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서주성.
진등이 서주를 책임지며 전방에 나아가 여건을 상대함에도 여건의 군세가 의외로 강세를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승태는 서주의 상황을 살펴보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수춘으로 향하던 길에 말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마를 이끌고 도착하자, 서주성을 담당하고 있던 진응이 나와 맞이하였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일행을 서주성으로 안내하며 지금의 전황을 이야기하였다.
“여건의 군세가 얼마나 됩니까?”
“확인된 정병은 3만 정도입니다. 여건이 태산의 일부 세력과 하북 원소의 잔당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진응의 말에 승태는 순간 인상을 팍 찌푸렸다. 여건이 그 정도의 군세를 이끌고 있었다면, 굳이 이전에 자신에게 손을 뻗어 구원을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어째서 그렇게 많은 군량을 요청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단번에 풀렸다. 승태 자신의 목을 찌를 칼에 기름칠해 준 격이었다.
“정말 내가 멍청한 짓을 했군.”
“그때도 순욱이 뒤를 봐준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상황이 이렇게 변할 거라고 알았겠습니까? 게다가 여건에게 대응하기 위해 일을 맡긴 덕에 그를 돕는 자들이 누구인지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사옵니다. 간자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아마 서주의 방어선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무너졌을 가능성이 컸을 것입니다.”
진응과 노숙이 승태의 자책을 부인했으나, 그의 자괴심은 꽤 깊었다. 지금껏 내린 자신의 선택이 고순을 죽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괴심이 조금 가라앉자, 마음 한 켠에서는 분노가 피어올랐다.
“장 도독과 태산의 일당들은 어찌하고 있습니까?”
태산의 세력이라고 한다면 장패가 먼저 생각났다. 창희야 자신과 같이 하동으로 향하였지만 장패는 이곳에 남아 있었다.
“장 도독과 손 태수는 태산의 세력들이 난을 일으켜 이를 진압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기수 북쪽은 지금 장 도독이 지키고 있습니다. 만일 장 도독이 아니었으면 주군께서는 적진을 돌파하고 이곳에 오셨어야 했을 것입니다. 장 도독과 같이한 태산의 세력의 공이 크옵니다.”
“내 따로 이 일에 대해 공치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패의 일은 꽤 의외였다. 그냥 무시했어도 될 일이었다. 승태는 순욱이 표를 올려 역적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뿐인가? 조조와 달리 승태는 장패를 높이 쓰기보다는 그저 서주와 청주를 지키는 데 이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직접 군을 움직여 조정의 군대를 막고 있으니 의외의 상황이었다.
‘솔직히 잠적하다가 저울이 기울어질 때쯤 움직일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하고 많이 다르게 움직이는군. 왜 움직인 거지? 이렇게 완벽하게 줄을 서면 위험이 크지 않으려나?’
궁금증은 들었으나 어차피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만일 장패가 갑자기 돌아선다면, 후에 따라올 창희를 붙여서 방파제를 만들면 될 일이었다.
“우금의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우금은 군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방통이 나와 진응에게 답하였다. 너무나 확실하게 말하는 듯한 방통의 모습을 보고는 한 번 인상을 썼다.
“확신하는가? 무엇을 가지고 그리 말하는가?”
승태의 족인들을 데려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방통은, 우금의 서신만 가지고 청주로 돌아왔다. 승태는 내심 방통이 호언장담한 만큼, 우금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너무 큰 기대였다.
방통의 실패에 승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아려왔다. 방통을 믿었기에 더욱 실망이 큰 것도 있었지만, 조비와 달리 지금의 족인인 조창과 조식은 진정으로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자신의 핏줄에 애착을 두게 되는 것도 당연지사.
게다가 그들은 분명히 공명심도 있었겠지만, 승태를 위해서 전장에 나간 것도 맞았다.
그런 그들을 구해 내지 못하고 고작 서신 하나만 얻었으니 그동안 계속해서 속이 끓었다. 함께 황도의 생사를 넘은 방통이라지만 어느 정도 거리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을 모를 진응이 아니었다. 방통에 대한 이야기야 이미 듣고는 있었다. 자신의 주군의 곁에 누가 있는지, 왜 있는지는 당연히 귀를 열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굴러온 돌이 하는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갈 수도 없었다.
만일 방통의 말대로 했다가 우금이 여건의 뒤를 받쳐 주거나, 아니면 족인들을 인질로 잡고 최전선에 나오게 된다면 전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설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우금의 진영을 본 것은 방 공 밖에 없고, 우금의 말을 들은 이 역시 방 공이니 말입니다.”
우금의 실정을 아는 인물은 방통뿐이니 당연한 말이었다. 진응도 방통이 그리 판단한 이유를 듣고 싶어졌다.
방통은 승태에게 예를 표하고 말을 꺼내었다.
“우금의 세는 연주의 포가와 함께하며 군을 일굴 수 있던 것입니다. 작금 하후 가문과 조씨 가문과 이리저리 엉켜 있는 상황이지요. 우금이 원하는 바야 포가와 자신의 세력을 지키는 것일 터. 사실 그가 황실과 조정에 뜻이 있다면 이미…….”
“그것이 더욱 문제가 아니겠는가? 순가의 손을 들어준 조비와 하후 가문이 지금 우리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았는가?”
“맞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금이 쉬이 우리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여남의 세력과 허의 일부는 우금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더더욱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지금 우금이 상대하는 인물은 유비의 두 의제들입니다.”
승태가 가만히 들어 보니, 지금 우금이 물러나면 우르르 무너지는 형세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거라는 뜻인데, 어쩐지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서 진행한 일이 지금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왔는가?
“언제나 최악을 대비해야 하니, 우금이 움직일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선 여건에 대해 역량을 집중하되, 우금이 주둔하고 있는 허에 대한 감시를 늘리도록 합시다.”
진응이 고개를 숙여 그 자리를 떠났고, 방통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고는 승태에게 예를 표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남은 것은 노숙이었는데, 그는 턱을 긁으며 방통이 나간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승태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있으십니까?”
“할 말이야 많습니다.”
승태는 살짝 멍한 표정으로 노숙을 바라보았다.
“어떤 것입니까?”
“주군의 방 공에 대한 태도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우금에게 주군의 말을 전했으며, 주군의 족인들을 구하고자 갔던 인물입니다. 큰 공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게 그리 대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태도 말입니까?”
승태가 이해를 못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노숙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꺼내었다.
“도독께서 먼저 졸하여 복수심을 품고 관련된 모든 이들을 벌하겠다는 것은 좋습니다. 또한 그 책임을 후께서 온전히 짊어지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분노의 찌꺼기 때문에 지금까지 취하던 태도를 바꾸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본시 일이라는 것은 언제나 실패가 상사(常事)로 벌어지는 법입니다. 주군께서는 방통을 도독과 생사를 같이하였다 여겨 가까이 두었다가, 상사의 일로 멀리 지금 멀리하시니 방 공은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제야 승태는 뜨끔하는 마음이 들었다. 역사 속에서 방통의 유능함을 보았기에, 그가 한 번 실패하자 너무나 큰 상심을 품었다는 걸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방 공은 양주나 서주에 어떠한 연고도 없습니다. 그저 주군의 능력과 그간의 모습을 보고 따르고자 한 사람입니다. 응당 주공께서 믿음을 더욱 크게 주셨으니, 목숨을 바쳐서라도 외방에 나아가 공을 세우려 한 것입니다.”
승태는 노숙의 말에 머리를 상에 박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내관들이 움찔하였으나 승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내관들은 모두 나가게.”
그러자 승태를 잘 모르는 서주성의 내관들은 움찔거리면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쿵!
승태는 상을 크게 내리쳤고, 이내 내관들이 우르르 나가기 시작하였다.
자리가 텅 비고 둘만 남자, 승태는 숨을 크게 내쉬며 물었다.
“형님, 그리 이상했습니까?”
승태가 형님이라 부르자 노숙도 약간 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이제 상황이 많이 바뀌어 예전처럼 말을 놓지는 않았다.
“많이 이상했습니다. 잠은 얼마나 주무셨습니까?”
“잠이요? 잠…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잠깐잠깐 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신료들이 일을 받들어 하고 있습니다. 걱정이 많다고 한들 이룰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승태는 탁상을 꾸욱 쥐었다. 승태가 잡은 탁상의 끝자락이 벌벌 떨리는 것이, 마치 쥐어뜯기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매일 그때가 떠오릅니다. 고 도독과 같이 낙양으로 들어가는 일… 그러고 나서 도독이 저를 보냅니다. 적들에게 갈가리 찢기고 목만 남은 도독이 제게 묻습니다. 꼭 가야 했냐고 말입니다. 저는 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잠을 잘 수 있겠습니까?”
승태가 고개를 들어 노숙을 보았으나, 그는 그저 별것이 아니라는 듯한 얼굴을 보였다.
그러자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슬픔을 이해 못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승태는 노숙의 한마디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잡귀입니다.”
멍한 표정의 승태를 보며 노숙이 말을 이었다.
“진정 고 도독이 주군을 해하고자 그런 말을 했겠습니까? 언제나 전장에 나아가 싸우던 도독은 혹여 주군의 의복을 더럽힐까 봐 생전에도 직접 대하는 걸 어려워한 사람입니다. 그런 고 도독이 주군께서 잠을 설치게 하는 망언을 내뱉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그것이……!”
“어리광은 그만 피우시지요.”
“형님, 어리광이라니요!”
“이것이 어리광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주군! 도독은 복수를 원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주군이 끝까지 굳건히 서서 큰 공을 세우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럼 형님은 어째서 나를 따른 것입니까?”
“이 길이 주군을 더욱 크게 만들 게 분명하니 따르는 것입니다.”
승태는 말을 멈추고 노숙을 보았다.
“이제 내왕외후 따위의 허울을 버리고 천하에 주군의 능력을 떨치고, 주군이 꿈꾸던 세상이 도래할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이제는 제가 원하는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믿어서 그런 겁니다.”
승태는 노숙의 불타는 것 같은 눈을 바라보았다.
“고 도독이 주군을 대신해서 죽은 이유야 당연한 것입니다. 도독께서는 언제나 그리 말했으니 말입니다. 내 미래가, 나의 꿈이 주군에게 달려있다고요. 주군, 고 도독은 물론이고 주군의 측근이라면 응당 웃으며 죽을 것입니다. 시신이 끔찍하게 훼손된 것도 저승에 가서는 도리어 공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주군께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내가… 아니, 본 후가 그럴 가치가 있습니까?”
“그것은 주군이나 제가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닫고 조용해졌다.
격정적인 대화가 끝나고 시간이 흐른 뒤, 노숙은 술병을 승태에게 쥐여 주며 말했다.
“이것을 들고 방 공을 찾아가시지요. 그리고 모든 것을 내보이시면 됩니다. 방 공은 그것을 약점으로 삼을 인물이 아닌 선비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방 공의 입이 좀 걸걸하니, 화는 내시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