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그럼 대공자께서 어찌 오시는지는 알아야 할 터인데, 도독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별로 어려운 물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대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군에서 도적을 토벌하던 대공자가 장강을 타고 예장까지 온다는 것 자체가 꽤나 의외의 상황이었으니까.
고람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작금 예장에서 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는 중인데, 이 점은 수춘 쪽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내용 또한 대공자에게 전달되었을 것이고, 오군의 문제가 일단락되면 그다음으로 상황이 심각한 곳으로 움직일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
“작금 예장의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 않은가. 공자께서는 그러한 점을 살피러 오겠지.”
고람의 말에 군리들은 순간 시무룩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에 대한 인상이 굉장히 떨어질 것이라는 게 뻔했기 때문이다.
“대공자께서는 그래도 온정이 많으신 분이니, 우리가 노력한 것을 알면 그리 나쁜 기억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네. 그리고 그대들의 평가는 수춘에서 하거늘 무슨 걱정인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정녕 걱정되지 않았다면 그대들을 부르지도 않고, 내관들을 닦달하지도 않았겠지. 하나 작금 후께서 복수를 천명하고 직접 외방으로 갑주를 입고 나섰는데, 믿음을 주지 못하고 도리어 걱정시키면 되겠는가? 장합과 나는 작금 기주민들의 가장 위에 서 있는 자이네. 나와 장합의 실수는 바로 이곳의 기주민들의 실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 이미 좋지 않게 시작한 지금, 우리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나와 장합이, 그리고 후대의 인재들이 높이 올라 공을 세워야 할 것이야.”
고람의 말에 군리들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하기야 지금 기주민이 아닌 이들도 고람이 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는 알고 있었다. 그가 나이를 먹어 자리에 앉아 문서로 군을 움직일 때가 되었음에도 직접 움직이는 것은 지난날의 일을 어떻게든 벗기기 위함이었다.
고람은 마치 다짐을 하듯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번에 대공자께서 이곳에 오신 상황에서 어떠한 문제도 있어서는 아니 되네.”
“그간의 반적들의 힘이 커졌다고 하지만, 어찌 감히 후의 자제를 노릴 수 있겠습니까? 그분과 같이하는 호위들도 어마어마할 텐데 말입니다.”
고람은 그들을 바라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전에 생각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큰 구멍이 났으니, 나쁜 것을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其不善者而改之)”
공자의 말까지 빌어서 고사를 꺼낸 고람이었다. 그러자 군리 출신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의미를 헤아렸다. 고람이 먼저 예를 취하자, 군리들도 재빠르게 마주 고개를 숙였다.
“부탁하네.”
“도독의 걱정처럼 큰일이 일어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 * *
예장의 서장 일대를 중심으로 산적들을 집어삼킨 장흠은 서장 깊은 곳에 그들의 은신처를 만들어 두었다.
그러고 나서 마치 그곳을 중동의 하사신의 본거지처럼 만들어 놓았다. 승태가 보았으면 분명 그리 말했으리라.
협곡 사이에 숨겨져 잘 보이지 않았고, 습기는 많은데 높은 자리에 위치하니 안개가 자욱하기 그지없었다. 더군다나 날씨가 좋은 때도 거의 없으니 몸을 숨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설령 모습을 직접 드러낸다고 해도 알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이곳엔 언제나 대마 연기가 자욱했다. 그 냄새가 워낙 역하다 보니, 주변의 사람들도 이 협곡을 찾는 것을 저어했다. 누가 역한 냄새가 나는 데다가 지세가 험난한 곳을 찾고 싶겠는가?
그러다 보니 주변의 마을도 그저 물건을 많이 사 가는 산월이나 근방의 산적으로만 여겼다. 사실 깊은 호기심을 품었다가 몹쓸 꼴을 당하기가 십상이니 뭔가 수상한 걸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이가 많기도 했다.
그야말로 알기 어려운 유령들의 도시라고 불릴 만하였다.
“하으으으…….”
장흠은 약간 풀린 눈으로 자기 옆에 있는 여인을 희롱하며 웃음을 지었다. 눈앞의 이들이 맡은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그대들의 역할이 크오. 거대한 파도를 만들기 위하여 흐름을 새로 뚫어내었으니 실로 불가의 복을 받을 것이오.”
“아니옵니다. 장 공께서 저희를 도와주셨으니 이 정도까지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불가의 연이 닿은 것입니다.”
장흠은 주태를 치료한 이들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이었다. 이들이 약을 공급하였고, 또한 사람과 지역을 만들어 주었다. 대체 어떤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춘후와는 상당히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했기에 장흠도 이들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 자신이든, 주태든 승태에게 어떻게든 큰 타격만 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조제의 아들이 예장에 온다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정보요? 오지 않는다면… 더욱 어려워질 것인데 말이오.”
“올 것입니다.”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말을 하는군.”
“하하하, 당연히 본 것은 아니나 저희 쪽 인물이 이를 알아냈으니 말입니다.”
장흠은 느리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지.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이들이 고작 사람 몇을 포섭하기가 어렵겠나?”
장흠이 대마로 만든 향을 가루로 만들어 바닥에 흩뿌리자, 이미 그것에 중독된 여인들이 몽롱하게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몇은 바닥을 마구 핥기까지 했다.
장흠은 그런 여인들을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쓰다듬었다.
“이렇게 쓰지 않았겠는가?”
“저희의 도를 따르는 자들도 있사옵니다.”
장흠은 크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으하하하하핫!”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비웃음이 섞여 있는 웃음이었다.
“도? 지금 도를 말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장흠의 말에 대답하던 인물이 무표정하게 빤히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만도 했으나, 장흠은 여전히 비웃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뭐, 그대들의 역린을 건드렸는가? 그렇다면 자네들이 이처럼 약으로 사람을 늘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전달했어야지.”
장흠의 말에 아무런 말 없이 일어나 고개를 숙인 그는 나가기 전 뒤를 돌아 경고의 한마디를 꺼냈다.
“장군, 혹여 너무 약에 매달려 몸을 축내지는 마시지요. 복수의 길을 마치지도 못하고 쓰러질 수도 있음입니다. 약은 그저 도구이지, 그게 길을 이루는 모든 것이 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장흠은 순간 얼굴이 붉어져 사내를 노려보았으나, 그는 더 이상 말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리 머지 않은 곳.
도가의 옷을 입은 듯한 인물들이 협곡에서 빠져나온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였다.
“태극선옹께서 이곳에 직접 행차하신다고 하여 도사들이 모두 이곳을 직접 찾았습니다.”
“너무 큰 이름입니다. 그냥 갈옹이나 효선으로 불러 주시지요.”
“중원에서 밀려난 선자(仙者)들의 영수께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서천의 천사도 또한 무너져 종주(宗主)의 행적이 묘연하니, 천하에 선도의 바른 이치를 퍼트릴 분은 오롯이 태극선옹 뿐이옵니다.”
그들의 말에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모두 담겨있는 듯싶었다. 갈현도 작금 그들의 사상이 군웅들의 눈에 띄면 그다지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이들이 어째서 이런 마음을 가지는지 통감하였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합니다. 천하가 혼란하니 사람들은 더 높은 경지를 바라는 것보다 지금 앞에 보이는 음식이 중요한 시기이지요. 거기다 태상노군과 태극진인과 같은 신인을 거부하는 인물이 있으니 더더욱 힘들 것입니다.”
이는 승태를 말하는 것이었다. 갈현은 승태를 굉장히 경계하며 증오하였다.
갈현은 도를 구하기 위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배웠고, 근거지를 그의 고향인 양주와 서주로 삼았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진등과 진규가 서주에서 문제가 많은 우길의 세력들을 손책을 암살하는데 내던져 버렸고, 이후 승태가 서주와 양주의 신앙을 도매금으로 넘겨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한 일을 겪자 밑에서 일하는 신하들 또한 그들을 괴력난신(怪力亂神)으로 여기게 되었고, 도인들을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또한, 그들의 자리를 빼앗기도 했다. 승태가 토덕을 상징하는 이야기를 퍼뜨리자, 그것을 신물으로 삼으며 숭배하며 복을 부르는 이들도 늘어났다. 승태의 상징인 기린에다가 복을 비는 이들도 생겨났고 말이다.
승태는 민간신앙을 그저 기복신앙 정도로 끌어내리고자 했다. 큰돈을 들이는 제사나 무속의 일을 금했으니, 백성들을 이끌어야 하는 도사들의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정말 큰 행사가 필요할 때는 관에서 모든 것을 진행했고 말이다.
즉, 도사들의 부를 승태가 가로챘다고 여겼으니 증오하지 않을 수가 없는 법이었다.
“언제고 돌아갈 시기를 봐야지요.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나 신께서는 불멸하니 말입니다.”
갈현의 말을 들은 도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벌써 승리하여 다시금 예전의 성세를 되찾았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마음 깊숙이 기뻐했고 웃음을 지었다.
“갈선옹, 하온데 어찌하여 저희의 모습을 감추고 그 불자들의 모습을 뒤집어썼는지 궁금하옵니다.”
갈현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태평의 변으로 인하여 도가를 바라보는 모습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 거기서 더욱 크게 반감을 만들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양주와 서주에서 불자들을 바라보는 모습은 악귀와도 같습니다. 그러하니 어차피 이렇든 저렇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지요. 저들이 원하는 것이야 착융이 만들었다던 그 금불이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신인 부타가 남긴 것이 들어 있다는 것 말씀입니까?”
갈현은 그 말에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들어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는 모르는 일이지요.”
“하하하하!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들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자신의 목숨을 버린단 말입니까? 차라리 약에 취해 그 쾌감을 느끼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인간들은 이해라도 가지만 말입니다.”
순간 갈현의 머릿속에 장흠이 보여 주었던 것이 보여 기분이 울컥 나빠졌지만, 이내 도사들을 향하여 웃음을 만들어 냈다.
“수춘후가 불자들이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부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호오… 그런 더 깊은 뜻이 있었군요. 그럼요! 수춘후의 장자의 목이 앞에 떡 하고 놓인다면, 그가 태상노군께 커다란 사당을 지어 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본시 마음이 약해지면 의지해야 할 곳은 노군 뿐이시니…….”
그것을 끝으로 갈현은 합장하고 움직였다.
마치 이미 조단의 목이 떨어진 것처럼 그들의 입에는 득의 한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 * *
승태는 목이 함에 담긴 것을 보고 턱을 쓰다듬었다. 이런 협박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약간 어이가 없기도 하였고, 시대가 시대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사람 중 하나이고 적들의 손에 목이 잘릴 것인데 이것이 쉬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참… 높은 인물이고 가까운 인물이니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저 분노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