 조언일 것 같습니까? 방희에게 얻고자 하는 것은 유장군 내부의 혼란인데, 그것을 이어 나가는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유엽은 살며시 나서며 말했다.
“태보의 장자가 저희를 따라 수춘으로 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주군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도리어 태보께서는 직접 고개를 숙인 것이 근래이니, 주군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 공을 세우려 하지 않겠습니까?”
승태는 턱을 쓰다듬으며 유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자를 보내며 고개를 숙인 가후이니, 자신에게 반하는 일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후의 속내는 영 알지 못하였기에 불안감이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진궁이나, 진규와 달리 가후의 기반은 승태의 손 밖에 있는 인물이었기에 고개를 숙였다고 한들 다른 마음을 먹기 쉽기 때문이었다.
승태가 깊은 고민을 빠졌다. 그때, 서서가 눈치를 보며 나섰다.
“태보께서 먼저 이르지 않은 것은, 이 일이 도리어 주공의 심기를 거스를지도 몰라 말을 올리는 것이 저어했을 것입니다. 혹여 주군께서 이 점이 궁금하시다면, 태보의 몸이 좋지 않으니 가목을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일은 이것으로 끝내고…….”
퉁퉁퉁퉁.
양수가 급히 회장의 문을 열며 들어오자, 주변의 인물들이 양수에게 눈빛을 쏟아내었다. 아무리 승태와 친분이 깊은 인물이라고는 하나, 지금은 중론을 모을 중신들이 모여있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들이닥치는 일은 굉장히 무례한 짓이었다. 그러나 양수의 표정이 굉장히 급해 보였기에 아무도 그에게 핀잔을 던지지 못하였다.
“무슨 일입니까?”
“조정의 칙사가 왔습니다.”
이에 승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조정에서 칙사를 보낼 이유는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칙사를 보내 무언가 대화를 할 여력이 없을 조정이 지금 칙사를 보냈다는 것이 꺼림칙했다. 그것도 어떠한 말도 없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보내다니.
그렇다고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지금 하동에 주둔한 것을 조정에서 요청한 것이 아니므로, 이를 문제 삼기에는 충분하였으니 말이다.
“칙사는 어디 있습니까?”
승태가 물음을 던졌으나, 그 물음은 잠시 후 풀렸다.
황제의 칙서를 당당히 들고 온 순욱이 승태를 빤히 쳐다보았다.
“황제 폐하의 칙서에 모두 예를 취하라!”
* * *
순욱은 승상부의 상석에 앉자, 앞에 보이는 뭍 신료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순욱의 손짓에 모든 신료가 고개를 숙였다.
승상에 오른 순욱은 이제 명실상부한 권신의 자리에 올라서 있었다. 황도(皇都)인 낙양 내에서 만큼은 황제의 권위를 넘는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승상이 주도하에 회의가 이어졌다, 제도 내의 피해와 반란에 가담한 이들의 이름, 그리고 황족들의 이름이 쭉 열거되었다.
황족들의 이름들이 계속 열거되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많은 황족들의 이름이 들려온 것이다. 문제는 황족들 중에는 황족과 가까운 가문들도 있다는 점이었다. 사위나, 가족으로 엮여 있는 이들은 목숨의 위협을 받을 수 있었기에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소란스럽군.”
순욱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조홍이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조용! 명공의 앞에서 어찌 이리 소란스러운가!”
그러자 주변 신료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대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안다. 혹여 여기 연루된 이들과 연관이 있는 인물과 가까운 이들이 있을 터이니 혹여나 하는 마음이 있겠지. 허나, 내 그대들을 벌하고자 함이 아니라 옳음을 바로 세우고, 한조를 위협하는 이들을 치워버리기 위함이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한조를 위해 일하는 이들인데, 어찌 내 그대들을 버리겠는가?”
순욱의 말에 신료들은 순식간에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어차피 순욱이 원하는 바는 아직도 각지에서 세를 받아먹는 황족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폐하께서 미욱한 상태에서 간적들이 일어났소이다. 거기다가 각지의 황족들이 이러한 간적들과 손을 잡고 난에 동참하였소.”
그때, 승상부 회장의 문이 열렸다.
“병주목 고간 입조하였습니다.”
고간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고간은 이번에 원담을 도와 순욱에게 칼을 들어 올린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올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 압송도 아니라, 입조라니.
고간이 대전에서 걸어 나와 예를 표하자, 다시금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순욱은 손을 들어 올려 이를 막았고, 고간은 서신을 올렸다.
“수춘후가 작금, 역모를 가담한 이의 신하를 풀어주었으며 하동에 군을 모아 낙양을 도모하려 했다는 증좌이옵니다.”
고간의 말에 조홍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수춘후가 역모를 모의했다니? 지금 군을 모아 그대들을 막아 낸 것이 수춘후인데. 거짓된 증좌로 모함하려 한다면 반드시 죄를 청할 것이네. 아니, 고간, 네놈의 죄상은 유비, 유장과 같이 군을 일으켰으니 역적이 아니던가!”
그때, 순심이 나와 조홍을 말렸다.
“정후 증좌를 보고 판단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조홍은 씩씩거리면서 순심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수춘후 만이 유일하게 성실히 세액을 보내왔소이다. 또한 전쟁에서 군량을 무상으로 압류하였음에도 한조의 충심으로 이를 내어 준 것이었소이다. 그런데 어찌 충신을 역적의 말만 듣고 역적으로 몰 수 있단 말이오!”
조홍은 그 말을 하곤 상좌에 앉은 순욱을 바라보았다. 무심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순욱의 모습은 그러한 공은 필요 없다는 것처럼 여기는 듯 보였다.
조홍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순가가 조씨와 하후씨들을 외방에 돌려 개처럼 적들과 싸웠다. 순가는 마치 그런 조씨와 하후씨의 편의를 봐주는 듯했다.
그랬기에 조가는 순가를 믿었다. 아니, 순가를 이용하고 약간은 깔보기까지 했다. 과거 조조가 순욱에게 내정을 맡기며 그 공은 조조 본인이 챙기는 것을 많이 보았으니, 조씨와 하후씨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끝에 서 보니 목줄을 쥔 것은 순욱이었다. 과거 조조가 다른 군웅들을 다스린 것처럼 황제를 끼고 커져 버린 군웅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승태가 처결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아니, 아직 처결 대상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목줄을 잡아당기는 일 정도는 될 수 있는 법이었다.
고간은 승태가 작금 하동에서 방희를 풀어 준 일과 원담을 풀어주기 위해 움직이던 일을 엮고, 그들의 군세를 흡수하였으며 마초의 군세가 홍농을 차지하였고, 지금 낙양을 포위 중이라 말하였다.
이러한 말에 두기가 예를 표하며 나섰다.
“승상, 이는 정황적인 일밖에 되지 않사옵니다. 능당 역적을 치기 위해 군을 움직인 일이며, 그들을 대파하여 역당은 감히 하동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공이 크며, 적당들을 풀어 주었다고 하지만 이는 외방의 장수가 가지는 권한에서의 움직임일 것입니다. 상께서 이전 중랑장을 보내어 공을 치하하기에 불렀는데, 이러한 과를 처결한다면 후일 누가 나서 외방의 적을 상대하겠습니까?”
두기는 분명 순욱이 등용한 인물이었지만, 수춘후와 같은 제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말은 했지만, 순심이 꺼낸 것들을 보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양주의 뭍 호족들과 강남의 이족들이 그를 왕이라 칭하며 올린 상소이옵니다. 그는 감히 스스로를 왕으로 칭하였사옵니다. 그의 공을 보아 참형을 피한다 하여도 그를 파직하고, 감히 고제의 유명을 어긴 죄를 뉘우치게 해야 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