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승상께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렇게 미친 듯이 전선을 넓혀서 수춘후와와 싸우자는 건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군.”
정욱은 씹어뱉듯이 말하면서 죽간 하나를 내동댕이치고 관모를 벗어 상 위에 올려놓았다. 짜증이 올라와서 열이 머리끝까지 솟았기 때문이다.
“유종은 회유를 해야 했던 것 아닌가! 아니, 회유치 않더라도 운율은 띄워서 조제가 불안하게 만들었어야지! 하… 아니, 그런데 유종까지 역적을 돕는 인물로 지적해 버리면… 으아아아!”
머리를 짚은 정욱은 터질 것같이 붉은 얼굴로 소리를 지르려다가 순간 피가 머리까지 올라오자 의식을 잃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몸을 휘청거렸다. 그러고 나서 정욱은 심호흡을 하면서 자세를 다잡았다.
“승상, 내 육형(肉刑)을 부활시킬 때도 단순히 참혹한 처벌을 내려서 천하를 안정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알았는데… 능력이 없으니 그저 참혹할 뿐이었구나!”
정욱의 말에 문직 또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군을 늘리고 적을 줄여 상대를 압살하는 것은 전략의 기본적인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순욱이 일을 행할 때마다 전선이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었다.
“승상께서 설마 그러하시겠습니까? 승상의 능력이야 전주께서도 높게 알리셨으며, 천하의 뭇 인재들도 순 승상의 뜻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하니 기다려 보시면… 다 뜻이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순욱이 원해서 전장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유종을 역적으로 대한 것도 아마 유비와의 협조를 하기 위해 그런 것이겠지만, 정욱이 보기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뜻? 무슨 뜻 말인가? 그대의 생각에는 작금의 수춘후가 그저 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이번 일을 멈출 것 같은가? 이미 조정에서 수춘후를 역적이라 공표하였네. 그 유려한 승상의 격문으로 말이지. 그러하다면 능당 수춘후를 토벌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문직은 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면 못해도 중앙군 일부는 보내 주었을 것이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어떠한가? 우금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한 것처럼 중앙군은 우금이 주둔하는 근처에 진을 세웠지. 또한 하후씨들은 연주와 여남에 군을 집중하고 있네.”
정욱은 상을 몇 번 두드리고 나서 문직에게 물었다.
“무슨 뜻이겠는가?”
이미 정해진 답인데 무슨 상관이겠는가? 문직은 고개를 숙여 보였고, 정욱은 이를 갈았다.
“자네도 알겠지. 어찌 할 것인가?”
“소장은 그저 국상의 뜻에 따를 것입니다.”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문직이 정욱의 뜻에 따르는 것을 빼고는 무엇을 하겠는가? 이에 반하려면 조정에 불만을 표한 정욱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아야 하겠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문직이 정욱을 끌어내리는 순간, 그간 패국의 어마어마한 양의 일을 책임지는 이들이 모두 날아갈 것이다. 모조리 정욱의 측근들이니 말이다.
게다가 빈 공간이 생기면?
분명 바로 앞에 있는 수춘후가 정욱을 따르는 이들의 향도를 받아 그 무너진 공간을 헤집고 들어올 일이었다.
문직에게도 충과 의가 중요하였지만, 그 대상은 조조였고 순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도 조비나 조씨 가문에게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사실 정욱도 이 사실을 알기에 이런 말을 터 놓은 것이리라.
“일전에 순욱이 강한 법과 강직한 인재들로 한조를 채운다면 능히 천하가 안정될 것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정욱이 분을 터트리려는 순간, 내관들이 큰 소리로 외치며 용건을 알렸다.
정욱이 그곳을 바라보자 관료가 예를 표하며 죽간을 내밀었고, 내관이 그것을 받아 한 번 풀어 본 뒤 정욱에게 전달했다. 정욱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턱을 죽간을 내어준 것을 내관이 받아 풀어 보고 정욱에게 내밀었다. 정욱이 이를 확인하고는 턱을 쓸어 넘겼다.
“특별한 것은 없던가?”
“병사의 수 또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고, 일반적인 사절이었습니다. …그저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온 자의 태도가 좋지 않다는 것을 빼면 사절로서의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여건의 시신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관을 가져왔습니다.”
“관에 문제는 없었는가?”
“약간 무겁기는 했지만, 문제는 없습니다. 병사도 적으니 무슨 일을 일으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관료의 말에 정욱은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미 여건은 패장이었다. 게다가 승태군에 꽤나 피해를 입힌 만큼 정중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찌 보면 예를 표한 것이라 여길 수 있었다.
잠시 후.
여건의 관과 함께 도착한 예형은 살짝 고개만 숙여 보인 뒤 삐딱하게 서서 정욱을 바라보았다. 정욱 역시 과거 예형의 악명을 잘 알았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문직은 감히 이곳까지 와서 무례를 저지르는 사절을 보며 노성을 터뜨렸다.
“어찌 예를 모르는 이가 사절로 왔단 말인가!”
예형은 문직을 보고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적진이지 않소이까? 여건을 시켜 아군을 위험에 빠트린 인물인데, 면을 세워 주기 위해 예를 취한 것도 과한 것이지요. 내가 틀렸소?”
문직이 순간 달려들 듯 보이자, 정욱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아 내었다.
“여건의 움직임이 나로 인한 것이라는 뜻인가?”
“태산의 도적이나 잡던 놈이 어찌 그런 모습을 보였겠소이까? 하마터면 모조리 불타 버릴 뻔하였는데 말이오. 거기다가 그 자리에 불러오는 방법이 너무 적절하지 않았습니까?”
정욱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 자라면 말이야, 더더욱 무례하면 아니 될 것 같은데?”
정욱의 말에 예형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벗어났는데 무슨 상관이 있겠소? 문만 지키더니, 남들을 치는 데에는 능한데 자신이 처한 상황은 보지 못하나 보오?”
“나에게 보이는 것은 그대의 무례한 태도뿐이니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정욱의 말에 예형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수춘후가 나를 움직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내 그저 과거 역적인 조조를 문지기처럼 지키던 그대의 상황을 보고 싶어 왔을 뿐이오. 뭐, 수춘후의 서신은 가져왔으니 읽어 보시지요.”
내관이 이를 받아 정욱에게 내어 주었고, 그는 이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특별한 점은 없었고, 도리어 예를 차리는 듯한 글이었다.
그때, 예형이 뒷짐을 지면서 정욱을 바라보았다.
“보급은 어떻소이까? 아마 어려울 듯싶은데 말입니다.”
“그것은 그대가 알 필요가 없네.”
“알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걱정을 한 것입니다. 과거 연주에서 좋지 않았던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정욱은 인상을 찌푸렸고, 문직은 그 소식을 몰랐기에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형은 주변의 인물들을 보면서 살짝 비웃음을 지었다.
“다들 잘 모르나 봅니다. 연주에서의 일을 말입니다.”
정욱은 얼굴이 싹 변하며 예형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차가워 방금 전까지 분노를 토해 내던 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예형은 그런 정욱의 모습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한마디를 던졌다.
“연주에서 허기가 너무 심한 이들이 식인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그뿐 아니라 조조에게 동아현을 패악하게 학살하여 그곳의 남녀노소 모두 식량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참으로 잔혹하다는 생각을 하였소이다. 사실 저는 믿지 않습니다. 수춘후께서도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오기 전 낙양에 그 소문이 굉장히 낙양에 파다하게 퍼졌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무슨 책임을 말입니까? 책임이라는 것은 그것을 져야 할 사람이 지는 것이지요. 저는 여건의 시신을 전달하고 가면 될 뿐입니다.”
“이것이 수춘후의 생각인가? 이런 상황을 만들면 내가 고개를 숙일 것 같은가?”
예형은 한숨을 푹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 예형이 그런 눈치나 볼 것 같소이까? 역적인 조조 앞에서도 목을 내놓고 말을 했던 나이오. 그런데 수춘후의 명을 받아 그대에게 이런 일을 하겠소? 내 입이나 더러워지는 일이지. 나는 그저 경고를 하는 것일 뿐이오. 원소와 전쟁을 할 때보다 더 좋지 않을 것이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소? 내 일은 마치었으니 이만 가 보겠소이다.”
예형이 덩그러니 관을 두고 몸을 돌려 나아가는 그 순간, 아무도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욱의 밑에서 사람들이 인육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꽤 충격적인 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욱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그런 유언비어 때문에 머뭇거리는 게 아니라, 진정 조정에서 자신을 버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육을 먹는 자가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을 모를 정욱이 아니었고, 이런 소문이 날 정도면 단순하게 연주에서 불만을 가진 이들이 행동한 것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손을 쓴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패국상…….”
“아니네. 그대는 이런 말을 믿는 것인가?”
“그것이.”
“뭐, 상관이 없는 일이지. 이미 거짓이 진실이 되어 퍼졌으니 말이야.”
문직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고, 정욱은 천천히 상을 두들기다가 문직에게 물었다.
“조정의 뜻을 알기 위해서라도 마지막으로 공을 던져 봐야겠구나.”
* * *
승태는 상석에 앉아 예형의 말을 듣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핫! 고맙소이다. 목숨을 건 일이었는데, 이리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큰 공을 세운 것이 아니라 그저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삐딱하게 말하는 예형의 모습에도 승태는 그저 만면에 미소를 띨 뿐이었다. 그러면서 양수를 바라보았다.
“이 다음은 어찌 될 것 같습니까?”
양수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간 조정에 충성했던 정욱이니, 뭔가 서신이라도 보내 상황을 파악하거나 하겠지요.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행동을 취할 것입니다.”
“그것을 어찌해야 할 것 같습니까?”
“답이 나올 만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의 조정의 뜻을 알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다지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제아무리 아직 충심이 있다고 하지만, 이미 정욱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입니다. 단지 묻고자 하는 것은 아마 그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럼 당장 움직이는 것은 어렵겠군.”
승태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방통이 나서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지금 당장 바로 움직이게 된다면 혹여 하북의 조비가 하는 기행을 멈추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단지 조비가 아군이 크게 당한 것을 보고 자신의 잇속을 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 후에 천천히 집어삼켜야 할 것입니다.”
승태는 예형을 치하하는 것을 끝내고 자리에 남아 몸을 풀었다.
승태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하나하나 꺾어 가는 것이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간 힘을 크게 모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듯했다. 하나하나 꺾어 가는 것 자체가 마치 흔들리는 징검다리를 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내부를 단단히 하고 그들의 동태를 살피며 천천히 집어삼키면 될 것이니 다행이라 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씁쓸하게 웃고 있던 와중, 갑자기 서서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주군!”