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장합의 장담대로 승태의 머리라고 할 만한 모사들이 모인 곳에 대한 습격은, 서서가 이끄는 검수들과의 격돌로 인해 무산되었다.
문사복을 입고 있어 상대를 가볍게 여기던 병사들은 형편없이 밀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학살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사복을 입은 이들은 소수의 다친 이들을 제외하고는 죽은 이를 찾기 어려웠으나, 이들과 맞서 싸운 병사들은 모조리 가슴과 목, 그리고 치명상이 될 만한 곳들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니까. 또한 걸어 다니지 못하도록 힘줄이 잘린 상태였다.
“허어어어억…….”
마지막으로 숨을 쉬고 있던 병사가 피를 흥건하게 흘리고 난 뒤에 숨을 헐떡이다가 이내 긴 숨을 내뱉으며 죽음을 맞이하였다.
서서는 그자의 최후를 빤히 바라보다가 문사복을 입은 이 중 대장격으로 보이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내 분명 몇은 살려 두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소인들이 배운 것들이… 그런 것이 아닌지라.”
정보부의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서서가 이끄는 정보원들은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적진에서 빼낸 정보만큼은 전달해야 하는 인물들이기에 일신의 무예가 대단하였다.
개인이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것에 자신 있는 이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태도이리라.
서서는 시체를 스윽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인정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을 처음 보는, 혹은 새롭게 들어온 이들은 이러한 잔혹함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자신들 주변에 이러한 이들이 있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두려움을 느꼈다.
서서는 피투성이인 시신들의 품에 이리저리 손을 집어넣으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영 비슷한 것이 없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사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서서는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저 손을 내밀었고, 옆에 서 있던 인물이 물에 젖은 천을 내밀었다. 그는 물을 살짝 짜서 핏물을 닦아 내며 턱을 쓸었다.
“이들을 아는 자가 있던가?”
“양주에서 꽤 명성이 있던 무가에서 온 이들이라고 합니다.”
“돌아가서 할 일이 많겠군.”
“일러두겠습니다.”
서서가 몸을 돌리자, 그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려 있는 것을 보았다.
서서는 웃음을 살짝 보여 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런 일을 먼저 처리해야 했는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큰일이 없었으니 다행 아니겠습니까?”
“이해해 주어서 감사하옵니다.”
서서가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금 자리로 돌아올 때, 보즐이 빠르게 달려왔다. 보즐은 서서의 권력을 확인하고 그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는데, 솔직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서는 그가 원래 저런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받아들였다. 뭐, 영 쓸모없는 인물은 아니기도 했고.
“종사, 적이라 할 것은 사례의 인물이나 연주의 인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서서는 양수를 바라보았다. 사례 출신이고 조정에서도 일하였으니,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양수뿐만 아니라, 사마의도 문제가 있었고, 근래에 들어온 많은 이들이 사례 출신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서서의 날카로운 눈이 닿을 때마다 모사들은 한 번씩 움찔거렸다. 그는 지금 단 한 번의 일로 비슷한 나잇대 모사들의 위에 서게 되었다.
* * *
마초는 사방에서 올라오는 화마와 화살들에 의하여 꽤 곤욕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었다. 자신의 옆에서 언제나 함께하는 방덕은 병사들에게 빠르게 명을 내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공자! 퇴각해야 합니다!”
“퇴각? 명을 받은 것을 수행치 않고 퇴각하라니, 그것이 옳은가?”
“병사들이 모두 죽을 수도 있음입니다. 그것은 어리석은 만용에 불과하지요.”
맞는 말이었다. 세력 내의 중심인 마초가 군사들을 잃어버리면, 그 세력이 온전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특히 수춘후의 세력인 양주와 서주는 마초의 기반인 량주와 멀어 군을 새로 모으기도 어려울 터. 더군다나 마초의 높은 명망 따위가 잘 통할 리도 없으니 말이다.
마초는 창을 바닥에 꽂고 말했다. 방덕은 그런 마초의 비장한 모습에 불안감이 넘쳐흘렀다.
“대를 이을 자식이 없고 노부모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자, 모두 이곳에서 떠나라. 거짓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마초의 말에 병사들이 특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마초가 인상을 찌푸리자, 어쩔 수 없이 몇몇이 뒤로 물러났다. 남은 이들의 표정에서 불안과 슬픔이 느껴졌다.
“죽기 싫은 자 떠나라. 욕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먼저 떠난 이들이 있으니 물러가도 누구도 욕하지 않을 것이다.”
마초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물러가는 이들이 나타났고, 남은 이들은 마초를 포함하여 열이 되지 않았다.
“공자 진정…….”
“나는 나의 선택을 믿을 뿐이다. 그 하나로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이다.”
마초가 다짐한 뒤에 다시금 창을 잡으며 굳건한 눈을 가진 이들을 바라보고, 이내 앞에 섰다.
“내 앞장설 것이다. 나와 같이 용기로 무장한 그대들보다 먼저 쓰러지지 않을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앞에 날아오는 화살도 두려워하지 말라. 나를 따르면 길이 될 것이다. 그 끝은 영광일 것이니, 나와 함께 영광을 누릴 것이다!”
마초의 말은 마치 선지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승태가 이 광경을 봤다면, 아마 더 전율을 느꼈으리라. 그러자 남은 병사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마초를 따랐고, 닥쳐오는 화마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광영을 짊어진 이들처럼 용맹이 전진했다.
마초는 갑주를 벗고 가지고 다닌 물을 자신에게 모두 쏟아 내었다. 말머리에도 물을 쏟아 내자, 말도 푸르릉 소리를 내며 온몸에서 연기를 내기 시작하였다.
마치 뜨거운 화로에 물을 붓는 것처럼 순식간에 수증기가 올라왔는데, 매우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하아앗!”
그러고 나서 마초는 말고삐를 잡고 약속대로 가장 앞에서 말을 몰았다. 물이 휘날리며 반짝였고, 마초가 달려가는 곳은 불길이 거세더라도 곧바로 길이 되었다. 말들 역시 처음에는 두려워했지만, 몇 번 불길을 해치자 용감하게 변했다.
마초는 한동안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불길을 뚫고 나아간 그 끝에서 뒤를 돌아보자,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듯 굳건히 따라온 병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병들은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화마가 번짐에 따라 빠르게 물러나리라 생각했던 이들이 설마 이 불길을 뚫고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보통이라면 말이 열기와 빛에 놀라 미친 듯이 날뛸 테고, 진정시키러 강변으로 물러날 게 뻔할 것이니까.
그러니 그들의 눈에 보이는 마초의 기마병들은 마치 환상 속에서 튀어나온 이들로 보였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마초는 피식 웃고 나서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는 적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는 미친 듯이 창을 휘두르며 신위를 뽐냈다. 양쪽에 날이 달린 창을 휘두를 때마다 피가 마구잡이로 튀었고, 적병들은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이 넘어온 소선에 올라타기 위해 어떻게든 난리를 칠뿐이었다.
“살려 줘! 태워 달라고!”
원래는 충분한 소선이 있었으나, 말이 혹여나 달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배를 부숴 버리고는 장애물로 만든 상태였다. 문제는 말을 막는 걸림돌이 되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상대가 반격하는 순간에는 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일부 병사들이 남겨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부족한 소선에 올라타지 못한 병사들이 마구잡이로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떨어져!”
부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품의 칼로 올라온 손들을 내리찍었고, 이윽고 피를 뿜으며 소선에서 밀려나는 이들이 보였다.
하지만 단호하게 병사의 손을 베어 안전을 도모하는 곳도 있었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뒤집히기도 하였다.
아수라장이 여기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겨우 열 명도 되지 않는 이들의 기마들로 인하여 말이다.
마초가 소선에 올라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용감한 인물들이로군.”
마초의 말에 병사들이 달달달 떨며 활을 겨누었다.
“활을 내려놓고 우리에게 무릎을 꿇는 자, 내가 너희를 살게 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으아아아아아아!”
마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몇몇 인물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마초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들을 한번 쓸어 보더니, 말고삐를 잡고 창을 길게 늘어뜨린 채 말 위에서 가볍게 창을 휘둘렀다.
휘유우웅, 슈칵!
마초가 휘두른 창질 한 번에 정확히 병사들을 물러나게 했고, 다시 한번 휘두른 창은 적들의 목에 긴 자상을 남겨 피를 뿜어내게 했다.
옆에 있던 방덕은 그런데도 멈추지 않은 병사를 말로 밀어 버렸다. 그리고 발굽으로 짓밟으며 마초의 옆에 섰다.
“그만 물러나시지요. 강을 건넌 이들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마초는 아직 남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화공에 쓴 물건들은 있는가?”
“있습니다.”
“가져오라.”
방덕이 인상을 찌푸리며 마초에게 말했다.
“물에 떠 있는 소선에 화공이 먹히겠습니까?”
마초도 방덕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병사가 화공에 쓰인 물건 중 송진과 석청이 묻은 천이 감긴 화살을 가져오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포심은 줄 수 있지 않겠나? 작은 화살 몇 발에 배가 뒤집히고 적들이 난리를 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제야 방덕 또한 웃음을 지으며 병사가 건넨 화살을 나누어 들었고, 등에 매여 있던 활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불길을 해치고 나오느라 시위와 활대가 망가진 게 느껴져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마초를 바라보았다.
“활을 바꾸어야겠습니다. 공자.”
“지금은 그냥 쓰도록 하지. 어차피 정확히 맞출 것도 아니고, 그저 위협용 아니던가?”
“그렇기야 하지요.”
마초와 방덕,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온 병사들은 다 함께 배를 향하여 화전을 쏘아 보냈다.
* * *
장료는 화마와 함께 사방에서 쏟아지는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화극을 들고 말고삐를 잡았다. 그가 이끄는 중기병을 향하여 말했다.
“마갑을 풀어라.”
“장군!”
마갑은 중기병들의 자존심과 같은 것이었다. 그랬기에 화마 속에서도 쉬이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장료는 마갑을 뜯어 버리고는 소리쳤다.
“타 죽을 게 아니면 마갑 풀어!”
장료의 말에 그제야 다른 중갑병 역시 명을 받들고 마갑을 풀었고, 그는 장군의 갑주도 벗어 버리고는 몸에 물을 뿌렸다.
“적들을 분쇄하여 길을 만든다.”
“장군, 아직 중군이…….”
“일단 화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다음 돌아온다. 병력을 모조리 소모할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기마들이 길을 열기 위해서 나섰지만, 장료와 함께하는 몇은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섰다.
“장군!”
“나는 길을 열 시간을 벌겠다. 옆을 내주면 난전이 일어났을 때 길을 낼 수도, 퇴각도 쉽지 않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장료는 화극을 붙잡고는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장료는 이번 전투가 자신이 직접 나오는 마지막 기회가 될 거라고 느꼈다. 이제 그도 나이가 꽤 들어 선봉으로 나서기보다는 지휘봉을 쥐고 군을 지휘해야 할 때니까.
그렇기에 장료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화극을 들어 적을 베고 공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행이로다. 아직도 몇 시진, 화극을 들고 싸울 수 있을 때 이러한 기회가 왔으니 말이야.”
장료는 발을 등자에 박고 화극 두 개를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