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탕탕탕.
창문이 닫히는 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며 순식간에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는데, 금세 암실로 변했다.
이통은 약간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한편으로 이렇게 요란 떠는 게 더 눈에 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행동이 더 눈에 띄기 쉽지는 않은가?”
그러자 상인은 이통을 향해 돌아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일상적인 일은 아니지만, 큰 거래가 있을 때마다 이리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가?”
“도독께서 올 정도면 큰 거래가 아니겠습니까?”
촤르르르르.
그러고 나서 상인이 손을 흔들자, 하인들이 순식간에 두터운 천을 내려 밖으로 나가는 소리까지 완벽하게 막아내었다.
두 사람은 가운데 놓인 탁상으로 이동했다.
“수춘의 사정은 들었는가?”
“난리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태평하군.”
태평하다는 말에 상인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정보를 모으는 그들과 달리, 이통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급전이 오지 않았으니 태평할 뿐입니다. 진정으로 급한 일이 있었다면 각지의 모든 이들이… 뭐, 여기까지 해 두지요. 이 이상은 제가 위험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통도 상인의 태도를 이해했다. 이들은 언제나 공개된 곳에서 비밀스러운 활동을 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상 위에 올라온 차향을 맡으며 여유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쪼르르르.
상인은 차를 따르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
“도독께서 주군을 걱정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작금 우 장군께서 딱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일이 있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알고자 하는 것이네. 내 지금 우 장군의 휘하에 있음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야.”
“주군의 족인분들 과는 대화를 나누어 보셨습니까?”
“만날 수 없었네. 그들을 모시던 호족 중 이미 몇 명을 돌아갔고, 몇은 남아있으나…….”
이에 상인은 이마를 잡으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주군께서도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방 공을 직접 보내어 설득하고자 했는데, 너무 급했는지 참으로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방 공께서 더 머물지 않고 떠나셔서 다른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다만, 어찌 이야기를 올려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이통은 대답하지 않고 상인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 듣고 싶은가? 아니, 뭘 원하는 것인가?”
이통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며 상인을 노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거들먹거리는 상인의 행동이 꼴 보기 싫었는데, 자꾸 건방진 행동을 하니 퉁명스러운 말이 툭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상인도 지지 않는다는 듯이 여전히 웃음을 띠며 손을 만지작거렸다.
“별것은 없습니다. 그저 지금 우 장군의 위치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필요한 정보가 있어야 할 터인데, 그러한 정보는 들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우 장군은 너무 엄격합니다. 저 안에 줄을 대는 것 자체가 정말 힘겹지 않습니까?”
상관을 비난하는 듯한 말에 이통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문질렀다. 게다가 우금의 눈을 피해 사람을 넣는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꼼꼼한 사람은 병사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훈련부터 전쟁까지 전부 홀로 책임지는 인물이었다.
“사람을 집어넣는 것보다는 그대가 우 장군과 가까이 지내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할 것이네. 괜히 사람을 써서 의심을 사면, 위태해질 것이 분명하니 말이야. 하여튼 그대도 상황을 모른다는 것이지?”
상인은 뜸을 들이다가 이내 찻잔을 내려놓았다.
탁.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필요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서는 제가 도독의 상황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상황? 무엇을 알고 싶은가?”
“지금 어디에 서려고 하십니까?”
상인의 말에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 이통이 주변을 스윽 훑었다.
“이런 거리에서 나를 죽이려 하는가? 그리고 말로만 후를 따른다고 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통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상인을 가리키며 거리를 가늠하고 나서 주변을 살폈다. 이제 보니, 단순하게 천을 내려 소리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숨은 이들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그것이야 제가 판단할 일입니다. 하니 말씀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주의 진씨가 참으로 대단하군. 이런 곳들을 순가의 눈을 피해서 천하에 만들었다니 말이야.”
이통이 계속 말을 돌리자 상인은 상을 두 번 두들겼다. 이통은 슬며시 웃음을 지었는데, 마치 위기에 놓인 지금의 상황을 완전히 타파할 수 있을 거라 여기는 듯했다.
“보시오.”
상인은 이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말씀이 어려운 듯싶습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내 그대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직접 말하지.”
“내 존경을 모두 바친 고 도독을 그렇게 만든 놈의 꽁무니를 따를 인물로 보이는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했다면 내 그대들을 먼저 쓸어버렸겠지. 그대들이 원하는 바야 어차피 우 장군의 내부를 깊숙이 알아보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습니다.”
“군납하게. 그대들의 처지에서 군납을 따내는 게 어렵지는 않을 테니 말이야.”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짓은 말게. 우 장군이 어지간히 깐깐한 사람이 아니니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돈으로도 충분히 상황은 판단 가능합니다.”
“적아가 판단되었으면,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내어놓게.”
상인은 손에서 크게 감겨 있던 종이 두루마리를 이통에게 건네었다.
“우 장군과 포씨 가문, 그리고 조정의 상황을 소상히 적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도독께서 바랄만한 정보들을 모두 적어 두었습니다.”
이통은 서신을 쭉 내려보면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러다가 어이가 없는지 그저 웃음만 흘렸다.
“이만 일어나지.”
이통이 일어나자 상인은 일어나 예를 표하려는 순간 이통이 고개를 돌렸다.
* * *
조비가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였기에 승태는 수춘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서주성에서 하비로 거처를 옮기는 정도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수춘성의 문제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는 소식을 받았고, 이제 합비와 양주 일대의 산적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비성에 머물게 된 승태는 올라오는 보고들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유비와 순욱의 사신이 지금 만나고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사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장안의 포로에 대한 이유겠지만, 다른 속셈이 있는 듯합니다.”
“무엇입니까?”
“유비와 손을 잡으려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 상황이 너무나 눈에 훤히 잘 보이는 것 같았다. 유비가 순욱의 손을 잡는다는 말은, 곧 유장의 것을 집어삼키겠다는 의도 아니겠는가. 하기야 기존의 근거지인 형주가 진궁과 내부의 반란으로 난장판이 되었으니 새로운 땅이 필요할 것이고, 원래 역사대로라면 내부에서 호응해 줄 이들도 있으니 어렵지 않을 터.
승태는 인상을 팍 찌푸렸고 이내 보고서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하, 이제 손을 맞잡은 이들을 내치는 게 천하의 법도가 된 것인가?”
서서는 지금의 일을 바로 파악한 승태의 모습을 보며 약간 놀란 눈이 되었다.
“아직 확실한 바는 나온 것이 없으니, 이를 확신하기에는 이르다고…….”
“정녕 이르다 생각합니까?”
아무도 승태의 말에 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기야 장안을 떨어트렸다면 확실히 유장과 유비의 세력이 승기를 얻은 상황. 아무리 순욱이 황도에서는 최고의 권력자라고 하나, 두 군웅이 합심하면 픽 하고 쓰러질 게 분명했다.
그런데 서로 대화를 한다? 의심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유비와 순욱이 안정되면 조정의 본격적인 토벌이 일어날 것은 더욱 확실한 일. 서주 출신 신료들의 말이 많아졌다. 이미 과거에 겪은 것이 있으니, 조정의 뭉쳐진 힘이 이곳으로 향한다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승태가 손을 들어 그들을 조용히 시키려 했지만,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은 주군의 손동작조차 보지 못했다. 점차 웅성거리는 와중에도 무관들은 덤덤해 보였고, 오직 문관들만이 불안한 듯했다.
노숙은 시장 통처럼 변한 분위기에 발을 거세게 구르며 소리쳤다.
“조용!”
노숙에 호통에 좌중이 조용하게 변하였고, 승태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뜸을 들이다가 이내 물음을 던졌다.
“두렵습니까?”
하기야 과거에 그 일이 있었는데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었다. 승태가 그간 노력해서 분노는 사라졌지만, 아직 의미 모를 두려움은 남아있었다.
“하기야 역도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두렵겠습니다.”
진등이나 다른 이들이 무어라 말을 하려 했으나, 승태는 손을 들어 막았다.
“과거의 일이 다시 일어날까, 혹여 다시금 수수와 기수가 피로 물들까, 혹 내 가족들이 그리될까… 라고 말입니다.”
그 말에 다시금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승태는 웃음을 흘렸다.
“그럴 것입니다. 순욱의 지금의 행태를 보면 본 후의 기반이며 소금과 양초를 책임지고 있는 서주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주군, 어찌…….”
진등은 승태의 말에 놀라 뭐라 말하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상황, 겨우 사람들의 의지를 하나로 모았는데 주군이 마음을 뒤흔드니 말이다.
“아마 나를 팔면 몇은 살 것입니다.”
“주군!”
“하나 여기 대부분은 죽을 것입니다. 아니, 죽습니다. 그리고 살아남더라도 중용 받지도 못하겠지요. 이 중에 영천의 손이 닿은 자들이 있습니까? 아니면 고래로 명성이 높은 인물들이 있습니까? 아니면 부가 어마어마한 이들은? 전일, 패공과 원소의 전투 때처럼 그대들도 두 군데에 손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이용하다가 버려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승태의 어조는 점점 격정적으로 변해 갔다. 목소리 역시 더 커져서 좌중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사실 서주에 남아있던 한사(寒士)들은 대다수 겁이 많은 이들이었다. 용기 있는 자들은 공을 세우기 위해 양주로 향하였고, 심지어 몇몇은 붓을 내려놓고 사람을 모아 전장에 나아갔으니까.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의 근거지까지 버리고 하비성으로 향했으니, 오죽하겠는가.
승태는 손으로 진등과 노숙, 그리고 방통을 가리켰다.
“저들은 고개를 숙이면 살 수 있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오. 현실적으로 보시오. 그대들을 등용하여 자리에 앉게 해 준 이유는, 그간 문제를 일으킨 이들과 다를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본 후와 서주에 대해 나쁜 생각을 먹으면 끝이 좋을 거라 생각하진 마시오. 쓰고 버려지고, 만일 내가 살아남는다면 반드시 후환이 두렵게 만들 테니까.”
단가(單家)와 한사(寒士)의 인물들이 조조와 원소의 전투에서처럼 배신하는 일을 막기 위해 강하게 말한 승태였다. 이들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분명 뒤를 치고 순욱에게 붙을 테니 말이다. 마치 구한말의 매국노들처럼 말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장부터 몰아세워 현실을 일깨워 준 것이다.
“지금 그대들이 해야 할 것은 생각이 아니라 그저 따르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