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7
삼국지 : 미완의 군주 36화
장패군 막사.
손관은 의심스러운 눈을 흘기면서 바라보았고, 승태는 그런 그를 이상하게 쳐
다보았다. 그러던 중 장패의 나지막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조 서주께서 우리를 보자고 하셨는데,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요.”
“뭐, 어려울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원래 하시던 일을 이어 나
가시고, 크게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뿐이죠.”
장패는 승태의 말에 한마디를 꺼냈다.
“원담의 화살받이가 필요한 것이오?”
“화살받이라니요? 아닙니다.”
“그럼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이오? 이전에 도서주는 우리에게 군을 스스로 꾸
리도록 허락하였소. 거기에 기도위라는 직책을 주었지. 평도후도 똑같이 인정
해 주었고 말이오. 거기에 팔건이라는 이름도 주었지. 그대는 무엇을 줄 것이
오?”
승태는 장패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도 평도후가 돌아가시고 나서 동해상을 습격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이
야기하지 않습니까? 전에 도서주의 명도 잘 듣지 않았고요.”
손관이 그 말을 듣고 욱하여 일어나 승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야! 우리가 얼마나 어려우면 그러겠냐! 산에서 군을 키워 봐야 얼마나 키우
겠어! 보급도 없고, 기반도 없는데, 용병질이나 시키고! 엉? 근데 뭐? 그래,
보급 좀 털었다. 굶어 죽겠는데 뭐 어떡할 거야! 솔직히 공을 그렇게 세우면
좀 뭐가 떨어져야지! 엉?”
장패도 똑같은 마음이었는지, 그를 말리지 않았다. 승태도 그런 손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승태의 모습에 어정쩡해져 더
화내지 못하고 장패의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 다시 앉았다.
“죄송하지만, 저희도 따로 보급을 내드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손관은 승태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바로 칼을 꺼내려 했으나, 조운이
빠르게 움직여 창의 후면으로 그의 손을 때렸다.
“이 써그럴 놈이!”
손관이 바닥을 구르며 조운을 노리려 하자, 장패가 손을 들며 말했다.
“영자야, 너 그러다 목 베인다.”
“형님!”
손관은 억울한지 장패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조운의 얼굴을 보았다가 이내 승
태를 바라보았다.
“호위의 능력이 좋구려.”
“일만의 병사 사이에서 능히 살아남을 수 있는 무예가 있는 무장입니다.”
승태의 말에 장패는 콧방귀를 뀌는 듯했으나, 속으로는 긴장하며 가만히 바라
보았다.
“나를 죽이려는 것이오?”
승태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휴, 잔인한 소리 마십쇼. 장 공의 목을 제가 어디다 쓴다고요.
저는 살아 있는 장 공이 필요합니다. 죽은 사람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공의
친우분들이 서주 북쪽에서 난리를 피우면 막을 수도 없습니다.”
장패는 껄껄 웃으며 승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는 손관에게 명했다.
“영자야, 사과드려라.”
“형님!”
“사과드려라.”
장패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면서 바라보자, 손관은 순간 움찔하더니 절을 하
며 머리를 땅에 박았다. 장패도 예를 표하고 말했다.
“동생의 잘못을 이 장모도 사과드리오.”
“뭐, 딱히 무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칼을 뽑은 것도 아니고, 오해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조 서주의 배짱이 대단하구려, 그 배짱만큼 배포도 있는지 궁금하군그래. 그
럼 보급을 주는 것 말고, 낭야의 몇 개 현 정도면 우리도 자급할 수 있을 것
이오. 그 정도는 내주겠소? 그리 한다면 내 무리를 다시 모아 조 서주의 휘하
에 들어가겠소.”
승태는 그런 장패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를 최대치로 생각하고
협상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승태는 이 사실에 무척이나 기뻤다. 처음부터
태수 정도를 생각했다면 아마 승태가 줄 충격은 작았을 테니 말이다.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큰 것을 주는 것은 충성을 만드는 쉬운 방법이지. 그
리고 어차피 내 것도 아니고 말이야. 흐흐.’
승태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장패를 바라보고 말했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는 장 공이 담이 적은 것 같소이다. 현 몇 개로 원가의
장자인 원담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거기다 서주의 북부를 지키려면 태산을
아울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패는 승태의 말에 집중하다가 물었다.
“그럼 태수의 자리라도 내주려 하십니까?”
승태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낭야상 드리겠습니다. 아니, 이미 조정에 상주하여 두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관리할 관리들도 파견해 드리지요.”
장패는 놀란 끝에 이내 눈을 흘기며 승태를 바라보았다.
“관리를 보내어 저희를 감시하고 조종하려는 겁니까?”
승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조 사공의 밑에 있다가 그의 뒤통수를 친 인물들을 보내 드릴
건데요.”
“그런 배신자들을 우리한테······.”
손관은 승태의 말에 무엇이라 반발하려다가, 무릎을 치며 웃는 장패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크하하하! 걸물이구려, 걸물!”
산적과 같은 얼굴의 장패가 호탕하게 웃자, 승태도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칭
찬하는데 뭐 달리 반응할 것도 없지 않은가.
“심계가 무섭구려, 무서워. 반기를 든 연주 인물들을 우리에게 줌으로서 조
사공과 척을 지게 만들어 조 서주의 휘하에 남게 하고, 조 서주는 어차피 그
들을 내주었다는 것을 보이면 안 되니 온전히 우리 사람이 되겠군.”
승태는 딱히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저 조조의 뒤통수를 친 인
물을 데리고 있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했고, 조조에게 보내자니 진궁의 눈치도
보여서 장패에게 보낸다고 한 것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것니까 그리 믿어 주면 좋지.’
장패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손관을 끌고 와 강제로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형님!”
손관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장패가 승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에 손관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혀, 형님······.”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 법이다!”
손관이 억울하다는 듯이 장패를 바라보았지만, 장패는 강제로 승태에게 고개
를 숙이게 만든 뒤에 말했다.
“영자야, 들어라! 네 앞에 있는 조 서주는 감히 네가 상상하지 못하는 영웅이
다. 의로운 자들을 천하를 다투는 간웅의 손에서 지혜로 구원했다. 그뿐이냐!
우리도 우리의 가치를 낮게 보았는데, 우리를 유협이나 무사 나부랭이가 아닌
진짜 협사로 인정해 준 첫 인물이시다. 그런데 그분에게 무릎이 아까우냐?”
손관은 장패의 말을 듣자 숨을 크게 들이켜고, 머리를 바닥에 크게 박았다.
크게 소리가 들려 승태는 놀란 눈으로 손관에게 다가갔다.
“아니요, 형님! 이 손 모가 모자라 그런 인물을 알아보지 못하였으니, 내 머
리를 박아 죽으리다! 소인, 조 서주께 무례의 죄를 죽음으로 갚겠나이다! 부
디 용서해 주소서!”
손관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피가 철철 흐르는 얼굴이 보였다. 의지 가득한 손
관의 눈에 승태는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
“그만! 그 정도만 하십시오. 내가 필요한 것은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죽음으
로 바치는 용서가 아니라 차라리 살아서 낭야의 백성들을 지키는 데 더 집중
해 주셨으면 합니다. 내 관리를 보낼 것이고, 또 서주에서 시행하는 몇 개의
령을 보내 드리겠으니 굳건히 낭야를 지켜 주세요.”
손관은 승태의 품에서 벗어나 절을 하며 말했다.
“이 손 모, 조 서주의 말대로 낭야의 백성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승태는 일어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리해 주세요. 그리고 창희라는 분은 아십니까?”
승태의 말에 손관이 엎드린 상태로 말했다.
“창 형님이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한번 봤으면 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이라니요. 명하시면 받잡겠습니다.”
“예, 명하지요.”
손관은 일어나 무슨 필생의 과제를 얻은 듯한 표정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예를
취하고 조심스운 뒷걸음으로 군막에서 사라졌다. 무릎을 꿇고 있는 장패와 눈
이 마주치자, 승태가 물었다.
“무릎 안 아프십니까?”
장패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자, 승태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앉으세요. 무슨 난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장 공의 의지는 잘 알았습니다. 그
리고 제가 상신하여 사공과 마찰이 없도록 보고 드리겠습니다. 사공께서도 장
공께서 한실을 위해 일한다고 하시면, 연주 출신 관리들에 대하여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장패는 다시 의자에 앉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 서주께서 창 씨는 어떤 일로 찾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제가 듣기로 명공을 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직접 보려고 합니다.”
“서주 사람 중에 조 사공을 좋아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겁니다. 거기다 창가
놈은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제가 알기로 조 서주님의 돌아가신 부공과
꽤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제 아버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장패는 예를 취하며 말했다.
“예. 조부님과도 인연이 있어 보였습니다. 태산에서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그
놈이 조 사공에 대하여 개인적인 감정을 품은 것 같기도 하고요.”
‘설마··· 뭐, 아니겠지? 진짜 창희가 조덕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난을 일으키거
나 그런 건··· 에이, 설마······.’
그러나 승태는 강하게 느껴지는 불안감에 약간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한 감정
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확신 아닌 확신이 생겼다.
‘맞겠네. 분명 설마가 맞을 거야. 어떻게 일이 이리 꼬이냐··· 나는 조조랑
싸우고 싶은 마음이 일도 없는데, 왜 계속 대척점에 서게 되는 거지?’
승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쁜 날이라 술을 크게 들이켜야겠으나, 연회는 장 공을 따르는 다른 이들이
모이면 하기로 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장패는 살짝 웃으며 농을 던졌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놈들이 다 속이 좁은 놈들이라, 저만 술을 마
셨다고 하면 얼굴에 칼자국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승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농이 잔인하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다음에 뵐 때는 낭야상 인장과 같이 뵙겠습니다.”
승태의 말에 장패가 예를 표했고 승태는 같이 예를 표하고 막사 밖으로 나갔
다. 막사를 나가자마자 승태는 조운을 보며 물었다.
“잘된 것 같지요?”
“잘된 것 같습니다.”
“덕분 아니겠습니까? 조 장군의 말대로 직접 보러 와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말을 들어 주지도 않았을 거 아닙니까.”
“그럴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도 조 서주께서는 뭔가 하시지 않았겠습니까?”
“제가 말입니까?”
“예. 낭야상에게 관리들을 보낸 것처럼 교묘한 수를 내지 않았겠습니까?”
승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저 운입니다, 운. 그냥 복잡한 일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내준 것인데,
좋게 넘어간 것이죠.”
조운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승태는 손을 들어 말을 마쳤다.
***
몇 주 후, 하비성에서는 장패의 무리와 태사자, 그리고 고순, 장료 등의 구
여포 무장들, 그리고 문관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다시 양수
가 조정의 전서를 전하게 되었다.
“조 서주는 여강태수와 함께 평도후를 시해한 손가를 벌할 것을 명한다.”
갑작스럽게 전해져 온 조정의 칙서는 딱 봐도 조조가 내린 명령이었다. 그러
나 승태가 이끄는 이들의 감정에 묘한 파문을 일으켰다.
여포의 수하인 이들은 어떠한 열기까지 띄면서 소리 없이 복수를 지지하는 모
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태사자, 그리고 그와 같이 등청한 육가
와 같이 손가에 의해서 큰 피해를 본 강남의 가문들 또한 뜻을 같이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반대로 장패의 무리와 문관들을 회의적인 느낌이 강했다. 사실 승
태도 회의적인 생각이었다.
양수는 조서를 접으면서 예를 취하고 말을 이었다.
“조 서주, 사공께서 칙서를 내리면서 이야기하시길 조카와 많이 격조하여 조
서주께서 남정을 하기 전에 한 번 뵙기를 청하였습니다.”
승태는 없는 수염을 긁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상서령께서도 공을 세우신 조 서주를 뵙고자 하시고, 조 서주를 도울 여러
인물을 소개하고자 하십니다.”
“조정에서 나를 도울 인물들이라··· 갑작스럽군. 양 주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양수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예를 표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조 서주께서 좋은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조정에
사람을 소개한다는 소리는 아무래도 조정으로 다시 부르겠다는 소리로 보입니
다.”
양수의 말에 노숙이 들고 일어나서 말했다.
“무슨 소리인가! 조 서주를 조정으로 다시 부른다니! 지금 서주를 위해 발 벗
고 뛴 사람이 누구인데, 이제 좀 안전해지니까 불러들인다는 건가? 그것이 조
사공이나 순상서의 뜻이라는 것인가?”
“조 서주의 힘이 그만큼 서주 내에서 커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승태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언제쯤에나 조정으로 부를 것 같습니까?”
“시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시기를 엿볼 겁니다. 뭐, 명분이야
만들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조 서주께서 지금 하는 토지개혁이나 고리대 혁파
만으로도 이미 서주의 사인(士人)들 사이에서 말이 많습니다.”
승태는 눈썹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말했다.
“유비한테 뒤통수 크게 맞아 봐야 사공도 서주의 상황을 이해하려나··· 너무
안일하게 보시네.”
진궁이 승태의 말에 나서 말했다.
“나쁘지 않은 계획입니다. 유 예주가 반란을 일으키면 사공께서도 조 서주를
다시 볼 겁니다.”
승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단순히 반란으로 사공께서 나를 다시 서주목으로 앉히지는 않을 것 아닙니
까? 거기다 전함도 갖추어지지 않았는데 손가 정벌이라니··· 그냥 다 달려 나
가 죽으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원가의 잔당을 치라고 했으면 직접 나서서 토
벌하러 움직였을 겁니다.”
그러자 진응이 나서 말했다.
“전함 정도는 아니지만, 광릉태수에게 강동의 물길을 잘 아는 이들과 전선으
로 쓸 만한 함선들이 있으니, 도움이 될 겁니다.”
병주 출신 인물들이 들뜬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나, 승태는 손을 내저었다. 그
의 반응에 그들은 약간 실망한 듯 보였다. 그러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
었다.
“그것으로 수비하는 것은 충분하겠으나, 전격적인 침공은 힘들 것이라 생각합
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육가의 가주?”
그러자 태사자와 같이 들어온 어린아이가 나와 예를 표하며 답했다.
“조 서주의 혜안이 맞사옵니다.”
앳된 아이가 나와 정벌에 토를 달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사자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지, 육손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