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쏟아지는 화살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격에 수비병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대비하고 있던 조운과 적마군이야 괜찮겠지만, 설마 등 뒤에서 아군을 향해 사격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어억…….”
“으아악!”
적마군에 의해 사망하는 병사들보다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이가 더 많았다. 조운을 막겠다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단말마만 남기고 허무하게 죽어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조운은 창을 빠르게 휘둘러 화살을 쳐 내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피해라! 피해!”
조운이 그저 묵묵히 나아갈 때, 적 기병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화살을 피하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명령을 내렸다.
더군다나 지휘관인 조운을 노리기 위해 화살이 집중되니, 오히려 그와 멀어지려고 하였다. 눈 먼 공격에 당하기 싫다고 적장에게 길을 열어 준 셈이니,수비병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조운은 한 번 피식 웃고는 오합지졸처럼 흩어지는 병사들을 무시하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중 몇몇은 어떻게든 앞길을 막아 보려 했으나, 한 합도 버티지 못하고 쓸려나갔다.
한편, 마구잡이로 화살을 쏘아 대던 궁수들은 한 번 시위를 매길 때마다 점점 가까워지는 조운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믿기 힘든 속도가 아닐 수 없었다.
“…정녕 저것이 사람이더냐?”
홀로 나아가 거리낌 없이 적들을 처단하는 모습을 보면, 왜 삼국지에서 유비의 조아(爪牙)라고 불렸는지도 납득할 수 있으리라. 그뿐만이 아니었다. 조운은 포위되면 금세 화살 받이가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재빨리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막아! 막으란 말이다!”
독전관이 연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지만,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병사들은 조운이 붉은 말에 탄 채 섬광 같은 속도로 다가오자, 마치 귀신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혼비백산하더니 흩어졌다.
공포에 물든 이들이 모래알처럼 사라지는 모습에 조운은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성벽이라는 이점, 그리고 고작 한 명인 상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
황병들이 차분히 조운을 상대했다면, 아무리 뛰어난 장수라도 막을 수 있었을 터. 그러나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미 끝나 버렸다.
성벽에 오르자마자 차분히 사위를 훑는 조운을 보며 적병들은 지쳤다는 오판을 내렸다.
“우와아아아!”
그러나 그 대가는 죽음이었다.
조운은 먼저 달려든 이들의 머리를 창으로 날려 버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주춤거리는 적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성벽을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주춤거리는 보병과 궁병들을 보며 조운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겁을 집어먹은 적 덕분에 숨을 고르며 시간을 벌 수 있었으니까.
성문 앞도 상황은 비슷했다. 승태와 적마병들은 아군의 화살과 조운을 피해 달아난 이들을 뒤쫓고 있었다.
한 번 아군의 화살에 당한 만큼 적의 눈초리에는 불안감이 깃들어 있을 수밖에 없었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며 승태와 적마군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만 같았다.
단 하나, 열리지 않는 성문을 제외하면 말이다.
성문교위 한용은 자신과 함께하던 병사들이 모두 죽고 조운의 창이 눈앞에 있음에도 껄껄 웃어 제꼈다.
“으하하하! 낙양의 두꺼운 철문이 고작해야 몇 사람의 힘으로 열리겠느냐? 문을 부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하하하하!”
“문을 열어라.”
“못 연다.”
“열지 못하면 죽는다.”
“열고 싶어도 못 연다. 내가 이미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들을 모조리 끊어 두었으니 말이다. 하하하, 네놈들에게 날개라도 달려 있다면, 날아서 이곳 성벽을 넘어가거라. 으하하… 커헉!”
그러자 조운은 한용의 목에 창을 찔러 넣었다. 슬쩍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자, 말을 타고 넘을만한 높이는 아닌 것 같았다. 곧바로 말의 발목이 부러지며 타고 있던 사람도 다치리라.
아니, 운 좋게 다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 상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어차피 말이 없다면 성 밖으로 나가 봤자 금방 잡히리라.
‘어찌해야 하는가. 이대로 모든 것이 끝인가? 아니다. 말이 없더라도 주군만큼은 살려서 돌려보내야만 한다.’
조운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미 고순이 스스로의 목숨을 버려 가면서 지키려고 한 사람이 주군이었다.
“주군의 덕을 보았고, 나의 사람들 또한 그분의 은혜를 입어 후대를 기약할 것이니 어찌 죽음을 무서워하겠는가? 오히려 삶의 마지막까지 공을 세울 수 있음에 기뻐해야 할 것이다.”
조운은 웃음을 지었다. 유자들과 가까이하며 그들이 언제나 명예롭게 죽을 자리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과 고순은 그 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조운이 성벽 위를 정리한 뒤 말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자, 아래에 있던 병사들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저 주춤거렸다. 그나마 도망가지 않고 무기를 들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조운은 승태에게 다가간 뒤, 말에서 내려 예를 표했다.
“주군.”
너무나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것을 듣는 승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아니, 승태도 알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 철문이 그냥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말씀하시지요.”
“주군께서 먼저 나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더러 그대들까지 버리라는 것이오?”
“버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소인들이 여기를 지킬 것이니, 호위들과 함께 이곳을 나가 장 장군이 있는 곳으로 향하시라는 뜻입니다.”
승태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승태가 물러날 것 같지 않자, 조운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주군, 이전에 소신이 주군을 처음 뵈었을 때 바라던 것을 기억하시나이까?”
“덕을 바랐지요. 현명한 덕을 덮을 진정한 덕… 내가 그것을 보여 준다고 하였지요.”
말을 잇는 승태의 얼굴에는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조운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놓았다.
“주군, 굳건해지소서. 사람은 바뀌기 어려우나, 주군의 곁에는 충신이 매우 많사옵니다. 하니 제가 주군을 이곳에서 구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다시 세우지 못할 공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대를 이을 아이도 있으니, 전혀 아쉽거나 두려울 게 없습니다.”
“나와 같이 덕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보여 드린 게 적습니다…….”
조운은 끝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승태의 저런 어리광을 대체 몇 년 만에 보는 것인가.
“그동안 너무 잘하셨습니다. 다만, 소신이 아직 보지 못한 덕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승태에게 적마군 중 가장 무예가 뛰어난 이를 붙이려고 하였다. 그때, 멀리서 커다란 덩어리처럼 보이는 인물 한 명이 어기적거리며 걸어왔다.
* * *
내성 앞, 함진영과 황군은 어마어마한 격전을 치르고 있었다. 황군은 이들을 우회하여 어떻게든 나아가려 했으나, 고순은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칫하면 황도가 노려질 수도 있는 상황. 어쩔 수 없이 고순을 참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순가의 장자를 방패로 쓰는 바람에 화살을 쏘지 못하니, 전투의 양상이 한 번씩 주고받는 형태로 될 수밖에.
“나를 쓰러트리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이곳을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
고순과 함진영, 정말 골치 아픈 이들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살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했고, 그저 주군인 승태가 무사히 황도를 벗어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제기랄!”
황군을 이끄는 조휴는 앞에 보이는 고순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고순, 저자가 대체 어떤 인물인가.
조조의 밑에서 질릴 정도로 고순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던 조휴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전투가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큰 피해를 막기에는 어렵겠지… 게다가…….”
함진영의 손에 질질 끌려다니는 순운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덜렁거리는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고 그저 앓는 소리만 흘리고 있었다.
조휴는 손을 들어 올려 잠시 싸움을 멈추고 앞에 나섰다. 물론 그를 대신하여 몸을 던질 수 있는 이들과 같이 말이다.
“장군, 어찌 황제의 일을 막으십니까?”
조휴의 말에 고순은 크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승상의 의지겠지, 폐하의 의지겠는가? 주군께서 조정을 위해 이룬 공이 높은데 말이네.”
평소라면 고지식한 고순은 이런 대화 따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시간을 끌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었다.
“군을 물리지 않을 것이오?”
“반대로 내가 묻지. 군을 물릴 생각은 없나?”
“황명에 거역하는 일 자체가 역당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한조에 충성을 바치고자 하지 않았네. 그저 주군이 내린 명을 완수하고 그분이 뜻을 이루는 것을 도울 뿐.”
더 이상의 말은 통하지 않을 듯했다. 조휴가 한숨을 내쉬고 말머리를 돌리려는 순간, 순욱과 순심이 갑주를 입고 자리에 도착하였다.
조휴는 고개를 숙이며 순욱에게 예를 표하였다. 그는 자신의 장자가 사경에 놓여 있음에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순욱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꺼내었다.
“안타깝구나.”
순운에게 들리지는 않았으나, 그는 순욱의 입 모양만 보고도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장자인 자신조차 순욱에게는 하나의 패일 뿐이라는 사실. 그게 그를 더욱 절망하게 했다.
이제 순운의 눈동자는 고통, 살고자 하는 욕심, 그런 게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영혼을 잃은 듯한 모습에 황군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조휴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할 때, 순욱이 명을 내렸다.
“국법에 포로를 위해 군의 공격을 멈추라는 내용은 없네. 어찌 법을 어기기고 군을 멈춰 세웠는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장자가 적에게 잡혀있음에도 공격하라니.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장자가 죽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처리하라는 내용이었다.
“지, 진정…….”
“국법에는 고하가 없으며, 멀고 가까움 역시 없는 법이네.”
조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짓으로 궁수들을 앞에 배치시켰다. 그에 맞서 고순 역시 곧ᄇᆞ로 방패를 들어 올렸다. 성문 위에서도 활과 돌을 든 병사들이 보였다.
“이대로 성문으로 밀고 들어간다. 승상은…….”
두텁게 집결한 황군의 모습을 보고 고순은 눈을 살짝 떨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이번만큼은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순은 그저 무기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승상은 반드시 잡아서 목을 베어야 한다.”
고순은 순운을 진 한가운데 던져두고 방패를 들이밀었다.
“…함진영은 물러나지 않는다. 함진영은 명을 지켜 이행한다!”
“충!”
고순이 큰 목소리와 함께 함진영과 앞으로 나아갔다.
슈슈슈슉!
그러자 곧바로 화살이 날아왔고, 방패는 조금씩 고슴도치처럼 변했다. 그러나 점점 방패가 무거워짐에도 함진영의 움직임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차례의 화살 비 세례가 끝나자, 황군 소속 기마들이 달려들었고, 함진영 역시 창을 들어 올렸다.
“불퇴순명(不退順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